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토크 by 고선생

업을 앞두고 있다. 나의 졸업작품 및 논문 마감일은 23일. 23일을 마지막으로 3년 이상 끌어온 독일에서의 학업이 종결된다. 7년전이였던 2006년, 한국에서의 대학교 4학년 당시의 기분을 나이 한참 더 먹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졸업 후의 나에 대해서.

사진이라는 영역 자체가 다른 학문들처럼 대학 졸업하고 어디 사진일로서 고용직을 갖는다는게 상당히 어려운 영역이다. 내가 작가가 되거나 누구 스튜디오 밑으로 들어가던가 떠돌아다니는 프리랜서가 되거나. 어느쪽이 되었건 쉬운 일은 없고 보수 수준이 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다만 한가지, 버틸 수 있는건 '그래도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만족감 뿐이지, 그게 아니였으면 정말 순탄하거나 안전함 하나 없는 영역이다.

불안한 마음에 일단은 나도 직장생활 해볼까 하고 작년 가을겨울즈음 독일에 있는 기업체 이 곳 저 곳에 입사지원을 했다. 스펙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지원할만하다 싶은데엔 많이 지원해봤다. 그 중에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이 온 곳도 있었고 면접 보러 다른 도시까지 가서 치르고 오기도 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결과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만, 솔직히 지원하고도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냥 기업 샐러리맨이나 되려고 유학을 오고 사진을 공부한거야?

샐러리맨을 비하하는게 아니다. 어떤 면에선 부럽기도 한 대상이다. 안정적인 급여와 여전히 선망의 직업군인 대기업 샐러리맨. 하지만 그게 내 목표였다면 유학을 올게 아니라 한국에서 열심히 영어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그러한 기업용 스펙 키우기에 열중했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찾아 떠나온 사진유학이 그냥 6년간의 시간낭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진이나 내가 한국에서 전공한 디자인이랑 전혀 관련도 없는 업종에 대기업이라는 안정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걸 쫓아 지원한다는게 무슨 헛수고인지. 운이 좋아 입사에 성공한다 해도 그럼 나의 6년의 유학은 '사진유학'이 아니라 그냥 '독일유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뭐가 되었든지간에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그 배운 내 재주를 평생 써먹고 살아야지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숙고를 해본다. 결과는 아직이지만 아마 면접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오히려 한 눈 안 팔고 내 앞길을 다시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숨막히는 양복을 입기 싫어서, 엄한 출퇴근시간과 상사의 압박이 싫어서, 그 쳇바퀴의 삶이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구체화하고자 시작한 유학이 아니던가. 높고 안정성 있는 봉급 외에 내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졸업을 앞두고 이것저것 진로문제에 고심중이지만 돈이고 뭐고를 떠나서 바닥부터 시작하더라도 사진의 길에서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해보자 하는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앞서 지원한 그 기업에서 합격통보가 온다면 일단 유학으로 탕진한 돈이나 조금이나마 메꾸자 하는 심정으로 잠시 다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사진으로서 내가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더더욱 고민중에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할만한 일이 무엇인가, 그 일을 찾아서 잘 다니던 직장도 마다하고 사직하는 사람도 있건만 애초에 적성을 발견해서 선택했던 유학인만큼, 그게 무색해질 어리석은 길은 찾지 말아야지.



자기 날씨가 추워진다. 한국이 한창 영하 10몇도 찍을 때 여기는 영하는 커녕 영상 8도 정도를 유지하고 좀 심한 날엔 10도까지도 오르는 이상 고온현상이 지속되었었다. 눈이 올 시점엔 비만 많이 내렸다. 최저기온도 영상 4도 정도. 그랬던 여기가 한국에선 이제 완전 강추위는 좀 꺾이고 살짝 풀렸다는 얘기 나오는 시점에, 이제 영하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버틸만한 수준인데, 최고기온 -2~0도 선, 최저기온 -6~-4도 정도. 그리고 조금씩 더 추워지는 양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의 강추위엔 비교수준이 못 되지만 뭔가 이제서야 겨울다워졌다 라는 느낌인건 분명하다. 이번 겨울에는 입을 일이 없겠다 싶었던 오리털잠바를 꺼내입는다. 그냥 보통 패딩 정도만 입다가 '영하기온 전용 잠바'를 꺼내입었다는 것은 이제야 제대로 겨울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




창때에 비하면 요리가 상당히 뜸해졌다. 요새는 장을 보러 가도 식재료들을 보면서 무슨 요리를 해봐야지 생각하는것보다도 이거랑 해서 밥 먹으면 괜찮겠네 하는 생각이 더 많다. 요리의 세계는 여전히 광대하시도다- 임에는 틀림없고 그 무한한 호기심과 도전 욕구도 분명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젠 어떤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서 포스팅해도 반응도 시큰둥한것이, 그 즐거움도 반감된지 오래고 신경들 안 쓰는데 굳이 뭐하러-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그 모든것에 앞서 요샌 '밥 식사'를 압도적으로 많이 하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밥 식사를 하게 되면 사실, 소소한 반찬 몇가지만 있어도 충분하지, 구태여 '요리'를 할 필요도 없다. 앞서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도 올렸었지만 요새 내 밥 짓는 배합은 현미, 현미찹쌀, 보리, 병아리콩을 섞어 짓는다. 포만감이 상당하면서도 다이어트에 안성맞춤인 배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병아리콩은 독일 와서 지내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완두콩, 강낭콩 등을 넣은 콩밥이 별로였던 나조차 병아리콩은 열심히 넣을만큼 맛이 아주 좋다. 게다가 효능 좋은 수퍼푸드인 병아리콩인데다 포만감도 크니 여러모로 장점만 한가득이다. 이렇게 밥 지어서 김, 김치, 장조림 정도만 해서 먹어도 만족할만한 한 끼가 된다. 예전엔 심할 땐 1일 1요리의 시절도 있었지만 요샌 안 그래도 다이어트다 뭐다 해서 저칼로리식 위주로 밥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씩 특식 개념으로 예전처럼 요리'도' 하곤 하는 패턴이라 그닥 요리를 열심히 안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따금 간만에 요리해서 포스팅해도 시큰둥한건 여전하니 아무래도 이렇게 그냥 점점 이렇게 그냥.. 그렇게 되는건가보다.







