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의 비극적인 사고가 난 그 때 by 고선생

당시 초딩 저학년 이하였던 사람들은 기억 못하겠지만 94년과 95년 서울시내에서 두번의 거대한 사고가 있었다. 중1,중2던 나는 똑똑이 기억한다. 성수대교의 붕괴때엔 학교 TV로 라이브를 접했고 삼풍백화점 붕괴때엔 사고지점에서 불과 몇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난 지금껏 그렇게 커다란 굉음을 그 이후나 이전에 들은 적이 없다. 땅은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내가 있는곳까지 울렸다. 우리 엄마는 백화점 붕괴 바로 전 날 그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셨다.

대충 7,80년대쯤 부터였나. 건설회사가 많아지고 여기저기 건설 붐에 단가입찰을 경쟁적으로 일삼던 시기. 저가에 맞춰 대강대강 부실공사한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난 그 역시 한국의 아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였다.

성수대교는 아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다른 친구들은 철없이도 '거기 명품들 주워오자!!'며 가서 이것저것 득템한 후 자랑해댔지만 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 주말에 삼풍백화점을 들를 생각이였기도 했으니.. 그리고 당시 삼풍백화점은 주변의 다른 백화점보다 독특한 식재료들을 취급해서 우리 가족이 즐겨 들르던 곳이였다. 그 전 해의 크리스마스 때엔 온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기서 사기도 했던 추억도 있는 곳이다. 늘 익숙한 그 곳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얘기로만 전해들은 사람들은 절대로 느낄 수 없다. 그 아찔함을.

그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 그 중에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의 생생한 기억은 평생토록 악몽으로 시달릴 법 하다. 여느때처럼 쇼핑을 즐기러 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고 몇몇은 저승길 문턱에서 살아돌아오기도 했다. 그 무너진 속에서 몇일을 버텨 끝까지 생존한 사람들. 그 사람들을 수색하려고 외국에서 도사같은 사람도 초빙해와서 기를 추적하는 작업도 '공식적으로' 할 만큼 후진성을 보여줬던 사후대책.

아침 출근시간에 차들이 건너는 멀쩡한 한강다리가 무너져버렸고 사람들이 쇼핑하는 멀쩡한 백화점이 무너져버렸다. 이 사고들은 현대 한국의 마지막 비극의 사고였다. 숭례문이 불타버린게 마지막이였다 할 수 있지만 숭례문이 사람 목숨을 앗아가진 않았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비극이긴 했지만 사고라기보단 범죄이기도 했다. 사고에는 원인이 있지만 죽은 사람들의 죽은 이유는 없다. 부정부패를 그들의 목숨으로 입증하며 이슬이 되었다. 뉴욕의 빌딩은 테러범이 비행기를 갖다 박아서 무너졌지만 한국의 수도 서울의 건축물의 무너짐은 세계에 보도되는게 치욕스럽다 할 정도로 우습기 그지없는 부패의 산실이였다.





핑백

  • 고선생의 놀이방 : 2011년 8월 2011-09-17 04:01:45 #

    ... 이 달의 읽을거리 승부욕 강했던 담임선생님새 신발문득 떠오른 허무함현대 한국의 비극적인 사고가 났던 그 때미니앨범 이 달의 음식 제이미 올리버의 퍼펙트 스테이크. 완벽한 맛!편식을 딛고, 늘 김치찌개가 최고의 반찬부침개중에 이게 왕. 녹두빈대떡치즈크러 ... more

덧글

  • Reverend von AME 2011/08/28 04:09 #

    저도 뉴스에서 보고 어렸지만 충격을 많이 받았던 게 기억나네요... 저희는 서울에서 안 살았기 때문에 로컬들이 느꼈을 그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라는 생각에 무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명품 주워오자며 갔던 사람들이라니...참 뭐랄까, 요새 사고 일어나거나 불나면 휴대폰으로 신고할 생각보단 동영상/사진 찍는 걸 먼저 하는 덜 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군요. 그런 사람들은 요새 생겨난 건 줄 알았는데 예전에도 있었나 봅니다.
  • 고선생 2011/08/28 19:19 #

