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마파 두부. 어떻게든 응용의 욕심. by 고선생

이번에 만든 음식은 번데기를 사용한 마파두부입니다. 요리 이야기 전에 읽기 귀찮을 긴 글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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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 살다살다 정말 이 번데기란게 다이어트식으로 각광받고 하는 시대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익히 곤충식이 단백질덩어리란거야 상식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형태상 꺼려졌던게 사실이고 제 어렸을 때만 해도 메뚜기 튀김이 수퍼에서 버젓이 팔고 있었지만 그것도 점점 사라지면서 퇴화되는 먹거리, 곤충이란 중국 길거리에서 튀겨 팔거나 원주민들이 나무 속을 파서 빼 먹거나 한국에서는 어디 행사라도 있으면 길거리에서 요상한 냄새를 풍기며 절로 고개를 돌리게 하는 번데기가 전부인걸로 생각했는데, 그 번데기가 요새 재조명을 받는 것 같네요. 역시 건강에 좋다면 끝장나는거 같아요.ㅎ

번데기를 검색해보면 고단백 저칼로리, 닭가슴살을 능가하는 다이어트 보조식품 등으로 인기인 것 같아요. 기타리스트 김태원씨도 번데기탕으로 버티며 다이어트한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었고. 영양적으로는 우수한게 사실은 사실인가봅니다.

전 평소에도 곤충류를 매우 싫어합니다. 유충이든 성충이든 가리지 않고 싫어요. 물론 개중에 형태적으로 마음을 끄는 것도 없진 않으나(무당벌레같은 귀요미) 기본적으로는 불호합니다. 눈에 띄는 곤충을 잡아 죽이는것 조차도 싫었고 손에 닿는 그게 싫었지만 자취 6년 하면서 그런건 일도 아니게 되긴 했구요. 나방은 물론 롱다리 집거미도 잘도 한방에 잡아 없앱니다.

그런데 곤충을 무려 먹는다구??? 그것도 징글징글한 애벌레가 만든 번데기를? 형태도 비호감인것이 냄새도 정말 고약했습니다. 이 냄새를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전 길 가다가 번데기를 끓여 팔고 있으면 일단 코를 움켜쥐거나 숨을 잠시 멈춥니다. 그 냄새는 정말이지 너무 싫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맡았던 어떤 냄새와도 비교할 수가 없어요. 독보적인 비호감이죠. 아마 이런 제가 벌레튀김으로 유명한 중국에 가면 기절할지도요. 번데기를 '식품으로서' 난생 처음 본 저의 감상은 예전에 쓴 이 글의 쇼킹과 그 정도가 비슷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쨋든 지방이 없고 단백질 덩어리인데다가 포만감도 있다 하니, 그리고 요즘 서바이벌프로그램 등으로 곤충 먹는 장면이 여러번 전파를 타고(맨 vs 와일드를 시발점으로 정글의 법칙까지..) 하다보니까 어쨋든 저것도 먹을 수 있는 버젓한 식품이고 한데 한번 맛이나 볼까? 하는 용기가 무럭무럭 솟아오르더랩니다. 이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게 작년말, 올해초 즈음인걸로 기억합니다. 독일에서부터 나중에 한국에 언제 갈 지는 몰라도 가게 되면 번데기란거 한번쯤 맛이나 보자 생각하고 있었죠.
지난주, 용기를 내어 생전 처음으로 제 스스로 번데기를 수퍼에서 천얼마 주고 사온 저는 재능 스스로 어린이. 대량으로 파는 냉동번데기도 있다지만 캔 정도가 제가 맛보기엔 적당해보였습니다. 골뱅이로 유명한 회사에서 나오는거니까 왠지 믿음도 가고..

캔 뚜껑을 땄을 때 확 퍼지는 그 냄새는 바로 길거리에서 맡았던 번데기의 그 악취 바로 그것이였습니다. 전 그게 무슨 양념인건가 싶었는데 그게 번데기 고유의 향취라는걸 깨닫게 되었지요. 냄새부터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하나 꺼내 입에 넣었습니다. 처음엔 뭔가 되게 이상하더라구요! 그 냄새는 냄새일 뿐일 줄 알았는데 맛도 그 냄새랑 똑같아!! 근데 하나를 어찌어찌 먹고 나니.. 뭔가 맛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서 또 하나를 먹어야 될 것 같았어요. 또 먹었지요. 이번엔 그래도 맛을 좀 음미하고자. 처음의 그 특유의 향이 지나고나니.. 특유의 잘깃잘깃한 텍스쳐.. 그리고 씹고 난 뒤에 은은히 느껴지는 고소한 맛? 점점 비호감과 호감의 요소가 동시에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자꾸자꾸 하나하나 집어먹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캔의 반을 비워낸 후였습니다.. 헐 대박.

어찌됐든 먹을만합니다! 그리고 기뻤던건 제가 취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식재료가 생겼다 라는 점이죠. 당장 이 번데기를 이용한 뭔가 음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번데기를 검색해보니 나오는건 그냥 먹는거, 그리고 번데기탕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 외에 거의 요리법이 없습니다. 뭐야 이게! 이거야말로 초정리 광천 블루 오션! 내가 번데기로 뭔가 만들어보겠어!

