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생일선물은 가족외식 by 고선생

어릴때만 해도 최고의 생일선물은 역시 온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 외식이였다. 온 가족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 뭐 이렇게 많이 모이는게 아니라 딱 '우리집 네가족'이라는 의미. 생일이라고 굳이 뭐 선물받고 그런것보다도 딱 그게 좋았다. 정말 먹고 싶었던 맛있는 식당에 온 가족이 다 함께 가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좋은 시간 보내는 것. 그게 참 좋았고 우리 4명 가족 아버지 어머니 나 동생 각자 생일 때마다 가족외식은 고정 세레모니였다. 정말 꼬꼬마 시절에나 선물꾸러미 주고받고 했었지, 초등학생 이상 정도만 되니까 구태여 선물 그런것보다도 가족과 시간 보내는 외식자리 자체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선물 주고받아봐야 그게 다 부모님이 벌어오시는 돈인거고 울 가족 안에서 도는 돈일 뿐인데, 생일이라고 선물보다도 그냥 생일용돈으로 만원 이만원 받으면 그걸로 족한것이였다.

가족 누군가의 생일은 그래서, 빼도박도 못하게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외식자리의 큰 명분이 되기도 했다. 서로 자기 일에 바쁘고 평소 외식도 잘 못하던 때라도 누구 생일이 다가오면 '그래도 생일이니까 가족 외식 한번 해야지?'가 발동되어버린다. 다른 집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우리 집의 분위기였다. 생일이면 가족외식을 하는 것. 그리고 외식 즐기고 집에 오는길에 동네 제과점에 들러 작은 케잌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오면 대충 9시 뉴스하는 시간이나 드라마하는 시간쯤 된다. 드라마를 봐야 되면 드라마 다같이 보고 드라마 끝나고 광고 돌입하면 바로 불을 끄고 케잌에 초를 꽂았다. 드라마 하기 전 시간이면 일단 케잌부터 불고 드라마를 보면서 저녁식사의 후식겸 해서 케잌 한조각씩 먹었다.

앞서 썼던 TGI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보다가 덩달아 떠오르게 된 추억담이다. TGI 초창기에는 몇번이나 생일외식을 TGI에서 했기도 했다. 늘 담담하게 가족끼리 축하메세지 전하곤 했는데 여기선 생일이라고 하면 점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생일축하노래도 불러주고 주변 테이블에서도 박수를 보내주곤 하니 뭔가 들뜨는 기분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곧 10월이다. 10월엔 내 생일이 있다. 독일로 온 이후로 내 생일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그나마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에서 생일이라고 티내면 감사하게도 축하메세지를 받곤 하지만 사실 그게 전부다. 올해도 분명히 생일이 오면 티를 낼게 뻔하다 ㅋㅋㅠ 현지에 친구가 없는건 아니지만 생일에 함께 모이고 할 정도로 깊은 사이는 없고 그다지 그 정도 사이의 친구를 사귈 의지도 없었다. 그리고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은 이들과 생일이라고 어색하게 모이고 하는것도 별 생각없다. 이 시점에서 문득 그리워지는건 가족외식이다. 물론 가족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지만 소중한 그런 자리도 참 좋고.. 친구들의 축하도 그립고. 나에게 독일에서의 금년으로 6년째 맞는 생일은 생일임과 동시에 1년중 가장 외로운 날인지도 모르겠다. 쿨하게 얘기하려 해도 사실 누군들 생일에 축하받고 싶지 않겠으며 누군들 혼자 그냥 넘겨버리고 싶겠는가. 부모님은 생일이니까 선물이라도 셀프로 하라며 50유로 정도 더 보내주시긴 하지만 사실 내가 원하는건 선물이 아니라 '함께'인것을..

독일에 있으면서 한번쯤은 내 생일에 겹쳐서 한국 방문할 때가 있지 않을까, 유학 막 왔던 2007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으나 10월은 늘 가을학기 초 시기이고 도저히 한국갈 명분도 이유도 여유도 없는 그런 시기다. 역시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기 위해선 귀국 하고서야 볼 일이다..ㅎ

오늘 생일이니까 이따 외식해야지? 엄마아빠 이따가 7시 쯤 집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집 앞 주차장에서 전화할테니까 준비하고 있다가 전화오면 바로 나와 알았지? 전화는 6시 50분 쯤 울렸고 난 전화를 받자마자 "나갈게!" 한마디 외치고 같이 옷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집안 불 다 끄고 창문 다 닫고, 경비실 앞 쓰레기통에 버릴 쓰레기봉투 챙겨들고 출입문을 나와 쏜살같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ㅎㅎ 그립다.


덧글

  • 김어흥 2012/09/20 07:45 #

    저도 점점 그런 것 같아요. 가족이 모여서 밥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선물 그런거 별로 필요 없더라구요.
  • 고선생 2012/09/21 03:29 #

    나이먹어가면서 선물보다 현금이 좋고.. 부모님들도 더 좋아하시고..ㅎㅎ
  • MN 2012/09/20 11:24 # 삭제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가족끼리 모여 밥먹었었는데, 다시 저 혼자 떨어져있으니 계속 생각나네요 ㅎㅎ
  • 고선생 2012/09/21 03:30 #

    혼자로서 익숙해짐도 필요할 때가 있는게 인생이여라~ ..죠.
  • 라미♡ 2012/09/20 15:51 #

    진짜 공감가는 내용이에요!!!!!!!!!
    제가 작년생일에 그래서 뿔이 났었죠..아빠가 제 생일날 저녁을 함께 못한다고 하셔서..(결국은 함께했지만)
  • 고선생 2012/09/21 03:31 #

    생일 당일에 딱 다들 못 맞추면 그 다음날이든지, 생일 낀 그 주의 주말이라든지 그렇게 미루기도 했었어요 ㅎㅎ
  • rayden 2012/09/20 19:14 #

    저도 올해 타국에서 처음 맞는 생일인데..
    두려워요 먼가 혼자 술 빨거같다는..
  • 고선생 2012/09/21 03:31 #

    6년째 홀로 생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적응하셔야 합니다!^^
  • 유우롱 2012/09/21 17:33 #

    으잉 ㅠㅠㅠ...글을 읽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ㅠㅠㅠㅠ올해는 이글루에 잔뜩 티내세요! 계속 축하드릴게요!!
    전 생일 때마다 아파서, 그냥 안아프고 조용히 넘어가면 좋았어요 게다가 방학이라 친구들 부르기도 애매했고;; 근데 이젠 안아프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_-;; 부모님은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은 챙겨줘야한다고 교육시켜 기대치를 올려놓곤 막상 당신들이 바빠서 당일 저녁에야 떠올리셔서 미역국을 끓여주시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 고선생 2012/09/21 18:49 #

    학창시절 저의 생일의 최고의 단점은.. 10월 중순이라.. 중간고사 끝나고 성적표 나오는 시점이였다는거죠. 실제로 생일날에 성적표를 받은 적도 있고 ㅋㅋㅋ 생일외식 다 하고 와서 집에 돌아와서 꺼내보이는 성적표의 비참함... 하아 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