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독일 로텐부르크/만하임/비스바덴 2. 로텐부르크의 오후, 그리고 만남 by 고선생

로텐부르크에서의 하루는 계속됩니다. 꽤나 돌아다닌 것 같아도 여전히 오전나절. 그도 그럴듯이 솔직히 이 도시 규모는 두어시간만 느린걸음으로 다녀도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거든요. 전 사진 찍어가면서 더 느리게 다녀도 전혀 빠듯은 커녕 여유가 넘치네요. 성곽에 둘러싸인 도시인만큼 성곽 가장자리로 돌기로 합니다.
성곽엔 이렇게 올라올 수 있어요.
성곽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 흐리멍텅하군요. 날씨가 참 아쉬웠던 로텐부르크. 반면에 이후 여행지인 만하임과 비스바덴은 날씨사정이 좋아졌답니다? 젤 이쁜 도시에서 젤 날씨가 구리다니...
성곽 중간중간에 저렇게 탑이 있고 저 탑은 아래에 이 성곽을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습니다.
계속 폰카로만 셀카찍는게 지겨워, 나도 데세랄급 셀카 좀 남기고 싶다 해서 굉장한 무게의 캐논 오두막을 한 손에 들고 꽤나 자연스럽게 찍은 나도 참 손 힘이 대단해.
성곽 바깥으로 나와봤습니다.
성 외벽으로 걷는 산책. 축축한 비주얼이지만 괜찮죠?
그리고 아래쪽으로 보이는 아랫마을의 고즈넉함.. 그림같은 마을이란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일까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세부터 이어진 고도의 성곽. 이런저런 크고작은 파괴의 흔적도 당연히 있지요.
성곽이 구부러진 쪽에서 보이는 맞은편 성곽의 뷰. 그러니까 저렇게 성곽에 둘러싸인 도시라는게 실감나시죠.
그리고 아래쪽으로 보이는 그림같은 마을. 사실 저 아래까지 내려가서 이 성곽도시를 올려다보는 장면도 멋지다 하는데 차마 등에 멘 거북이등껍질 무게의 압박으로 엄두를 못 냈습니다. 비도 살살 오고 말이죠.
주인이 나오길 기다리는 제과점 앞 멍멍이. 그 자태가 하도 귀여워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귀여워하더라구요.
점심쯤. 정말 시간 안 갑니다. 거의 다 돌아봤는데.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던 중국집에서 식사를 엄청 천천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봤지만 그래봐야 한시간남짓. 그리고 시간을 때울만한 곳은 박물관 한 곳. 하지만 이 날은 박물관이 오후부터 연다는군요. 게다가 쏟아지는 잠.. 할 수  없이 거리 벤치에서 살짝 노숙을 결정합니다. 영상의 기온이긴 하지만 그래도 덮을거 하나 없이 눈 붙이자니 춥고 외롭지만.. 별 수 있나요. 카페같은데 들어가면 돈 들고.. 별 먹고싶은것도 없고. 이 상태로 추운 바깥에서 약 30분간 노숙. 입은 다행히 안 돌아갔어요.
그리고 박물관 오픈시간이 되어 뒤뚱뒤뚱 걸어왔습니다. 이 곳은 형벌박물관. 로텐부르크의 명물이죠.
과거, 각종 형벌과 처형, 고문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둔 이색 박물관입니다. 바로 여기! 로텐부르크 하면 저의 기억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그 장소에요. 꼬마 시절에 분명 로텐부르크에 왔었다는데 전 도시는 기억 안 나고 이 박물관만 어렴풋이 기억났거든요. 바로 그 곳에 왔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이색적인 전시내용이 기억에 남아있던걸까요.
