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24-120826 잡담 by 고선생

1. 남몰래 좋아했지만 나에게 마음이 전혀 없는 줄 알았던 그 애한테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을 때. 4분단과 5분단 사이 통로를 무심히 지나가는 척 하면서 작게 꼬깃꼬깃 접은 크리스마스카드를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내 가방 열린 속으로 툭 던져넣고 지나갔을 때, 그 카드를 확인했을 때 내 마음이란 아마도 내 인생 최초의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설레임이였을 것이다. 1993년 6학년 겨울방학을 앞둔 마지막 미술시간에.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 수업으로 대체했던.

2. 출시하기도 전, 경험해보기도 전부터 멋대로 자신의 좁은 기준과 소견 풀가동해가며 멋대로 저거 잘된다, 안된다 선평가질 해대는게 아주 습관인 사람이 참 많다. 출시되고나서나 말 하지 좀.

3.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  이승환의 <가족> 중. 97년 이 앨범을 사서 이 곡을 들을 때 이 가사에서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노래를 처음 들으면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래서 늘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명곡이다.

4. 세상 모든 내게 주어진 일, 내게 엮여진 인연 모두모두 다 끊어버리고 딱 하루만 잭 스패로우가 갔던 세상의 끝에서 하루만 있어보고 싶다.

5. 왜 샐러드에는 '드레싱'이 빠지지 않을까. 아마도 인간은 생야채 그대로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맛 첨가를 위해 드레싱은 필수. 최대한 자연식으로 먹는 지중해의 샐러드도 올리브유와 식초 혹은 소금은 기본이다.

6. 여행을 준비할 땐 여전히 난 여행책자가 최고의 참고서다. 인터넷 정보나 다른 사람이 먼저 다녀온 여행수기.. 이런건 내겐 그닥 매력도 없고 찾아보지 않게 된다. 내가 필요한건 그냥 객관적인 정보들 뿐, 나만의 경험을 위해 계획세우기 위한 정보만 있으면 된다. 역시 여행책자가 최고.


7. 법이 좀 무서워야 범죄가 좀 줄어들텐데. 법이 별로 안 무섭게 느껴지는것부터가 문제.

8. 요즘 시대에 누구든 자연산보단 양식산을 많이 접하게 되는건 당연하겠지만 난 유독 너무 자연산을 못 접해봤다. 이젠 세상에서 거의 사라져간다는 자연산 민물장어는 꼭 한번 맛 보고 싶다. 아마 최고급 호텔 코스요리 먹는거 이상의 비용이 들겠지.

9. 한국의 병원에 가면 뻑하면 놔주는 주사.. 사실 이거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뭔가 확실히 몸 속에 다이렉트로 약물을 투여한다는 묘한 안정감이란게 있다. 외국의 병원에서는 감기든 뭐든 때문에 병원 가도 주사를 놔주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한국에선 주사가 상당히 흔히 쓰인다는 인상이다. 거기 익숙해져버리면 그 맛을 잊기가 쉽지 않다.

10. 가을이 다가오니 가죽손목시계가 하나 갖고싶네.

11. 안철수 원장이 룸살롱 가서 술마셨다는거 하나 잡아서 못잡아먹어 안달인 사람들 보고 있노라면 좀 많이 어처구니가 없다. 얼마나 꼬투리 잡을게 없으면 그걸 가지고 난리인가 싶고.

12. 슈퍼스타K든 위대한 탄생이든 한 때 오디션 프로그램 트렌드이고 몇번 하다 말겠지 했는데.. 고정으로 계속 하네..?

13. 카라의 노래는 아이돌 중에 가장 나올 때마다 실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색깔을 잘 정립한 것 같고 작곡가 운용을 잘 하는 것 같다. 아이돌 노래는 '보는 음악'이라지만 카라 노래는 오디오만으로도 만족. 아이돌그룹 중에 '노래가 괜찮아서' 좋아하는 그룹. 노래가 별로고선 좋아하는 그룹도 아예 없긴 하지만.

14.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쓰게 된 이후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중 중에 가장 낮은 비중이 바로 통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폰'인데.. 본기능보다 부가기능이 주가 되어버린 아이러니.

15. 비슷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흡혈귀'는 무서운 이미지로 통하고 '뱀파이어'는 매력적인 이미지로 통한다. 역시 영어의 힘?

16. 활동은 하나도 안 하는데 한 때 엄청 많이 쌓아둔 추억들 때문에 매몰차게 없애버리진 못하겠고.. 아마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썼던 사람들 대부분 이런 마음이겠지?

17. 기분 참 찝찝한 꿈을 꾸었다. 한국에 가는 꿈인데.. 간 한국에서 내가 가는곳마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삭막했다. 영화보러 들어간 영화관은 무심하게 표를 파는 매표원 단 한명 외에는 마치 유령선처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뭔가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도, 가는 장소 모두 다 익숙한 곳이지만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무서운 꿈은 아니지만 깨어나서 한동안 멍해있었던 참 느낌 안좋았던 꿈..