    아침 조회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야 다리 무너졌어 한마디 하시곤 TV를 트시는데..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명품 주워오겠다는 생각 자체는 철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들 모여들어 상품들 싹쓸이해가서 사고후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는군요(...)
  • 松下吹笙 2011/08/28 05:20 #

    당시 사고공화국이라고 불리었죠. 기실 YS가 원인인 것은 아닌데.. 당시 워낙 대형사고가 많아서.. 이미지 많이 깍아 먹었죠.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 말고도, 대구지하철 폭발사고(이건 여러건 있었음. 무슨 한 공사장에서 사건이 그리도 많은지 --;) 서해 훼리호침몰...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등... 수년동안 많은 사고 들이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ㅎㄷㄷ 합니다. 성수대교나, 삼풍은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대형참사였다면, 나머지는 지방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죠. 모두 90년대 초중반에 일어난 대형참사... 우리나라 성장 거품이 팍팍 꺼져가는 전조였죠. ㅎㄷㄷ
  • 고선생 2011/08/28 19:19 #

    7080때의 부패와 부실의 결과가 딱 그때 많이 터졌죠.
  • 2011/08/28 07:3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1/08/28 19:21 #

    전 지진과도 같은 땅의 진동과 꽈과광 하는 굉음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게 바로 얼마 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다니, 내가 살고 있는 구 안에서, 내가 참 익숙한 그 장소가 그렇게 무너지다니 실감이 안 났습니다.
  • 잠본이 2011/08/28 07:43 #

    고3 아침자습 시간에 저거 실시간 뉴스로 보고 할말을 잃었죠.
    그후 한동안 다리와 백화점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던 기억이...
  • 고선생 2011/08/28 19:21 #

    두겹으로 된 반포대교는 무너져도 잠수교가 있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용기내어 건넜..(...)
  • 늄늄시아 2011/08/28 08:27 #

    부실공사 천국이죠... 참..;; 테러리스트에 의하여 파괴되는 것이 아닌 부실공사로 인해 저절로 주저앉다니..
  • 지나가다 2011/08/28 09:59 # 삭제

    그렇게 따지면 무역센터도 부실공사지
    비행기로 박았다고 그렇게 무너져서는 안되는 건물이었거든
  • 늄늄시아 2011/08/28 10:13 #

    무역센터 건물에 부실공사 의혹이 있긴 하지만, 외부의 물리적인 에너지가 가해져서 무너진거랑, 저절로 지가 알아서 폭삭 무너진거랑 같나요?
  • 고선생 2011/08/28 19:28 #

    당시 이 사고로 국회의사당도 무너지는거 아니냔 소리도..;
    지나가는 분은 그냥 지나가시구요. ㅋ
  • 오월 2011/08/28 09:58 #

    잊을만하면 가끔 생각나는 사건들이네요. 요즘은 또 강변 테크노마트가 건물이 흔들린대서 말이 많지요
  • 고선생 2011/08/28 19:28 #

    한국이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나라였으면 더 일찍 무너졌겠죠.
  • ㅋㅋ 2011/08/28 10:57 # 삭제

    건설업자들이 하청주고 하청받으면서 이리저리 뇌물주고 퇴폐업소가고 그 돈을 충당하려고 건설비에서 삥땅치고..
    돈없어서 철근 10개 넣을걸 5개만 넣고, 콘크리트에 물타고... 결국 ...건물을 대충 만들고...
    ㅋㅋ
    이러다보니 다 무너지죠...
  • 얌이 2011/08/28 12:16 #

    중학교 때 문방구 가서 tv로 보고, 집에 가서 '백화점이 무너졌대' 라고말했더니
    어머니가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손사래를 치셨죠.
    결국 제 성화에 tv를 틀어본 어머니와 언니는 그야말로 아연실색...
    정말 믿기지 않는 사고였습니다.


