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여행.. 그리고 사진 by 고선생

2012년의 갈무리 두번째는 여행이야기입니다. 보통 여름, 겨울 시즌별로 한번씩 여행하곤 하는게(여름방학 여행, 크리스마스 여행) 제 패턴이였던걸 감안하면 금년에 참 여기저기 많이 삘삘대고 돌아다녔어요. 내년에 어찌 풀릴진 모르겠지만 일단 금년을 마지막으로 유학은 마무리하게 되거든요. 학생으로서의 마지막(여유)이라는 아쉬움과 시간 있을 때 무리해서라도 여기저기 못 가본에 얼른 다녀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짝 오버해서 다닌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여유있는 여행은 아니고 단발성으로 가장 싼 교통비와 절약할 수 있는대로 최대한 절약한 여행경비로 경제적 여행을 다닌거긴 하지만.. 학생 여행이 다 그렇죠 뭐.



1. 2월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특히 독일 유학 초반부터 계속 로망을 품고 있던 도시 중의 하나였어요. 근데 그 동안 계속 기회를 놓치다가 금년에야 닥쳐서 비수기인 2월에 갔었습니다. 유명 여행지는 성수기고 비수기고 여행객들이 늘 많지만 그래도 너무 붐비지도 않고 날씨도 포근하고 딱 좋았던 시기 같습니다. 그리고 남국 특유의 지중해 날씨~
처음 들렀던 명소인 가우디의 구엘 공원. 각종 기묘한 건축물들과 조경들이 한데 모여있는 역사상 최고의 괴짜 센스를 가진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공원. 가우디와의 첫 만남이였죠.
가우디와의 두번째 만남.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 최고의 핫 플레이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입니다. 그간 봐왔던 어떠한 성당과도 다른, 독보적인 스타일이였습니다. 이런 건축물들이 우뚝우뚝 세워져있는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크게 한 생각은, 나라 자체의 사고의 유연성이 부럽다 라는 것이죠. 이런 건축물을 흉물로 보지 않고 허가해주는 높은 분들의 말랑한 가치관과 이런 시도를 받아들일 줄 아는 꽉 막히지 않은 사고가요. 아무리 천재가 있으면 뭐합니까, 능력을 펼칠 멍석이 깔려줘야 놀 줄 알죠.
지중해에 인접한 도시, 바르셀로나. 항구와 리조트가 동시에!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절인 돼지 통다리 햄, 하몽! 자욱한 찝찔한 냄새와는 달리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은 그 어떤 통햄보다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적어도 이태리 스타일보단 이 하몽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지중해 근처에서 본 야경들. 바르셀로나에서의 유일한 야경들이 되었네요.
바르셀로나 하면 역시 최고의 먹거리는 타파스. 에피타이저로서도, 메인식사로서도 충분한 타파스. 여러가지 맛을 조금씩 먹는 그 재미와 다양한 맛의 향연에, 그 어떤 음식보다 최고로 맛있었네요. 그리고 역시 샹그리아까지!



2. 3월의 런던

2월의 바르셀로나 이후로 바로 3월에 또 간 곳은 런던입니다. 비수기 2연속 콤보였죠. 돌이켜보면 런던이라는 초유명한 도시라 기대를 많이 하긴 했지만 일단 런던 특유의 비호감 날씨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고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도시 자체는 좀 제 취향과는 안 맞아서 아쉬웠어요. 지나치게 좁고 복잡하다.. 라고 할까요. 반면에 그래도 문화적으로 재미있는 소스들은 아주 많아서 사는 재미는 있는 도시일 것 같긴 했구요. 결정적으로 좀 크게 아쉬웠던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공사에 들어가 있어서 온전한 모습을 즐기지 못한게 좀 그랬네요.
버킹엄 궁. 어렸을 때 왔을 땐 근위병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었는데 이 때는 없더라구요. 원 재수도 없지. 포인튼데.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많은 분들이 피쉬 앤 칩스를 언급하시지만 전 현대에 이르러 전세계로 퍼진 세계적인 유명세의 음식(?) '샌드위치'를 꼽겠어요. 샌드위치 백작도 영국 사람이고 정말 그 사람이 고안해서 만들어진 음식인지 어떤지 풍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 학설대로라면 샌드위치의 종주국은 영국인거죠. 그리고 역시 전문 샌드위치 바가 굉장히 대중화되어 있었고 특히 저 브랜드는 한 블록 건너 하나씩은 보였을 정도로 흔했지요. 맛도 좋아요.
런던의 관광 중심가에는 늘 사람들이 빼곡. 이런 곳은 성수기, 비성수기가 따로 없어요.
런던의 삼성동, 런던의 테헤란로.. 정도로 불리울 수 있는 경제구역에 들어서면 이렇게 멋진 현대식 건축물도 있습니다.
런던에서 경험한 최고의 가치는 역시 내 마음의 요리 스승(?)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에 들러서 코스요리를 먹었던거죠. 기대했던대로 내츄럴하고 자극은 덜하지만 질리지 않고 깊은 그런 맛을 자랑했습니다. 보통 가난한 여행을 하는 저는 먹는비용도 아껴야 하는 처지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관광의 일환으로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런던에서 제일 다시 가고픈 곳이 되어버렸네요.
런던의 백미는 야경! 손에 꼽는 관광지들이 모두 밤의 야경이 만족할 정도로 발산해주기 때문에 런던 여행가서 밤거리 한번 안 걸으면 바보 바보. 아잉.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급히 살짝 외곽으로 향해 별 의미도 없는 한 민가의 작은 이차선 길의 횡단보도를 보고 왔습니다. 여기가 바로 비틀즈의 에비 로드 앨범의 자켓에 쓰인, 바로 거기죠.



