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이스탄불의 가을 5. 마지막은 힘 빼고 휴식. bye Istanbul! by 고선생

양고기케밥으로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을 마치고 이제 가자.. 하다가, 아차 잊을뻔! 하고 다시 들른 곳은 카라쿄이 귤류올루. 그 장인의 바클라바 가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먹고 포장도 해가기 위해서죠.
역시 처음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뵈렉과 바클라바 1인분씩. 이건 이른 점심이 되었네요.
바클라바의 감동에 살짝 묻혀버렸던 뵈렉이지만 뵈렉 역시도 여기 참 잘해요. 중간에 그냥 캐주얼한 빵집에서 뵈렉을 시켜 먹어봤었는데 느끼하기만 하고 맛이 없더라는. 바클라바만으로도 반죽의 장인들의 실력이 검증된 곳인데 뵈렉 맛도 보통이 아니죠. 나중에 자세히 관찰해보니 바클라바 못지 않게 뵈렉 주문도 많이 해서 먹고 있을만큼 인기메뉴더라구요. 다시금 감탄 연발하며 식사를 마치고 제꺼 하나 선물할거 하나 이렇게 각각 바클라바 두 팩 포장해서 짐가방에 찔러넣고 이제 진짜로 이스탄불 중심가를 떠납니다.



온전히 휴식만을 위한 그 곳................................................................................................................
이번 이스탄불 여행의 의미부여는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스스로에게 주는 커다란 생일선물.(생일이 21일인데 여행온게 같은 주의 24일) 그리고 또 하나는 휴식이였습니다. 책 집필도 끝내고 졸업작품 작업도 마무리과정인만큼, 생일맞이도 했겠다 며칠 아무생각 없이 쉬고자 떠나온거죠. 결과적으로 크게 피곤하지도 않고 무리하지도 않게 적당히 볼거 보면서 맛난거 먹으면서 잘 다녔지만 왠지 마지막날 하루만큼은 정말 완전히 쉬고 싶었네요. 그래서 예약한게 마지막 1박만 꽤 좋은 호텔. 4성급 호텔입니다. 4성급 호텔 치고는 온라인 예매가격 87유로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했는데, 일단 위치가 공항 바로 옆에 붙은 공항호텔이라 관광지와는 동떨어져있어서 싼 이유도 있고 비수기 저가이기도 해서죠. 어차피 관광지에선 완전히 벗어나고 여기서 편히 쉬고 다음날 건물 나서면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 휴식으로는 짱이죠.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할거면 그냥 하루 일찍 돌아와서 집에 짱박혀 쉬면 되지 뭐하러 돈 들여서 호텔씩이나 투숙하냐 하는게 예전같으면 저의 생각이였겠지만 뭐.. 이런게 기분내기란거잖아요.
혼자 쓰기엔 황송하기까지 한, 혼자로는 처음 써보는 넓고 좋은 고급호텔룸. 마음에 걸렸던건 침대 두개짜리 2인실인지라.. 그냥 큰 침대 하나만 있으면 그래도 1인실다우니 부담은 덜했을텐데 말이죠. 손님은 거의 없는지 조용-했고 사실 이런 공항호텔은 장사 잘 되는 호텔인건 아니죠. 관광객들보다도 비즈니스맨들 위주로 방문하는 곳이고요.
호텔에 들어온건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쯤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진짜 적막한것이 호텔같기도 하고 고급 요양원같기도 하고. 아무생각없이 늘어지게 쉴 분위기로는 안성맞춤이더라구요. 또한 제가 너무 좋아하는게 '공동의 공간을 나 혼자 독차지하고 있을때의 쾌감'이거든요. 거의 손님들 눈에 안 띄는 야외라운지에서 혼자 기분내봅니다.
그리고 그 쾌감이 극에 달했던 곳은 바로 피트니스룸. 고급호텔이다보니 피트니스룸, 사우나 등이 완비되어있는데 그동안 꽤나 걸어다녔지만 먹기도 많이 먹었고 운동이 좀 필요한 것 같아 내려가본 피트니스룸에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이 적막!
그 안에서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고 나왔네요. 어찌나 기분 흡족하던지! ㅋㅋ 요런 쾌감이 좋아서 예전엔 인기없고 화제거리 없는 영화 평일 조조로 보기도 했었죠. 영화관 한 관 통째로 전세내고 보는 기분! 그 중 최고가 영화관 안에 저 포함 관객 단 3명 뿐이였을때가 있었죠. 그 영화가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이였죠.

