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데 전혀 어렵지 않고도 정말 맛있는 치킨을 소개합니다. 제목대로 '삶고 구운' 치킨이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명절같은 때 한 데 모임이 거의 없어진 요즘엔 행해지진 않지만 제 어릴적만 해도 친가집안에선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삿날에도, 명절차롓상에도 전통방식의 제삿상이 차려지고 큰아버지의 주도 하에 순서에 맞춰 제사일정을 소화하고 무릎꿇어 향 앞에 술잔 돌려 술 올리고 절 하고.. 그러곤 했죠. 다 끝나고 음복 하구요. 어릴 때부터 어린 마음에 엄숙한 제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역시 제사 후에 먹게 되는 진수성찬이 늘 기대되는 포인트였습니다. 제삿상엔 늘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정해진 음식들이 있는데, 삶은 닭도 고정출연이였지요. 철없던 시절엔 엄숙히 절 하는 와중에도 상 위의 닭고기에 눈이 가곤 했지요. 상차림에 쓰인 삶은 닭은 나중에 거의 제 차지였어요. 어른들은 젓가락 사용해서 점잖게 먹는 음식 위주로 드시고 전 따로 닭을 뜯어먹었죠. 유독 제가 닭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다 식은 이 삶은 닭을 저 먹으라고 따로 또 조리를 해줬었는데 그건 삶은 닭을 조각낸 후 그걸 기름두른 팬에 지져주는 거였습니다. 이 방식이 닭 뿐 아니라 식어버린 삶은 만두도 그렇게 해주시곤 했는데 그게 너무너무 맛있는거 있죠. 이번 포스팅은 그 어린 시절에 참 맛있게 먹었던 삶고 구운 치킨의 재현입니다.
먼저 닭 한마리를 푹 삶습니다. 이거 뭐 설명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닭만 건져내어 상온에 충분히 식힙니다. 꼬들꼬들하게 일단 식히는게 좋습니다. 그러면서 맛이 딱 고정되니까요.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해체해줍니다.
기름 살짝 두른 팬에 그대로 굽습니다. 혼자 먹으니 반마리만 먹죠. 이게 끝입니다. 정말 이게 다에요. 말 그대로 삶은 닭을 다시 구웠을 뿐입니다. 소금간 정도는 해주는건 기본중의 기본. 아니면 나중에 따로 찍어먹거나.
완성입니다. 삶고 구운 치킨입니다.
삶은 음식을 표면을 구워서 먹는건 다 맛있는 것 같아요.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삶은 만두도 물기 싹 가시고 식어버렸을 때 기름에 지져 먹으면 너무 맛있죠. 어디선가 들었는데 '군만두'의 유래도 옛날 중국에서 식은 만두를 기름에 지져 먹은게 그 유래라고 들은 것 같은데요. 삶아서 다 익은 음식인데 겉을 구움으로서 표면이 살짝 크리스피해지고 그 식감에다가 삶아서 푹 익은 속맛까지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조리죠. 이 치킨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누구든 한번쯤 해봤을 것 같긴 하지만, 새삼 참 맛있다는게 느껴집니다.
한국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싫어할 리가 없는
'치맥'! 저도 모처럼 맥주를 곁들여 치맥 완성입니다.
맥주가 재미난 포장이라 사봤는데요, 설마 저 AC/DC를 보고 전압 생각하실 분은 없겠죠. 완전 유명한 호주출신 하드록밴드잖아요.
(최근엔 영화 아이언맨 덕분에 더 알려지기도 한) 뭔가 록스피릿 충만해뵈는 강렬한 디자인에 GERMAN BEER AUSTRALIAN HARDROCK이라니. 그래서 사봤는데 맥주맛은 그냥저냥. 맛이 너무 캐주얼했다는. 그래도 뭐 치맥 아닙니까 치맥. AC/DC의 Highway To Hell을 BGM으로 크게 틀어놓고 맥주 한 모금에 닭다리 하나 뜯습니다!
덧글
버터에 구워줘도 좋겠군요. 한번 삶은 닭이니 속 안익을 염려도 없고..!! 해봐야겠어요:)
저랑 제 동생들은 여기에 후추+소금 찍어먹거나 고추장을 찍어먹곤 하는 데 무지무지 정다운 맛이 나죠!
곧 추석이니 또 이 메뉴를 맛보겠군요...
"이곳" 의 "그 물건" 은... 정말 좌절감을 느끼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