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열흘간 살다 온 독일 1 by Jin

2014년 5월에 다녀온, 1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이야기를 뒤늦게 올립니다. 당시엔 이글루스 활동을 하지 않던 때라..
따라서 당시의 시점대로의 글입니다. 이 이야기는 잠시 옮겨있던 다른 계정 블로그에서 썼었으니까요.
이제 다시, 완전버전으로 완성합니다.



0. INTRO
반포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인천공항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꽤 이른 시간에 나온거지만 전혀 피곤함 없이 몸과 마음 모두 가뿐합니다. 유학시절 한국에 놀러왔다가 다시 독일 돌아가야 했을 때의 '아쉬운 것들 두고 떠나야 하는 심정'같은 아쉬운 마음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설레입니다.

아무리 설레고 에너지가 넘쳐도 10시간이 넘는 비행은 고역. 이게 참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게 되니까는 어릴때보다 장거리 비행이 힘든게팍팍 느껴져요. 즐거운건 즐거운거고 힘든건 힘든것..

그래도 고생끝에 도착한 독일 프랑크푸르트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향한 곳은 동생이 살고 있는 하노버입니다.

하노버의 어느 한적한 동네.. 도르트문트에서 유학 당시 이따금 찾아갔던 동생네 이 동네지만 이번 독일행에서는 일주일 이상을 머물었던 이 곳입니다. 녹음이 울창하고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1년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물론 치유까지 될 것 같습니다.

동생네 집 창문에서 보이는 집 뒤뜰. 물론 다세대 주택의 공동공간이지만 마치 내 집 뒷마당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간만에 우리 프라다와도 동고동락. 못 본 새에 어색해졌는지 다시 친해지는데 꽤 오래 걸렸어요. 낯가리네 얘..(쳐다보고 있는건 동생쪽)

그렇게 하노버에서 머물었던, 저의 이야기입니다. 
(사진: 하노버 중앙역 앞에서 아이스크림 흡입중)
(부연: 일 스트레스로 빠졌던 살이 도로 엄청 쪘던 작년 5월의 돼지 자태이니 참고바랍니다. 지금은 다시 뺐습니다;)


직장 퇴사를 하고 34년 인생 중 12년을 살았던, 저의 고향과도 같은 독일로 휴식차 떠났습니다. 2012년까지 당연하게 살고 있던 독일을 떠나와 한국에서 지냈던 2013년은 많은 것을 얻은 것 못지 않게 많은 것을 앗아갔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웃음을 차츰 잃어가게 했던 나날들이 많았던.. 그닥 좋지 않은 1년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직장 탓이 컸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 마냥 불만투성이로 영혼없이 살았던 1년이었죠.

어쨋든 좋은 기회가 생겨,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그 사이에 저는 독일행을 택했습니다. 독일을 저의 고향이라 하기엔 무리없는 것이, 4살부터 살았던 곳이니까요. 

도착한 독일은 마치 엊그제 왔던 곳 마냥 너무도 여기저기가 낯설음 없이 익숙하기만 하고 독일 오니 일년간 한마디도 안 하던 독어도 술술 튀어나오고 어느 하나 헷갈림 없이 능숙하게 찾아다니고 할만큼, 마치 1년간을 외지에 나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온 듯한 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독일행의 이야기는 '열흘간 살다온 독일'이지요.
딱히 뭔가를 하러 가기보다도, 동생집이긴 하지만 현지 집에서 머물면서 말 그대로 '살다 온' 느낌의 독일일정이었으니까요. 열흘 남짓 뿐이었지만 그냥 전에 살던 그대로 전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1. 숲속의 마리엔부르크 성

도착한 다음날 바로 향한 곳은 마리엔부르크 성입니다. 보통 독일여행책자에서도 소개된걸 본 적은 없고 아마 소개되더라도 유명한 곳으로 나오진 않을것입니다. 저도 이번에 이 곳의 존재를 처음 알았거든요.

하노버 근교 20키로 정도 지점에 있는 숲속의 마리엔부르크 성은 과거 하노버왕국의 별궁이라고 하는군요. 자동차를 타고 이 성이 있는 숲 근방까지 왔을때도 전혀 성이 보이지 않다가 숲속길을 향해 걸으니 이렇게 성이 나타나네요. 과연 이야기 속의 숲속 작은 성과 같습니다. 보통 그런 '숲'이 나오고 '성'이 나오는 민화들이 독일 출신인 이야기가 많은 편이죠. 그만큼 독일인들은 숲을 사랑한답니다.


