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확 줄인 산뜻함. 대구 함박스테이크 by 고선생

일본에서 전래(?)되온 갖가지 경양식 중에 경양식당에서 큰 맘먹고 포크질해본 세대도, 현 젊은세대도 누구에게나 인기 좋은 바로 그것, 함박스테이크. 요거요거 굳이 싫어하시는 분은 못 본것 같아요. 일정하게 만드는 패턴도 있겠지만 결국은 다진 고기와 야채를 뭉쳐 굽는 방식. 이 방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아주 친숙한 음식으로서 조금씩 재료를 바꿔보는것에 따라 무한한 변신을 할 수 있는것 같아요. 함박스테이크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전통식 떡갈비나 명절에 친숙한 동그랑땡도 그런 방식이잖아요.

이번엔 한번 메인이 되는 재료 자체를 딴걸 써보자 해서 저만의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보았습니다. 하긴 뭐 요리에 '저만의'가 어딨겠어요. 저번에 만든 와사비 크림 스파게티도 나름 큰 발견이랍시고 뿌듯해했는데 '식당에서 와사비 크림 파스타 먹어봤다'라는 리플이 비수가 되어 이 정도의 조합 가지고 큰 발견입네 하고 자랑스러워할 것도 아니구나.. 싶었지요. 그러니 이번 함박 스테이크도 새롭다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익숙하지는 않을겁니다. 생선을 썼거든요. 고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생선을 메인으로 쓴 함박입니다.
지방이 적은 흰살생선인 대구를 썼습니다. 한국에선 보통 전으로 지지거나 어만두 등의 찜, 생선튀김 등으로 친숙한 생선인데요, 저지방에 담백한 맛을 살려보기 위해 썼어요.
칼로 다지기. 하지만 대구살은 워낙 부드러워서 고기처럼 자잘히 안 다져도 되고 이정도만 했어요.
다진 대구살, 다진 양파, 다진 파, 빵가루, 소금, 후추, 우스터소스, 그리고 전분을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계란이 익숙할텐데 계란은 뺐어요. 이로서 무거운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전분은 어느정도 넣어줘야 끈끈하게 잘 치대지겠지요.
거의 뭐 만두소 만든다 생각하고 고루 섞어주면 땡.
적당한 동그란 틀이 없어서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를 틀 삼아 찍어냈습니다. 딱 두 덩이 나오네요. 하지만 두께도 보통이 아니니 양은 상당.
속안에서 뚫고 배어나올 기름 따위는 없으므로 기름을 좀 둘러주고 굽기 돌입.
우스터 소스가 섞인 탓인지 겉면을 센 불에 오래 방치하면 금새 탑니다. 게다가 두께도 있으니 중불에서 인내심있게 굽는게 관건!
소스는 데리야끼소스로 맛을 내기로 했어요. 생선에 참 잘 어울리겠죠. 그죠.
구워진 함박을 얹고 위에 마요네즈 살짝. 데리야끼소스와 마요네즈라니, 그 누가 이 맛을 이길꺼나!
마지막으로 가쓰오부시 와 파슬리로 장식. 이로서 일본풍 맛 가득한 대구 함박스테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단단해보이지만 사실 대구살도 부드럽고 씹는맛을 살려보고자 재료들의 다짐도 곱게 하지 않아서(귀찮기도 하고... 아 이 나이 되봐요. 자다가도 오밤중에 갑자기 깨어나서 '귀찮아..' 하고 다시 잠들지) 고기함박처럼 단단하진 못해요.
함박 자체가 고기처럼 깊고 진한맛은 별로 없고 담백하고 은은하니 소스와의 조화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 그러니까 재료 섞을때 간은 세게 하지 않는게 좋겠죠. 자신이 없다면 소금은 아예 빼고 우스터소스만 살짝 넣는것도 좋겠어요. 어쨋든 소스같은 물기가 있어야 전분이 잘 섞여서 뭉쳐질테니. 생선살로 해본 함박은 속이 부담스럽지 않고 한번에 확 잡아끄는 강렬한 매력은 없지만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산뜻함이 맘에 들었어요. 데리야끼 소스와 마요네즈와의 조합은 정말 따봉. (따봉 이거 어디갔어- 다 어디갔어 이거-)



덧글

  • 김밥 2011/12/15 07:01 # 삭제

    고슨상님의 요리는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대충할 수 없어요. 그래서 부대찌개나 끍여 먹는 이 한심함...
    손재주라는 것도 타고나는 재능 중에 하나 같습니다요 ㅜ^ㅜ..
  • 고선생 2011/12/16 00:55 #

