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삼겹살 사태 수육 초밥 by 고선생

오랜만에 흔하지 않은 독창음식 만들기. 장르는 초밥입니다. 사진에 보이듯 고기를 얹었죠.

사실 초밥 위에 생선이 아닌 다른 재료가 올라간다는 것은 어렸을적부터 생선초밥만을 일반적으로 알고 지내던 저에게 상당한 신선함이였으며 그 첫 발견은 미스터 초밥왕이란 만화에서 나온 쇠고기 초밥이였습니다. 그리고 뭔가 그 만화에서 등장한 이후로 한국에서도 좀 고급이다 싶은 초밥집에선 쇠고기 초밥을 취급하더군요. 초밥하면 생선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계기였고 충분히 맛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다만 고기는 여전히 생선보다 일반적이지 않고 일본이든 한국이든 식용 고기 종류는 어마어마한 종류의 생선에 비해 아주 범위가 제한적이죠. 스시란 음식의 처음 시작이 생선발효였던만큼, 생선은 기본 중의 기본형이고 고기는 특정 고기의 제한된 부위로만 거의 정해져있다시피 하죠. 그 조리법도 비슷합니다. 거의 굽거나 겉만 살짝 익힌 스테이크 스타일이구요. 고기를 초밥의 재료로 쓰면서 또한 한국적인 레시피로 가보면 어떤게 있을까 하다가 생각난게 바로 수육입니다. 수육의 얇게 썰어 그릇에 가득 담은 모양새는 그 고기 조각 하나하나가 다 초밥 위로 올라가도 참 어울리겠다 하는 생각 해본게 여러번인데 이번에 직접 실행해보았습니다.
준비한 고기는 두가지. 이왕 일반적인 쇠고기초밥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수육용 고기 두 가지를 썼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과 쇠고기 사태 부위를 미리 삶은 후에 하룻밤동안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낸 상태입니다. 냉장고에 둔 이유는 물렁하게 익은 고기를 매끈하게 썰기 위함이구요. 그리고 고기는 익은 상태지만 콜드푸드로 즐기는것도 초밥답다 생각했구요.
쇠고기 수육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최고로 꼽는게 바로 사태입니다. 지방도 없는 근육부위면서 살코기맛이 뛰어나고 쫄깃한 식감마저 매력적인데다 이걸 수육으로 삶으면 수육과 동시에 다량의 육수도 생기니 활용도가 높습니다. 푹 잘 익은 물렁한 사태살을 냉장고에 뒀다 꺼내니 부서지지 않고 잘 매끈하게 썰 수 있네요. 마치 구워낸 후에 차갑게 식혀서 먹는 서양의 로스트비프 비슷?
삼겹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갑게 굳으니 잘 썰리네요. 독일의 삼겹살은 기본적으로 껍질이 다 붙어있어서 한국으로 치면 오겹살입니다.
쇠고기 사태는 그냥 쓰지만 이 삼겹살은 약간의 양념맛을 더해줍니다. 사태 삶은 육수에 일본된장 조금과 생강가루를 풀어 섞어서 양념국물로 만든 후에 그 안에 썰은 삼겹살 수육을 하나하나 넣어서 잠시동안 졸여주면 그 양념맛이 금새 수육에 배입니다. 다소 지방이 많은 삼겹살부위는 이렇게 맛을 더해서 느끼함을 살짝 가리는거죠. 초밥중에도 양념을 더하는 장어초밥이나 참치 즈케가 있듯이.
밥은 배합초와 섞은 진짜 초밥이구요. 이거 하려고 오랜만에 기본쌀 샀네요. 요샌 보통은 그냥 현미로만 밥 먹는지라..
와사비(와사비는 사실 생선과 제일 잘 어울리죠)는 없이 밥 위에 고기를 얹고 대신에 그 위에 고기와 어울리는 양념 또는 고명을 추가해주는게 이 맛의 조합이 딱 한국 스타일입니다. 사태 수육 위에는 간장과 파, 마늘, 설탕을 섞은 양념장을 살짝 얹었고 삼겹살 수육은 양념국물에 졸였다가 그 위에 생마늘 슬라이스를 얹어주었습니다.
몇년만에 등장하는 한국술 소주. 수육에 잘 어울리겠죠. 이번에 쓴 재료비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쌌던게 고기도, 쌀도 아닌 저 소주라지요..(한화기준 한 병에 6000원)
제각기 고명과 고기의 맛의 궁합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영락없는 한국 스타일의 맛의 조합. 사태는 단단하게 씹는맛에 짭조름함이 더해진 담백함이 좋고 삼겹살은 부드러운 식감에 구수한 양념국물맛과 느끼함을 지워주는 생마늘의 미친 존재감. 그리고 맨밥이 아닌 초밥의 새콤함이 이 모든것과 잘 어울리는 맛이군요. 사실 그냥 수육 만들어서 밥이랑 먹어도 그만일테지만 똑같은 재료로 밥을 해도 이러한 시도가 먹는 재미를 살려주는거고 그런 시도가 즐거우니까 계속 전 음식 하는가봅니다.ㅎㅎ




덧글

  • 2013/03/03 19:1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04 01: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3/03 19: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04 01: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빛의제일 2013/03/03 19:50 #

    새로운 시도가 맛을 더하고 먹는 즐거움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눈만 배부르니 배가 괴롭습니다. ;(
  • 고선생 2013/03/04 01:52 #

    제가 꾸준히 음식을 올리는건 자취생으로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과, 요리에 영 취미없는 분들께 부족하나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드리고자 혹은 이 안에서 힌트라도 얻으십사 해서입니다. ㅎㅎ
  • 블랙잭더클 2013/03/03 22:36 #

    소주가 등장하길래 한국이신줄 알았더니
    아직 귀국 안하셨네요ㅎ
  • 페이토 2013/03/03 23:00 #

    소주같이 멋진술을 천원에 살수있는 한국이 짱
  • 흑희 2013/03/04 00:10 # 삭제

    호주는 1만4천언입니다 한병에 ..으허허ㅠㅠ
  • JIRO 2013/03/04 07:47 #

    함 먹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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