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BHC치킨 by 고선생

스튜디오 개업과 동시에 이뤄진 남양주 마석으로의 이사로 인해 예전엔 '당연했던' 나의 생활 중 바뀌어버린게 있습니다.
이 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전원주택 마을.. 이 위치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했던 생활 중 바뀌어버린게 한 두개가 아니긴 하지만 가장 원통(?)한 일이 하나 있죠. 바로 배달음식 시키기가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잘 안 와요!!


제가 시키는 배달음식이야 거의가 치킨 뿐인데.. 이 동네가 워낙 배달하기 애매한 곳인지 주문해도 배달 안 된다는 곳, 배달비를 더 내라는 곳 등등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거부하기 일쑤죠.

5월에 여기로 이사온 후 치킨배달을 성공한게 5개월 동안 단 한 번 뿐입니다. 이건 뭐 오지생활도 아니고 그냥 아파트단지가 아닌 좀 떨어져있는 단독주택촌이며 상업구에서 살짝 거리가 있단 이유로 배달이 잘 안 되네요. 그 한번 성공한것도 배달부와 전화 교신(?)을 통해 일루 오세요 절루 오세요 안내를 해가면서 겨우겨우 받아들었는데 그 치킨집은 그 이후 배달시키니 배달비를 추가요구하네요.

치킨이 먹고싶으면 차 타고 나가서 직접 사오거나 그냥 외출한김에 한 끼 먹고 오던가 하는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아.. 치킨 배달시키는게 이렇게 힘든거였나요. 전세계 유일의 한국의 미풍양속인 치킨배달이 엄연히 한국에서 사는 저에게는 해당사항 없는건가요.


치킨을 좋아하지만 사실 전 배달을 시킴에 있어서 다양한 치킨브랜드를 섭렵하진 않아요. 입에 맞는거 하나 찾았다 싶으면 그걸로 충성도있게 가는 편입니다. 레파토리가 2-3개를 넘지 않습니다. 분당 살던 당시엔 비비큐, 네네, 또래오래 정도가 다였지요. 전 후라이드를 선호하니까 후라이드 잘 만들면 그 집으로 된겁니다. 근데 뭐 후라이드야 요샌 만드는 방식도 프랜차이즈별로 큰 차이도 없고 맛도 비슷비슷해서 어지간히 떨어지는 데가 아닌 이상은 평균은 다 맞추니까요.

치킨이 다 같은 치킨이냐구요? 아~니요. 배달치킨은 배달해먹는다는 그 형태 자체로 이미 다른 치킨을 먹을때와는 차별화되는 미학과 맛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편안히 앉아 받아보는 따끈한 치킨박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세상 가장 편안한 장소와 자세로 맘놓고 흡입하는 일인일닭. 배달부의 초인종소리가 가져다주는 아드레날린은 맘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고 느끼는 흥분감에 필적할 정도죠. 그 모든것들이 조합되어 배달치킨은 제3의 맛을 냅니다. 밖에서 사먹는 치킨, 사와서 먹는 치킨 모두 그 맛과는 다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정말로 치킨배달을 시키고픈 욕구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날이었습니다. 어차피 안 될거, 지도상에 표시된 그나마 가까운 주변의 치킨집들을 찾아봅니다. 대충 대여섯곳이나 되네요. 하 이 구역만 해도 치킨집 이렇게 많은 치킨공화국에서 우리집에 배달해줄 용자는 정녕 없는 것이냐. 순서대로 다 걸어봅니다. 개중에는 저의 단골브랜드인 비비큐도 섞여있긴 했지만 여기는 추가배달비를 요구하는 곳이니 패스하고 그 외의 생소한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걸어봅니다.

아 또래오래도 있네. 겁니다. ...배달 안된답니다. 패스.
그 외 여기저기.. 안 받거나 배달 안 된다거나.. 하아.


그러다 눈에 띈게 BHC.. 응 BHC? 전지현씨 BHC~?♪
TV광고로만 접했던 BHC치킨이 있군요. 놀랍게도 한번도 주문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치만 전지현씨 씩이나 모델로 쓰는 패기라면 맛은 당연히 평균값은 보장하겠지 라는 확신과 배달을 해주면 좋겠단 바람을 담아 전화를 겁니다.

나이스한 젊은 분이 경쾌하게 받는 목소리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지역을 설명하며 배달가능여부를 묻는데..

"아 네~ 정확한 번지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배달가다가 모르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마음의 BGM으로 깔리면서.. 저도 모르게 텔레마케터처럼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하고선 끊었지요. 아 이게 얼마만의 배달이냐.

