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당일치기 전주/남원 1. 추어탕과 춘향이와 피순대 by 고선생

작년 한국 방문 때 1박 2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이번 방문 때도 없는 시간 쪼개서 당일치기지만 서울을 벗어나봤습니다. 그 땐 홀로 갔었지만 이번엔 부모님과 함께 한 자동차여행이였는데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라 더욱 소중했지요. 이번엔 딴거 없이 그냥 맛있는거나 먹고 오자 하는 계획으로 맛의 고장 전북을 가기로! 새벽부터 출발해서 저녁시간정도에 컴백한 담백한 당일치기 여행. 전북 남원과 전주를 갔다 왔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6시에 출발하여 아침에 남원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곳은 유명해보이는 추어탕 집. 남원 하면 추어탕이죠.
사실 전 추어탕이란 음식에 그다지 큰 관심은 없습니다. 그렇게 맛있다고 느낀적도, 맛없다고 느낀 적도 없고 예전에 두어번 먹어본 경험이 있지만 그냥 된장시래기국같다.. 라는 느낌 정도밖엔 없었습니다. 그래도 본고장의 맛이니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 밑반찬부터 실하네요.
미꾸라지튀김! 통미꾸라지를 튀김옷 입혀 튀겼는데 요거요거 아주 담백하고 별로 느끼하지도 않고 좋더라구요.
그리고 추어탕!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날 여행에서 먹은것 중 가장 맛있었던게 바로 이 추어탕이였습니다..!
그전까지 먹어본 기억속의 추어탕과는 완전 다릅니다. 그냥 시래기된장국같다라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거의 콩비지국처럼 걸쭉한 농도와 된장국에다 순대국을 섞은듯한 진한 국물맛. 정말 최고였습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추어탕이랄까요. 이것이 바로 본고장의 맛이겠지요. 아낌없이 들어간 풍성한 미꾸라지의 양에 기본 국의 양도 많고.. 이 맛에 이 퀄리티에 7000원을 받는데 전혀 돈이 아깝지도 않고 서울에서도 그 가격 혹은 그 이상 가격으로 먹어야 할텐데 오히려 퀄리티에 비해 싼게 아닌가 싶었지요.
아침부터 포식을 하고 향한 곳.. 광한루입니다.
광한루 앞에 펼쳐져있는 토산품 가판들. 목공예품, 식칼 등이 주요 품목인데 식칼은 이 곳 토산품의 대표라고도 하지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보니.. 정말 평온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였습니다. 날씨마저도 캡짱.
남원이 춘향이의 고장이다보니 주변으로 춘향이 테마로 많이 조성해놨군요.
춘향이 하면 잇 아이템. 그네. 어릴땐 이런데나 민속촌같은데 가면 꼭 한번 올라가보지 않곤 못 배겼지만 이 나이 되서 뭐..
광한루는 조선시대에 황희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를 오면서 지은 누각이 그 시작이라 하죠. 이후 몇번 증축, 재건이 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 춘향전에 등장하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광한루 주변을 춘향이 테마로 꾸며놓은지도요.
전 이런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디자인 센스와 컬러 센스에 늘 감탄한답니다. 문화의 섬세한 차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한중일 다 같은 스타일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크기만 하고 섬세함에서 밀리는 중국 스타일, 자잘하면서 지나치게 기교적이기만 한 일본 스타일에 비해 한국 스타일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여유로움과 멋스러움을 공평하게 둘 다 느끼게 해주는 중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저 옥색과 붉은색 위주의 컬러 배합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누각 앞에는 널찍한 못이 파져 있고 오작교도 놓여있고 못 안에는 잉어떼가 한가득..
괴.. 괴물이다! 누군가가 먹이를 던져주니 순식간에 몰려들어 난리통인 잉어떼들. 저 입에서 살짝쿵 공포를 느낍니다.
전세계 어느 기와지붕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옥의 기와 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감상하다가.. 또 산책하다가.. 더우면 나무 그늘 아래서 쉬었다가.. 부모님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가.. 그렇게 시간이 가고 전주로 이동하기 전에 아직 배가 그리 고프진 않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또다른 로컬푸드를 먹으러 갑니다.
남원 공설시장 안에 조성된 순대골목. 그 중에 맛집이라 하는 선일 순대. 이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 또 한가지가 바로 순대입니다. 순대가 뭐가 특별하냐 하겠지만 서울에서 보는 순대와는 전혀 다른 순대가 있지요. 서울에선 일반적인 당면 넣은 찰순대나 이북식 아바이순대같은게 고작이지만 전라도의 순대는 선지를 가득 넣은 일명 피순대! 순대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는 사실 이번 여행의 큰 목적이 바로 이 피순대이기도 했답니다.
음... 일반적인 순대와는 전혀 다른, 조금은 그로테스크해보이는 느낌의 외형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괘, 괜찮을거야.. 나 순대도 좋아하고 선지도 좋아하잖어?
그리고 주문한 모듬순대. 여전히 아침에 포식한 추어탕 때문에 배가 충분히 꺼지지 않은 상태라 셋이서 맛이나 보고 가자고 요거만 한 그릇 시켰습니다. 과연 비주얼부터 다르군요.
서울에선 보기 힘들고(아예 없는듯도?) 이건 철저한 이 지역 로컬푸드인것 같습니다. 이북의 아바이순대, 동해지방의 오징어순대와 더불어 전라도의 피순대! 정말이지 내장 안에 선지만 한가득! 그리고 내장도 보통 서울에서 먹는 순대 내장이 아니라 두.. 두터워! 막상 선지만 가득한 비주얼을 보니 뭔가 복잡한 생각이 들긴 했으나 그래도 거침없이 시식! 그 맛은.. 음, 첫번째로 든 생각은 "좀더 배가 아주 막 고플 때 먹어야 더 맛있겠다", 두번째는 "난 먹기야 먹을 수 있지만 확실히 이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겠다". 음.. 조금 강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순대니 선지니 다 좋아해도 그 내음이 조금은 강했습니다. 지역색, 지역입맛이랄수도 있겠는데 아무래도 전 서울사람이라 바로 거리낌없이 친해지긴 좀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못먹겠어! 인 정도도 분명 아닌데 첫 경험부터 많이 먹어제끼기는 조금 힘든.. 뭐 그런 복잡한 느낌? 몇번 더 먹어봐야 그 제맛을 느낄 것 같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이걸 먹기에 앞서 배가 아주 고프지 않았다는게 아쉬움!
그리고 내장.. 쫄깃을 넘어서 조금은 물렁거렸는데 서울에선 내장부위를 불에 구워먹는 형태가 인기라 불에 그을리고 지글대는 맛에 익숙한지라 이 역시 느낌이 살짝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는. 사실 피순대에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한 이번 당일치기 여행이였지만 남원에서는 추어탕이 훨씬 좋았네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덧글

