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해본 프랑스식 조리 콩피를 한 삼겹살입니다. 지난번엔 오리다리와 삼겹살을 함께 했지만 이번엔 삼겹살 뿐. 그 때 먹어보니 극대화된 기름진 맛과 깊은 부드러움이 굳이 양식이라고 빵이나 샐러드랑 곁들일 필요 없이 백반상에도 잘 어울리겠더라구요. 돈까스가 서양이 원조라지만 밥이랑 먹는것도 맛나잖아요. 하물며 삼겹살인걸요.
질 좋은 통삼겹살. 한가지 옥의 티는 독일에선 부위 나눔을 깔끔히 하지 않아서 뼈가 붙어있는게 대부분이라는거죠. 어차피 나중에 쑥 빠질거니까 그냥 씁니다. 이번엔 따로 밑간은 생략했어요.
후추, 로즈마리, 마늘을 향신료로 쓰구요
고기가 잠길 정도로 기름을 듬뿍 부어줍니다. 이 용기는 그대로 오븐에 들어가야 하니 열에 견디는 재질의 그릇이여야 합니다.
이번에 역시 오븐 100도에 6시간 은은하게 굽기. 전형적인 저온으로 오래 굽기입니다. 전 따로 전기세의 압박이 없는 집에서 살고 있어서 가능한 배짱! 일단 꺼내서 찬 공기에 자연스럽게 식혀줍니다.
냉장고에 들어가도 냉장고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혀요. 기름 콩피는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이렇게 처리가 끝난 고기는 수개월간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어쨋든 이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다음날, 냉장고에서 삼겹살을 꺼낸 후 팬에 잘 구워내면 완성입니다. 이번엔 초심플하게 밥과 김치만 곁들여서 백반상으로 준비했습니다.
마늘과 로즈마리향이 진동하는 잘 익은 삼겹살..
엄마가 와서 직접 담가준 제 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마김치! 요만큼만 올린건 사진찍을려고 이렇게만 올린거고 본격적으로 먹을 땐 훨씬 더 많이 먹었죠. 사진은 비주얼이니까요. 김치 짱!
쿠쿠밥솥으로 지은 흑미현미밥.. 설명이 필요없어요. 참 밥그릇도 새로 생겼다구요!
겉을 팬에 구워서 보기엔 그냥 평범한 삼겹살구이같지만 칼을 대서 잘라보는 순간 6시간의 정성이 느껴지는 초 부드러운 감촉!!
김치를 하나 얹어서..
밥 위에 안착..! 아 이 순간만큼은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에 비견되는 밥 위 착륙..! 마늘향 가득한 수육만큼 부드러운 삼겹살과 김치와 쌀밥.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요리는 밥과 김치와 함께일 때 한국인의 입맛에 더더욱 짱짱짱이라고. 1박 2일의 긴 조리과정은 맛으로 보답받았죠.
덧글
http://gorsia.egloos.com/2820941
이 요리 보니 오래 보존도 되겠지만 기름을 통해 불순물도 빠져서 색다른 맛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근데 예전에 듣기론 동물 비계를 이용해서도 고기를 익히고 장기 저장하는 방법이 있었다던데 저 요리도 그것의 일종인가요?
이게 말씀하신 그 비계익힘 후 장기저장일거에요. 예로부터 기름은 동물의 비계로부터 얻는것이 당연했으니까요. 요새처럼 식물에서 얻는 압착유는 옛날엔 생산 자체가 불가능했죠.
...맛있겠죠ㅠㅠ
내 요리실력의 근원이라.. 근원을 따지자면 100% '식욕'!! 음허허
보관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냥 저 기름에 담궈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