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만들어도 참 맛있는 청어 케밥(?) by 고선생

최근까지도 잘 몰랐다가 최근들어 꽤 짧은 시간 내에 존재가 알려진 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등어 케밥. 서방세계에서는 이미 퍼질대로 퍼지고 대중음식으로 자리매김한 터키의 음식인 케밥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에서 '그나마' 대중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이태원, 홍대 등 트렌드 거리를 중심으로 퍼지게 되었고 워낙 터키란 나라가 인기 관광대국이라 사람들도 많이 여행가고 그러는 와중에 고등어 케밥의 존재까지 퍼진 것 같아요. 물론 터키의 수많은 케밥 중에서도 월드와이드로 퍼진건 터키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Döner(되너, 됴너, 되네르.. 아이고 확실한 발음표기가 없네;) 케밥이죠. 고등어 케밥은 터키 외의 다른 나라에선 보지 못했고 여전히 터키의 로컬 푸드입니다. 고등어가 풍성히 잡히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고등어가 풍성하지 않은 타국에서는 힘든 음식인게 사실이죠. 한국은 고등어도 흔히 잡히는 나라긴 하지만 되너 케밥도 이제 겨우 자리잡고 있는 외국 음식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인데 고등어 케밥까지는 무리인 것 같구요.

어쨋든 터키에 가본 적 없는 저는 고등어 케밥이란건 TV로만 접해봤습니다. 아니면 사진으로요. 그런데 그 만드는 과정을 보니 별로 특별할 것까지도 없더라구요. 오히려 되너 케밥보다도 만드는건 간단해보였습니다. 되너 케밥은 고기에 양념을 섞어야 하고 그 특수한 고기굽기가 아니면 힘든 음식이지만 고등어 케밥은 신선한 고등어를 구워서 야채와 함께 빵에 끼워 먹으면 되는, 생선 샌드위치 느낌이 강했습니다. 서북유럽쪽에서 흔한 생선 샌드위치처럼요. 그 쪽에선 절인 생선, 훈제 생선, 튀긴 생선 등을 많이 쓰지만 터키에선 고등어구이를 쓴다는 차이겠죠.

제목 보고 클릭하신 분들 "뭐야, 샌드위치 올려놓고선 무슨 케밥이래?"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터키의 '케밥'이라는 음식이 하나의 음식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굽는 음식'의 대명사인 만큼, 그 종류는 몇 백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게 Döner Kebab이라는 형태 한 가지인데, 되너 케밥이 큰 고깃덩어리 하나 구워놓고 조금씩 썰어가면서 빨리빨리 만들어주기 좋아, 거리음식이나 패스트푸드화하기 좋으니 널리 퍼지기 용이했을 뿐, 케밥이라고 다 얇은 빵에 고기랑 야채 돌돌 말아먹는 형태뿐인건 아니죠. 고등어 케밥 역시도 조금 다른 형태의 케밥의 일종으로, 처음 보자마자 이건 안 먹어봐도 대박 맛있겠다! 하는 느낌이 솔솔 풍겨와 제 콧털을 건드리더라구요. 현지에서 만드는걸 보니 현지에서도 바게트처럼 생긴 담백한 빵에 끼워 먹더군요.

