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애슐리 간 불금 by 고선생

원래 혼자 식사 잘 한다. 그건 혼자 먹는게 아무 이상할 것 없는 나라에서 꽤 긴 시간 살면서 더욱 당연해졌다. 
한국에서는 나의 주체성보다는 남의 이목에 더욱 민감한 캐릭터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쓸데없이 남의 행동거지에 섣부른 판단을 내려버리는 캐릭터도 국민정서라 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그거에 연연하지 않고 아무리 내가 혼자 잘 먹는다 해도 혼자 먹는 식당의 형태는 어느정도 선이 정해져있었다. 이건 아무리 신경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구조적으로 혼자 먹기엔 무리가 있는 식당의 탓도 있다. 심지어 최소 주문단위가 2인분인 식당메뉴도 적지 않으니, 혼자 먹기 난이도 최하는 역시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1인 단품메뉴를 시킬 수 있는 일반 식당이 그 외의 대부분의 형태라 할 수 있다. 

혼자 먹는건 아무 상관없어! 하지만 혼자 가서 먹는거 자체가 좀 불편해! 라는 이유에서, 먹고싶음에도 가지 못했던 곳은 첫번째, 고깃집이었다. 그런데 숯불구이 고깃집이야말로 딱히 혼자 가서 먹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것도 사실인것이, 혼자 불판을 차지하고 혼자만의 양을 먹는건 숯불의 효율에 맞지도 않아 낭비가 심하다 생각되고, 내가 아무리 혼자 잘 먹는다지만 남과 같이 먹는걸 굳이 꺼리는 사람도 아닌데 이런 고깃집류는 다수와 함께 먹는게 먹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혼자는 굳이 갈 생각이 없다. 난 누구와 함께 먹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 혼자 먹는것에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두번째는 부페. 부페에 어떻게 혼자 가~ 라는 생각을 했던건 유학 이전이다. 부페야말로 어려서부터 무슨 좋은 일이 있을때나 가족행사, 조금 거하게 즐기는 가족외식 등으로 가족과 함께 가는 곳이라고 머릿속에 정립되어 있었고 20대가 되어 친구들끼리 부페 가는것도 초창기엔 좀 어색했다. 그래도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 전후부터는 한국에선 부페식당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시기로, 빕스를 필두로 시작된 부페식당의 캐주얼화와 대중화는 어릴때 부페=비싼 호텔 이라는 공식을 깨주었던, TGI나 베니건스와 마찬가지로 그냥 대중적인 패밀리레스토랑중의 하나 라는 인식으로 만만하게 생각하기에 충분해졌다. 그럼에도 부페는 어려서의 경험 그리고 단 한번도 혼자 즐겨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지라 굳이 혼자 가겠단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 생각은 독일에서 살면서 산산히 깨져버렸고, 워낙 혼자 뭘 먹든 당연하고 누구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의 생활은 부페에도 혼자 가서 몇 접시 비우고 나오는게 거리낌이 없어졌다. 부페식당이 워낙 많은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부페식당은 크게 대중화된 정도는 아닌데, 제일 눈에 많이 띄는건 중식부페다. 
중국사람들이 운영하는 중식당들은 으레 부페식당의 형식을 많이 갖춰서 여러가지 요리를 늘어놓고 일정금액을 내고 먹고싶은대로 즐기게 하는 식당인데 한달에 한두번은 꼭 가는 곳이었다. 한국과는 거의 겹치는 메뉴가 없는 독일의 중식이지만 딱 먹어보면 아 중국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라는건 중국음식의 신기한 점이다 랄까.ㅎ 한국에선 베이징덕 외엔 오리를 중화식으로 즐기는 식문화가 없지만 독일 중식에서는 오리가 상당히 메인급의 재료로 여러가지 요리화 되는데, 바로 이 중화풍 오리요리를 먹고싶어서 들르곤 했던 중식부페였다. 아무리 독일이라 해도 어느 식당을 가든 혼자 온 손님보단 여럿이 온 손님 비율이 더 많은건 당연하지만 혼자 온 손님도 그 어떤 거리낌 없이 맘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집 근처에 애슐리가 생긴 후로.. 지난 금요일엔 그 애슐리에 첫 방문한 날이자 한국에서 부페에 홀로 온 첫경험이었다. 알고보니까 홀로식사족들에게는 이런 캐주얼한 부페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와서 즐기는게 일반화되어있는듯한 분위기. "혼자 애슐리 온 패기!" 라면서 이 사진 찍어서 카톡 보내니까 "헐..? 오늘 나도!" 라면서 애슐리에서 혼자 먹은 영수증을 찍어 답신주는 친구의 카톡을 보면서 찌찌뽕의 하루를 보냈다는 우연도 우연이지만, 아~ 나 혼자 그냥 부페 혼자 가는게 습관 안 됐었던거지, 크게 특별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독일에서 하도 당연하게 혼자 갔던 부페인지라 나 외의 모든 테이블이 최소 2명 이상의 손님구성일지라도 2인석에 앉아서 앞의자에 가방이랑 외투 걸어두고 혼자 스마트폰 만지작대며 애슐리의 음식을 먹는 기분은 하나도 어색함이 없었다. 이로서 고기집 외에는 혼자 가지 못할 식당은 전무! 전골이나 매운탕 먹으러 갈게 아니면.

