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여름 USA 시카고/뉴욕 7-1 <콜럼비아대, 할렘> by 고선생

전 날 맨해튼 미드타운에서부터 시작해서 브루클린 브릿지까지 거의 10킬로의 대장정을 마치고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정을 시작한 나는야 여행쟁이. 이 날은 반대로 쭈욱 북쪽 맨해튼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싱그러운 아침공기도 즐길겸 모닝사이드 파크에서 산보하는걸로 일정 시작입니다.
개 데려온 사람 마음껏 개 데리고 놀아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뭐 던지면 받아오고 이러는 놀이도 하기 좋게 널찍합니다. 안전하게 철망으로 울타리가 쳐져있지요.
여타 공원들보다 좀더 숲 중심으로 조성되어있습니다. 그나마 좀 공기가 쾌청한 아침에 숲 산책을 하면 좋지요. 그래봐야 습한 날씨였지만..
슬슬 공원산책을 마치고 향하는곳은 그 유명한 콜럼비아대학교입니다. 국내 유명인 중엔 요정 박정현님의 모교로 알려져있죠. 현직 미대통령 오바마도 이 대학 출신. 뉴욕의 유일한 아이비리그 명문이기도 하구요.
동서 캠퍼스로 나뉘는데 저 위의 육교가 중간의 대로를 건너 두 캠퍼스를 이어주고 있지요.
콜럼비아대의 상징적인 건물, 러(Law) 메모리얼 라이브러리. 뉴욕도 보면 좀 대단한 건물들은 참으로 그리스건축양식 많이 써먹었어요. 그러고보니 제 모교도 그리스양식 매니아 학굔데. 정문에서부터 도서관까지 싹다.
그 옆으로 보이는 세인트 폴 교회.
사실 이 도서관건물은 현재는 대학관리사무소로 쓰인다고 하네요.
실질적으로 도서관은 저 맞은편인 버틀러 도서관으로 이전했다고. 그러고보니 저 건물도 그리스양식.
대학캠퍼스에 들어오니 정갈한 분위기와 정돈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 캠퍼스 들어오니 어디서도 다 개방 와이파이가 잘 잡히더라구요. 오랜만에 와이파이의 은혜에 힘입어 집이랑 전화도 하고.. 카카오톡도 날리고.. 마냥 쉬고 있어도 맘편할(?) 그런 장소였습니다. 사실 작년 여름에 노르웨이 공항 구치소에서 7시간 감금되어있을때도 절 버티게 해준건 감방에서도 잡혔던 공항 와이파이였거든요.(...)
차들이 주차되어있고 거의 학생들만 서성이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대학 기숙사인가봐요. 학생아파트던가.
캠퍼스에서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웅장한 세인트 요한 더 디바인 성당. 가만 보니 짓다 만 형상이죠? 그렇습니다. 이 성당은 아직까지 미완공 건물이랍니다. 1892년에 착공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중이라 해요. 완공은 2050년 예상이라 하네요. 어이구야.. 이거 다시 보러 일흔살 되면 다시 뉴욕 와봐야겠네요. 이 성당 완공되면 세계 최대의 대성당이 될 예정이라고.
딱 봐도 건축양식은 익숙한 고딕. 대체 얼마나 높고 거대해질지 기대가 큽니다.
다만 안에서 둘러본 실내는 유럽의 많은 역사깊은 대성당보다 퀄리티는 못해보여요. 과연 스케일은 무지무지 크지만 장식적 디테일 측면에서 보면 근현대부터 지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많이 모던(?)했습니다. 
이 날도 더웠습니다. 날 채워주는 2프로.. 비타민 워터. 이 비타민 워터 한국에서 유행인가보더라구요. 지난번에 한국 가보니까.
학구적인 분위기의 명문대를 돌아보고 난 다음 코스는 바로 악명높은 할렘입니다. 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할렘을 가보고 싶었어요. 물론 위험지대라는 악명은 많이 사라졌다고 하네요. 사실 가봤을 때도 그렇게 위험하다 느끼진 못했습니다. 흑인들 비율이 물론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요. 예전보다 흑인들과 부랑자들의 비율도 많이 줄었고 살만한 동네가 되었다 합니다.
일단 할렘에 온 목적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맘먹은 식당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울 푸드'라고 흑인들의 가정요리가 있어요. 무척이나 어느 분야에든 '소울'을 찾는 그들이니 음식에도 소울. 많은 음식을 접해봤지만 흑인 가정식이라니 너무너무 궁금하고 맛보고 싶었어요. 할렘에서 소울 푸드로 유명한 식당인 실비아스에 들렀습니다.
날이 쨍해서 그런지 야외석은 만석. 안에도 자리가 있어서 전 안쪽 맨 구석탱이 자리로 왔습니다. 음식 앞에 두고 사진찍는 방정맞은 짓을 해야 할 테니까요.
역시 손님들도 거의 흑인손님들 비율이 압도적. 야외석엔 백인도 간간이 있던데.. 이 때만큼은 이 식당의 유일한 노랭이 손님인 제가 되었습니다. 얼굴도 노랗고 싹수도 노랗죠.
양에 비해 저렴한 런치세트메뉴를 시켰어요. 다양한 메인메뉴와 다양한 사이드메뉴중 먹고싶은걸 조합해서 주문하면 되는데.. 일단 메인메뉴는 후라이드치킨을 시켰고요, 사이드메뉴들은 봐도봐도 다 처음보는 음식들인지라 잘 모르겠어서 흑인 종업원 누나한테 상담 시작. 저 소울 푸드 처음 먹어보는데 뭐가 맛나요 누나? ...엄.. 다 맛있어...(허탈) 그래도 추천해달라는 생떼에 두가지 사이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하나는 제가 먹어보기에 호박이든가 당근이든가를 푹 꿀과 함께 쪄 졸인것 같은거, 그리고 또 하나는 파운드케잌인데 이것도 살짝 다른 야채가 섞인듯한 맛. 오 정말이지 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식감과 처음 경험하는 요리법, 너무 새로운 맛이였어요. 뉴욕에 있는 동안 사먹은것 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한 끼이자 너무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리고 치킨에 일가견이 있는 흑인답게 후라이드치킨도 어찌나 맛나던지. 종업원 누나랑 기념사진 찍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보여서 고마움의 팁만 살짝 건네주고 만족스런 복부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왔지요.
아담 클레이튼 파월의 사무실 빌딩.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의 동상. 아프리카계 미국인 목사, 정치인이자 뉴욕의 할렘 지역의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로 알려졌다.. 라고 위키에 써 있네요. 할렘이 자랑할만한 인물인것 같습니다. 동상이 세워질만한.
대충 할렘의 거리 분위기는 이래요. 살짝 90년대의 이태원을 보는것 같기도 하고.. 여태껏 뉴욕에서 코리아타운, 이태리타운(리틀이태리), 차이나타운도 둘러봤지만 할렘 역시도 흑인들 취향에 맞게 빅사이즈에다 헐렁한 분위기, 거기에 컬러풀하고도 전체적으로 B급스런 허름함도. 딱 그런 분위기였답니다. 옷들이 싸서 여기서 쇼핑해도 좋겠어요. 올드네이비도 있고 마샬도 있는걸요.
아아! 할렘의 핫플레이스! 흑인 소울 음악의 메카! 아폴로 극장입니다. 아폴로라는 글자 보자마자 빨아먹는 분홍색 불량식품 생각하신 분 있으면 얼른 머릿속에서 지우시구요. 여긴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한 데뷔무대였습니다. 제임스 브라운,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 여기선 아마추어 나이트라고 아폴로 극장의 가장 특징적인 공연인데 일종의 공개 오디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화 드림걸스를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거에요.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관중 앞에서 자신들의 무대를 뽐내고 관객 호응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그런 무대. 이 곳에서 탄생한 빅스타들의 이름만 들어봐도 얼마나 유서깊은 곳인지 알만합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아마추어 나이트 한번 관람하고 싶었는데.. 퍽 아쉽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 못 본것 보다도 아폴로 극장에서 관람 못한게 더 아쉽네요.
20세기 초부터 늘 바뀌지 않고 여태껏 유지하고 있을 이 간판 스타일. 멋집니다.
너무나 깜찍한 흑인 아기가 절 째려보고 있길래 나도 좋다고 한번 찰칵. 
닭고기를 즐기는 흑인 식성처럼, 여기 파파이스도 사람들이 미어터지더군요. 갑자기 감자튀김이 막 땡겨서 저도 들렀습니다.
윌스미스 아들을 똑 닮은 꼬마아가씨가 내 식탁 맞은편에! 너무 귀여웠습니다.
할렘에 대한 감상은, 사실 내가 뉴욕에서 산다고 한다면 할렘지역이라 해도 나쁠것 없겠다 싶을 정도로 위험요소는 느끼지도 못했고 좀 흑인필 나는 거리 분위기가 살짝 노량진이나 이태원스럽긴 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도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뉴욕에서 유명한 맛집에 속한다는 실비아스의 소울푸드도 너무 좋았고..(사실 할렘이 싫지 않은게 소울푸드 영향도 없지 않음 ㅋ)

