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이스탄불의 가을 4. 잊을 수 없는 양고기 케밥 by 고선생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스탄불 관광지역에서의 마지막 날이죠. 하루가 더 남았지만 남은 하루는 온전히 쉬는 날로 정했거든요. 이스탄불 중심부는 이 날 점심까지만 있다가 떠나죠. 그래서 전 날 밤에 열심히 뭔가 최고의 잊지못할 음식이 뭐가 있을까 검색해봤습니다. 국내 사이트 중에선 다 별거 없어요. 여행책 보고 갔다는 맛집, 누구 여행기 보고 유명하대서 찾아갔다는 맛집. 다 거기서 거기 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음식도 특별할게 없구요. 근데 영국사이트에서 우연히 이스탄불에서 꼭 먹어야 할 최고의 음식이라던가 하는 타이틀로 랭킹을 매겨놓은걸 발견했습니다. 막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것이므로 다시 찾아보라면 못 찾겠지만요. 거기에 제 1로 랭킹되어 있는 것이 바로 땅을 판 우물굴 안에 양을 통째로 집어넣고 몇 시간을 푹 구운 특제 양고기케밥이더라구요. 그 요리법도 워낙 기묘하여 바로 이거다! 하고 주소를 알아뒀지요.
오스만 제국의 구시대를 타파하고 현재의 터키공화국을 있게 한 터키 근대화의 영웅이자 터키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초상. 이 분은 여기저기에 동상도 많이 서 있고 진정 영웅이로구나 하는게 느껴지더군요. 이 날 가는 길에도 발견.
영업시간이 오전 11시부터라고 하여 아침일찍 호텔 체크아웃 하고 바로 오픈시간에 맞춰서 식당을 찾아가고자 길을 나섰는데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과는 조금 떨어져있더라구요. 관광객들도 거의 안 보이고.. 그러다 길목에서 발견한 신기한 건축물!
아니 이 견고한 건축물은 무얼까.. 이 여행때는 몰랐어요. 터키어로 이름만 알고 있었지 정체는 몰랐답니다. 한국에서 이스탄불 여행했다는 사람들이 쓴 글에도 등장하지 않고 위키페디아에선 한국어론 등장하지도 않아요. 어쨋든 영문판으로 대충 해석해보니 이름은 바렌스 수도교로, 5세기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래된 유적인데, 수도교라는 이름대로 물을 끌어다 공급하는 용도의 건축물이라는군요. 현재 남아있는건 1km가 안 되는 길이 뿐이라고. 어쨋든 이 것은 구시가지역이긴 하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몰리는 지역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어서 일부러 이쪽으로 오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곳인데 식당 찾아 나섰다가 행운으로 발견했네요. 뭔가 남들이 많이 안 본거 봤다는 뿌듯함이 제일 크네요.
그 수도교 뒤쪽으로 바로 식당이 있어요. 그나저나 이 근방은 이 식당 말고도 죄다 비슷비슷한 양고기통구이 케밥을 취급하더라구요. 이쪽이 그 음식 명물가인가봅니다.
그건 그렇고 여기 주변은 관광지도 아니고 관광객도 거의 없는지 관광지쪽과는 분위기가 참 판이하더라구요. 그냥 딱 현지인들만의 동네 느낌. 외국인도 저 혼자뿐이였고요. 먹어봐야 할 음식 넘버원 식당 치고는 식당 안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도 알아듣지도 못하더라구요. 영업하세요? 지금 들어가도 되요? 요런 질문도 안 통하고 주문은 메뉴판 그림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겨우 가능했고 맛있다는 표현도 표정과 손짓으로만 가능했어요. 여긴 관광객들이 원래 잘 모르는덴가봐요. 그래서 더욱 뿌듯합니다. 한국분들의 터키 여행기에서도 발견한 바 없는것 같은데 한국인 관광객 중에 유일하게 이 식당을 포스팅에 다룬게 저였으면 정말 좋겠네.(요런거 참 좋아합니다. 속물처럼.)
Büryan Kabap이란게 이 음식 이름인가봐요. 이 근처 식당이 다 이 음식 이름을 걸어놨어요. 그럼에도 이 식당을 콕 찝어 넘버원이라 했던걸 보면 그 중에서도 한국으로 치면 '원조집' 뭐 그런 위상인가봐요. 식당 이름은 Siirt Şeref Büryan Kebap Salonu 입니다. 사실 이 식당도 이 근방 다 와가지고 식당 이름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근처 구멍가게 들어가서 음료 한잔 사먹으며 주인한테 안 통하는 영어로 구글맵 찍은거 보여주며 여기 어디냐고 물었더니 참 친절하게도 슬리퍼바람으로 밖으로 나와서 열심히도 가르쳐준 정 많은 주인아저씨 덕에 쉽게 찾아왔다지요. 참 여기 분들 정 많고 맘씨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이 동네는 관광지도 아닌것이, 거리 분위기도 딱 한국의 식당가 골목길같은 그런 분위기도 나서 익숙하고 반가웠다는.