참 그러고보니 애슐리란 곳은 그정도 가격에 샐러드바만 먹기엔 빕스보다 낫다 싶은 메뉴도 꽤 있더라고. 하지만 빕스가 자랑하는 타코와 또띠아는 없지.

그치만 그 타코와 또띠아도 빕스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던 씨즐러가 빕스보다 한수 위였다고. 암.
빕스는 훈제연어 덕에 떴지.


근무시간 중에 내가 찍은 애슐리 사진 보면서 배고파지누나..









덧글

  • 틸더마크 2014/01/13 17:08 #

    애슐리 좋죠 +ㅅ+ 사진보니 저도 땡기네요 ㅎㅎㅎ
  • 고선생 2014/01/14 09:44 #

    전 2013년 귀국하여 그때부터 애슐리를 처음 가봤드랬죠..
  • 아느 2014/01/13 18:08 #

    저희 어무이도 애슐리를 종종 혼자가세요. 드시고 싶으시다고!!! 딸내미랑은 시간 안맞아서 못가겠다고 ㅋㅋ 아직 샐바를 혼자가본 경험은 없지만 왠지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
  • 고선생 2014/01/14 09:45 #

    ㅋㅋㅋ 근데 혼자 갈만하더라구요. 분위기가 그래요. 캐주얼한 분위기인데다가 계속 앉아있는것도 아니고 분주히 움직여서 가져다먹어야 하다보니까..
  • 2014/01/13 18: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14 09: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Erato1901 2014/01/13 19:04 #

    고선생님 짝짝짝..... 사실 저도 그 한국적인 정서 때문에 아주 오래동안 레스토랑에는 혼자 못갔답니다. 우스운것은 저는 혼자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갑니다. ( 웬만한 한국여자로서는 기겁을 하는 상황이죠) 자주 표를 예약하고 표를 받으러갈때마다 이거 뭐 잘못된거 아냐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표가 근데 한장이네..' 라고 합니다. 저는 웃으면서 ' 한장 맞아요.. ' 라고 하죠. 근데 식당에서 밥은 혼자서 못먹겠더라고요...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할때도 패스트푸드나 카페에서 연명을 했죠. 나중에는 활동량을 많은데 배가고파서 하루는 너무 힘들었죠.. 나중에 배는 고프고, 패스트푸드는 싫고 해서 철판깔고 레스토랑에서 먹기 시작했는데 그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에는 쉽더라고요.. 요즘에는 그냥 혼자갑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고기집에 혼자가는 지인이 있는데 보통 안 받아준대요... 보통은 ' 기본 3인분은 먹어요.. ' 라고 설득을 해도 그냥 혼자는 안된다고 하더랍니다.
  • 고선생 2014/01/14 09:51 #

