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에 접했던, 당시 90년대 중후반 당시에 접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지금 돌이켜봐도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정말이지 막강했다. 다양한 장르, 명품 디렉팅, 엄청난 흡입력과 깊이감. 그 행운의 시대에 나 역시도 가장 애니를 많이 접했던 시기이고, 이 즈음 역시나 애니메이션마다 주옥같은 OST에도 빠져들었던 때다. 정말 내 사춘기 시절 에반게리온의 모호함보다도 훨씬 와닿고 가슴 깊이 박혔던, 마치 전후 독일 젊은이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았던 소설 '데미안'...에 비교하는건 좀 오버일랑가. 암튼 '그와 그녀의 사정'! 이 애니메이션은 가슴속 깊이 내가 본 최고의 애니메이션인것 같다. 에반게리온과 동일한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은 그 정보를 미리 알았던 몰랐건간에 작품의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OST는 정말 며칠이고 일제 하비샵에서 산 복제품 OST 시디를(그 때 당시엔 플라스틱 CD케이스 모양 등으로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구분하기도 했다.) 플레이어에 넣고 잠자리에 누워 반복해서 들을 만큼(마치 신지가 늘상 워크맨을 끼고 자듯이) 애정이 가득했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OST에 투자한 비중과 그 퀄리티에 연신 탄복을 해대던 시절. 그만큼 이 작품의 OST는 심리묘사에 능했던 작품 연출만큼이나 그 장면장면을 완벽하게 서포트해주고 있다. 단독 음악 하나하나로도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작품의 주인공을 안다면 더더욱 감정이입에 몰입하게 되는, 말 그대로 '배경음악'의 기본에 너무나 충실하다.
아마도 내가 어린시절 '어리니까 만화 좋아하니까 만화나 즐겨보던 시절'을 지나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가장 크게 쇼크했던 점들은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감독도 영화감독만큼이나 이름난 사람, 명성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와, 애니메이션용 음악에 투자하는 비중 그리고 애니음악의 퀄리티의 놀라움 이 두가지였다. 어린시절 한국에 수입방영되던 일본애니의 노래들이 한국에서 그냥 대강 재제작한 경박한 퀄리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당시에 애니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일본현지 직녹화본 애니메이션 오프닝,엔딩화면 모음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알게 되었고 90년대 중반즈음 70~80년대생들을 필두로 애니팬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그럴싸한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도 개국하면서, 한국에 수입되는 일본애니들도 원곡을 제대로 쓰거나 그게 아니라면 재제작한 국내용 음악의 수준도 꽤나 높아졌던(대중가수 기용, 편곡의 입체화 등) 때였다. 그 구심점이 된 작품이 바로 세일러문 혁명이라고 불리우기까지 했던, 공중파에서 세일러문을 방영해줬던 때 즈음부터였고.
덧글
물론 저는 만화로 완결을 봤습니다만...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 만화로는 모르고 애니만 봤어요. 그치만 아마 만화는 순정만화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터라 그닥 안 당겼을것 같아요.
이걸 애니로 정말 잘 본 건 애니 연출자의 힘이 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끔 국내 TV 프로그램 백뮤직으로도 깔리곤 해요.
전 옛날 만화 주제곡중에서 빨강머리앤과 은철999는 국내 곡이 더 좋더라구요~ㅎㅎ
네 원작은 전 안 봐서 모르지만 점점 내용이 희한해진다고 들은것 같네요. 전 애니의 팬일 뿐이니~
신세기 에반게리온, 선계전 봉신연의, 오! 나의 여신님, 슬랭덩크, 기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