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팬티 by 고선생

조금 민망한 내용일 수도 있겠으나..

노팬티. 말그대로 팬티를 입지 않은 것. 인간은 속옷조차 입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일 때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실제로 속옷의 구속(?)에서 자유로울 때 몸에도 좋은 점도 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은것 같다. 공기가 잘 통하고 살갗에 닿는게 없으니까. 그래서 홀로 있을 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때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초의 자유를 즐긴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꽤나 들어본 듯 하다.

그치만 노팬티. 보통 말하는 노팬티는 그러한 의미가 아니다. 정상적으로 의복을 갖춰입은 상태에서 팬티를 깜박한 것. 난 그 노팬티의 느낌이 참 어색하고 싫다. 보통 사람들은 겉옷을 입을 때 안에 속옷을 입는게 일반적이다. 그건 현대 의복문화 뿐만이 아니라 꽤나 예전부터 그래왔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도 최초의 고정적인 하반신 의복(?)이였을 기저귀와 결별한 이후론 늘 팬티를 입었고 팬티를 입고 나서 그 위에 바지를 입는건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한 당연함 때문일까. 앞서 말한 속옷도 입지 않는 자유 어쩌구 문제와는 별개로 팬티를 빼먹고 입는 겉옷의 그 느낌은 참 어색하다. 속옷이라는 한 겹의 천에 살이 닿는 그 느낌으로 삼십년을 넘게 살았다. 뭘 입든지간에 골반에서 한두뼘 정도 길이의 부분은 우선적으로 타이트하게(타이트한게 아닐 수도 있다) 닿는 얄팍한 천의 느낌이여야 정상적이다. 그런데 노팬티라면? 팬티로 인해 보호되던 부분들이 죄다 그 겉옷 안쪽면에 노출되면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촉감을 느끼게 된다. 언제나 정상적으로 느꼈던 그 부분의 촉감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다. 겉옷의 안쪽 느낌은 허벅지에서 발목까지는 늘 닿게 되는데도 그보다 위쪽 부위는 늘 단절되었던, 팬티라는 한겹에 늘 막혀왔던 느끼지 못했던 촉감인지라 무지하게 어색하다. 그 어색함은 썩 좋지가 않다. 그 부드럽지 못한 빳빳함이, 엉덩이에 닿는 옷 안쪽 택의 걸리적거림이, 청바지의 경우에 그 무자비한 딱딱함이.

살다보면 불가피하게 노팬티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의 생애 첫 노팬티의 경험은 아주 어릴 때 어린이 수영반 다닐때. 그 땐 왠지 탈의실에서 완전 탈의를 하는게 부끄럽고 신경쓰여서 바지만 벗으면 바로 수영할 수 있도록 바지 속에 팬티 대신 수영복을 입고 가곤 했다. 문제는 다 끝내고 돌아올 때 갈아입을 팬티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젖어버린 수영복을 다시 입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노팬티로 바로 바지를 입었을 때 처음 경험했던 그 엄청난 어색함은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한발짝한발짝 걸음마다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짜잘한 이유들로 노팬티였던 적도 있었지만..

오늘 운동을 갔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노팬티를 경험했다. 운동을 갈 때도 운동 후 샤워하고 갈아입을 팬티를 챙겨가야 하는데 깜박했던 것. 그렇다고 땀에 찌든 팬티를 입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오늘 바지는 청바지였다. 결국 노팬티로 바로 청바지를 입게 되었는데.. 입었을 때도 그렇지만 그렇게 입고 걷는다는게 더더욱 어색해서 팔짝 뛰겠더라. 이게 노팬티가 또한가지 어색한것은 노팬티 상태에서 바지를 벗으면 누가 보지 않는데도 바지 아래로 바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맨 상태'에 내 스스로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늘상 봐오던 바지 내렸을때의 광경이 아니잖아..ㅋ;

귀가 후 바지 벗고 한번 놀라구선 바로 새 팬티를 꺼내 입고 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여담이지만 내 입장에선 거의 노팬티나 다름없을 T팬티는 도대체.. 남자치고 입는 사람도 없겠으나 그건 난 팬티라고 안 친다.;;



덧글

  • 김어흥 2012/05/06 02:55 #

    헬스장에 갔는데 팬티를 챙기지 않았을 때가 참 난감합니다 ㅋㅋ
  • 고선생 2012/05/06 17:22 #

    제가 그랬죠; 당황..
  • jude 2012/05/06 03:31 #

    꺅...'ㅅ' (상상해야 하나요...) 어이;;;<-퍽퍽퍽퍽퍽!!!!!
  • 고선생 2012/05/06 17:22 #

    아 그 느낌 너무 싫어요;;
  • nalbbng2 2012/05/06 23:00 #

    으흐흐흐흐흐
  • 고선생 2012/05/06 23:38 #

    어머낫...
  • 세츠 2012/05/07 10:05 #

    그 어색함은 썩 좋지가 않다. 그 부드럽지 못한 빳빳함이, 엉덩이에 닿는 옷 안쪽 택의 걸리적거림이, 청바지의 경우에 그 무자비한 딱딱함이.
    ↑ 고슨생님이 느끼는 어색함이 어느 정도인지 막 와닿아요
    재미있는 글이네요:) ㅎㅎㅎㅎ
  • 고선생 2012/05/07 17:49 #

    ㅎㅎ 이해되시나용 ㅋㅋ 노팬티 상태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그 상태로 수퍼 들러 장까지 보고 돌아온.. 그리고 집에 와서 자소서 보냈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2043

T&am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