    전 먹는건 정말 거리낌 없어요. 레스토랑도 혼자 잘 가고요 뭐.ㅎㅎ(쇼핑, 영화 같은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음!ㅋㅋ)
    근데 고깃집이 경우엔 글에도 썼지만 굳이 혼자 가서 먹고싶다는 생각 자체는 잘 들지 않아요. 그런덴 아무래도 여럿이 가서 함께 구워먹는 분위기가 있어줘야 더 즐거운 식사자리기 때문에.. 혼자 고기를 먹는다면 스테이크를 먹는게 더 좋아요. 그리고 말씀대로 어차피 고깃집은 그렇게 다수 손님 기준으로 메뉴가 정해진 곳이 압도적인데다가 찬 가짓수도 많아서 혼자를 잘 안 받아주기도 하겠구요.
  • ranigud 2014/01/13 20:32 #

    열흘쯤 있었던 어느 사무실 사장님께서는(직원이고 뭐고 없이 덜렁 부부만 있던....) 매일 토다이를 가서 혼자 점심식사를 하시더라는.... 영수증 정리하라고 하셔서 하다가 보게 되서 안 거였지만....;;;
    아마 애슐리프리미엄 매장에는 타코나 또띠아가 있을거에요.
  • 고선생 2014/01/14 09:54 #

    인건비가 안 들면서 벌이는 꽤나 쏠쏠한 사장님인가보군요.ㅎㅎ
    그러고보니 애슐리가 라인이 여러개 된다 들었던것 같긴 한데 전 그냥 '애슐리'만 가봤네요.
  • 젠카 2014/01/13 21:08 #

    애슐리가 점점 뜨고 음식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요즘은 정말 빕스에 어떤 메리트를 못느끼겠더군요. 몇몇 특별한 메뉴가 있다 하더라도 그정도 돈을 더 내고 가야하나 싶은... 가격대비(특히 평일!) 즐기기엔 애슐리가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 고선생 2014/01/14 09:55 #

    빕스는 샐러드바에서 말그대로 '샐러드'가 애슐리보단 좀 나아보인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반면 애슐리는 뜨거운 음식들이 더 내실있고요.
  • 키르케 2014/01/13 21:30 # 삭제

    저는 가끔 부페야말로 혼자 가기 좋은데라고 생각했었어요... ^^;;
    그게... 음식 가지러 계속 왔다갔다 해야 하고, 상대방이랑 같이 접시 비울 타이밍에 움직이자고 기다리는것도 그렇고... -_-;;
    내가 이상한건가 했는데...
    제가 사는 동네에 디너에 가면 산더미처럼 대게 다리를 쌓아놓는 곳이 있는데, 가끔 가면 혼자 오셔서 대게 다리만 열심히 드시다 가시는 분이 제법! 됩니다 ㅎㅎㅎ
    사진보니까 저도 애슐리 가고 싶어지네요... 가성비 대만족이었는데! 담에 한국 들어가면 가야겠어요 ㅎㅎ
  • 고선생 2014/01/14 11:32 #

    맞아요. 계속 왔다갔다 하잖아요.ㅎ 정말 부페야말로 혼자 가기 딱이네요.
    대게 다리라면 토다이나 바이킹같은.. 해산물 많은 부페인가봐요. 한국의 해산물 및 초밥 부페 1세대인 무스쿠스를 오픈당시 갔던 거 외에는 다시 가본 일이 없네요..
  • ㅎㅎ 2014/01/13 21:56 # 삭제

    전 빕스도 애슐리도 곧잘 혼자가는데 ㅋㅋ 중국집은 아직 시도 못해봤어요 언젠간 중국집가서 혼자 짜장면을 먹고싶네용
  • 고선생 2014/01/14 11:33 #