    맞아요! 어려운게 아니에요! ㅎㅎ
    그렇다고 손재주가 있는건 아닌뎅..
  • 오월 2011/12/15 08:58 #

    날이 갈수록 데코가 고급이 되가는군요.
  • 고선생 2011/12/16 00:56 #

    고급이라뇨 ㅎ 이정도야 누구나..
  • 흑곰 2011/12/15 09:12 #

    갈수록... 모니터를 핥게 만드... 쿨럭 (- 3-)...
  • 고선생 2011/12/16 00:56 #

    어라 안되요! 혀에 먼지 묻...
  • 2011/12/15 09:29 # 삭제

    데코도 수준급이 되어가시네요...헐...ㅋㅋㅋㅋ대단해요..
  • 고선생 2011/12/16 00:56 #

    쪼꼬렛같나요..? ㅋㅋ
  • osoLee 2011/12/15 10:29 #

    데코가 정말... 왠만한 음식사진사 보다 더 대단하시네요 ㅎㅎㅎ
  • 고선생 2011/12/16 00:57 #

    ㅎㅎ 데코 담당이야 음식사진사가 아니라 스타일리스트일텐데요 뭐~
  • Heather 2011/12/15 10:34 #

    하앍!! 저 세심한 디테일!!! 생선 별로 안좋아하는데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_ㅠ
  • 고선생 2011/12/16 00:57 #

    다져 뭉친 생선이고 다른 맛도 섞였으니까 부담없지 않을까요? :)
  • 루아 2011/12/15 10:46 #

    오오오! 넘 맛있어보여요 ;ㅁ; 비주얼도 좋고...
  • 고선생 2011/12/16 00:58 #

    함박 한토막만 떡하니 놓으면 완전 썰렁하잖아요.. 포스팅할게 아니라면 저도 신경 안씁니다 ㅎㅎ
  • 로맨틱겨울 2011/12/15 10:59 #

    오홍 ㅎㅎ 대구 함박이라니 ㅎㅎ독특하네요.
    일식이란 느낌은 가츠오부시+마요만 있음 확 살아나는 거 같아유. 하지만... 이 한국에선 대구가 비싸니(요즘 엄청 올랐어요 9만원?정도)
    명태로 해봐야할까봐요 ㅎㅎ
  • 고선생 2011/12/16 00:59 #

    간장베이스의 일본소스도 있어줘야죠잉. 맞아요 한국에선 대구가 비싼 편.. 하지만 다른 싼 흰살생선으로 해도 좋을거에요. 명태도 좋고.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안 비싼 흰살생선 찾는게 어려운듯..?
  • 2011/12/15 16: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1/12/16 01:00 #

    아니 왜 메모를 해요오? 고슨상의 키친은 매일매일 주인 맘대로입니다 ㅋㅋ
  • 아밍 2011/12/15 17:20 #

    대구는 그냥 구이로 해먹어도 좋지만 이것도 별미일거 같네요 =)
  • 고선생 2011/12/16 01:00 #

    전 어찌된게 그냥 구이로 먹어본적이 한번도 없는것 같아요 대구는. 생선전이 가장 익숙하네요..
  • 라쥬망 2011/12/15 20:08 #

    비주얼 좋고, 아주아주 맛있을듯!!! 대구살은 정말 맛있어요..~_~
  • 고선생 2011/12/16 01:01 #

    정말 부드럽고 식감좋고 맛좋고.. 가격 비싸고.. 쳇. ㅎㅎ
  • 애플이 2011/12/15 21:26 #

    고선생님 한국 들어오셔서 식당 여시는 건 어떠세요 ㅎㅎㅎ 작게 예약손님 받아서 ! :-)
  • 고선생 2011/12/16 01:01 #

    작게 예약손님 받아서 라는게 참 맘에 드네요 ㅎㅎ 근데 아마 안 될거에요. 제 실력따위론..
  • 2011/12/15 22: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1/12/16 01:07 #

    어후 그 양념치킨 레시피는 정말이지 극강이였죠. 정말 완벽한 맛이지 않나요!
  • Ji나 2011/12/16 01:10 #

    먹으면서 울었어요.
  • 고선생 2011/12/16 01:27 #

    전문 요리연구가의 레시피는 가치가 있어요 :)
  • 피당 2011/12/16 10:35 #

    요리를 왜이렇게 '이쁘게' 하세요. ㅠㅠㅠ.....침나오네용.ㅎㅎ
  • 고선생 2011/12/16 17:29 #

    포스팅할거니까..요...;
  • 풍금소리 2011/12/16 13:29 #

    와.저 접시에 소스 같은 건 호텔 주방장님들이 하시는 액션인데...주부로써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대는 유학생이 아니시던가요.꽈당.
  • 고선생 2011/12/16 17:30 #

    유학생 맞는데.. 음식욕심 많고 식탐 많은 유학생요..ㅎㅎ
  • 곧은머리결 2011/12/17 20:16 #

    고선생님 식당 열어요 ㅎㅎㅎㅎ
    가게 이름도 고선생의 비스트로라고 ; ㅎㅎ
  • 고선생 2011/12/17 20:21 #

    감사합니다 그치만.. 흑흑.. 많은 분들이 식당열라 말씀주셔도 제가 자신이 없어요..ㅠㅠ
  • EASYRAD 2011/12/17 21:24 #

    고선생의 놀이방에 수십번을 들락날락거렸는데 댓글은 처음 올리네요 ㅎㅎ 죄송;
    고선생님의 레시피는 은근히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oTL
  • 고선생 2011/12/18 00:21 #

    자주 덧글 남겨주세영 ㅎㅎ 은근히 쉬워보여서 오히려 막 해보고싶은 자신감이 생기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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