  • 오리지날U 2012/07/26 23:56 #

    으아아.. 피순대.. 정말 비주얼이 강력 ! 하군요ㅎㅎ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쩝쩝
  • 고선생 2012/07/28 22:16 #

    평범한 순대와는 아예 다른 맛이랍니다 ㅎㅎ
  • 틸더마크 2012/07/27 02:31 #

    ㅎㅎㅎ 피순대도 가게들마다 선지 양념하는 법이나 쓰는 내장 부위가 약간씩 달라서 맛이 다른게 독특하지용. +_+
    좀 느끼한 감이 있다보니 많이 먹긴 좀 힘들고 배고플때 먹어야 맛있는 것도 맞습니다. ㅎㅎ
    외려 전 또 저렇게 부재료랑 볶아서 나오는건 첨보네요. 저렇게 해먹어도 맛있을거 같습니다.
    남원 추어탕이 맛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아직 못먹어봤군요. 남원가본지도 오래됐네요. 'ㅂ'
  • 고선생 2012/07/28 22:17 #

    네 완전 배고팠다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습니다..
    기본 순대만도 시킬 수 있었던것 같은데 '내장 섞어줄까요?'라는 질문에 네 했는데 그게 이렇게 나오는것일줄은..ㅎ 그냥 으레 순대 옆에 내장 썰어나오듯이 나올줄 알았죠.
  • Semilla 2012/07/28 01:20 #

    피순대 먹어보고 싶네요... 내장 좋아하는데....
    저는 추어탕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기억이 안 납니다. 역시 먹어보고 싶은데...
  • 고선생 2012/07/28 22:18 #

    어떤 음식이든 그 본고장 맛이 진짜배기다 라는 진리를 다시금 느꼈던 남원의 추어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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