    어라 중국집이야말로 난이도 최하 아닌가요?ㅋ 중국집은 전 초딩 중딩 당시에도 혼자 가서 짜장면 먹고 오고 그랬는데..
  • osoLee 2014/01/14 09:12 #

    완전 공감합니다.
    한 8년은 외국살다 와서 그런지 제가 혼자 밥 먹는 걸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왜 그렇게 남의 시선에만 신경쓰고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고깃집까지는 다녀와봤고 패밀리 레스토랑까지는 혼자 못 가봤는데 한 번 가보렵니다.
    정말 공감됩니다!!
  • 고선생 2014/01/14 11:35 #

    쓸데없는 남걱정과 고정관념 불탈피는 아마도 오랜 한국식 전통으로 앞으로도 영원할듯 합니다.ㅎ 문화차이죠 뭐.
    고깃집은 뭐.. 혼자 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고 레스토랑은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혼자 잘 다녔네요. 지름이 버거킹의 와퍼 지름 정도 되는 작은 미니화로같은거 1인 테이블마다 구비되어있는, 그런 1인용 고깃집같은거 만들면 홀로식사족들에게 인기 짱일듯 한데..
  • 어떤날 2014/01/14 17:31 #

    혼자가서 양껏 먹고 올 수 있겠네요.
    왜..생각을 못 했을까요?
  • 고선생 2014/01/14 18:33 #

    네. 어찌보면 더 편하구요. 혼자 먹는 식사에 오히려 최적이지 않나요?
  • 아카시스 2014/01/14 18:11 #

    전 1n년 전인 중학생 때부터 혼자 영화도 보고(그것도 돈 없어서 조조로...;)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그랬는데, 당시엔 이렇게 혼자 다니는 걸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엄마도 "넌 무슨 독불장군이길래 혼자 청승맞게 그러고 다니냐...친구 없냐?" 라고 하실 정도. 그래도 요즘엔 '혼자 문화'가 발달된 편이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많이 줄어서 예전보다 편하긴 하지만, 아직도 혼자 국내여행 하기엔 많이 불편하더라구요ㅜㅜ 특히 지방일수록 1인 손님을 냉대하는 경향이ㅠㅠ
    아, 덧붙여 저한테 뭐라고 하셨던 엄마는 요즘 본인이 혼자 잘 다니십니다. 신경 쓸 사람도 없으니 만고 편하다고 하시면서^^;
  • 고선생 2014/01/14 18:33 #

    별로 안 중요한 얘기지만 '1n년'을 '일는년'이라고 읽었어요 ㅋㅋㅋㅋㅋ;

    혼자 문화가 발달하긴 했어도 여전히 압도적으로 혼자면 이상한 시선이 존재하고 혼자 뭘 함에 있어 못견뎌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더라구요. 그건 정서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시스템적 장치의 한계 때문이기도 할거고..
    혼자 즐긴다는게 함께 하는게 싫어서가 아니거든요. 다만 가끔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는거고 함께도 좋지만 '혼자도' 문제없다 라는건데.. 그걸 가지고 문제삼을 건 없는데 말이에요.ㅎㅎ
  • 2014/01/17 18: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0 11: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쵸코찡 2014/01/29 20:44 #

    저희 동네 애슐리는 동네 아주머니들 마실나오시는 곳이라 언제나 시끌벅적해요 ㅎㅎ 하지만 야채 샐러드가 맛있어서 종종 갑니다. 샐러드바에서 진짜 '샐러드' 가 맛있는 곳은 의외로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긴 고기느님이 옆에 계시는데 야채가 눈에 뵐리가...
  • 고선생 2014/03/04 09:18 #

    저도 샐러드보단 덩어리류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걸요 ㅎㅎ
    샐러드바가 말 그대로 고품격 샐러드로만 채워진 곳은.. 없는듯 해요. 아예 채식주의자를 위한 곳이라면 모를까 한국에서 채식주의자의 위상은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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