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special. 제이미 올리버의 FIFTEEN by 고선생

런던여행을 계획하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필수 장소.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인 FIFTEEN입니다. FIFTEEN이란 이름은 매년 15명의 요리인 제자를 배출해내기 때문의 15라는 숫자를 이름으로 지었다고. 일단 제이미 올리버라는 인물은 제게는 각별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요리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인물이랄까요.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05년 경 케이블 tv 채널인 올리브TV에서 그의 요리방송을 보면서입니다. 젊고 수다스러운 금발의 젊은이가 신선한 에너지와 말빨과 함께 스피디하게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 뭔가 정갈함은 없지만 자연주의 레시피와 뚝딱뚝딱 식재료들을 가지고 뭔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 모습. 알고보니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 셰프였지요. 이탈리안 퀴진을 기본으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요리하는 그의 음식들은 서양식이면서도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레시피가 주특기죠. 암튼 그의 요리프로를 처음 보면서 그의 요리세계에 빠져들었고 그 즈음부터 요리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면서 2년 후 유학을 오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생활을 위한 요리가 필수가 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가 아니더라도 음식이야 했겠지만 그 요리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라고 할까요. 그런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건 저의 런던여행 일정중에서도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였습니다.

유명인의 레스토랑 치고는 런던에서도 비주류지역인 외딴곳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인적이 드물고 창고형 건물이 즐비한 그 곳에 떡 하니 어울리지 않게 세워져 있는 레스토랑 하나. 그렇다고 그 주변이 딱히 식당가도 아니고 말이죠. 한국같았으면 레스토랑은 '목 좋은 곳'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만큼 엉뚱한데 자리하고 있는건 장사 잘 되길 포기하는거라 봐도 무방한 일이지만 제이미 올리버라는 세계적인 명성은 런던에서도 외딴 곳에 자리하고 있더라도 세계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글로벌 맛집이죠.
캐주얼 다이닝인 윗층과 레스토랑인 아랫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윗층은 메뉴가 한정적이고 가벼운 음식 위주라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런던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자리예약까지 하는 정성을 기울였지만 막상 와보니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지 자리가 꽉 차 있진 않더군요. 어쨋든 안내받아온 자리.
식당 주변의 황량함과 달리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좋아요. 그나저나 '고급 레스토랑'에 발을 들여놓는게 대체 몇년만인건지.. 거기서 단품도 아니고 '코스요리'를 즐기는게 또 몇년만인지.. 두근두근!