한자, 일어는 표시되어있는데 코리언은 없네요. 아직 그정도는 못되나봅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유독 일본,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많이 봤어요.
앉으면 닿는 모든 부분이 괴로운 고문의자. 근데 저 삐죽삐죽한 송곳들이 모두 고무재질로 동글동글하면 나름 이거 훌륭한 지압의자가 되겠다 싶은.. 
손에 고통을 주는 여러가지 고문도구들.
요런 가면이 많이 띄는데 일명 '수치 가면'이라고 각기 상징하는 가면을 씌운 뒤 저잣거리에 세워두고 많은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도록 해서 수치감을 주는 용도의 가면이죠.
나는 돼지입니다 라는 팻말을 들고 돼지형상의 가면을 씌우기도.
다양하다못해 기발하기까지 한 각종 형벌과 고문의 방법들. 당시를 재현해놓은 일러스트들과 실제 사용되었던 도구들의 전시로 실감을 더합니다.
당시 상황을 재현한 미니어처까지.
발바닥 간지럼고문용 틀도 있네요. 얼마나 괴로울까요. 전 이거 못견딜거임.
박물관 안은 따땃하니 좋았네요. 전시내용도 보면서 그 안의 벤치에서도 꾸벅꾸벅 졸아가면서 양껏 시간을 때웠습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말이죠. 그리고 향한 시청광장.
구시청사 역시도 보존도가 뛰어나고.. 유일하게 저 위에 전망대가 있는데 올라갈 엄두는 안 나더라구요. 날씨도 구려서 올라가서 사진 찍어봐야 별로 안 나올거고..
그러고보니 독일 도시 치고는 유독 되너케밥집이 보기 힘들었던 로텐부르크. 유일하게 하나 찾은 케밥집이 반갑기까지 하네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케밥먹긴 좀 그렇고.. 미리 예고하지만, 다음으로 향할 도시가 케밥의 메카거든요! 제가 아는 한 독일 최고의 맛의 케밥을 파는 그 곳, 만하임.
이 지역은 와인산지로 유명한 프랑켄지역이기도 합니다. 프랑켄 와인은 여느 와인과 달리 이런 둥근 모양의 병이 특징적이기도 한데, 바로 프랑켄 와인의 심볼이기도 하지요.
특가 세일하는 와인을 사고싶기도 하지만 여행중이니 사기도 애매.
쌓여있는 슈네발을 보고도 더 먹지 않은 것은 졸림때문에 식욕감퇴. 제가 식욕을 잊을 정도라면 꽤나 피곤한 상태였나봐요.
사진에선 별 티가 안 나지만 슬슬 해가 저무는 중. 조명들도 켜지고요.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이젠 로텐부르크와 이별할 때.
그러고보면 이 도시의 성곽 입구는 꼭 놀이동산 입구같기도 하다니까요. 이렇게 로텐부르크에서의 종일여행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5시 기차를 타기 위해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안녕 로텐부르크! 날씨 좋을때 다시 오고 싶다.
로텐부르크에서 다음 행선지는 바로 만하임입니다. 만하임으로 가는 기차여정도 꽤나 복잡하지요. 환승만 세번. 로텐부르크-슈타이나흐-뷔르츠부르크-프랑크푸르트-만하임의 일정입니다. 세시간 반. 처음 환승지인 슈타이나흐에 도착했을 때 플랫홈이 헷갈려서 같은 플랫홈에서 대기중인 어느 동양인 분에게 물어봤어요. 여기서 뷔르츠부르크행 열차 타는거 맞죠? 네 맞아요.
그 분은 저의 독어 질문에 독어로 답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살짝 정적. 물어봅니다. ...여기서 공부하시나봐요? 그분이 대답합니다. 아니에요, 전 그냥 관광객이에요. 어, 근데 독어 잘 하시잖아요. 아아~ 전 독어전공하는 학생이거든요. 그렇군요어디서 왔는지..? 일본에서요 :)