현재 이 성은 여전히 그 왕가의 후손들이 소유중이며 그 안 뜰은 이렇게 레스토랑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성 내부도 돌아다녀보고 싶었지만 엄격하게 정해진 시간의 가이드투어로만 방문이 가능하고 자유로이 다닐 순 없게 되어 있어서 그냥 이렇게 안쪽만 간단히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 바깥으로 나서면 그대로 숲속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성이 아니더라도 독일사람들은 숲속 산책을 매우 즐겨하지요. 숲이 많은 독일이기 때문인지 숲속 산책과 숲속의 피크닉, 숲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독일인들의 문화 전반에 드리워진, 숲과 뗄 수 없는 나라, 독일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독일의 숲속을 만끽하며 거닐었지요.

짧은 나들이를 마치고 독일에 왔으니 바로 독일식사를!! 이라는 강력한 뇌 속의 명령에 따라, 독일 안에선 꽤 유명세 있는 맥주 레스토랑인 파울라너를 방문했습니다.

독일인의 소울푸드(?)인 슈니첼과

슈바이네 학세는 한국에서 어느정도 유명해졌지만 아직까지 국내 인지도는 없는 아이스바인! 사실 전 학세보다 아이스바인을 더 좋아하지요.

남기면 벌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깨끗이 먹었습니다. 본토에서 먹는 아이스바인이 오랜만인데다가 제 식습관이 워낙 마무리가 깔끔하거든요.
독일 도착 이튿날부터 완벽히 독일스런 헹보로 마무리된 성공적인(?) 날이었습니다.



2. 북독일의 동화마을 첼레

마리엔부르크 성 한번 후딱 갔다온 건 맛배기고, 다음에는 하루 잡고 니더작센 주 안에 있는 작은 소도시 두 곳을 여행한 날입니다.
둘 다 제가 가보지 못한 도시라서 의미가 있는 곳인데다, 소도시라 하루에 두 탕 뛰기도 괜찮았구요. 독일에서는 주마다 DB(독일철도) 광역철을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있는데 이 티켓을 보람있게 사용한 날이기도 합니다.

아침 일찍 나와 하노버 중앙역에 즐비한 샌드위치집 중 하나를 골라잡아 재빨리 해결한 아침식사. 이것도 참 오랜만이지요.

향한 곳은 첼레(Celle)라는 도시입니다. 사진은 참 작은 첼레 중앙역. 유럽여행 책에는 나오지 않는 도시고, 독일여행 책에서도 비중있게 다루는 도시는 아닐 정도로, 유명도시급은 아니지만 제가 돌아다녀본 독일 중에서 옛모습을 잘 보존해놓은 곳으로 치자면 1,2위를 다툴 정도로 과거의 독일 모습을 볼 수 있는 도시이며, 그 보존된 조경이 이쁘기까지 한 곳입니다. 

그러니까.. 많은 독일 여행자분들이 '로텐부르크'가 참 이쁘다 하시는데요, 남부에 로텐부르크라면 북부엔 첼레라고나 할까요. 남부독일 특유의 살짝 부한 느낌은 없이 담백하며 같은 소도시지만 유명관광도시다운 화려함을 구축해놓은 로텐부르크와 달리 이곳은 옛모습 안에서 살고 있는 독일사람들의 일상이 편하게 다가오는 그런 곳입니다.

날씨가 참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독일 방문한 열흘 남짓동안 맘먹고 투어한 날은 몇일 안 되는데 그 몇일이 다 날씨는 좋았습니다.

첼레의 구시가가 시작되는 초입입니다. 아예 건물들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버립니다.

특별한 관광명소가 있는게 아니라, 이렇게 옛모습 간직한 시가지 그 자체의 모습이 사람들의 눈을 이끄는 옛 독일의 매력이죠. 독일의 많은 도시들이 구시가를 품고 있지만 첼레는 그 중에서도 상당한 보존도를 자랑합니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그 도시에 즐거워하고 호기심있어하는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잖아요.

저 뒤로 솟아오른 교회의 첨탑은 첼레에 오기로 계획짜면서부터 아 땀 좀 흘리겠구나 맘먹게 된 곳입니다. 저기가 유일하게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니까요.

좁은 골목들이 즐비한 옛거리 안에서도 유일하게 탁 트인 곳이 있다면 교회와 시청이 함께 있는 이 곳의 광장입니다. 유럽의 옛도시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곤 하는 교회나 성당, 시청앞이 광장으로 조성되어 있죠.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교회의 내부는 이렇지요. 별다른 특징이 있는 교회는 아닙니다.

교회 방문목적은 단연 최상층부 전망대로 오르기 위해! 1유로를 내야 합니다.

이보다 더한 높이의 대성당도 오르곤 했던 젊었던 때가 무색할만큼 지금의 저는 고작 이 높이 오르는것도 헉헉댔지만.. 그래 나 나이들었다. 그래도 이런 곳이 있으면 꼭 오르는 이유는,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전경은 아래에서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약속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럴만한 기대를 주는 도시이기 때문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쁜 도시니까 욕심나죠.

