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햄버거용 빵, 간단한 치킨버거 by 고선생

햄버거를 직접 만들면서 집착하는게 바로 햄버거빵이다. 햄버거빵은 2015년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는 상당히 구하기 애매한 빵이 되었다. 구하기 불가능한건 아니나, 제대로 된 햄버거빵은 커녕 일반적으로 햄버거빵을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당시만 해도 햄버거빵은 동네 빵집에 가도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수퍼에 가봐도 팔곤 했다. 요새는 빵집들이 점점 더 유럽친화적인 퀄리티로 변모하면서 햄버거빵은 내가 아는 한 파는 빵집이 전무에 가깝더라.

자취와 요리생활의 시작이었던 독일에서의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어느 수퍼에 가도 햄버거빵을 구하는건 쉬웠으니까. 하지만 그 퀄리티가 그닥 좋지는 않았다. 그냥 수퍼의 가공빵으로 파는 정도의 퀄리티는 절대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고 맛도 그닥이었다. 빵왕국 독일에서 그래도 햄버거 만들겠다고 그런 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패티를 만드는 경험과 실력은 누적되어감에 비해 빵은 내가 직접 베이킹할 생각은 없으니 늘 퀄리티가 고만고만했다. 내가 햄버거의 구성 중에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건 바로 빵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절대로 속재료를 암만 변화를 줘도 늘 어딘가 모자란 결과물로 나올 뿐이었다.

귀국하여 외국물(?)이 그리워 이태원 나들이가 잦았던 어느 때. 난 발견했다. 이상적인 햄버거빵을. 터키식 베이커리에서.

사실 이태원이 많이 세련되어졌고 젊은이들의 핫한 거리가 되었다지만 그건 해밀턴호텔쪽 편에 치우쳐있는게 사실이다. 그 큰 길 건너편으로는 여전히 예전의 이태원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고 특히 그 쪽이 이슬람사원이 있는 방향이기도 하여 이슬람계열의 음식점, 상점들이 즐비하고 주인들도 외국인이 많다. 젊은이들이 이태원을 많이 찾는다지만 이 쪽으로는 그런 목적으로 온 젊은이들이 잘 보이지는 않는 곳이다. 이슬람스런 분위기 덕에 케밥집의 비중도 높은데 케밥 먹어보고 싶어 오는 사람 정도일까.

그러다가 터키식 빵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에크멕(터키식 바게트)과 바클라바(터키식 파이), 각종 터키빵 등을 구할 수 있고 현지인이 만드는만큼 퍽 충실한 맛과 퀄리티를 자랑하면서 가격도 착하다. 특히 에크멕은 왠만한 한국 빵집의 바게트보다 훨씬 튼실하고 속이 꽉 차서, 딴건 아니더라도 에크멕만을 목적으로 해도 올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내가 사랑하는 전혀 달지 않고 밀의 구수함만이 가득한 식사용 빵이 즐비한 곳.

근데 왠걸.. 여기에 햄버거용 빵이 파는 것이다!

이름이 딱히 햄버거용 빵이라고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어딜봐도 딱 햄버거용으로 제격이다. 사이즈는 버거킹 와퍼 정도 사이즈로 살짝 큰 편. 이미 터키식의 식사빵의 스타일을 알기에 의심없이 덜컥 구매해서 집에서 햄버거로 만들어보고 먹은 소감은.. 정말 훌륭한 햄버거빵이다! 가공빵의 부슬거리고 퍽퍽한 질감이 아닌 쫄깃하고 밀도있는 속. 빵 자체의 깊은 맛의 존재감이 살아있는 맛. 정말 딱이었다. 여담이지만 이태원 모 수제버거집에서 이 터키빵집 햄버거빵을 자기네 빵으로 사용하더구만. 내가 이 빵집 이용을 한두번 하는게 아니기에 딱 걸렸다.ㅎ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르겠지만.. 어쨋든 훌륭한 거래 선택이라 해주고 싶구만.

믿음 주는 햄버거빵. 허름한 이태원 골목에서 발견한 터키 빵집의 햄버거빵은 내가 집에서 만드는 햄버거의 메인재료가 되었다. 그렇게 해먹고 산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이 이상의 신선하고 훌륭한 햄버거빵을 구할 방법을 한국 안에서는 나는 모르겠다. 많은 수제버거집들에서야 BtoB로 햄버거빵 전문업체에서 사들이겠지만.. 그런건 일반인 구매랑은 상관없는 얘기잖아.

이태원에 햄버거용 빵을 사러 이 터키 빵집을 들를 때면 늘 5개 이상씩은 사오게 된다. 그리고 냉동보관하면서 하나씩 만들어먹는다. 이태원이 집에서 먼 편이기에 한번 가서 살 때 그 정도는 사야 한다. 그리고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기꺼이 갈 수밖에 없다. 햄버거빵을 구하려면.

그래서.. 이번에 만들어본건 매우 간단한 치킨버거. 마침 쇠고기도 다 떨어졌는데 동네수퍼에서 파는 다진쇠고기는 죄다 한우뿐이므로 냉장고에 있던 닭 허벅지살을 이용해 매우 간단한 치킨버거를 만들었다. 일단 깨끗하게 씻은 닭고기를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하여 30분~1시간을 재워놨다.