모닝사이드 파크에서 아침을,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오전을, 할렘에서 점심을 보내고 나니 금새 오후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엔 어디로 향했을까요? 내일 이 시간에..

덧글

  • love2day 2011/09/24 21:51 #

    오,첫 댓글이다.ㅋㅋㅋ 콜럼비아 대학교와 할렘가 구경 덕분에 잘했어요.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인데 여기서 먼저 만나네요.
  • 고선생 2011/09/25 00:28 #

    덧글 빈곤에 소중한 덧글 감사합니다^^
    할렘가는 특히나 소문 무성한 곳이였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답니다. 딱히 위험지대도 아니더라구요.
  • 2011/09/25 01: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1/09/25 02:01 #

    모교생분이 오셨네요 ㅎㅎ 사실 관광객인 입장이라 속속들이 정보는 잘 모릅니다. 맛만 본거죠. 브롱스쪽은 아예 갈 계획도 없었고.. 맨해튼에서 최북단을 간게 아폴로 극장있는 길이니까요.
  • breeze 2011/09/25 15:02 #

    성당 안의 저 1인용 의자는 꽤 인상적이네요. 교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의자가 아니라니..ㅎ 미국인들의 그 '버블(?)' 이 느껴집니다. ㅎㅎ
  • 고선생 2011/09/25 19:06 #

    유럽에도 옛날교회지만 이렇게 단독의자로 된 곳도 있어요. 장의자보단 아무래도 더 편리하겠지요. 앞 선반에 성경책 올려놓을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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