TV로만 접한 고등어 케밥을 TV로만 보고 그냥 만들어봤습니다. 고등어 케밥은 팔기도 하지만 간단하게 가정에서 만들어먹기도 하는 일반적인 가정식이기도 한데, 그 방식으로 만들었죠. 단, 마침 제가 생선가게에 갔을 때 고등어가 들어와 있지 않아서 고등어 대신 청어로 대체했다는 점만 차이랄까요. 분명 맛이 다른 두 생선이지만 둘다 기름기 풍성한 등푸른 생선이라는 점에서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만들었지요.
청어입니다. 크기는 조기랑 비슷. 유럽에선 매우매우 흔한, 고등어보다도 흔한 생선입니다. 특히 절임으로 저장하면서 먹는 방식이 전통적인 요리법이고 역사적으로 청어는 그렇게 먹어온게 일반적이죠. 네덜란드와 북유럽 등을 중심으로요. 제가 사온건 생 청어입니다. 머리와 내장이 제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터키의 고등어 케밥은 고등어를 숯불구이를 하지만 전 오븐구이로 가겠습니다. 생선은 팬에 구울 때보다 오븐으로 구우면 수분도 빠지지 않아 부드러움이 그대로 유지되고 맛도 더 좋답니다. 소금 살짝 친 청어를 오븐에 굽습니다. 팬에 구워도 되구요.
크지 않은 생선이고 청어 자체가 살이 매우 부드러워서 예열된 오븐 220도 정도라면 15분에서 20분 쯤이면 충분히 다 구워지죠. 그 사이에 간단하게 같이 넣어 먹을 야채를 손질합니다. 간단한 터키 스타일 양파 절임인데요, 양파와 레몬이 일단 필요.
양파는 잘게 썰고 레몬은 과즙을 충분히 짜줍니다.
거기에 올리브유와 고춧가루와 소금을 살짝 뿌려 섞어주면 완성!
맛나게 익은 청어구이. 살 으스러짐 하나 없이 자알 익었네요. 문제는 익은 상태에서 청어는 더욱 부드러워져서 살살 다루지 않으면 살이 다 깨져요. 가운데 뼈와 배 쪽의 긴 가시들만 좀 제거해주면 잔가시들은 그냥 먹어도 됩니다. 오븐에 구웠더니 가시도 바삭하게 익었고 속가시들은 워낙 자잘해서 먹는것 같지도 않아요.
담백한 바게트빵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토마토슬라이스와 아까 만든 양파절임을 먼저 올리구요
청어구이는 살만 발려서 살포시 얹어주고요.
빵을 덮으면 완성! 고등어와 달리 청어라 살이 말끔하게 발려지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완성입니다.
제목대로 대충 만들어도 참 맛있습니다. 이게 뭐 어렵게 만드는 음식도 아니거든요. 준비과정도 어려운 것도 없고.
한국에선 보통 생선구이는 밥과 함께 먹는게 일반적인거죠. 빵과 함께 생선을 먹는 경우는 한국에선 거의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피쉬버거도 인기 없어서 맥도날드에선 멸종해버렸잖아요. 훈제연어를 끼워먹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생선과 빵의 조합은 어색한데, 밥과 잘 어울리는 생선구이가 담백한 빵과도 무지 잘 어울립니다. 저야 유럽에서 지내면서 벼라별 생선 샌드위치를 많이 접해봤기에 딱 보자마자 맛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생선구이도 써보니 정말 맛있었지만, 안 그래도 고등어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에 계신 분들께도 진정 추천하고 싶네요. 생선백반이 아니라 생선백빵입니다.ㅋ 너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터키의 로컬 푸드입니다. 청어로도 맛있었는데 청어보다 고등어를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나중에 고등어 구하면 다시 만들어보고싶은 의지가 팍팍 불타오르는군요!



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2/10/09 05:26 #

    독일 북해 쪽에서는 Rollmop (절인 청어) 끼운 샌드위치도 보았지요.
    Gosㅊh Sylt 라는 식당도 유명하고요.

    터키 이스탄불에서 파는 고등어 케밥은 현지에서 잡은 고등어가 아니고 대부분 노르웨이산 수입 고등어더군요.
    현지 고등어는 기름이 많이 오르지 않아서 맛이 없다고...
  • 고선생 2012/10/09 05:37 #

    북해 아니더라도 절인 청어 끼운 샌드위치는 워낙 대중적이라 전국적으로 여기저기서 맛볼 수 있습니다 ㅎㅎ
    제가 본 방송에선 거기서 바로 잡아서 만드던데.. 수입도 하나보네요.
  • 푸른별출장자 2012/10/09 06:00 #

    제가 독일 가면 주로 있는 곳이 뮌헨쪽이라서 그 곳엔 절인 청어가 잘 안 보여요.
    산골짜기 사람들이라 주로 돼지 고기 아니면 송어 같은 것들...
  • 고선생 2012/10/09 07:00 #

    Nordsee 가서 Matjes-Baguette 드세요. http://www.nordsee.com/de/produkte/196/matjes-baguette
    아실테지만 Nordsee는 전국구니까 ㅎㅎ 독일살이 12년이 보증합니다 :)
    아무리 없어도 수퍼 생선코너에 가면 있을거구요.
  • 2012/10/09 07: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09 17: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무의미해 2012/10/09 21:08 #

    굉장히 담백하고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근데 생선 특유의 비린내는안나겟죠?,,,
    생선과 빵이 전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당장 해먹어보고싶네요 !ㅋㅋ
  • 고선생 2012/10/09 21:11 #

    지방있는 생선들이 비린내가 좀 있긴 한데 구우면 사라지잖아요. 딱 그 정도 ㅎ
    바게트 추천합니다 :)
  • 건강한사과 2012/10/10 12:31 #

    청어에는 다른 생선들에 비해 뼈가 많지 않나요!?
  • 고선생 2012/10/10 15:20 #

    글에도 썼지만 가시가 많아도 워낙 자잘해서 왠만큼 굵은 가시만 좀 제거해주면 그냥 먹을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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