높은곳에 올라 내려다보는 첼레의 구시가는 좋은 날씨와 더불어서 정말 예뻤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자동차 등의 현대문물들만 없다면 그냥 예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쁘장한 마을인거에요. 외국 나들이갈때마다 이런 모습에서 감상을 넘어서 부러움이 강한 이유는, 한국에는 없는 도시의 보존된 옛모습들이 여기서는 너무나 당연하다시피 잘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부러워 죽겠습니다.

실컷 보고 찍고 다시 살금살금 내려갑니다. 좁디좁은 나선형 계단이라 좀 후덜덜하기도 해요. 그나마 새로 만들어놓은 철제 계단이라 안심이지, 계단마저 예전처럼 삐걱대는 계단 그대로면, 그게 오리지널이라는 의미는 있겠으나 더더욱 좁아터져서 저처럼 거구는 이동력이 떨어지니까요.

내려오는 도중에 종도 보고..

첨탑은 뻥 뚫린 공간입니다. 그 한켠에 세워진 좁은 나선형 계단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는거죠.

점심시간은 교회 앞 광장에서 먹는 독일식으로. 딱 보니까 고깃집이 있는거에요.

한국식으로 치면 '정육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고기만 취급하는거고 독일에서는 생고기와 그 생고기보다 더한 종류의 수많은 가공육(부어스트 등)들, 그리고 그 가공육을 조리해서 팔기도 하니까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요.

암튼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구운 덩어리슁켄을 두껍게 썰은것과 구운 감자슬라이스, 사(자)우어크라우트. 비주얼과 구성만으로도 퍽이나 독일독일스럽죠.
독일에선 참 친숙하고 평범한 그러한 조합의 간편식입니다. 간만의 그리움을 해소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다시 구시가 시작부로 나와서 앞에 펼쳐진 궁전의 정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첼레방문의 오전을 마무리합니다. 좋은 날씨와 예쁜 옛도시, 그리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거의 1년 이상 만에 다시 하는 자유 독일 여행. 오후 일정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3. 힐데스하임, 완벽히 보존된 과거


첼레를 둘러보도 거기서 점심까지 먹은 후 오후 일정은 거기의 또 가까운 도시인 힐데스하임(Hildesheim)을 둘러봅니다.
첼레와 마찬가지로 독일 안에서도 메이저하고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에요. 볼 곳이 많지도 않구요. 실제로 관광객도 거의 못 봄. 그래도 하루안에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무한 기차 이용권이 있는만큼, 새로운 곳 가보기로 합니다.

가보니 첼레와는 또다른, 구시가의 보존이 잘 된 올드타운이 매력적이더군요. 그래도 번화가는 많이 현대화되었지만 사진에 보이는 곳이 시청앞 광장인데, 이곳만큼은 옛모습이 완벽하게 남아있고 옛건물을 그대로 사용중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특유의 목조건물이 매력적인 시청광장 주변. 화려함은 없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과 현대와의 어우러짐이 자연스럽습니다.
노천카페도, 은행, 각종 상점 등이 옛건물에 그대로 입점되어 있지요.

특히 독일 여기저기를 가봤지만 이 곳의 건축양식이 또한 특이했는데요, 위로 갈수록 앞으로 쏠려나오는 특이한 건축양식이었습니다. 이건 첼레에서도 본 바 있구요. 또한 목조건물 치고 외벽에 디테일한 장식이 가득한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니더작센주의 옛날부터 내려온 건축양식의 특징인듯 하네요.

교회도 당연히 있죠. 어느 도시에 가도 다 있습니다. 특별한 존재는 아닙니다. 한국에도 어느 동네, 어느 마을을 가든 중국집하고 치킨집은 있잖아요?


현대건물화된 쇼핑번화가도 있지만 규모는 상당히 작습니다. 역시 소도시다운 규모지요. 


다음편으로.. 이어질까요 말까요.




덧글

  • 글쓴이 2015/01/28 12:34 #

    성과 숲, 깔끔한 거리들
    선명한 사진이 고스란히 전해주네요.
    떠나고 싶어집니다;;; 흑ㅜㅜ 아직 수요일

    + ~지요 라고 어미가 반복되니까 미묘한 캐릭터가 생겨나는 거 같아요^^;;;;
  • Jin 2015/01/29 14:31 #

    ㅋㅋ 그런가요. 특이한 어투였던건가..ㅎ
    저 때 지금은 팔아버린 미러리스로 찍은거긴 한데 솔직히 사진들이 좀 맘에 들진 않아요..--
    역시 손에 익숙한게 정답인건데. 무거워도 쓰던 카메라 가져갈걸 후회중이에요.
  • momm_o 2015/01/28 13:55 #

    이어져주세요 현기증나뇨 얼른요ㅠㅠㅠㅠ
  • 1200번 2015/01/28 16:49 #

    스크롤 내리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 닉네임 2015/01/28 17:22 #

    이어져주세요 완전재미나요 사진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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