처음 접해본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의 위력! by 고선생



최근 들어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을 처음 먹어봤습니다.


아니아니, 그런거(?) 무시하며 안 보는 그런 거만한 사람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여태껏 편의점 즉석식품 중 도시락을 사먹어본 적은 없을 뿐입니다. 제가 편의점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사먹는다면 그저 삼각김밥이 전부였지요. 그거야말로 '편의점다운' 음식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간편하게 후딱 먹을 수 있고 밥이니까 든든하기도 하고.

그리고 서두에 '한국의'라는 표현을 쓴대로, 편의점도시락에 있어서만큼은 지독하게 일본 사대주의자(?)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에 갔을 때 현지의 편의점 도시락들의 그 버라이어티한 압도적 퀄리티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역시 도시락의 나라답다, 편의점 도시락도 이렇게 잘 되있구나, 역시 넘사벽이야 라고 아예 '단정'해버리고 한국 편의점의 도시락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었죠. 가끔씩 삼각김밥 아래층에 깔려있는 도시락들을 힐끗힐끗 보면서 그 종류의 빈약함과 언뜻 보이는 내용물의 겸손함은 역시나 관심이 가지 않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어느덧 시대는 흘러흘러 부쩍 편의점도시락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때가 되었어요. 나홀로족과 청년실업등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편의점도시락의 인기가 급증했다는 둥, 여러 유명인들의 얼굴을 따다가 편의점별로 도시락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둥.. 비록 편의점 신선식품은 정말 '편의를 위해' 삼각김밥만 일년에 몇 번 사먹을 뿐이었던 저에게도 그닥 관심 안 가지려 해도 매체에서, 언론에서, 블로그 등에서 점점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편의점 도시락 이야기는 '아니 대체 어느 정도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엔 충분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편의점도시락에 관한한 일본 사대주의자였고 한국은 신경쓸 필요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요샌 각 편의점 도시락 브랜드별로 장단점, 비교우위 등이 회자되고 전에없이 도시락 자체의 수준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고 하니까요.

진지한 준비자세.jpg


어느날 외출 중 그닥 뭔가가 땡기는건 없고 마침 눈 앞에는 CU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주력상품인듯 백주부님의 얼굴을 크게 프린트해놓은 도시락브랜드를 광고중이었구요. 이 참에 맛이나 볼까 하고 들어갔습니다. 뭔가 많이 들어있는 것 같은 도시락 하나를 선택하여 계산을 마치고 착석을 했죠. 참, 이 역시 저의 인생최초의 경험이었습니다. 편의점의 좌석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펼쳐놓고 먹는 행위! 보통 삼각김밥은 전자렌지 쪽 앞에 짧게 바로 되어있는 간이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서너입에 꿀꺽하고 나오기 일쑤였는데 말이죠. 이 편의점은 무려 테이블자리까지 마련된(야외도 아니고 실내석) 거대한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도시락을 먹은 것도, 그걸 편의점에서 앉아서 먹은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네요.

맛은.. 오호, 꽤 괜찮습니다! 반찬의 양도 든든하고 무엇보다 과거 영양불균형이었던 반찬 배치에 비해 나름 채소류 반찬도 잘 갖춰놓았고 무엇보다 메인 반찬의 '덩어리감'이 아주 제대로더군요. 덩어리감이라 함은 어떤 반찬이든 메인반찬은 고기요리인데 그 고기의 덩어리보다 조연급인 양념과 채소의 비율이 더욱 득세한 경우 느끼기 힘든거죠. 그런면에서 맛본 도시락은 고기반찬은 딱 고기반찬다웠습니다. 맛도 평균적인 현대한식이 달고 기름져지는 추세를 생각한다면 납득할 정도 수준이었구요.

사실 편의점별로 도시락브랜드 그리고 내세우는 모델이 제각각인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편의점이 누구다 라는건 잘 몰랐고 매치도 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먹어본 CU에서는 백주부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기에 각인이 되었고.. 한번 나름의 만족을 경험한 편의점 도시락을 이번엔 한번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가길에 들른 GS25에서는 김혜자님의 얼굴을 프린팅한 도시락시리즈가 판매되더군요. 종류도 두세가지가 있었는데.. 이번엔 편의점이 아닌 가장 편한 환경에서 음미해가며 먹어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점도시락을 자주 먹을 기회는 없을듯 하니 한번에 두 종류를 샀습니다. 위 사진의 두 내용물이죠.

가장 편한 집이라는 공간, 그리고 도시락 하나로는 살짝 부족한 양. 그렇다면 두 도시락을 동시에 펼쳐놓고 만찬(?)으로 즐기면 되는겁니다. 도시락 두개를 붙여놓으니 믿음직하군요!

가운데 밥이 몰려있고 주변으로 펼쳐진 반찬 학익진(...)! 밥을 중심으로 전후좌우로 젓가락이 향하는 곳마다 반찬이 포진하고 있는 매우 바람직한 진지가 구축되었습니다.

