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 너의 어머니. 내가 경험한 '작품'앨범. by 고선생


가요톱텐에서 순위권에서 들곤 하는 인기절정의 대중가수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앨범을 사곤 하던 내가 좀더 깊고 심오한 노래에 빠지게 된건 아마도 90년대 중반 더클래식, 패닉 등의 가수들의 앨범을 구입하고 감상하면서 즈음부터인듯 하다.

지금까지도 아티스트 반열에서 더욱 인정받는 그들도 사실 데뷔와 활동은 여느 가수와 다를 바 없는 공중파에서였다. 요정님 정재형도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부르며 춤도 췄다. 뿔머리와 함께 데뷔한 이적도 패닉의 왼손잡이 할 때 격렬한 댄스와 함께 했다. 그 시절이 가요계의 황금기였다는건 지금처럼 아이돌천지도 아니였을뿐더러 음악의 다양성이 인정받던 시대였기에 그러는것일테다. 댄스와 가벼운 음악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아이돌도, 자신의 색깔을 뽐내는 음악성으로 미는 뮤지션도 골고루 소비되고 인기있던 시대였다는 점..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늘 추억하고 살아보지 않은 사람도 타임머신 타고 그 시절을 방문해본다면 왜 호시절이였나 이해할게다.

어쨋든 그래도 나도 청소년시절.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높은 가수들에 더욱 관심이 가고 앨범도 그 가수들 위주로 사곤 했던 내가 좀더 깊이에 눈을 뜬것은 앞서 말한 더클래식과 패닉 앨범 외에도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는 윤종신 5집 때문이였다. 윤종신이란 아티스트는 당시엔 잘 몰랐다가 4집때부터야 슬슬 알게 되었고 5집이 나왔던 96년, 내 중3시절에 '환생'은 그야말로 빵 떴었다. 아이들이 이 특이한 구성의 멜로디를 따라하고.. 난 이 사람은 누구야 하는 심정으로, 또한 나도 환생이 좋았기에 레코드점에서 윤종신이란 아티스트의 나의 첫 앨범인 5집을 샀다. 그리고 그간 일반 대중가요 앨범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작가주의라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기획이라는거구나, 테마인거구나, 앨범을 이런 구성으로도 만들 수 있구나... 정말 나로선 신선한 충격이고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였다. 한 남자의 이야기를 앨범 총 수록곡에 맞춰서 마치 연극을 보는것처럼 일관적으로 풀어놓았다. 모든 노래가 연결되는 스토리인 셈. 비슷한 시기에 산 이승환의 5집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유희열이라는 천재적 작곡가의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이승환 최고의 명반이라 지금까지 일컬어지는 5집 역시도 cycle이라는 분명한 주제에 맞춰 만들어진 기획형 앨범이였다.(사실 윤종신 5집에도 유희열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하였다. 이 당시 유희열의 영향력이란 지금의 말 재밌게 하는 감성변태 이미지가 아니라, 유희열이란 이름이 포함된 앨범=명반 이라는 공식마저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대의 천재성으로 어필하였다) 90년대 중반 즈음에 이런 아티스트들의 명반들이 아주 그냥 쏟아져나오면서, 그리고 90년대 후반부로 갈 수록 TV에선 H.O.T를 필두로 기획형 아이돌들이 점령해버리기 시작하자 난 TV를 과감하게 껐고 레코드점만 전전하게 되었다.

이 앨범에선 타이틀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인 환생이 역시 모두의 기억에 남아있겠지만 난 밤새 카세트를 오토리버스를 세번이나 거쳐가며 감상하며 가슴을 후벼팠던게 바로 이 곡 '너의 어머니'다. 특히 가사. 이런 섬세한 가사가 다 있구나. 일기만 쓰는 요새 가사와는 비교할 수 없다. 정말 슬펐던 이별가사 이야기. 정말 사춘기던 그 때 불꺼진 방 안에서 이 앨범을 통해 보여지는 한 어리석은 남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에 심취하고 감정이입되어 얼마나 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샜는지.


너의 어머니

작사: 윤종신  작곡: 유희열  편곡: 유희열

오늘 처음 뵈었지 너의 어머니

평소완 달리 꽤 친절하셨지 마치 어린아이 다루시듯
자상하셨어 하나 하나 너무나 자세히 내게 설명해 주셨지

왜 우린 헤어져야 하는지 왜 이루어질 수 없는지
바보처럼 난 고개만 끄떡였어 계속 말씀하실 수록

난 작아져만 갔지 난 자신있게 충분히 널 행복하게 해줄수
있단 얘기하고 싶었지만 (나완 너무 달랐어)

어머니께선 내생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행복 바라셨지

만족하신듯 했어 고개 떨군 나를 보시며
스무해가 훨씬 넘도록 곱게 키워 온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내게 설명해 주셨지

나보다 더 널 사랑한신것 같아


이 앨범은 한 곡 한 곡 소개하는건 사실 의미가 없다. 앨범 전체를 감상하는것이 베스트 감상법. 음악들도 다 훌륭하다.
당시에는 앨범 전체 감상을 어느정도 마친 후엔 환생, 여자친구, 일년, 너의 어머니 위주로 듣게 되었다. 가을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그런 앨범이다.

p.s
정석원과 함께 하는 윤종신의 음악도 참 좋지만 유희열과의 작업도 그립다.
하지만 각자의 세계가 더욱 분명해지고 성장해버린만큼, 앞으론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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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기 2011/11/11 16:57 #

    이 앨범은 정말 기승전결이 있는 한편의 영화같은 작품이었지요.
  • 고선생 2011/11/12 02:39 #

    말해 무엇하나요.. 이것이 바로 작품입니다.
  • bbum 2011/11/12 14:43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노래였습니다.
    정말 '앨범'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었죠..^^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더 클래식도 패닉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
  • 고선생 2011/11/12 18:00 #

    돌아오지 않는 시간.. 으악 너무 슬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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