  • 고선생 2011/08/28 19:46 #

    그때의 충격을 다시 느꼈던건 911테러때.. 과정은 달랐지만요.
  • 흑곰 2011/08/28 12:57 #

    저학년때 둘 다 TV로 봤는데... 아직도 잊진 못합니다 ㅇㅅㅇ)...
    어린아이인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였거든요 -_-;;;;
  • 고선생 2011/08/28 19:46 #

    당시 건물 무너지는 재난영화같은것도 별로 없을땐데 말이죠. 리얼세계에서 먼저 접한..;
  • 터미베어 2011/08/28 13:35 #

    삼풍은 집이 삼풍백화점에서 2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어서 잔해를 많이 봤지요...
  • 고선생 2011/08/28 19:47 #

    서초동 사셨군요. 전 반포였지만 그쪽으로 학원을 다녀서..
  • 라쥬망 2011/08/28 18:09 #

    으읔 삼풍이 최악이에요. 디스커버리 채널에선가 다큐도 했었던 듯 .. 저는 그 쪽 안 살아서 주민들처럼 실감하지는 못했지만 커서 보니 주변에 당시에 살아남으신 분들도 꽤 계시더라구요..
  • 고선생 2011/08/28 19:48 #

    창피합니다. 해외에서까지 다큐로 다루다니.. 그 원인이 밝혀졌다면 전세계의 손가락거리라니까요. 몇백년된 건물도 지금까지 유지되는 외국인데.
  • 빛의제일 2011/08/28 20:01 #

    삼풍 다큐 저도 봤습니다.
    삼풍 때 잠결에 얼핏 보고, 백화점 무너진 소식에 잠이 덜 깼구나 싶어 또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역시나 여서 얼떨떨했습니다.
  • 고선생 2011/08/28 20:44 #

    그 앞 차선을 지나던 차들은 무너지는 장면을 직접 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겠지요..
  • ALICE 2011/08/28 23:25 #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에 저는 경기도 모처에 살았고, 아빠는 서울로 통근을 하셨죠. 아빠가 어느 다리를 건너서 다니시는지 몰랐던 저는 아빠 오실 때까지 걱정하고 있었어요;;
  • 고선생 2011/08/28 23:42 #

    아 정말 걱정 많으셨겠어요. 당시 저희 아버진 거의 반포대교만 출근루트에 껴있어서 걱정은 안 했었지만..
  • 카군 2011/08/29 09:57 #

    간혹 게임쇼 참관하다보면 퀴즈랍시고 내는 문제의 정답으로
    성수대교 무너져서 죽은 애들이 XX 못왔을때 라는것에 대해 상품을 던져주는거..
    좀 개념이 없는게 많더군요.
  • 고선생 2011/08/29 17:23 #

    예를 들어도 그런 예를 듭니까. 그 당시 사고 당한 사람들이나 목숨 잃은 원혼들이 화낼겁니다.
  • 코토네 2011/08/29 13:50 #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에 TV뉴스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수백명 사망"이 자막으로 뜨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 했었다는...OTLIIII 물론 2개월 전에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가 터져 2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시점이라 임팩트가 좀 약해졌긴 하지만요;;;;
  • 고선생 2011/08/29 17:48 #

    대구는 정말이지.. 고담대구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아요. 그것도 터졌다 하면 중대형으로만..
  • ranigud 2011/08/29 13:51 #

    저는 [셜록하운드]를 보다가 뚝끊어지고 뉴스속보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나오고 속보가 그대로 정규방송이 되어서 기억하고 있죠... 성수대교는 마치 칼로 자른듯이 잘린 저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고....
    그러고보니 아현동 가스폭발사건도 있었네요... 도로가 뼈대만 남았던........
  • 고선생 2011/08/29 17:49 #

    그 사건들 이후로 건축계의 부실공사가 '덜해진'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없어진건 아닌것 같구요..
  • Libra♡ 2011/08/29 16:11 #

    삼풍백화점 사고를 당시 뉴스를 보고 기억하는건지, 아니면 몇 년후에 사건을 회자하면서 방송에서 내보내준 영상으로 기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저 백화점의 모습이나 무너지는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면 저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 기억된 당시 큰 사고는 삼풍백화점, 괌비행기 추락, 성수대교 붕괴네요.
  • 고선생 2011/08/29 17:51 #

    무너지는 장면은 아마 CG였을거에요. 무너지는 순간을 찍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ㅎ 미국의 911테러때는 찍혔지만.
    삼풍백화점 붕괴는 특히나 그 순간에 그 근처에 있었고 그 소리와 땅의 울림을 제대로 느꼈었기에 참 간담이 서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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