이러구선 사우나 한 판 하고 방에 들어와 정말 간만에 '목욕탕 목욕'도 하구요. 거품 목욕요.ㅋㅋㅋ 참고로 제가 사는 기숙사에 샤워부스는 있어도 목욕탕 따위 없음.. 때밀이타올을 왜 안 챙겨왔나 후회되더군요. 그리고 저녁은 호텔에선 비싸서 바로 옆에 공항 가서 가볍게 뭣 좀 사먹고 들어와서 TV 시청하고 앵그리버드 하고 스마트폰에 넣어가지고 온 라디오스타 보다가 잤습니다.



진짜로 안녕! 이스탄불!.....................................................................................................................
비싼 호텔이 왜 비싼 호텔인지 진정 느꼈습니다. 너무너무 꿀잠 잔거 있죠. 아니 잠자리가 다 그게 그거지 뭐~ 했던건 잘못된 생각이였습니다. 최고의 시설과 고급침대와 뭐 그런것들이 안정감으로 작용했는지, 이스탄불에서 머문 날 중에 최고로 편안한 아카시아꿀잠을 잤네요. 침대광고처럼 아 잘잤다~ 하고 기지개 켜면서 일어났답니다.

이 호텔을 예약하면서부터 기대되었던 한가지가 여기 아침부페가 상당히 훌륭하다 라는 평판이였죠. 저는 어디 여행갈때마다 호텔예약을 booking.com에서 하는데, 여기서 이용객들이 남긴 피드백들을 보면 이 호텔은 거의 대다수가 호평 일색이였으며 그 중 조식부페에 대한 칭찬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꽤 기대만발로 방문해본 호텔 레스토랑. 역시 괜찮았습니다. 터키답게 신선한 빵과 야채와 견과류, 과일, 거기다 다양한 치즈와 햄.. 이 치즈와 햄의 구성이 일반적인 유럽식 조식부페와도 좀 차이가 납니다. 터키스타일의 치즈와 햄이 주류에요. 맛있네요. 그리고 핫 플레이트 메뉴도 몇가지 있는데 뜨거운 소세지구이, 각종 튀김류도 있습니다. 살짝 브런치로 염두에 두고 먹어도 무리없을 구성.
음료와 커피, 차이도 기본 완비, 특히 퀄리티가 제일 좋았던건 디저트에요. 바클라바는 없었지만 로쿰과 뭔가 형용하기 힘든 갖가지 형태의 디저트, 그리고 페스츄리 같은 빵류도 다양하고요. 아침부터 디저트 섹션은 많이 먹진 못하겠어서 한개씩 맛만 봤지만 맛은 정말 평판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오후 4시인데 호텔 체크아웃 시간은 12시. 이 갭이 꽤 큰데다 호텔 나서면 바로 옆에 공항이 있다는게 함정. 이럴땐 시간여유가 너무 있는게 오히려 핸디캡이네요.ㅋ 오전내내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뭔가 필 꽂히는 TV프로가 해서 그거 보고 있다가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미적미적 나와서 제시간에 체크아웃 마치고 로비에서 한시간 정도 더 있다가 호텔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바로 도착한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공항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발견한 한가지 재미난 이벤트. 무슨 방송사에서 홍보이벤트를 하는 모양이던데 스크린 축구게임(?)이더군요. 대형 스크린 앞에 서서 발 밑의 화면의 공을 발로 차면 스크린 속으로 슛을 하는 버추얼 게임. 화면속의 로봇 골키퍼와 1대 1 승부차기인겁니다. 이거 한번 하면 자동적으로 기념사진이 찍히는데 그걸 기념으로 인화해주는 이벤트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한 판 했습니다..ㅎㅎㅎ... 사진에 저렇게 로봇과 트로피가 합성됩니다. 화면 보면서 포즈 취하면 자동으로 사진찍히구요. 그나저나 무슨 놀이동산으로 소풍간 중딩포스네요.
대애박! 파파이스 발견! 그래, 마지막 식사는 이거닷!
유럽 안에서 파파이스가 있긴 있네요. 예상도 못한 파파이스의 발견에 고무되어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지금껏 방문했던 파파이스 중 최악의 파파이스였습니다. 파파이스치킨 특유의 케이준 양념이 안 되어 있어요! 비스켓은 말라비틀어졌교.. 더 중요한건 감자튀김이 그냥 노말한 감자튀김이라는거! 파파이스 감자튀김 역시도 케이준 양념해서 튀긴 독보적인 맛인건데 여긴 왜 이러죠? 그것도 향신료의 나라에서? 지금까지 파파이스를 맛본건 한국과 미국에서뿐이였지만 한국만 해도 굉장히 훌륭한겁니다. 여기는.. 진짜 별로였어요. 제길.
짐 부치고 표 받고 어느덧 게이트 앞까지 왔습니다. 게이트가 면세점과 굉장히 가까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보통 규모 그닥 크지 않은 공항이 그런식이긴 하지만. 그런데 눈에 띄었던 맥주 바. 에페스 비어! 술에 일가견 없는 저는 처음 보는 맥주 브랜드인데 꽤나 유명한거였더라구요. 터키맥주인데. 여기서 마지막으로 요거 한잔 할까 하다가 가격의 압박에 포기하고.. 대신 좋은 생각이 떠올랐네요. 어차피 비행기 타면 비행기에서도 에페스 맥주 파니까 훨씬 싸게 마실 수 있죠!(제가 탄건 저가항공이라 기내음료도 돈 내고 사야 합니다)
비행기를 탔습니다. 음료서비스 돌 때 에페스 맥주 한 캔 샀습니다. 당연히 공항의 바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이였죠. 근데 막상 시켜놓곤 왠지 비행기 안에서 괜히 안 땡겨서 그대로 킵해서 집까지 가져왔지요. 그리고 나중에 이 음식(클릭)과 함께 곁들였었죠.ㅎ
늘 여행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어느 땐 만감이 교차하고 어느 땐 시원섭섭하고 그런데 이번엔 양쪽 다였어요. 참 좋았던 이스탄불이였기에 아쉬움에 만감이 교차했고, 그래도 꽤나 오래 머물렀었기에 시원하기도 하고. 마지막날에는 온전히 휴식으로 지친 심신을 충전할 수 있었기에 돌아오는 여정도 거뜬했습니다.