덧글

  • 김이을 2013/01/14 19:21 # 삭제

    기업에 다니면 디자이너도 샐러리맨이고, 변호사도 샐러리맨이고, 생명과학자도 샐러리맨이고, 경비원도 샐러리맨이고…그렇죠…피 말리며 쌓은 스펙과, 그냥 독일유학 중에서 기업에 입사하는데 후자가 더 어드벤테이지를 받았다면 뭐 그보다 재미밌고자유롭게 자기만의 스펙을 쌓았을 순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나고 보니 그런생각이 드네요.
  • 김이을 2013/01/14 19:26 # 삭제

    사실은 앗싸 1빠 만큼 재미있는 덧글도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뭐 이렇게 주저리 떠드는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졸업 마무리 잘 하시길…ㅋ
  • 고선생 2013/01/14 19:37 #

    요새 제 블로그 1빠 댓글 다는거 무척 쉽습니다.ㅋㅋㅋㅋ
    네 잘 마무리하고 잘 심사숙고 하겠습니다..
  • 체리푸딩 2013/01/14 20:08 #

    독일에서 기업들이 중요시하는 스펙은 어떤건가요? 우리나라는 토익, 토스, 해외어학연수, 공모전 등등인데 다른나라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 고선생 2013/01/15 19:29 #

    독일에서는 영어가 필수는 아니고 영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인 경우엔 영어증명이 필요합니다. 어학연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해당언어를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가 관건이구요. 공모전도 해당 능력치가 필요한 기업이라면 플러스점수가 되겠지만 필수까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건 의욕과 융화력, 책임감 등이라네요.
  • 얼룩말 2013/01/14 23:26 #

    어쨌거나... 첫 직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회생활 10년차로서는
    좀 고생하더라도 첫발을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쪽으로 가시길 빌겠습니다.

    너무 하고 싶었던 전자공학 공부였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스펙과 경제적 여건으로 인하여
    "노느니 저일이라도 하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일을 10년넘게 계속하고 있네요.
    일단 한번 발을 들이니, 배운게 도둑질이라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요.

    지금이라도 다시 원래의 일 쪽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점점 게을러지는 몸과 점점 늘어가는 나이가 결정을 점점 힘들게 하고 있어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원래의 전자쪽 일이라, 그 일을 이어받게 된다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지요.

    조금씩 공부는 하고 있지만, 잊는게 반이라.... 6^^
    아버지의 사업이 대박쳐서 그쪽으로 돌아갈 수 있게되길 항상 빌고 있다는....

    고선생님도 깊이 생각 하셔서... 저처럼 선택에 후회하는일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길.... 건강하시길 빕니다.
  • 모밀불女 2013/01/15 00:22 #

    덧글 추전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픈 덧글이네요:D
  • 고선생 2013/01/15 19:31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말씀하신 내용처럼 저도 생각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만족스럽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뚝심갖고 계속 해나가다보면 만족감은 더 커지겠지요. ..라고 믿고 가야겠지요..ㅎㅎ
    대학 졸업후 취업이 바로 되었었지만 그것도 마다하고 온 유학이니 긴 세월 투자한만큼 그에 대한 스스로에게 책임은 져야겠지요.
  • 루아 2013/01/15 00:30 #

    저도 대학원 졸업을 기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무서워지더라고요. 남들 다 치열하게 사는데 나는 이게 뭔가 싶고, 직장도 못 구하면 내가 지난 2년간 한 게 다 소용없어지나 싶었고. 그래서 대기업에 막 지원하고 있는지인 없는지인 다 찔러서 네트워킹하고 했는데 말이죠...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한없이 하기 싫은거예요. 그런 직장에서 일하는 자신을 상상 할 수 없고, 그런 일을 하면서 행복한 자신을 상상할 수 없더라고요. 뭐 결국은 아는 교수님 밑에서 일하다 박사학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요 (아직 지원 안했습니다). 고선생님 포스팅을 보니 떠오르네요.

    고선생님도 처음에 뜻하신 바를 이루시길 빕니다! 사진가 고선생님이 멋지게 활약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 고선생 2013/01/15 19:33 #

    네 '그런 일을 하면서 행복한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라는 그 크나큰 이유가 생각의 고리가 되었네요. 첫 결심의 유야무야의 첫단추는 바로 불안감인것 같아요. 졸업이 다가오고 당장 학교 마치면 소속이 없어진다는 불안감과 하는 것도 없이 벌이도 없다는 더 큰 불안감에 휩쌓였던게 사실이고 그런 일환의 발버둥이였던 것 같아요. 제 길을 제대로 잡고 꾸준히 가렵니다. 루아님도 화이팅!!
  • 2013/01/15 06: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15 07: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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