오픈되어 있는 주방.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만큼 사진찍어도 되냐 물어보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찍으라는 시원시원한 대답. 땡큐!
음료로 시킨건 진저에일입니다.
매일매일 코스요리 메뉴가 바뀌는지, 메뉴판에 날짜가 써 있더라구요. 제가 방문한 <2월 29일 화요일의 메뉴>에서 골랐습니다. 스타터부터 디저트까지 4가지 코스메뉴고 그 중에 두가지 메뉴만 시키든지 풀코스를 시키든지에 따라 가격대는 다르고 코스별로 5종류의 요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씩 선택하는 식입니다. 전 제대로 즐기고자 풀코스를 주문했고 세금 별도로 36파운드(한화 약 64000원) 하더라구요. 매일매일 메뉴는 달라지나봐요.
먼저 나온 기본 식전빵. 포카치아와 다양한 허브향이 가미된듯한 올리브유. 식전빵이란거 먹는게 몇백년만인듯!
ANTIPASTI
BRUSCHETTA OF SLOW BASED PIGS CHEEK WITH DRESSED PUNTARELLE, HERITAGE APPLE AND CRACKED BLACK PEPPER
처음 봤을 때 구운 빵 위에 올려진건 통조림참치인가 했는데 설명을 보니 돼지 볼살(?). 스타터로 선택한 이 음식은 가벼우면서도 살짝 중량감 있는 고기를 쓴 브루스케타와 옆의 새콤하고 후추향이 가미된 사과슬라이스의 아삭함이 경쾌하고 좋았어요.
PASTA & RISOTTO
LINGUINE OF ROPE GROWN MUSSELS, A ROASTED SHELLFISH AND SAFFRON SAUCE AND AIR DRIED MULLET ROE
두번째 코스인 파스타는 홍합 링귀니. 가벼운 토마토와 사프란을 쓴 은은한 소스와 아낌없이 다량으로 들어간 홍합의 양은 집에서 해도 이렇게 푸짐하게는 못하겠다 싶은 풍성함이였어요. 첫 한 입을 먹었을때 다소 임팩트가 약한 진하지 않은 맛에 음..? 갸우뚱 했는데 계속 먹다보니 다 먹을 때까지 질리지 않고 그 자연스러운 맛이 오히려 점점 맘에 들더군요. 강하지 않고 재료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올리버다운 음식이랄까요. 대신 전체를 감도는 허브의 향이 참 좋았구요. 그건 그렇고 이제 두 코스 짼데 벌써 배가 어느정도 차더라구요. '레스토랑 코스요리'라고 하면 한국 레스토랑의 양이면 여성들도 충분히 즐길만한 양이던데 여긴 코스 한 접시 한 접시가 거의 뭐 단품요리만한 굉장한 양! 이 파스타도 단독 파스타메뉴같은 존재감과 양인걸요. 이야.. 이런식이면 코스요리에 36파운드가 그렇게 비싼것도 아니겠다 싶더라구요.
MAIN
8-HOUR BRAISED THIRSK FARM LAMB WITH AUBERGINES, ANCHOVIES, CAPERS, SPINACH AND ANCHOVY ROSEMARY DRESSING
드디어 메인. 전에 먹은 파스타만해도 메인의 존재감이였는데 더 굉장한 녀석의 등장입니다!
8시간을 브레이즈(기름으로 겉을 익힌 후 푹 삶는 요리기법)한 양고기. 그리고 요리 설명을 봐도 이걸 대체 어떻게 조합했을까 저의 수준으로는 따라해볼 엄두도 나지 않는 굉장한 요리법의 소스. 고기 위에 얹어진 앤초비로즈마리 드레싱도 좋지만 전체 맛을 책임지고 있는 복잡하고도 깊은 맛의 소스, 그리고 8시간 브레이즈한 양고기의 녹는 부드러움 ㅠㅠ 아 정말 메인다운 수준높은 요리다 라는 느낌이 팍팍. 거의 뭐 한입한입에 감탄연발을 하면서 먹었어요. 파스타까지 먹으면서 어느정도 배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먹혔던 마법같은 음식. 다 먹고 웨이터가 그릇 치울 때 엑설런트라고 말해줬어요.
DESSERT
AMALFI LEMON CURD TART WITH CREME FRAICHE AND SHERBET SYRUP
다른 코스들도 5가지중에 뭘 골라야 하나 고심했지만 특히나 멋진 마무리를 위한 디저트를 고르는데 가장 애먹었었어요. 디저트 용어는 특히 잘 모르지만 그 중 좀 아는 단어가 몇개 섞여있는 메뉴로 골랐습니다. 레몬 커드 타르트의 상큼함이 육류의 진한 메인을 먹고 난 마무리로 참 좋았어요.
정신없이 먹다가 디저트까지 와서야 간과하고 있던 기념샷을 상기해내고 급히 부탁한 기념사진. 옆테이블 손님들이 부탁하는걸 보고서야 깨달았다지요; 여기 같이 오고 싶은 사람도 있었는데.. 아쉽게 카톡으로 사진만 실시간 전송 ㅠ

