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맥파이의 피자의 어디서 많이 먹어본듯한 맛의 이유 by 고선생

요즘 시간날 때 경리단길 가는 재미에 푹. 두번째 맥파이 방문이었다. 맥주제조의 자유화시대(?)에 걸맞게 이태원 경리단길 부근은 여기저기 맥주집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것도 한 때 지나가는 유행일는지 이 곳의 명물로 계속 이어질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요식업계 유행을 생각해보면 전자같긴 해도 술은 또 다른 얘기인데다가 여긴 외국인 방문비율도 많으므로 맥주거리는 계속 유지될 듯. 많은 곳이 있지만 처음 방문한 곳이 맥파이였던만큼, 다른 곳은 잘 모르기도 해서 재방문이다.

첫 방문때엔 식사 후에 맥주만 마시러 왔지만 이번엔 여기의 또 하나의 명물이라는 피자도 먹으러 왔다. 치맥에 이어 '피맥'의 발상지이기도 한 피맥의 메카이기도 한 여기..
하도 사람들이 피맥 피맥.. 그리고 여기 맥파이가 맥주도 맥주지만 피자 먹는 맛에 간다는 소문을 듣고 나름 기대를 하기도 했다. 가장 기본인 9000원짜리 치즈피자를 주문했다. 근데, 피자가 딱 나오자마자 그 비주얼부터 굉~~~장히 내 눈에 익은, 너무나 익숙한 비주얼에 아, 이걸 어디서 봤더라.. 하는 뇌운동 시작과 함께 절로 손은 한 조각째로 향했다.
비주얼만큼이나 그 맛 역시도 내가 비주얼만으로 익숙했던 그 혹시나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입으로 넣은듯한, 딱 예상한 그 틀림없는 맛이 났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약 95% 이상의 확신을 가지고 하는 얘기이며 그만큼 나의 미각과 촉에 자신이 있긴 한데 만에 하나라는게 있으니까 5%의 보험은 남겨둔다. 100%라 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내가 주방에 들어가본게 아니니까..


일단, 내가 느낀 익숙한 맛의 정체란, 독일 유학 당시 참 많이 먹었던 '마트에서 파는 냉동피자' 맛이었다. 그래, 절대로 도우를 직접 반죽하고 그때그때 토핑을 얹어 만드는게 아니라 이건 냉동 완제품이라는 확신어린 추정이다. 유학 시절 요리하며 살긴 살았어도 간편하게 참 많이도 사먹었던 냉동피자다. 오대수의 15년 군만두 먹은 공력에까진 못 미쳐도 내 맛의 기억속에 깊게 자리매김한 그 맛은 틀림이 없다. 냉동피자의 증거는, 피자 끄트머리가 바삭하다. 이건 냉동된 피자를 오븐에 구웠을 때의 결과물이다. 또한 위에  치즈가 올려진 모양새가 딱 냉동피자 기성품의 그것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6년동안 유학중에 심심찮게 사먹었던 냉동피자인지라 치즈가 녹은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다.

"냉동피자면 냉동피자지 굳이 '유학시절에 사먹었던'이라는 수식어를 뭐하러 붙이는거냐", "허구한날 과거에 사로잡혀 독일독일 그러는거 알겠는데 굳이 냉동피자까지 유학시절과 엮으려는 거냐".. 라는 등의 비판이 생길 것 같아서 이유를 대자면, 이 냉동피자의 맛은 분명 서양의 냉동피자 맛이기 때문이다. 냉동피자라고 다 같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만드는 냉동피자의 맛은 외국보다 훨씬 못하다. 절대로 그 맛은 아니다. 때문에 여기가 냉동피자가 확실하다면 분명 수입제일것이다. 한국식 냉동피자와 외제 냉동피자 맛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토마토 소스다. 한국의 냉동피자는 다소 달달한 소스맛이 특징인데 소스맛에서부터 이건 외제임이 확실했다.

그냥 베이스메뉴인 치즈피자만 먹어본거라서 다른 피자 메뉴들 역시 냉동피자일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치즈피자에 한해서는 확신에 가까운 추리가 가능하다. 그만큼 익숙하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스러운게, 다른 블로그들 맥파이 피자 먹은 사진들 찾아보니 냉동피자스럽지 않은 비주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직접 만들어서도 병행판매하는건지는 모르겠다. 메뉴따라 냉동도 있고 아닌것도 있는지. 아니면 직접 만들긴 하는데 그걸 일괄적으로 냉동시켜서 보관했다가 주문 들어오면 바로 굽기만 해서 내오는건지.

그런데 지금 쓰는 글이 맥파이 피자에 대한 어떤 비판적인 내용이라거나 하는게 아니다. 아니 뭐 피자 전문점도 아니고 맥주랑 먹는 안주 격으로 파는 피자인걸. 그리고 결정적으로 맛있다. 맛은 있어! 냉동피자가 맞다고 해도 맛있는건 틀림없으니까. 난 그저 너무나 익숙한 나의 감각에 의거하여 확신을 가지고 피자의 정체에 대한 추리를 해본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5%의 여지를 남겨둔만큼, 혹여 냉동피자가 아니라고 해도 그건 나의 미스인것일 뿐이고..

여기서 처음 피맥을 즐기러 가서 처음으로 피자를 주문해 먹어봤다. 솔직한 나의 감상으로는 확신이 들 정도로 과거 내가 외쿡살이 때 많이 먹어봤던 그 맛의 재현에 드디어 여기 피자맛의 정체를 추정할 수 있었고, 그 맛이란 많은 이들이 만족하는만큼 나 역시도 만족스럽다. 단지 100% 냉동피자가 맞다면 아무리 조리해서 주는거라 해도 만원에 육박하는 치즈피자의 가격은 독일에서 내가 먹었던 냉동피자의 마트 구매가에 비하면 심하게 비싼거긴 하지만, 한국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



덧글

  • Sagers 2015/03/10 23:57 #

    아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매장에서 수제로 만들려면 역시 만원을 초과하는 가격은 받아야하죠. 여긴 생맥주 위주라서 안주는 간단하게 돌리는 듯 해요. 포터 추천합니다~
  • 고선생 2015/03/11 18:09 #

    그래도 '수제'로 만들어 팔고있음에도 불구하고 5000원 받는 피자스쿨의 꿀가성비를 생각하면.....ㅋ
  • 닥슈나이더 2015/03/11 17:48 #

    그냥 코스트코 냉동피자 아니었나요???
    전 당연히 그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원래 피맥, 피와는 집에서 TV 보면서 하는게 진리긴 하죠...^^;;
  • 고선생 2015/03/11 18:09 #

    아 그게 맞아요...? 설마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거였어요..?
    전 제 경험에 입각한 입맛에 의거하여 유추해낸 사실이긴 한데..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면... 음 괜히 오버했네요;;;
  • Gony 2015/04/29 23:44 #

    맥파이 자주 갔었는데 반죽을 직접 치는지 까지는 몰라도 도우 가지고 직접 펴서 만들어요. 냉동은 아니에요. 바에 앉아서 만드는거 보면서 맥주 자주 마셔봐서... ㅎㅎ
  • 고선생 2015/04/30 00:36 #

    직접 만듬에도 냉동피자와 흡사한 맛을 낸다는것도 재주는 재주군요 ㅎ 근데 묘합니다. 사실 다른 블로그 등에서 찍은 사진을 볼 땐 비주얼만으로도 냉동피자라 예상 못했는데 제가 갔을땐 유독 비주얼에서부터 냉동피자임을 확신했거든요. 병행하는건지.. 미리 만들어두고 냉동했다 쓰기도 하는건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