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내가 즐겼던 애니메이션들 by 고선생

아래 톰과제리 포스팅하면서.. 갑자기 몸속 깊은곳 십이지장에서부터 시작된 추억돋음. 난 84년에서 90년까지 독일생활을 했는데 내가 4살에서 10살까지의 시절이다. 그 시절 여느 어린이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난 정말이지 만화광이였다. 책이고 TV애니메이션이고 상관없이 그 때 내 삶의 이유는 만화보기였고 삶의 가장 큰 낙 역시 만화보기였다. 만화에 대한 열정은 그 어린 나이에 비디오레코더 작동법을 배워서 내가 보는 모든 만화를 녹화를 해서 평생 소장하겠다는 결심을 세워 언제나 비디오장 속에는 늘 공비디오테잎이 떨어지지 않았고 외출해서 만화 본방사수를 못할것 같으면 예약녹화까지도 걸어놓고 외출하기 일쑤, 나중에 돌아와서 제대로 녹화된걸 확인하고 안도하곤 했다. 게다가 '완전한 퀄리티'를 위해 매화를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깔끔하게 녹화해야 하는 완벽주의였다. 그 버릇은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계속됐는데, 독일에서 만화를 볼 때완 달리 한국에선 오프닝과 본방 사이에 광고가 방영되는 그 시스템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깔끔한 오프닝~엔딩까지의 녹화가 불가능했기에! 심지어 한국에선 '엔딩'도 없다. 그냥 '다음 이시간에..'라는 자막 뿐!
살던곳이 독일인지라 아무래도 또래의 국내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만화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독일의 어린이전문 만화채널인 Tele5와 한국의 AFKN과 마찬가지로 주독미군을 위한 방송 AFN은 나의 양대 채널이였다. 거의 그 당시 양 채널에서 방영했던 모든 만화는 다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님. 요샌 시대가 좋아져서 유튜브에서 추억의 당시 만화 클립들을 어렵지 않게 다시 찾아 볼 수 있는데.. 100% 완벽하진 않지만 기억나는대로 거의 다 찾아보았다. 이 중엔 한국에서 방영된것도 있기도 하고.




Tranzor Z

초창기 독일에서 정말정말 좋아했던 이 만화. 트렌조 지. 그 정체는 미국버전 마징가 제트! 나에게 이 로봇은 트렌조 지였고 아수라남작은 투페이스, 헬박사는 데몬박사, 그리고 주인공 카부토는 Tommy인 것이였다. 당시엔 난 만화는 다 만화지 미국만화다 일본만화다 뭐 이런 개념은 없었다. 꼬마 시절 누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나중에 한국 와서 마징가 제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트렌조 지가 바로 그거라는걸 알게 되었는데.. 일본버전과는 확연히 다른 세련된 BGB과 효과음 등으로 먼저 경험했어서 그런지 오리지널 마징가 제트를 보고 참..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Tom und Jerry

톰과 제리. 중간의 접속사 und가 보이듯 이건 독일버전. 가히 내가 사랑했던 만화다. 어느 나라 버전으로 나오든 무언극에 가까운 이 만화에 어느 나라 버전인지는 중요치 않음! 내가 봤던건 옛날버전 톰과 제리인데 그게 진리다.



Die Schlümpfe

스머프는 독일에선 슐륌페라고 한다. 특유의 스머프 테마송은 그대로고 어느 나라와 다를 것 없는 바로 그 스머프.



My little pony

언뜻 한국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 '포니'. 80년대 미제 만화들이 한국에선 90년대 초반에 많이 방영되었다. 때문에 내가 독일 살면서 즐겼던 만화들 중 상당수가 귀국해서 한국에서 한국어 버전으로 된걸 본 경우도 많다. 살짝 여자애들 취향의 만화인 포니지만 만화라면 다 좋아했던 당시의 나는 이것도 열심히 봤다.



He-Man

드디어 등장! 내가 격하게 사랑했던 제작사 Filmation의 역작, 비틀즈 단발머리의 히어로, 히맨! 아마도 내가 생애 최초로 본 판타지물이며 시대의 제작사 Filmation이 가장 성공한 만화. 이 당시 미제 만화는 대부분이 이렇게 오프닝음악보다도 BGM+나레이션이 오프닝 형식이였다. 독어 조금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 나레이션 다 알아듣고 조금 웃을듯.



