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업무차 Bonn 행. by 고선생

Bonn은 내가 살고 있는 도르트문트와 같은 NRW주에 있는 도시지만 평소엔 방문할 일이 전무한 도시다. 과거 독일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며 이곳에서 한달쯤 머물면서 어학시험 최종 준비를 한 적은 있고 옆도시 쾰른과 묶어서 여행으로도 온 적이 있지만 다른 일로는 올 일이 없는 도시다. 한가지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본에 있는 한국 영사관을 방문할 일이 있을 때.

독일에는 총 4 곳의 한국 영사관이 있는데 수도 베를린과 그 지역을 담당하는 베를린 본관, 북독일 지역을 담당하는 함부르크 분관, 중부독일 지역을 담당하는 프랑크푸르트 분관, 그리고 서쪽독일 지역을 담당하는 본 분관 이렇게 4 곳이다. 한가지 의아한 점은 바이에른주가 속해있는 남부독일 지역에는 영사관이 없다는 것. 그쪽에 머무는 재독한인이라면 불편한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남단 뮌헨이나 그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제일 가까운 곳이 프랑크푸르튼데 프랑크푸르트 가는것도 꽤 먼 거리인것을..

그에 반해 난 그나마 편한 편. 기차라는 교통수단 기준으로 도르트문트에서 본 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다.(고속철 말고) 사실 독일에서 오래 살다보니 기차에는 이골이 나서 2시간도 이젠 귀찮은데.. 그러고보면 내가 베를린에 살 때는 그게 참 좋았다. 살고 있는 도시에 영사관이 떡 하니 있는 것. 서울 살면서 구청 가는 기분으로 가면 된다. 이래서 해외살이는 대도시에서 사는게 편하긴 하다. 그것도 수도라면 금상첨화. 유럽의 보통 각 나라 수도들은 물가가 비싸기 마련이지만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대도시고 국제도시고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물가로 살기 좋은 곳인걸. 특히 독일 유학생 비율로 가장 많은 음대생, 예술대생에게는 명문으로 통하는 대학교인 UDK도 있으니 가장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암튼 본을 방문하게 된 것은 집안일에 관련한 무슨무슨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관을 방문할 일이 있었던 것. 기차로 편도 2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도시는 아무리 아침 일찍 나가도 거의 하루를 애매하게 다 쓰게 되버린다. 6시에 기상했고 준비하고 나가서 7시 반 출발 기차를 탔는데 집에 돌아온건 이러저러하다보니 오후 4시. 가고 오는 시간, 중간에 끼니도 해결하고.. 또 시내 나왔으니 한번쯤 바람쐬며 걸어주고. 아니 그럼 그래도 간만에 딴 도시 갔는데 건조하게 영사관에만 가? 집에 돌아오면서 수퍼 들러 식재료도 좀 사고.

방문객이 99% 한국인인 영사관같은델 가면 잠시나마 여기가 한국인가 싶은 착각에 들기도 한다. 유학생들따라 다르겠지만 난 독일에서 다른 한국인과의 인간관계나 친분이나 교류가 거의 0%에 가깝게 없는 특이 유학생이다. 뭐 그냥 사는것도 의도한건 아니지만 한국인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는 곳에 살고 있고 한국인들의 메카(?)인 한인교회를 나가는것도 아니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 한국인이 쉽게 보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한국인들이 그리워 일부러 한국인들 모임을 찾아내서 어울리고 그럴 생각이 있는것도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 한국인 인맥 생기면 생기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근데 참 지금껏 2007년부터 유학생활 하고 있지만 한국인들과 알고 지냈던건 2007년 어학원생 시절일 때 같은 어학원 다니는 한국인들 알았던 것 외엔 한번도 없네 ㅋ 물론 지금은 다 연락 끊겼지만. 나같이 주변에 한국인 없는 유학생도 드물걸. 암튼 이런 내가! 한국인들만 모여있는, 직원들도 한국인이고 민원인도 한국인이고 한국 신문과 잡지들이 꽂혀있고 한국처럼 무료 정수기 있고 그러한 영사관 안에 들어와 있으니 여기가 한국처럼 느껴지는건 당연지사. 평소에 거의 못 보는 한국사람 몰아서 보는 기분. 주변에서 다 한국말만 하는 한국인 뿐이니 신기해 ㅎㅎ

민원서류 떼는 일은 한국에서는 익숙하다. 그냥 동네 동사무소나 구청 가면 될 일. 그런걸 기차타고 두시간 반이 걸려 산넘고 물건너(아 산은 안 넘었다. 라인강은 건넜지) 도착해서 이거이거 떼주세요 요청하고 잠시 기다리다 받아든 서류. 야.. 이래서 해외살이구나. 난 그래도 2시간대로 올 수 있지만 나보다 멀리 사는 사람은 더 난감하겠네.. 생각도 들고. 그렇게 잠시 10평 남짓한 공간의 '한국 속'에서 30분 가량을 있다가 다시 건물을 나오니 눈앞에 펼쳐지는 독일. 묘한 기분이다.
본에 그래도 간만에 갔고 마침 날씨도 괜찮았던 김에 구시가의 뮌스터 광장에서 폰카로 사진을 남겨봤다. 이런 날엔 제대로 된 카메라를 가져왔어도 좋았겠다 싶은 날씨였는데. 두번째 사진의 꼬마는 나의 어릴적 모습이 떠올라 반가워서,ㅎ 내가 저만때 딱 저랬는데. 머리모양도. 머리색만 검게 하면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