덧글

  • 기린린 2012/08/27 17:22 #

    7. 법이 무서워야 범죄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검거율이 높아야 범죄가 줄어든데요. 법이 아무리 무서워도 안잡히면 그만 이라는 인식이 강하면 범죄를 잘 저지른다고 하더라구요. 특히나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실제 사건에 비해 신고율도 적고 그러니까...그리고 신고하는 경우는 꽃뱀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라구요.
  • 고선생 2012/08/28 02:17 #

    잡혀도 법이 별로 안 무서운데.. 뭐 이런것도 있는것같아요. 가벼운 벌금 좀 내고 말지 뭐 하고 늘 배째라고 계속 범죄 저지르는 사람도 많죠. 식당같은데는 특히나.
  • 에반 2012/08/27 17:48 #

    11번 저도 동의해요 ㅋㅋ 윗분들은 그것보다 100만배는 더한 나쁜 짓 해놓고 저거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거 보면 참 ㅋㅋㅋ 유치하기 짝이 없죠 ㅋㅋㅋ
    16번은 아마 앤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영향이 큰거 같아요, 그전에는 뱀파이어는 그렘린을 닮은 대머리 흡혈귀였거든요 ㅎ 앤라이스 때 처음 아름답고 인간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했죠 ㅎ 거기에 또 박차를 가한게 트와일라잇...서양판 귀여니라고는 하지만 영향력있는건 확실하죠 ㅎ
  • 고선생 2012/08/27 18:24 #

    그 훨씬 전에 흡혈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정립해버린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큐라'가 있었고 말이죠 ㅎㅎ
  • 2012/08/27 19: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8 02: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28 13: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여우맥 2012/08/27 19:52 # 삭제

    심심해서 고선생님 포스팅에 '너저분한 댓글' 달아봐요. ^^ 일이 다 끝나서 할일이 없음 ㅠㅠ

    1. ㅠ.ㅠ 그런 적이 없어서 모름. 아 왜 제가 짝사랑 하던 애들은 모두 왜 저에게 이렇게 야멸찼단 말입니까. 흑흑

    2. 원래 '호사가' 라는 건 그런 걸 하는 직업(?) 이죠. ㅎㅎ 언제 부터 이런 설레발을 잡지에 실어주고 기사화 시켜주면서
    돈을 벌고 사는 vocation 이 되었는지는 매우 궁금하긴 하네요. 근데 일단 마케터 입장에서는
    좋든 나쁘든 '술렁 술렁 설레발' 을 치면서 씹어주는 걸 좋아하기도 하더라고요.
    ....제일 안 좋은 것은 '무관심' 이라나;;;

    5. 채소를 그냥 씹는게 힘들죠. 진짜. 특히 단맛나는 채소가 아니면 더더욱 힘들죠. 드레싱 없이...
    (그게 생리학적으로 인간이 채소 흡수율이 어쩌구 저쩌구 해서 드레싱을 해줘야 된다는 패러그래프를 읽은 거 같은데 ^^)
    근데 하다보면 그것도 또 괜찮더라고요. (물론 지속적으로는 못하겠더군요 ㅠㅠ)
    저는 발사믹 + 파마산 치즈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 바질 조합으로 먹습니다. ㅎㅎ

    8. 요즘 민물장어값이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자연산은 뭐 ... 더 비싸겠지요?
    어렸을 때는 그리 비싸지 않게 장어를 자주 먹었던 거 같은데 요즘엔 에휴 ㅠㅠ

    9. ^^ 요즘 한국에서 우유주사라고 하는 '프로포폴' 중독 때문에 한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주사 맞는 행위에 중독 되시면 안 되요. ㅎㅎㅎ

    너무 길게 써서 민폐지만 ㅎㅎ 항상 거의 매일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고선생 2012/08/28 02:25 #

    근데 채소 뿐 아니라 고기만 해도 그냥 아무것도 가미 없이 생고기만으로 잘 먹는사람도 거의 없잖아요. 최소한 소금이라도 쳐야지. 인간은 자연식재료 그대로보다 거기의 뭔가 인위의 맛을 가미하는데에 익숙해져있는것같아요. 그건 아기일 때부터 생음식을 먹지 않아서 그렇게 자라왔을테고..
  • TokaNG 2012/08/27 23:14 #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아주 두근두근거려서 채 펴보기도 못하겠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게다가 저는 미처 준비하지도 못했는데, 뜻밖에!!
    아직까지 학창시절에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이승환의 가족은, 앨범이 나오고 바로 가졌던 전국투어 콘서트에서 들었는데, 다들 눈시울을 붉혔던..
    그 다음날 이승환 테이프를 전질 샀었습니다.
    요즘은 CD로 사고 있지만..
  • 고선생 2012/08/28 02:26 #

    저도 카드, 편지 이런거 다 보물상자 하나 만들어서 보관중인건 분명한데 어디다 뒀는지 스무살 넘고부턴 신경쓰지 않고 잊고 살다보니 집안 어딘가에 분명 있을텐데 찾을 수가 없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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