She-Ra

그리고 히맨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야기 쉬라. 히맨과 쉬라의 세계관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고대-중세풍의 판타지세계에다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그리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매력. 다만 Filmation은 이렇게 멋진 세계관과 소스들을 창조해내고도 너무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어릴땐 너무 좋았지만 좀 자라서는 밋밋하다는게 문제. 히맨과 쉬라의 세계관은 단순해져만 가는 요즘 미국 TV애니계에서 다시 한번 써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2002년에 뉴버전 히맨이 나오긴 했었지만.



Bravestarr

국내에선 생뚱맞은 '우주보안관 장고'라는 이름으로 수입된 브레이브스타. 히맨과 쉬라를 제작한 Filmation 애니이자 내가 독일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스페이스웨스턴물이라는 새로운 소재, 본래 웨스턴물에서 인디언 잡는 백인 보안관이 정설이지만 그 자신이 인디언의 피를 잇고 샤머니즘적 파워를 내는 묘한 주인공 브레이브스타의 매력, 거기다가 그 어떤 애니보다 피아 캐릭터 모두 매력만점이였던.. 정말이지 다시 제작해줬음 하는 과거의 애니 1순위. 하지만 Filmation은 망해버렸어..



Galaxy Rangers

지금봐도 상당한 작화수준과 CG까지 사용했던 높은 완성도, 갤럭시 레인저스. 이건 정말 멋진 만화로 기억된다. 한국에서도 90년대 언젠가 본 기억이 난다. '은하수비대'라는 제목으로. 그래도 뭔가 우주보안관 장고같은 제목보단 훨씬 잘 지었다는 생각. 각각의 요원들이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들을 사용해 사건들을 해결해나갔던 만화.



Saber Rider and The Star Sheriffs 

한국에 와서야 깨달았다. 아, 내가 그때 독일서 봤던 '요런 그림체 만화'들은 다 일본만화였던거구나. 세이버라이더. 정작 일본이나 국내에서는 별 인기를 못 끌었다지만 서양에선 인기폭발이였던 명작. AFN과 독일방송 모두 방영했었다. 검은 수트 도련님 리더를 가장 좋아했었다. 그 다음은 카우보이 콜트.



Ducktales

디즈니 오리지널 TV시리즈. 도날드과의 큰어르신 스크루지 맥덕을 전면 주인공으로 앞세운 모험만화. 빠뜨리지 않고 봤다. 다크윙덕이 아마 같은 계열의 후속작 정도 될 것이다.



Care Bears

신비한 러브러브파워를 내뿜는 곰돌이들이 악에 맞서 싸우며 사랑을 전파한다는 이야기.



ROBOTECH

잊지못할 명작 로보텍. 이 역시 '마크로스'라는 이름의 원작이라는것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된 것. 로보텍이란 이름으로 이 작품은 80년대 서양에서도 대히트였다. 솔직히 지금 기억으론 당시 꼬마였던 난 그 복잡한 인간심리 드라마는 이해도 잘 안 됐고(게다가 영어로 봤기 때문에) 그냥 변신 발키리가 좋았을 뿐이였다. 당시 한국에서 할머니가 보내주신 스페이스 간담 V 변신형 완구는 영락없는 고퀄리티 발키리!! 정말 소중히 다뤘던 장난감.
특히 이 미국버전의 오프닝송은.. 지금 들어도 참 좋다. 오프닝송 뿐 아니라 캐릭터 테마송도 새로이 만들어낸 열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훨씬 나중에 마크로스의 존재를 알고 마크로스의 오리지널 일본 오프닝곡을 처음 들었을때... 그 신파조의 노래는 첨단화면과 괴리감이 느껴지기까지.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다. 난 여전히 로보텍의 오프닝이 좋다.
그러고보니 마크로스는 한국에 수입된것도 '마크로스'가 아닌 미국버전인 '로보텍'으로 수입되었었지. 마크로스가 일본어 느낌이라 그런걸까? 하지만 '마신'이라는 일본어 그대로의 '마징가'도 원제목 그대로 수입한걸 보면 기준이 없거나 그게 일본어인지 몰랐거나.



The real Ghostbusters

영화 테마송과 같은 고스트버스터즈의 오프닝송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지금 기억엔 이 작품은 늘상 챙겨보진 못했던것 같다. 같은 시간에 딴 만화가 했었나..



Ghostbusters

위의 고스트버스터즈와는 다른 작품. 똑같은 고스트버스터즈고 유령사냥꾼이란 이미지도 같지만 이건 히맨 등을 만든 Filmation의 작품. 한국에서도 뒤늦게 본 기억이 난다.