저 그림에 표현된대로 이 음식은 양을 통째로 매달아 불을 피운 우물 속으로 넣어서 입구를 봉한 후 그대로 몇 시간을 푸욱 굽는 양 통구이 케밥입니다. 기름 쪽 빠진 양고기라니. 얼마나 맛있으면 넘버원일까요. 고기에서 기름이 빠진다는것은 고기 특유의 역내도 함께 빠진다는 의미니 정말 맛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음식이 어떻게 요리되는건가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슬쩍 보세요.
식당 안은 오픈하자마자 들어가서 손님이 저 혼자뿐. 내부 분위기는 뭔가 한국의 평범한 식당이 연상되요. 설렁탕집 같기도 하고, 보쌈집 같기도 하고, 기사식당같기도 하고. 아주 평범하고도 딱히 외국식당같지도 않은. 근데 저 뒤에 뭔가 매달려있네요.
짠. 이게 바로 우물속에서 구운 양 통구이입니다. 기름이 쪽 빠지고 부피도 확 줄어있는 양고기! 차이나타운같은데 가면 베이징덕이 매달려있는 광경은 자주 봤지만 이렇게 양고기가 매달려있는건 난생 처음 보네요. 머리는 제거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갈고리에 걸어서 그대로 우물 안에 넣은 후 구운 뒤 그대로 빼올린 상태죠.
이 식당의 셰프님으로 보이는 맘씨 좋은 인상의 영감님. 서로 언어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제가 애교부리며 접근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시네요. 저 뒤에는 주문 들어오는 즉시 빵반죽을 해서 화덕에 바로 굽는 빵 전문 요리사가 따로 있고 그 빵을 받아서 그 위에 양고기를 썰어 얹어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또 빵 하나를 뚜껑처럼 덮은 후 완성접시. 제가 주문한건 양고기케밥 1인분과 샐러드, 그리고 아이란입니다.
샐러드는 평범한 깔끔 지중해스타일. 토마토와 오이, 양상추를 잘게 썰어 올리브유와 발사믹식초를 섞은거고요.
보기만 해도 맛나보이는 양고기! 냄새도 죽이네요. 막 먹으려는 찰나 셰프님이 손짓으로 테이블 위의 허브를 살짝 뿌려먹으라고 해서 뿌렸네요.
담백한것이 한국음식으로 치면 수육의 구운버전같다는 느낌인데, 정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는 난생 처음인것만 같아요. 정말 뭐 구구절절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냄새는 전혀 없고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한데다 푹 익어 엄청 부드럽고요. 쫄깃한 빵과 함께 먹으니 이스탄불 최고의 진미에 걸맞다라는 감상! 터키에선 왠만한 구운 음식 전부가 다 케밥이라는 이름인데 이스탄불 와서 가장 값어치있는 케밥을 먹은 것 같아 흡족해요. 물론 이스탄불 말고 다른 지방 가면 거기 지방 나름의 진미가 또 있긴 하겠으나 이스탄불만 방문한 저로서는 마지막 여행날에 최고의 음식을 먹은 만족감에 몸서리가 부들부들!
또하나의 대만족은 바로 이 아이란! 아이란은 이스탄불에서도 왠만한 케밥집 들어가도 다 가공되어 파는 시판품으로 내놓던데 여기서 주문한 아이란은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드나봐요. 마치 막걸리마냥 떠먹는 전용 국자를 같이 주던데 이걸로 덜어먹는건가 싶어서 한국자 떠서 컵에 담으려고 하니까 옆에서 보시던 셰프님이 손짓으로 그냥 그대로 떠서 마시라 하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마셔본 이 아이란의 맛은.. 일반적인 시판 아이란과는 전혀 다른 맑고 개운한 맛이 일품! 병맥주와 생맥주의 차이... 차원은 아니고. 음. 뭔가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이네요. 이 제대로 된 아이란 또한 이스탄불 와서 먹은 가치있는 진미네요.
왠 쌍꺼풀 없는 검은머리의 동양인 녀석이 오픈하자마자 들어와서는 혼자 식당에서 주문하고 먹고 있으니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사진도 찍고 그러니 기특하게 여기셨는지 셰프님은 먹는동안 계속 옆테이블에 앉아서 아빠미소로 바라보며 지켜보고 있었죠. 저도 스스럼없이 다가갔고 다 먹고 나서는 너무 맛있었다는 제스춰로 보답했는데 같이 사진찍자고 제안하니 기다렸다는듯이 함께 포즈도 취해주셨네요. 서로 언어는 전혀 통하지 않아 몸짓으로만 대화를 했지만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식당을 나설때까지 배웅도 해주시고 참 정 많고 푸근한 셰프님 그리고 식당 종업원분들이였다는. 이스탄불 다시 가면 맨 처음으로 다시 방문하고 싶은 식당입니다^-^