이번 편까지 총 9편으로 쪼개 연재했던 <2012 이스탄불의 가을>. 그동안 읽고 즐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여행 더러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참 인상깊고 만족스럽고 에피소드도 많고 했던 그런 여행이였지요. 다음에 또 언제 여행을 가고 여행기를 쓸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여행은 먼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학생으로서의 자유가 점점 없어져가거든요..ㅎㅎ 그래도 여유가 다시 생기고 제 사진에의 열정이 사그러들지 않는한 언젠가 다시 고선생의 놀이방에서 믿고 보는 고선생표 여행기(죄송;;)로 다시 컴백하겠습니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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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체리푸딩 2012/11/24 08:49 #

    지금 졸업논문때문에 허덕이고있는데 고선생님의 여행기를 한편씩 보고있으니 저도 빨리 논문 마치고 여행가고싶네요~

    해외는 여건이 안돼서 못가지만 겨울에 부산여행이라고 가려고 계획중이에요^^
  • 고선생 2012/11/25 00:27 #

    저도 부산여행 혼자 떠난적이 있는데 딱 겨울이였어요. 무작정 계획없이 지갑만 들고 간거라 1박 2일로 바람만 쐬고 온것 뿐이지만.. 겨울의 부산 운치 있더라구요 ㅎㅎ
  • Reverend von AME 2012/11/24 10:19 #

    여행기 정말 잘 봤습니다. 공항 펍 드링크 가격들은 참 비싸죠...물도 그렇고; 전 작년에 Germanwings 타면서 동전이 없어서 기내에서 사려고 했는데 하필 그날 기내 카드 사용도 안 되서 3시간을 바짝 말라가며 온 기억이. ㅠㅠ
  • 고선생 2012/11/25 00:28 #

    물 가격은 관광지서 파는 물 값의 3-4배 가량을 받더라구요. 아침에 물 많이 마시고 나오길 다행이지..ㅋㅋ 오히려 비행기에서 파는게 더 싸더라구요.
  • Fabric 2012/11/24 13:37 #

    요즘 터키에 관심이 모락모락하던 차에 여행기 잘 읽었어요 20대에 꼭 한번 방문해야 겠다는 다짐을!
  • 고선생 2012/11/25 00:29 #

    아직 많이 남은 20대일테니 기회는 많을겁니다. 꼭 방문하세요!
  • 찬영 2012/11/26 12:08 #

    사비아 곽첸 공항이네요 ㅎㅎ... 전 아타튀르크인데... 여행기 잘 봤어요 ㅎㅎ... 기대되네요 다음주에 가기때문에 ㅎㅎ
  • 고선생 2012/11/26 22:37 #

    한국분들중에 유럽살이하는 분 아니라면 사비하 괵첸 공항을 방문하실 분은 거의 없을겁니다. 한국에서는 아예 가는 노선도 없고 그 공항이 유럽노선 위주의 저가항공 및 국내선용 공항이라서요.
  • 쵸코찡 2012/11/26 15:02 #

    백년의 가계에 나왔던 가게네요!!! 바클라바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터키가면 꼭 먹어야겠어요!! ㅎㅎㅎ
  • 고선생 2012/11/26 22:37 #

    이스탄불을 다시 간다면 반드시 들를곳 2위입니다. 1위는 양고기케밥집..ㅋ
  • 쵸코찡 2012/11/27 13:45 #

    본고지의 케밥이라니!!!!!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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