전에 CU의 도시락에서도 느꼈긴 한데, 찬찬히 훑어보니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 정말 수준이 향상되었네요! 아니아니 정말요. 제가 전부터 일본 도시락을 우위로 치며 한국 도시락을 무시했던게 미안해질 정도로 지금 눈앞에 있는 도시락은 환골탈태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원대의 가격이란 점은 뜨겁게 먹을 수 있다는게 장점인 한솥도시락 대비 경쟁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더군요. 어떤면에선 한솥보다도 반찬으로만은 우위이지 않나 싶은 면도 있구요. 특히 닭 생고기를 써서 굽고 튀겨낸 덩어리가 있는 왼편 도시락은 이럼에도 3000원대라는건 굉장한 가성비인것 같습니다.

가장 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혼밥의 환경설정. <내 앞의 먹을거, 그리고 그 앞의 볼 거>. 여름엔 반팔티에 팬티, 겨울엔 후드티에 츄리닝. 딱 설정해놓고 먹습니다!

'신선식품'이라곤 하지만 그닥 신선하단 느낌은 아니구요. 그도 그럴것이 렌지에 데우면서 차게 먹어야 할 나물류도 데워지는데다 한번 기름에 익힌 반찬들이 렌지를 만나면 온도가 높아질 뿐 산뜻은 밥말아먹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그런것들은 어차피 편의점 도시락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며 제가 칭찬해 마지않는 일본의 도시락도 같을테니까요. 그치만 반찬 자체의 맛의 수준, 그리고 종전보다 나아진 한끼 식사의 영양균형(그럼에도 황금균형은 절대 아니지만), 그리고 정말 감탄했던건 밥의 퀄리티인데, 사진상으론 굉장히 떡져있는 비주얼이지만 렌지에 데운 이 밥은 놀랍게도 부드럽게 쥐어만든 초밥마냥 입안에 들어가니 사라락 하고 풀어지면서 그 촉감만으로도 고급진 밥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밥 처리를 참 잘 해놨더라구요. 사실 반찬이 아무리 화려해도 밥 맛이 떨어지면 그 식사는 영 실패인건데, 그런면에서 기대치가 낮았다가 그 기대 이상을 채워주네요.

편의점도시락, 컵라면 둘다 거의 접하지 않는 음식인데, 편의점도시락과 친숙한 사람들은 컵라면이 편의점도시락과 궁합이 좋다 라길래 어디한번 이왕 먹는거 제대로 하자 라는 마음에 추가한 작은 사이즈 컵라면은 역시 궁합이 좋았습니다. 면보다도 국물의 역할이 큰 것 같네요.

이러니저러니해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싹싹- 다 비웠네요. 먹고나니 양에 관계없이 살짝 더부룩-한것이 그다지 건강식이란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가격에 이정도 음식이라면 분명 가성비는 훌륭하며, 요즘 왜 그렇게들 많이 인기인건지 조금은 수긍이 갑니다. 적어도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무조건 일본의 도시락이 짱이다 라는 마인드엔 변화를 줘야겠네요. 여전히 일본쪽이 퀄리티는 둘째치고 그 '다양성'에 있어서는 한참 앞서곤 있지만 단일품으로만 비교하자면 한국도 좋군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는다, 그걸 편의점에서 먹는다, 그걸 컵라면과 함께 먹는다
. 이 모두 저에겐 최근들어 인생 최초의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많이 접하는 경험이고 누구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는 일이기에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을 계기로 앞으로 살면서 먹을 음식의 카테고리가 하나는 추가된 셈이네요. 물론 앞으로 먹더라도 그 빈도는 극히 적겠지만(편의점 음식 자체가 아무리 맛나다고 한들 그 기준 안에서이지, 제 스타일이라곤 못하니까요) 그래도 외국 나가서 마땅히 먹을데 못 찾으면 맥도날드 가듯이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지금 경험한 이 정도의 만족은 보장할 거라는 믿음으로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덧글

  • rumic71 2016/02/26 16:42 #

    일본 편의점과 비교해보면 밥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 시안레비 2016/02/26 16:55 #

    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네요
    이미지로 보여지는것만으로도 몇년전에 그 부실함과는 비교가 안되는군요
  • 고선생 2016/03/01 23:04 #

    무관심하다 어느새 훅 발전해있는걸 보니 감개무량할 정도네요 ㅎ
  • 운명의검 2016/02/26 19:17 #

    헤자 도시락은 사은품으로 컵라면 주는걸로 아는데 거기서 안줬나요 행사 3월3일까지 일텐데
  • 고선생 2016/02/27 22:32 #

    받았는데 그냥 집에서 발견된 컵라면으로 먼저 먹었습니다
  • 2016/03/01 12: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02 09: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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