The New Scooby and Scrappy-Doo Show 

정말 웃겨서 웃으며 봤던 스쿠비두. 원제 스쿠비두 앤드 스크래피두 쇼의 '쇼'가 참 잘 어울리는 제목같다. 진짜 코메디쇼다.ㅋㅋ



Turbo-Teen

트랜스포머의 아성에 맞서겠다고 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오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 터보 틴. 스포츠카로 변하는 능력을 가진 청년의 이야기.



Alvin and the Chipmunks

앨빈 앤 더 칩멍스. 얼마전 실사영화화되기도 했던 앨빈과 슈퍼밴드. 미국 영화제목은 만화랑 동일한데 '슈퍼밴드'는 한국에서 변형한듯. 무엇보다 매화 이 다람쥐들의 노래가 인상적이였다. 80년대 사운드도 맘껏 들을 수 있었던..



The Racoons

더 라쿤스. 미국 너구리인 라쿤과 숲의 친구들이 의인화되어 나오는 동물만화.



The Roadrunner Show

이 역시 늘 웃음이 떠나질 않았던 코메디. 루니툰의 캐릭터인 로드런너와 코요테 단독주인공 체제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술래잡기만화인데 그 과정이 지금봐도 웃긴다. 



Inspector Gadget

가제트. 설명이 필요할까..



Mickey & Donald

디즈니 단편들을 세개씩 틀어줬던 미키 앤드 도널드. 마찬가지로 사랑했던 만화.



Batman

당시엔 어떻게 봤나, 어려서 참았나 싶은 오글거리는 실사판 배트맨 TV드라마. 오프닝은 이렇게 그림으로 꾸몄지만 사실 실사 드라마다. 알고보니 60년대 작품.... 정말 못봐주겠다. 하지만 당시 난 영화 '배트맨' 1편과 더불어 가장 많이 봤던 배트맨이라는거..;




Centurions

오프닝을 찾을 수 없어 클립으로 가져온 센츄리온스. 워낙 좋아했던 만화라 나중에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만화로 방영해줬을 때 너무 고맙기까지 했는데 한국 제목은 '우주삼총사'. 우주에서 지구를 관망하며 각각 물, 공중, 땅에 최적화된 엑스퍼트 세명이 기계수트를 입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SF물. 정말이지 그 변신수트는 볼때마다 감탄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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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북극양 2011/11/23 03:12 #

    우와~ 추억이네요. 저는 12개 정도 본 것 같아요.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들 해주는거 본다고 일찍 일어나려고 애쓰고 그랬엇는데^^
  • 고선생 2011/11/23 18:02 #

    반 정도 보셨군요 ㅎ 요샌 시대자체가 방송국에서 만화 집중편성 안 하는듯..
  • 매드캣 2011/11/23 13:58 #

    2-3개 빼고는거의 다 80년대에 본것들이군요. 율리시스와 바이오가족이 없는게 아쉽네요.
    마크로스는 초딩 2학년때 AFKN에서 로보텍으로 방영할때 본게 처음이네요. 그땐 정말 컬쳐쇼크였는데.
  • 고선생 2011/11/23 18:03 #

    율리시스 잊고 있었네요. 근데 율리시스는 이상하게 제가 잘 안 보던 만화..ㅎ
  • 루루카 2011/11/23 16:56 #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듯 하네요. 거의 대부분 재미있게(저도 만화라면 좋아했던 듯?) 봤었고요.
    마크로스는 저~~~쪽에서 작품 세 개를 믹싱해서... 로보택으로 만들어버렸지만...
    그래도 국내에 들어온것만해도 어디냐 수준이라서... 후에 그 오프닝에 나오던 모스피다 레기오스도 들어왔죠.
    그리고 저 포니... 아직도 국내 오프닝 곡이 살짝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의외로 재밌게 본 것 같은데...)
  • 고선생 2011/11/23 18:04 #

    네 로보텍 오프닝 보면 마크로스랑 상관없는 인물들도 간간이 등장하고..ㅎ 나중에 마크로스 스토리 끝난 후 동일한 오프닝으로 전혀 다른 만화가 나오던데 그게 레기오스였던듯.
  • yametech 2012/03/09 06:45 # 삭제

    로보텍 오프닝 테마... 지금 다시 들으니까.... 스타트랙 넥스트 제네레이션틱하네요........ 그러고보니... 로보텍이 먼저 나왔으니... 스타트랙이 이 음악 따라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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