뒷맛은 고소함이 있지만 고유의 냄새는 좀 중화시킬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향신료로 지워야지. 당장 생각난게 볶음요리였고 이왕 볶음으로 한다면 매콤하면서 단백질을 더욱 보강한 마파두부에 사용해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마파두부에 두부와 다진고기도 들어가니까 고기 대신 번데기를 쓰는거죠.
번데기는 용감하게도 두 캔을 썼습니다. 마파두부이긴 하나 번데기가 주가 되는 음식이기도 하기에 만들어두고 저장해두면서 먹기로요. 번데기는 국물은 버리고 물에 깨끗이 씻어서 체에 받쳐 준비해두고, 두부는 연두부입니다. 마파두부에 쓰이는 두부는 연두부니까요.
파와 고추 볶기. 볶음요리의 첫 시작입니다.
일부러 처음부터 마늘을 넣지 않았습니다. 쉽게 타기도 하고, 고추와 파가 어느정도 볶아진 후에 번데기와 마늘을 동시에 넣어서 그 향이 좀 배라고 일부러 타이밍을 그렇게 해봤어요.
마파소스나 두반장과 간장을 섞어 넣어 볶다가 물을 부어 질척하게 만든 다음 물전분을 섞어 농도를 걸쭉하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연두부를 썰어 넣습니다.
연두부는 쉽게 부서지기에 젓가락이나 볶음주걱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팬을 흔들어 섞는게 제일 보기좋게 완성됩니다. 그래봐야 대부분 깨져버리긴 하지만 그 정도를 최소화하는거죠. 고루 섞이고 나면 불을 끄고 요리 완성.
완성된 번데기 마파두부! 
양이 얼마 안 되지만 먹어보니 굉장한 포만감입니다. 단백질 덩어리 번데기와, 그 못지 않은 두부까지. 양념과 어우러진 모양새도 나쁘진 않지만 번데기로 한 요리 자체가 범위가 너무 작다보니 희한한 비주얼이긴 하네요.
마파양념과 어우러진 맛은 먹을만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깨끗이 씻고 향신료를 넣고 소스와 볶아도 번데기 특유의 그 향은 완전히 지워지진 않네요. 워낙 강력하기에 다른 요리로 응용하기가 어려운 재료인가봅니다. 그렇다면 번데기를 쓴 요리의 관건은 그 특유의 향이 유지되면서도 어떤맛과 어우러져야 괜찮은 맛일까가 관건이네요. 중화풍 볶음은 괜찮았습니다. 서양식 요리같은데 응용하기는 좀 힘들어뵈네요.

쇼킹한 첫 만남, 번데기. 어느덧 저의 새로운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덧글

  • 나이틀리 2013/06/28 14:02 #

    ㅜㅜ 사진이 고퀄이라 주름 하나하나가 선명히 보이니..더욱...음,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ㅜㅜ
  • 고선생 2013/06/29 23:17 #

    사진이 고퀄이긴 하군요? 알아주셨다 ㅋㅋㅋ
  • chervil 2013/06/28 14:59 #

    음...어릴땐 잘 먹었던거같은데...그 짭자름한 국물도 그랬고요...
    지금은 좀 그렇군요;
  • 고선생 2013/06/29 23:18 #

    예전엔 싸구려 단백질 덩어리인 동시에 고기가 부족해 번데기로라도 단백질 보충한다는 이미지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뭐. 단백질이 넘쳐나죠.
  • ranigud 2013/06/28 15:39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왤케 비주얼이 웃음이 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국을 맵게 끓이고 번데기 넣으면 번데기탕이 됩니당.... 아...마도... ?
    어쨌든 한컵에 50원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엄마가 '먹어볼래?' 하고 사줘서 동생이랑 둘이 반컵밖에 못 먹고 버린 이후로 딱 두번밖에 안 먹었지만 그때보다는 먹을만 하더라구요. 근데 이것도 좋은 번데기를 끓인데서 먹어야지 시커멓게 오래된거 끓이면...;
  • 고선생 2013/06/29 23:20 #

    번데기를 다른 요리로 접목해본 케이스가 거의 없어서 그럴거에요 ㅋ 근데 확실히 존재감이 너무 커서 맛이 튀긴 해요.
  • 한컷의낭만 2013/06/28 16:34 #

    저 번데기가 말이죠...
    저 어릴때 외할머니께서 누에를 키우셨습니다. 으하핫.
    정말 아주 징글맞게 봤고, 징글맞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저랑 어머니는 번데기 절대 안먹습니다. 노이로제가 걸렸거든요. 고단백 식품이던 뭐던 그냥 질려서 안먹어요;;
  • 고선생 2013/06/29 23:22 #

    각자의 사연대로 존재감은 달라지죠 ㅎㅎ 누에치기를 직접 하셨다니 상당히 장관이였겠습니다!
  • 찬영 2013/06/28 18:32 #

    번데기는 실파와 고추를 넣으면 그게 재맛인거 같아요 하하 그런데 마파두부라니!! 뭔가 오묘한 조합이네요 ㅎㅎ
  • 고선생 2013/06/29 23:23 #