이윽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전화가 오네요. 배달부의 전화. 이 곳으론 처음 배달을 와서 좀 헷갈려서 길을 묻는 전화. 그 이후로도 두 세번의 통화를 더 거치고 나서 전 대문밖까지 나가서야 먼 길 찾아오는 친구를 맞이하듯 빛나는 스쿠터를 탄 나이스가이를 두팔벌려 맞이합니다.

"와아.. 여기 이런 동네가 있네요~? 기억해두고 다음부턴 헷갈리지 않고 올게요!ㅋ"

엄훠.. 이 오빠 아니, 이 형 참.. 말도 이쁘게 하셔. 그렇단건 다시 주문하면 또 오시겠단 말씀?? 계산을 마치고 제 손에 들려진건.. 수개월만에 묵직한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치킨박스와 콜라, 무가 들어있는 봉투였지요. 으아.. 이건 뭐 독일 있다가 한국 와서 오랜만에 치킨 시켰던 감동에 견줄만한.. 아니, 분명 한국 살고 있는데 이런거에 감동을 해야 해..?ㅠ


베러 앤 해피어 쵸이스 위드 프렌드 BHC... 문구 한번 아름답구나. 배달부 형님과 아름다운 헤어짐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저의 은신처에 놓여진 영롱한 보물박스.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는 열립니다. 두근두근. 이쁘장한 디자인의 치킨박스 좀 보라지. 요새 치킨박스는 참으로 디자인도 일취월장이군요. 수개월 치킨 안 시킨 동안 진화한건가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 결국 치토스를 먹었던 체스터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요. 얼마만에 입에 들이는 배달치킨의 아름다움인지! 일인일닭 할 때 맨 처음은 역시 닭다리죠. 저의 치킨 섭식의 시작과 끝은 닭다리와 닭다리입니다. 그래서 닭다리가 두 개인거죠. 후훗!

이미 아는 맛인데! 생소한 맛 아닌데! 그런데도 너무 반가운 배달치킨의 맛. 전지현씨 BHC답게 맛은 뭐 비비큐건 네네건 어차피 심오한 맛 아닌 튀김옷 맛으로 승부하는 요즘 대세 후라이드다운 딱 그러한 스타일입니다. 불만없어요!

비록 앞으로도 주문할건 후라이드뿐이겠지만.. 마석에 사는 한 나의 사랑하는 치킨은 BHC입니다. 친히 남겨준 이 메뉴표는 책상 한 켠에 모셔두었습니다. 여기까지 배달해주는 유일한 치킨집 BHC!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생일이 있는 다음주에 또 시킬거에욧. >.<




덧글

  • GreenBeans 2015/10/19 13:47 #

    아 배달하기 어려운 동네라는 점에서 배달음식 시키시기 어려운 곳에 계셨던거군요 ㅜㅜㅜ 에고...ㅠㅠ 맛난 저녁 되셨기를...!
  • 고선생 2015/10/22 12:19 #

    저녁엔 어둡다고 안된다고 해서 점심에 해치웠습니닭! ㅋㅋ
  • 애교J 2015/10/19 13:51 #

    BHC 치킨은 맛도 좋아요! 뿌링클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때 저도 결국 옮아버리고 말았죠ㅋㅋㅋㅋㅋㅋㅋㅋ
  • 고선생 2015/10/22 12:21 #

    처음 먹었는데 맛있더라구요~ 전 옛날입맛이라 뭔가 뿌리고 바르고 하는걸 별로 안 좋아해서 순수한(?) 후라이드로 시켰는데 맛있더라구요! 초밥집의 실력을 알려면 계란말이를 시켜보란 말이 있듯이 후라이드 치킨 먹어보니 합격점입니다 ㅎㅎ
  • santalinus 2015/10/19 13:55 #

    이런 것에 감동해야 하는 곳이라니...ㅠ.ㅠ
  • 고선생 2015/10/22 12:21 #

    감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BHC입니다 ㅋ
  • 콩키스타도르 2015/10/19 15:31 #

    제가 사는 동네도 시골이라 주문시 배달되는지 여부부터 물어보죠.
    뭐, 나름 이해도 되는게 아는형이 피자집할때 알바 대타로 서너번 배달해준적이 있는데; 배달 한번가면 30분....
    한번 주문시 배달원 인건비와 차량유지비가 4000원 가까이 나오는 셈이라 두번 배달가면 망하겠더군요.
    미풍양속도 돈이 되야 살아남는구나 느낍니다.
  • 고선생 2015/10/22 12:22 #

    분명한건 여긴 시골이랄 순 없는 곳이지만 산중턱이라는 압박이 주는...ㅋㅋㅋ;
  • 늄늄시아 2015/10/19 22:00 #

    배달하기 어려운 동네.. ;ㅅ; 아.. 배고플때 배달이 늦어지면 막막....ㅅ;;
  • 고선생 2015/10/22 12:22 #

    늦어도 좋으니 배달 해주면 고마운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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