여튼 참 만족했던 풀코스였습니다. 어찌됐든 이 곳의 음식메뉴는 제이미 올리버가 구상했든 그의 제자들이 구상했든 제이미 올리버의 영향력이 분명할테지요. 어쩌면 런던 여행을 와서 그 어떤 것들보다도 이 레스토랑에서 몇년간을 동경해왔던 요리인의 음식 맛을 본 경험만큼이나 설레였던것도 없는것 같아요. 게다가 레스토랑 코스요리라니 이런 호사가!
외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내부는 깔끔하고 매니저와 웨이터분들도 참 친절하고 기분좋은 서비스에 더더욱 만족했습니다. 음식맛에 상관없이 그런쪽으로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식당 까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긴 그럴 일도 없을듯. 고선생의 놀이방에서 좀처럼 보기 희귀한 레스토랑 포스팅이였습니다. 런던은 굳이 다시 가고 싶진 않아도 FIFTEEN은 정말 다시 가고 싶네요.
여행 마치고 돌아와보니 FIFTEEN 측에서 리뷰해달라는 메일이 왔군요. 전 기꺼이 5점 만점에 4점을 주었습니다. 만점이 아닌 이유는 제이미 올리버를 못 봐서..? ㅎㅎ

핑백

  • 고선생의 놀이방 : 2012 런던 3. 도심지 그리고 최고의 야경 2012-04-27 00:36:03 #

    ... 있지만 이 작품은 또 여기서 보네요. 아침나절에 문화산책 좀 하고 1시에 예약해둔 제이미 올리버의 FIFTEEN에 가서 잊지 못할 만족스런 식사를 했지요. 관련 포스팅은 요거 클릭. 2. 시티 오브 런던 (City of London) 비교적 옛 영국의 모습들을 보았던 전 날에 이어 이 날엔 동부 런던을 위주로 돌았습니다. 런던의 월스트 ... more

덧글

  • 2012/03/05 03: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2/03/05 04:07 #

    구글에서 검색만 해보셔도..ㅎ
    http://www.fifteen.net/
  • popy 2012/03/05 04:20 # 삭제

    빡빡한 런던 여행 일정에 꼭 먹어보겠다고 저 외진 곳을 힘들게 찾아rk 불이 나서 닫힌 문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온 사람도 있습니다. ;ㅁ;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혼자만 당한 게 아니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온 영국 아줌마들도 함께 망연자실했다는 거. ㅎㅎ;
    사진을 보니 속이 쓰려오네요.
    다음에 런던에 가면 저도 꼭!!!!!
  • 고선생 2012/03/05 18:25 #

    어라 불이 났었던 적이 있군요?! 이런..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큰맘먹고 어렵게 방문하셨는데 좌절된게 더 안타까웠겠어요..ㅠ
    런던에 간다면 꼭 한번 경험할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 오월 2012/03/05 08:56 #

    와...라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와..
  • 고선생 2012/03/05 18:25 #

    와.. "이리 와"..? ㅋ
  • 2012/03/05 09:3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2/03/05 18:28 #

    ㅋㅋ 그러게요. 자기들도 사진 막 찍드만! 전 여태껏 서양사람들은 식당같은데서 사진찍고 그러는거 안 하는줄 알았는데 다들 하드만!
    그치만 역시 대부분은 자그마한 똑딱인데 전 거대한 데세랄을 들이미니 어떻게 소극적으로 찍어도 너무 눈에 띄긴 해용..;;ㅋ
    그 세계여행.. 같이 해요..///ㅅ/// 데헷..
  • 2012/03/05 09: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2/03/05 18:29 #

    으앙 광각렌즈의 살짝 왜곡효과도 곁들여진...ㅋㅋㅋ 그래도 조금은 변화가 있죠?^^
  • 2012/03/05 11: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2/03/05 18:30 #

    저녁시간은 모르겠지만 점심엔 굳이 예약 안 해도 되겠더라 ㅋ 아 턱선.. 앞에서 찍어서 그래..ㅋㅋㅋ
  • Reverend von AME 2012/03/05 12:40 #

    역시 Jamie 는 코스 요리도 가격에 걸맞게 나오는 군요. 요새 트렌드가 무슨 전부 French cuisine 인지, 다들 코스 메뉴 하면 손톱만큼 -.- 주고 그걸 40~50 파운드 받던데... Jamie 가 요리만 잘 해서 유명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한번 입증하네요. :-)
  • 고선생 2012/03/05 18:33 #

    아 맞아요. 프랑스식이 쓸데없이 이쁨에 치중하면서 양은 쥐꼬리..ㅋㅋ 그런면에서 FIFTEEN은 대식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워할 양과 결코 떨어지지 않는 자연스럽고 고급스런 맛까지! 제이미의 명성에 이정도의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상당히 괜찮다~ 라는 감상.
  • 번사이드 2012/03/05 17:42 #

    좋은 경험하셨네요^^ 가격은...나오는 음식보면 그리 비싸지않네요.
    스타터가 돼지볼살이라니..역시 '고기고기'의 영국답습니다~
  • 고선생 2012/03/05 18:34 #

    전 처음에 비주얼만 보고는 참치캔인줄 알았지만..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하게 익혀 다져놓은거라 부담없이 좋았어요. 가격도 이 조건이면 괜찮더라구요.
  • 혜진 2012/03/08 03:48 # 삭제

    런던편에이어 레스토랑편까지 참 재밌게봤네요. 제이미 올리버 저도 스토리온으로 봤었는데.직접가셔서 저런 좋은경험 하셨다니. 요리프로보는 느낌이랄까?부럽네요ㅋ 글도 참 요리조리 잘 쓰시는듯.맛깔나게
  • 고선생 2012/03/08 03:50 #

    감사해요! 이런 칭찬 받으면 하루가 흐뭇흐뭇 므흣..? ㅋㅋㅋㅋㅋ 아 런던은 몰라도 이 레스토랑은 다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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