    사실 파와 마늘, 고추를 넣고 볶음으로도 해먹었어요. 이게 그 이후의 응용식입니다.ㅎㅎ
  • 레이오네 2013/06/28 18:53 #

    어릴 때 꽤나 먹어서 별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마파두부와 콜라보하니 비쥬얼이 미묘하군요(...)
  • 고선생 2013/06/29 23:24 #

    처음 보는거라 익숙치 않은 것 뿐이에요♡ ㅋㅋㅋㅋ
  • 기사 2013/06/28 19:55 #

    번데기 단독으로 먹기에는 맛있는데 역시 다른 음식과 조화롭게 먹기에는 비쥬얼 문제가 걸리는군요
  • 고선생 2013/06/29 23:25 #

    뭐 어때요 남에게 선보일 음식 아니고서야 비주얼 따위는 ㅋㅋㅋ (그래놓고 블로그에 선보이다)
  • chobomage 2013/06/28 20:01 #

    파 & 고추와 같이 볶는 시점에서는 상당히 먹음직한 비주얼이었으나 두부와 섞이고 물기가 흥건해지니 비주얼이 좀 흉악해지는데요;
    아 물론 번데기 딱히 가리지 않고 먹긴 잘 먹습니다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좀 애매한듯 하네요.
  • 고선생 2013/06/29 23:27 #

    번데기 그 자체의 모양새가 사실 비호감인지라 어떻게 조화해도 어울리는건 없고 섞으면 섞을수록 더 도드라지게 튀죠 ㅎ
  • 지구밖 2013/06/29 01:31 #

    아 ㅋㅋㅋㅋ번데기만 먹으면 맛있는데
    저도 그놈의 비주얼이ㅋㅋㅋㅋㅋ
  • 고선생 2013/06/29 23:27 #

    쇼킹하였습니까?ㅋ(성공이닷. 노리던 대로야..)
  • Rev V AMÉ 2013/06/29 02:12 #

    전 어릴 때부터 냄새보다도 '(내가 쫓아다니고 잡아서 놀곤 하는) 곤충을 먹는다. 그것도 다 자라지 않은 것을.' 이라는 생각 때문에 싫어해서 단 한번도 입에 넣어본 적이 없는데...이런 요리로 재탄생 시키시다니. 하하 근데 비주얼은 두부 넣은 거나 안 넣은 거나 (제 눈엔) 마찬가지인데,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시각인가 봅니다.
  • 고선생 2013/06/29 23:40 #

    그러게요..ㅎㅎ 일단 전 제가 능동적으로 적극 사용하고자 맘먹은 식재료에 대해선 그닥 비주얼에 대한 문제는 없는 편이기도 하구요.
  • Erato1901 2013/06/29 09:58 #

    번데기 저는 안 먹어봤는데 번데기 무슨 맛이에요?? 그런데 메뚜기 튀김도 있어요?? 어릴때 메뚜기 잡은 기억은 있는데 튀김도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 고선생 2013/06/30 10:27 #

    번데기..가.. 무슨 맛이라 비교할 대상은 전무하네요. 번데기 맛은 독보적입니다. 메뚜기 튀김 있죠. 그리고 아시아에서 곤충류 그것도 성충은 대부분 튀겨먹는게 보통이잖아요.ㅎㅎ
  • ranigud 2013/06/30 10:45 #

    음... 고소하고 담백합니다... 말고는 정말 번데기는 번데기 맛이에요...
  • 2013/06/29 18: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30 10: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유나 2013/06/29 19:07 #

    번데기는 본능과 미각을 분리하면 참 좋은 음식인데, 미묘하게 어렵더라구요;;;;
  • 고선생 2013/06/30 10:29 #

    맛에 익숙해지면 모양새에 역시 익숙해지게 되더라구요~
  • 미자씨 2013/07/01 10:46 #

    번데기 자체가 곤충류.. 즉 벌레라서 저렇게 윤기나는 녹말가루랑 섞이니까...음... 더 부각되는 거같아요 마치 난 벌레야 외치고 있는 느낌...
    차라리 건조하게 고춧가루같은 걸 넣고 볶아보는 건 어떨까요. 위처럼 청양고추랑 생강 채친거랑 해서 볶으시든지...
  • 고선생 2013/07/01 11:29 #

    그렇게 해서도 먼저 먹어봤는데~ㅎㅎ 그냥 평범해서 포스팅은 안 했어요. 많이들 그렇게 드시는 것 같더라구요~
  • Yoon 2013/07/01 15:35 #

    번데기를 이용한 다음 요리를 기대하겠습니다~ :)
  • 고선생 2013/07/01 16:17 #

    다음 요리 안 할거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
    번데기란게 워낙 맛이 독단으로 강해서 딴데 쓰기 애매하더라구요.
  • ærlgray 2013/07/01 20:19 #

    제가 정말...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인데, 저건... 어.... ㅜㅜ
  • 고선생 2013/07/02 10:43 #

    이번 음식 반응 괜찮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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