일본에서 온 대학생인 그녀는 독어를 아주 잘 하는건 아니였지만 어느정도 저의 독어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고 그렇게 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행선. 우연인지 저의 중간까지의 루트랑 완전히 겹치는거였어요. 전 거기서 한번 더 갈아타고 만하임으로 가는거니까요. 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3시간 정도의 거리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지루할 새 없었죠. 

교토의 대학교에서 독문을 전공하는 유카양. 어쩐지 독어를 잘하시더라고 저는 여기 유학생인줄 알았다는 그녀 ㅋ 홀로 유럽여행중이라는 그녀는 더 재밌는것은 오늘은 프랑크푸르트로 가지만 내일은 자기도 만하임으로 가서 거기서 유학하는 자기 친구랑 만나서 여행 함께 다닌다더군요. 저도 만하임 가는데! 이런저런 공통점과 같은 동양인으로서의 반가움 그리고 독어로 통하는 대화 등등 우리의 대화는 지루할 새 없었습니다. 가끔 말이 막혀서 전자사전을 꺼내들기 일쑤인 그녀였지만 ㅎㅎ
둘의 일정상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쉽게 헤어져야 했지만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메일주소를 주고받았고 그렇게 우연한 만남은 반가운 친구로서 계속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그리워하던 만하임에 도착했어요. 저녁 8시 반. 저의 유학생활이 시작된 바로 그 곳. 만하임!
만하임에 도착해서 맨 먼저 한 일? 먹기!! 그리고 그곳은.. 만하임이 그리웠던 이유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바로 케밥!! 전 독일 여기저기서 케밥을 맛봤지만 만하임만큼 케밥맛이 평균 이상을 자랑하는곳을 못봤어요.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씨티 되너'! 무려 되너를 4덩어리나 메달고 장사하는 대박맛집. 아아 그리웠습니다.
거기서 주문한 유프카.
내 진짜.. 이 맛 때문에 만하임 왔대도 과언이 아님...ㅠㅠ 너무 맛있다으..
일단 식었던 식욕의 불씨도 되살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케밥이였지만 총체적으로 저의 다운된 바이오텐션은 뭣보다도 잠! 잠! 잠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악. 배 채우고 바로 숙소로 들어왔지요.
잠을 희생했던 하루였기에 정말 이렇게 숙소 들어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꿀잠을 잔 것도 오랜만인듯. (그러면서 셀카도 남기는 용의주도한 준비성) 아아 정말이지 푹신한 침대와 이불의 감촉이 그렇게 달콤할 줄은. 벤치에서 노숙했던 쓸쓸함도 날려버릴정도로 잠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덧글

  • 라쥬망 2012/01/04 01:01 #

    잠셀카 ㅋㅋㅋㅋㅋㅋㅋㅋ 거울셀카 데세랄셀카 다 했으니까 이제 화장실 셀카만 남은 거임? ㅋㅋㅋㅋㅋ 유럽에 저렇게 산이나 숲에 박혀있는 마을들 보면 너무 부러워. 나도 저런데서 진짜 조용하고 심심하게 살고싶다.
  • 고선생 2012/01/05 00:32 #

    화장실셀카는...ㅋㅋ 몇번 시도했는데 그냥 평범하지. 어차피 얼굴만 나오니 ㅋ 조용한 마을인건 나도 좋은데 조건이 있어. 인터넷은 빵빵하게 잘 터질것! ㅋㅋ
  • Laine 2012/01/04 01:36 #

    아주 오래 전에 엄마와 함께 여행한 곳이에요. 그때는 디카가 없었을때라 필름 사진 몇장이랑 마음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고선생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니 새롭고 반갑네요.
  • 고선생 2012/01/05 00:32 #

    저도.. 처음 갔을때가 80년대 중반이였죠. 비록 당시 방문때 기억나는 곳은 형벌박물관뿐이지만..
  • Jes 2012/01/04 02:33 #

    오오 수염 기르시는군요.
  • 고선생 2012/01/05 00:32 #

    지금은 밀었어요 ㅎ 이 때 여행자 느낌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길렀던 수염..ㅎ 다분히 의도적.
  • 바보새 2012/01/04 11:00 #

