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 불면증 by 고선생



내 중3 때 발매된 패닉2집은 나에게는 참 신선하고도 이런 앨범이, 이런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것은 불쾌하거나 요상하게 느낌이 아닌, 뭔가 가요계의 한 꺼풀을 벗겨 한층 진일보했다는 느낌이 들었음이다. 같은 해 초에 시대의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은 해체해버렸고 우울하던 찰나, 그 해 말에 소리소문없이 등장한 패닉2집은 뿔머리의 개성적인 목소리의 보컬과 뒤에서 색소폰 부는 남자의 2인조가 달팽이와 왼손잡이를 부르던 신인가수라는 느낌을 넘어, 이들은 진정 '아티스트'다 라고 정의내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패닉2집다운 앨범의 느낌을 내 주는 앨범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특히 이 앨범에서는 엄하게 뒤에 서서 색소폰만 불거나 짧은 랩 몇마디 읊조리는 김진표가 한층 무게감이 있어진 앨범이기도. 그 전까진 그냥 '이적과 친구 한명'이라고 생각되었던게 사실. 사실 이후 패닉 앨범들을 감상해보면 느끼는거지만 아무리 모든 곡을 이적이 작사 작곡한다 한들, 패닉과 이적은 전혀 다른 색깔이다. 그것은 김진표가 함께 하냐 안 하냐로 결정지을 수 있는 단순함만은 아니겠지만 어쨋든 김진표가 스스로 월등히 성장해감과 더불어 이적과 김진표의 조합은 이적 혼자일 때와는 전혀 다른 시너지를 냄은 분명한 것이였다. 그러니까 팬들도 아무리 이적과 김진표가 솔로앨범을 내고 활동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패닉의 앨범'을 기다리는 이유겠지.

자켓에서부터 일러스트레이서 이우일씨의(대표작: 도날드 닭. 박광수 작가의 광수생각과 더불어 동시대에 사랑받았던 비슷한 스타일의 만화)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한 그림은 앨범 전체의 음울하고도 음산하면서 눅눅 축축한 그 사이에서도 뭔가 모르게 청량한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나타냈다. '밑'이라는 앨범 이름에서부터 대놓고 이 사회의 밑바닥 곪은 곳을 건드리는 내용의 비판과 비아냥과 조롱 일색의 내용과 그 내용을 유치하지 않게 표현한 가사, 그걸 곡으로 완성하는 완성도 높은 작곡과 명품 편곡. 이런 앨범이 또 있을까 싶다.

'불면증'은 개중 가장 신선하게 느꼈던 곡으로, 언젠가 이적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건 라이브 녹음으로 한번에 갔다고 하는데.. 삐삐밴드의 보컬 이윤정의 피쳐링은 그녀의 목소리가 없는 '불면증'은 가능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꼭 맞는 캐스팅이라 생각될 정도.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잠들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아 미쳐가는 침대 위의 한 사람의 절규가 그려지는 듯 하다. 10분이 넘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땐 그 때 내 나이로서는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잠이 절대 오지 않아 제목이 불면증인건가' 생각하기도 했다는..ㅎ



덧글

  • 지나가던 2013/11/30 11:51 # 삭제

    이 노래 따라 부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뒤에서 가족들이 미X놈 취급하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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