닭고기 옆에 있던 파 조각은 뭐에 쓰는고..? 바로 이렇게. 뭐 그냥 하나 안 하나 별 효과도 없는거고 미약하지만, 딱 엄지손가락 반정도 길이의 애매한 파 끄트머리가 남아있어서 그걸 튀김용 기름에 일단 넣어 파 향을 더했다. 전 부치는 수준으로 굽듯이 튀길것이므로 기름은 조금만 사용했다.

굉장히 간단하면서 완전 맛있는 튀김. 재워놨던 고기 표면에 녹말가루만 묻힌 뒤 튀기면 그걸로 땡. 뭐 복잡하게 튀김옷 만들고 할 것도 없이 굉장히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이 완성된다. 난 이걸 '동양식 간단 튀김옷'이라 명하는데, 튀김요리들을 가만 보고 있자면 서양쪽 튀김은 튀김옷으로 늘 '밀가루' 위주로만 사용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녹말을 사용하는 빈도도 상당히 높다. 녹말로에 계란 등을 섞어  질은 튀김옷을 만들든 이것처럼 그냥 가루만 입혀 튀기든, 녹말 튀김옷의 맛과 매력은 밀가루와 또 다르다. 그리고 맛으로 상당히 뛰어나다.

한 면만 튀겨봐도 바삭해지는 표면. 녹말의 위력 실감이다. 가루만 묻혀 튀긴다면 녹말이 효과 좋다. 이렇게 간단한 튀김이 있다.

뭐 거창하게 튀김옷 만든것도 아닌데 모 치킨집이 연상되는 표면의 닭튀김 완성! 그냥 소금과 후추만으로 베이직하게 간 하여 소소한 맛이 좋다. 튀김을 패티로 사용할 땐 키친타올 등으로 기름을 반드시 빼줘야 좋다.

반으로 갈라 표면을 살짝 구운 빵에 겨자와 마요네즈와 돈까스소스. 맛의 조합은 살짝 일본식을 따랐다. 그리고 양파와 닭튀김, 로메인상추를 재료로 넣는다.

할아버지 생각나는 치킨집 치킨패티 못지 않은 존재감의 닭튀김 패티를 넣은 완전 간단 치킨버거 완성! 뭐 내 기준에서 완전 간단이란거지, 이게 뭐가 간단이냐! 무려 튀김을 해야 하는데! 할 수도 있지만.. 녹말가루만 겉에 묻혀 적은 기름에서 튀기는건 적어도 계란말이보다도 간단한 것이다.

심플한 속재료일수도 있지만 속재료가 심플하건 복잡하건 안정된 빵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맛이다. 이런 빵이라면 햄버거로서 속을 어떻게 채워도 맛있을 수밖에 없다.

햄버거의 종주국 미국에 가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으나, 서울 안에서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태원에서 파는 이 햄버거빵은 월드클래스로도 전혀 손색없는 그런 햄버거용 빵이라 본다. 그게 뭐 딴거 없다. 별다른 이상한 첨가물 없이, 그냥 단순하고 정석에 맞게 잘 만들었을 빵이다. 그럼 됐다. 그렇게 잘 만든 빵 중에 햄버거빵을 보기 힘든것 뿐이다. 그런데 여기선 구할 수 있는거고.

이로서 덩달아 나의 자작 버거 맛도 업그레이드됐다. 늘 한가지 아쉬움이 컸던 햄버거용 빵을 구하면서 유일한 약점은 사라졌다.


※ 최근 포스팅한 내가 만든 버거들도 다 이 햄버거용 빵으로 만든것들.



덧글

  • 2015/04/18 03:17 #

    츄릅..

    이글루스배 연말결산 햄버거/샌드위치 대회 해도 꽤 재미날듯 합니다 ㅋㅋㅋㅋ
  • 고선생 2015/04/18 08:51 #

    저 매우 자신있습니다. ㅎㅎㅎㅎ
  • Wish 2015/04/18 08:36 #

    자작 햄버거 퀄리티 vs 맥도날드, 롯데리아 퀄리티 = 자작 햄버거 퀄리티의 승이군요'ㅇ';
  • 고선생 2015/04/18 08:52 #

    맥도날드, 롯데리아보다는 당연히!! ..죠. ㅋㅋ
  • Lupara 2015/04/18 20:20 #

    이거 근사하네요. 오늘도 좋은 거 하나 배워갑니다. ^^
  • 고선생 2015/04/19 08:46 #

    잘 써먹으신다면 좋겠네요 ^^
  • emky 2015/04/18 22:33 #

    오오 맛있어 보입니당.
  • 고선생 2015/04/19 08:46 #

    만족스러웠답니당~
  • 2015/04/19 21: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4/19 22: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가이브러쉬 2015/04/22 20:17 #

    늘 포스팅 재미있고 유용하게 보고 있습니다. 와사비 크림 파스타나 올려주신 몇 가지 요리를 따라해서 칭찬도 받아 보았고요 ㅎㅎ
    저도 햄버거를 종종 만들어 먹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태원에 들를 일이 있으면 저기 꼭 가 봐야겠네요.
    저기보단 못하겠지만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베이커리 햄버거 빵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서 종종 애용합니다.
  • 고선생 2015/04/30 10:26 #

    백화점에 입점한 빵집에서 버거 빵을 판다니 흥미롭네요. 요새 빵집들이 죄다 유럽친화적 메뉴들로 구성되고 있는 추세라.. 어쨋든 전 현재로선 이태원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외엔 생각지 못하겠네요.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루트 안에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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