    아아앗. 만하임 저 케밥집 맛있는 곳이었군요! 처음 차 렌트해서 완전 어리버리 상태로 오밤중에 간신히 도착했던지라... 분위기 적응도 안되고 정신도 없고 ㅋㅋ 결국 숙소랑 별로 안 멀고 맥주 한 잔 할 곳 찾다가 근처 아이리쉬 펍에 갔더랬는데. 머 그래도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기네스도 맛있었고 피쉬앤칩스도 미친듯이 많아서 좋았(???)지만요. 그러고보면 숙소가 아침밥 맛있대서 막 기대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그냥저냥이라 슬펐던 기억이 남아있네요... -_-

    저희도 로텐부르크 갔을 때 계속 비가 와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 앞에 딩켈스뷜만 해도 그럭저럭 흐리다 말다 하는 정도였건만! 심할 땐 비가 막 아프게 올 정도... ㅠㅠ 그래도 밤에 비에 젖은 돌길이 가로등 불빛으로 반짝거리는 모습은 참 예뻐서 좋았네요. 하지만 그래서 결국 로텐부르크에서 묵은 주제에 밤 거리 산책 좀 하고 아침에 burg garten 잠깐 간 거 말고 암것도 안했군요... 고문박물관도... 크리스마스 가게도...ㄱ-;; 아! 대신 맛있는 Pfifferling 오믈렛을 먹었으니 괜찮아요! ㅋㅋㅋ
  • 고선생 2012/01/05 00:34 #

    씨티되너를 아시는군요. 현지인들에게도 정말 알아주는 명소! 그곳에서 살 땐 소중함을 몰랐는데 만하임 떠나 살다보니 사무치도록 그리운 곳인데 이번에 원풀이 했네요!
    비가 오는건 딴건 다 양보해도 사진찍을땐 아주 쥐약이거든요.. 폭우 수준은 아니고 날리는 비 수준이긴 했으나..
  • enat 2012/01/04 17:09 #

    오오 로텐부르크! 예전에 독일에 갔을 때 시간에 닿질 않아 로텐부르크를 일정에서 제외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굉장히 아쉽군요 ㅠㅠ
    화폭에나 등장할법한 마을이에요. 좋은 사진 잘보고 갑니다!
  • 고선생 2012/01/05 00:35 #

    독일 구시가 중에선 1위로 예쁜 도시니까요.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이기도 하고. 못 들르셨다니 아쉽겠어요..
  • 절제 2012/01/04 21:34 #

    재작년에 독일여행 일정 짜면서 제일 먼저 넣었던 곳이 로덴부르크였는데 정말 이쁜도시드라구요ㅎㅎ도시보단 마을같았지만ㅋㅋ로덴부르크 시청사앞 까페에서 커피시키고는 테이블위에 소금을 설탕인줄 알고 집어넣어서 한모금먹고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고님 사진보니 또 가고싶네요 독일 못가본 곳도 너무 많고ㅠㅠ
  • 고선생 2012/01/05 00:36 #

    당시엔 저 성곽 안쪽을 도시라 치는 규모였을테니.. 많이 파괴되었던 도시지만 잘 재건하여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멋진 도시죠 정말.
  • 풍금소리 2012/01/06 00:25 #

    동화의 도시,구경 잘 했어요
    정말이지 인화해서 액자로 맹글어버리고 싶네요.ㅋ

    두 동양인이 독어로 의사소통을 하시다니...이거 웬지 독일판 <만추>가 될 것 같아요.으허허
    좋은 인연,이어가시길.(잘어울립니다)휘리릭.
  • 고선생 2012/01/06 04:22 #

    만추..ㅎ 보진 못한 영화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좋은 인연.. 사실 앞으론 온라인 연락 외엔 방법이 없어서 아쉬워요.
  • 아밍 2012/01/06 12:54 #

    멋진 풍경과 음식, 사람들을 사진과 글로 보니 저도 독일로 여행가고싶단 생각이 문득드네요;ㅅ;
  • 고선생 2012/01/06 18:10 #

    언젠가 소중한 경험이 추억으로 남을 그런 여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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