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참으로 익숙하고도 정겨운 그 이름, 그 음식. 야채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리고 고기를 딱히 안 먹거나 못 먹는 사람 제외하고 한국의 대표 고기음식인 불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더욱 드뭅니다. '간장 베이스의 한국식 갖은양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양념구성이 맛을 만들어내고 지방이 적은 쇠고기살을 이용해 그 양념과 버무려 굽는 한국음식 불고기는 일본에도 비슷한 맛의 고기음식이 없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특유의 '갖은양념'이 깊은 맛을 내는 우리의 먹거리이죠. 한국의 음식 중에서 서방세계에 가장 먼저 유명세를 떨쳤던것이 바로 이 불고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요새에 웰빙바람과 함께 김치, 비빔밥 등도 '그나마' 유명해진 것 같지만 예전에는 한국음식 하면 무조건 '코리안 바베큐'였거든요. 생고기를 구워먹는 바베큐도 있지만 사실 서양인들에게 알려진 코리안 바베큐는 한국 특유의 양념맛이 가미된 고기요리였습니다. 80년대 독일생활 중에도 어머니가 주변 독일분들에게 불고기를 대접하고 호평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으로 진출한 외국인보다 외국으로 진출한 한국인의 비율과 역사가 더 오래된 만큼, 외국 거주 한인들로 인해 세계로 드문드문 퍼져나가게 된 불고기의 맛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역사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그냥 제 어릴적 서양생활과 경험과 나름의 추측(?)으로 그냥 맘대로 써제끼는겁니다 ㅋ
어떤 음식보다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한식도 여전히 불고기가 최고인것 같아요. 이미 오래전부터 '간장'의 맛은 세계인이 다 아는 맛이 되었고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일본의 간장양념도,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진 중국의 간장양념도 아닌, 갖은 양념들과 함께 오래 묵어서 깊은 맛을 내는 한국의 간장양념도 간장의 맛을 아는 그들에게 생소하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형태는 '구운 고기'. 마다할 사람이 거의 없지요.
2007년에 잠시 독일분의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의 일화도 생각나네요. 집주인분이 꽤나 동양문화와 식문화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였는데 제가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농담삼아, '네가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어준다면 너의 홈스테이를 허락하겠다'라고 했지요. 반우스개소리인줄 알았는데 거기서 살게 된 몇 주 후 '불고기 만들어줘야지? 언제 해줄래?'라고 대뜸 물어보십니다. 이번주말에 불고기파티 하자고 대뜸 던져놓고 전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당시엔 음식을 잘 하지도, 경험도 거의 없는 상태였지요. 음식을 사진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그런 활동도 안 했고.. 불고기라니! 해본적도 없는 불고기를 어찌 하나요. 그때부터 엄마랑 스카이프 삼매경. 엄마 불고기를 해달라는데 불고기를 어떻게 해.. 해본적도 없는데. 이번주에 해주래는데!! 그때 엄마의 대답. 가장 간단한건 간설파마깨후참'만 기억하면 돼.' 간설파마깨후참.. 간장, 설탕, 파, 마늘, 깨, 후추, 참기름. 이 조합이 가장 최소한의 맛내기라는거지요. 오오 땡큐. 그리고 그 주말에.. 전 난생 처음 해보는 불고기를 멋지게 성공하고 주인아저씨에게 셰프소리를 들었답니다 ㅎㅎ
이번에 오랜만에 해보는 한국식 소불고기인데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역시도 독일에 한국처럼 '불고깃감 고기' 따위는 팔지 않습니다. 적당히 눈치껏 부위를 고른 후 얇게 썰어달라고 하는게 최선이지요. 그리고 집에서 다시 잘게 썰어서 준비합니다. 이건 등심으로 사온거구요.
양념은 최소한의 필수양념. 간설파마깨후참으로.
고기에 부어준 후
조물조물 잘 버무려서 재운 후 바로 구워먹어도 되고 이 상태로 지퍼락에 1인분씩 덜어서 냉동고에 넣어 한 끼씩 꺼내 구워먹으면 되는거죠. 고기손질이 귀찮지만 한국처럼 불고깃감 고기가 아예 파는 환경이라면 결코 어려운 음식이 아닙니다. 이렇게 기본으로 양념에 재운 고기를 준비해서 팬에 구울 때 취향에 맞는 야채를 따로 추가해서 함께 구우면 되는거에요. 불고기는 야채함량이 많아도 그 양념이 참 맛있어서 좋은데, 고기는 조금만 써도 야채를 많이 섞으면 풍성해지기도 하죠. 양파, 버섯 등 취향대로 하면 됩니다.
이번에 전 껍질콩과 양파를 추가야채로 썼어요.
그래서 완성된 불고기..
추가로 깨를 더 뿌려주면 정갈한 마무리가 됩니다.
물을 살짝 부어 뚝배기에다 끓이듯 하면 다량의 양념국물과 함께 즐길 수도 있구요. 특히 추가하는 야채는 어떤 야채를 넣어도 맛있지만 양파는 일단 필수인 것 같아요. 버섯도 좋지요. 껍질콩도 아주 잘 어울렸어요. 한국에선 요샌 이 말 많이 안 들리지만 '불고기파티'라는 말이 지난세기엔 유행했을 정도로 불고기의 인기가 쨍한데요, 저도 참 오랜만에 만들어서 기분좋고 맛났던 불고기입니다.
이건 무엇일까요오.
불고기 조금을 샌드위치에 응용해보았습니다. 브뢰쳰 사이에 불고기와 생양파, 까망베르치즈와 참깨드레싱으로 섞어봤는데 이게 예상 이상으로 맛이 꽤 좋았답니다. 불고기는 참 만능인것 같아요. 소중한 음식입니다 ㅎ
덧글
그나저나 green beans 를 껍질콩 이라고 하는 거군요. 매번 한글명이 뭔지 몰라서 궁금했던...
왠지 국물이 없으면 허전해서 말이지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