3. 4월의 룩셈부르크

햇살좋은 봄날에 꼭두아침에 가서 당일치기로 보고 돌아온 독일 옆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 한바퀴. 관광구역은 워낙 작아서 반나절만에 모두 둘러볼 수 있었지요. 사진찍는 사람으로선 정말 괜찮았던게, 여기저기 보는 곳마다 다 그림이고 더군다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짧은 시간 안에 다 둘러보면서도 양질의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지요. 그리고 이 날의 날씨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네요.



4. 7월의 서울/남원/전주

인천공항의 '도착'이라는 '한글간판'. 볼 때마다 두근거리고 늘 그리운 그 말이죠. 올 여름엔 급 한국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마고우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자기 결혼식 사진을 부탁한다며 통 크게 독일에서 소환시켜준 매우 고마운 친구.. 덕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잊지못할 추억도 쌓고, 한국 간 김에 대학 졸업작품 작업도 하고.. 여러모로 급박하게 돌아갔던 보름 남짓의 짧은 시간이였습니다.
해야 할 일 1순위는 졸업작품 사진작업이였죠. 이 때밖에 여유시간이 나지 않아서 사진작업하는 날을 골라서 불시에 게릴라 미팅 형식으로 몇몇 블로거분들도 만났던 일도 기억나네요. 솔직히 기대는 전혀 안 했는데 그래도 오시는 분이 있긴 있다는 사실에 참 감개무량.. 경품으로 건 '고선생네 싱글요리' 책 선물이 주효했나요?ㅋㅋ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이 너무 그리워서 일요일 당일치기로 새벽부터 차를 타고 다녀온 남원과 전주입니다. 그냥 뭔가 한국적인 정취와 전라도의 기가막힌 한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여행지를 결정했지요. 처음 도착한 곳은 남원의 춘향전의 배경이 된 광한루입니다. 여기 분위기 정말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전통 한국적인 분위기로 잘 조성된 공원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일부러 조성한게 아니라 진짜로 역사적 고적인 곳이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먹거리! 남원 명물인 피순대와 추어탕. 특히 추어탕은... 정말 너무 다시 먹고 싶어서 밤마다 사타구니 꼬집어요..
그 다음은 바로 향한 전주의 한옥마을. 뭔가 한국적인 번화가의 모범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보기좋게 테마파크형으로 꾸민게 아니라 실제 상업구 전체를 한옥 컨셉으로 조성해둔 거리가 참 인상적이였죠.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참 많아보였는데 외국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고픈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전주 하면 맛의 고장이고 워낙 먹거리도 풍부하지만 한식 하면 밥+반찬이잖아요. 그래서 한정식집으로 고고. 정말 맛있게 먹었네요. 이게 전라도 밥상이구나. 나중에 전라도 어디 작은 도시에서 은퇴후 노년을 보내는것도 좋을 듯.