그건 그렇고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꽤나 이색메뉴인만큼, 또 맛도 있고 아이란도 보통이 아니니 값 좀 나오겠다 예상했는데 메뉴판 펴들었을 때부터 충격. 아니 이 음식을 이 가격을 내고 먹어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 관광지역에선 뭘 먹어도 이보단 비싼데 말이죠. 예상을 뒤엎는 저렴한 가격에 다시 놀랐던 이 곳.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ㅠㅠ
기분좋은 식사, 기분좋은 만남을 뒤로 하고 천천히 소화도 시킬겸 구시가의 관광거리까지 걸어서 내려옵니다. 이 날은 호텔에서 완전 체크아웃한 상태라 짐가방까지 끌고 다녀야 해서 좀 걸리적..
마지막날까지도 고양이들은 실컷 보네요 ㅎㅎ
한 디저트집에서 진열장에 진열하고 있는 디저트 어르신.
터키의 디저트는 참 다양도 해요. 터키가 디저트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식문화가 많이 발달하고 음식도 종류가 무지 많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세계식에 등극한데는 과거 술탄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리사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산물이라고 하죠. 또한 한번 진상한 메뉴는 두번 다시 올리면 안 된다고 하여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했다고. 이러니 음식이 발전할 수밖에 없죠. 아마도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대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미식가 왕들이였을 듯.
생각해보면 가장 대중적인 되너케밥(Döner Kebab)이 이스탄불에 있으면서는 가장 덜 만족스러웠네요. 오히려 되너케밥은 이스탄불에선 수수하고 독일꺼가 더 맛있는게 많구요. 고등어케밥이나 위의 양고기케밥 같은 이스탄불 로컬 케밥을 먹는 가치가 최고라는. 그런건 독일엔 없으니까요.
구시가길을 걷다가 슬슬 이스탄불에서의 관광은 이걸로 완전히 마치기로 합니다. 이젠 이스탄불 관광지역을 완전히 벗어날겁니다. 정말 즐거웠던 며칠간이였고 못 본 데도 있어서 아쉽지만 나름대로 즐길만큼 즐겼고 마지막엔 특히 대만족의 양고기 케밥도 먹고 맘씨 좋은 셰프님과 정도 쌓고 참 좋은 시간이였네요. 자 2012 이스탄불의 가을 시리즈는 다음편이 마지막입니다. 마지막까지 즐겨주세요! 마지막편은 '여행기'라곤 할 수 없는 내용이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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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11/23 16:06 #

    으악... 이스탄불에서 저길 못갔군요. 좋은 식당 소개 감사드려요.
    언제 또 이스탄불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메모해놔야 겠어요. ^^
  • 고선생 2012/11/23 17:23 #

    저기는 마지막날에 방문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라고 생각될 정도였답니다 ㅎㅎ 다시 가고싶네요.
  • 2012/11/23 19: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24 01:4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ærlgray 2012/11/24 04:09 #

    허! 세상에 이런 음식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어요. 맛이 상상도 잘 안되네요.. 담에 터키 가면 저곳에 꼭 가고 말겁니다!
  • 고선생 2012/11/24 04:26 #

    밀봉한 땅 속 화덕에서 기름 쭉 빼며 푹 구운 고기에요. 정말 담백하고 안 느끼하고 최고의 고기맛.
  • Reverend von AME 2012/11/24 10:21 #

    양고기를 저렇게 요리하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하네요. 사진 보다가 디저트숍 사진에서 제가 전에 말했던 슬라이스한 넛츠들 빼곡하게 병에 시럽하고 담은 게 보여서 반가워 했습니다. ㅎㅎ 저런 섬세함과 아기자기함이 새롭더라고요.
  • 고선생 2012/11/25 00:30 #

    아 그게 그거였군요. 시럽과 함께 담긴거라면 저에겐 좀 무리일 것 같네요. 바클라바는 기본이 베이커리 음식인지라 괜찮았지만..ㅎ
  • Reverend von AME 2012/11/25 08:31 #

    저도 저건 좀 무리일 거 같아서 아직 시도는 안 해봤습니다. ㅎㅎ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터키식 진한 커피/차랑 함께 조금씩 덜어서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
  • 빛의제일 2012/11/28 21:56 #

    저, 식당, 제가 혹시나 이스탄불 가게 되면 꼭 가겠습니다.
    고선생님 포스트에서 뭐랄까 맛있다, 맛있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 고선생 2012/11/30 06:15 #

    꼭 추천하고싶어요. 저 식당만큼은 아는체해주시는 분이 전무하네요 아직까지는. ㅎ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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