5. 10월의 이스탄불


올해의 마지막 여행지는 터키의 이스탄불이였네요. 생일이 있는 주에 맞춰서 생일기념 자축 여행겸으로 간 가을 여행. 올해 갔던 여행지 중에 한국을 빼고 최고였네요. 아 외국 거주하는 입장으로 어느 여행지보다도 한국은 넘사벽입니다 넘사벽. 한국은 일단 도착할 때부터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 나는 그런 곳이니까요.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여행지라는 점, 난생 처음 가보는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점 등 여러모로 설렘 가득했고 각종 소중한 경험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이 너무 많아서 잊을 수가 없네요. 먼저 아야 소피아 대성당.
수많은 이슬람 사원 중의 군계일학, 블루 모스크.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요. 야경마저 최고에요. 사기캐릭이에요.
터키 최고의 쇼핑번화가는 다른 나라의 쇼핑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많고, 메이커샵 많고.. 뭐 그렇죠. 유동인구가 하도 많아서 괜시리 등에 멘 배낭을 30초에 한번씩 다시 만져보곤 했죠.
되너 케밥. 터키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케밥'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되는 가장 대중적인 케밥. 정작 전 독일에서 맛본 케밥이 이스탄불의 케밥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는..
갈라타 타워에 올라 전망대에서 따끈한 터키 커피 한잔의 여유와 멋진 스카이라인 감상까지.
잊을 수 없는 터키 최고의 바클라바 베이커리에서 맛본 바클라바와 뵈렉. 바클라바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저마저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마성의 음식이였어요. 문제는 여기 바클라바 말고 딴 데서 맛본 바클라바는 한 개 이상 먹기가 힘들던데.. 그래서 이 집이 대단하다 할 수밖에 없죠.
잊을 수 없는 음식 또 하나. 터키에 여러가지 케밥이 많지만 어떤 케밥보다도 차원이 달랐던 독보적인 맛. 고등어 케밥! 이 케밥이야말로 여기서밖에 맛볼 수 없지요. 5개는 먹은 것 같아요.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해협 보스포루스 해협 옆으로 깊숙이 나 있는 골든혼 만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방. 꽤나 괜찮은 앵글로 센스있게 찍어준 그 친구에게 감사.
수많은 낚시꾼들이 즐비하고 아래엔 카페와 주점이 즐비한 이층다리, 갈라타교.
유람선 타고 해협크루징도 나갔었죠. 한강유람선도 안 타봤는데..
잊을 수 없는 맛, 세번째. 정말 이스탄불 여행은 특히 먹을 것들이 너무 맛난게 많아서 대만족이였어요. 지중해쪽 음식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는데, 외식비도 관광지 치고는 부담없는 편이라 참 먹는 재미가 풍성했는데 여행 마지막날 들른, 관광지와는 상관없는 지역에서 맛 본 양고기 케밥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영어는 커녕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바디랭귀지로 마음과 마음이 통한 푸근한 사장님과 금세 친해졌던 정감 가득한 곳. 언젠가 다시 가렵니다.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고 돈이 없죠. 이젠 나이먹을 수록 돈은 생겨도 시간이 부족할텐데.. 벌써 아쉽네요. 유학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게 2010년의 '노르웨이 추방사건'으로 무산된 북유럽 여행 실패의 경험이 쓰라리네요..ㅋㅋ(그 기막힌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링크 클릭)

돌이켜보니 여행 많이 했네요 올해엔. 비록 짤막짤막하게 한 도시씩 치고 빠지는 모양새이긴 해도..ㅋ 그나저나 언제쯤 누구랑 함께 여행할 날이 올까요.



덧글

  • 노노 2012/12/24 12:18 # 삭제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선생 2012/12/24 22:54 #

    감사합니다 :)
  • 풍금소리 2012/12/24 12:39 #

    고슨상님 여행사진 보는 낙으로 사는 1인...
    룩셈부억 좋으네요 전 베네룩스 3국 좋아해서.....^^;;
  • 고선생 2012/12/24 22:55 #

    그 날이 짧고 굵었어요. 날씨도 참 좋아서 안 그래도 좋은 배경 더 좋게 남긴 것 같아 흡족하네요.
  • imyi 2012/12/25 19:56 #

    고선생님~ ㅎㅎ가끔 와서 댓글다는 이(?)에요 ㅎ 내년 추석에 여행계획 세우는데 혹시 추천지 있을까요~?스페인 넘끌리네요^^ 가봤던 영국도 다시가고프고~ 혹시 생각나시면 지역이라도 흘려주세요~
  • 고선생 2012/12/25 21:32 #

    ㅎㅎ 꽤나 일찍 계획을 세우시네요. 한국의 추석연휴라면 나름 성수기 아닌가요? 무지 많이들 여행가시던데.ㅎㅎ 추석여행이면 한 도시 아니면 길어야 두 도시면 충분하겠네요. 스페인 안 가보셨으면 바르셀로나 진심 강추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만 며칠 있어도 볼게 참 많고 분위기도 좋아요.
  • imyi 2012/12/25 23:53 #

    ㅎㅎㅎ 직장인이어서 왠지 그땐 맘 놓고 다녀올 수 있을까 해서요~ 친구가 사는 독일도 관심 있구~ 스페인 못가봐서 항상 아쉬웠는데 . 혹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라는영화 아세요? 그 영화 보면서 스페인에 대한 환상만 몇년째에요~ 어디 갈 생각하니 말이 길어졌네용 ㅎㅎㅎ 조언 감사드려용^^
  • 빛의제일 2012/12/28 17:52 #

    덕분에 눈만 여행합니다.
    요리 사진들도 그렇고 고선생님 블로그 볼 때마다, 일상을 사진으로 기억하는 것 멋지구나 싶습니다.
  • 고선생 2012/12/29 00:50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만족할만한 사진들 많이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shyis 2012/12/29 00:17 # 삭제

    늘 눈팅만 하다 시월의 이스탄불이란 글귀에 엇~하고 글남기게 되네요. 저도 시월 중순에 이스탄불을 헤매고 다녔거든요 헤헤...추억의 장소가 여럿 보여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포스팅 잘보고 떠나요~
  • 고선생 2012/12/29 00:50 #

    전 10월 말에 갔었으니 제가 뒤이어 간 셈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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