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그리고 박완규 그리고 부활 5집 by 고선생



부활의 올드팬과 뉴팬들 사이에 보컬의 호불호는 꽤나 나뉘는 듯 하다. 그리고 올드팬들은 현재 보컬인 정동하를 좋아하기보단 끊임없이 과거 보컬들의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 정동하가 가지고 있는 보이스컬러가 그간의 부활 보컬 계보로 보자면 지나치게 기교스럽다는게 이유일까. 정작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정동하가 마음에 들었는지 유례없던 장기계약 체제로 유지중이지만 말이다.
초대 보컬 이승철의 존재야 말할 필요 없더라도 그간의 부활의 보컬들을 보고 있자면 각양각색의 색들이 다양했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기교스럽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였다는 것. 정동하 이전인 정단, 이성욱도 마찬가지였다. 정동하가 들어오면서 그간 들을 수 없었던 조금은 탁한듯 하면서 조금만 더 바이브레이션이 굵어지면 소몰이쪽으로 빠질만한 목소리가 등장했달까. 분명 과거의 부활 보컬들과는 조금 다르다. 바로 이 점이 올드팬과 뉴팬의 호불호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나 역시 취향은 올드팬쪽으로서, 과거 보컬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내가 정작 정동하에게 아쉬운 것은 앨범이 나오면 나올 수록 기교섞인 듯한 색깔이 점점 더 진해진다는 것이다. 분명 그가 처음 보컬로 영입되어 녹음한 부활 10집때만 들어봐도 천재보컬 김재기의 뒤를 이을만하다라는 평가에 조금이나마 공감될 정도로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목소리를 보여주었으나 이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특히 요새 방송에서 간간이 보는 라이브 때엔 정도가 심해졌다고 느껴질 정도다. 보컬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의 취향 차이겠으나 내 취향에 비추어보면 정동하의 목소리는 불호에 가깝다.

그간의 부활을 거쳐간 보컬들 중에서 가장 파워있으면서 부활의 앨범 색마저도 그에 맞춰 일탈을 했던게 바로 박완규와 부활 5집 <불의 발견>이 아니였을까. 이 당시 박완규의 목소리는 지금의 박완규조차도 다시 재현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였다. 미성의 고음이면서도 헤비메탈에도 어울릴듯한 파워까지 갖춘 당시의 박완규의 목소리는 그 누구도 감히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동시에, 록발라드 위주의 비슷비슷한 곡들로만 발표하고 있는 요즘과 달리 그 어땐 부활 앨범과도 차별화되는 노래들로 채워졌던 5집 역시도 그 완성도와 난이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지어 부활 밴드 스스로조차도 라이브연주에서 5집 앨범에 녹음된 퀄리티와 사운드를 재현 못한다고 느껴질 정도. 이러한 일탈을 가리켜 흔한 말로 '실험적이다'라고 하는데 보통 실험적인 앨범은 발매 당시에 완전히 뜨거나 완전히 죽을 쑤거나다. 완전히 죽을 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표현하자면 5집은 죽을 쑨 경우에 속하며, 이후에 재평가된 저주받은 명반에 속한다. 실험적인 앨범의 감춰진 위력은 꼭 추후에 재평가가 이뤄지기 마련. 부활 자체가 이승철 이후 줄곧 마이너 밴드였다가 김태원의 예능출연으로 요즘 들어서야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와중에 '아는 사람만 알던' 부활의 과거 작품들이 속속들이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박완규 역시도 다시는 TV에서 볼 수 있게 될지 몰랐는데 최근 TV 프로 출연이 잦아지면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안타까운건 박완규의 역량은 부활 당시에 비추어 볼 때 현재는 너무 떨어져버렸다는게 느껴진다는건데, 부활 5집 당시의 그를 기억하는 입장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어떻게 보자면 역량이 떨어졌다기보단 목소리 자체가 상당히 굵고 탁하게 변해버렸고 그걸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청량감과 파워가 동시에 느껴지던 당시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건 당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일 수밖에.

올린 영상은 부활 활동당시의 박완규가 부른 부활 5집 타이틀곡 론리나잇. 한가지 아쉬운건, 당시 활동중일 때도 박완규는 앨범보다 한 키 다운시켜 불렀다는 점인데.. 앨범의 원키 초고음의 진면목은 한번도 라이브로 못 들어본 것 같다. 앨범녹음때의 그 고음은 한계치였을까. 라이브로는 부담이였나. 앨범에 실린 버전의 원곡은 아래에.




최근들어 부활의 옛 곡들 중에서 유독 이 론리나잇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의 록발라드곡만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부활의 최근 활동에 조금은 질렸다는 반증도 약간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색깔이 분명해진것일 수도 있다지만,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밴드라면 다양한 곡 형태를 보여줄 때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김태원만의 곡 느낌으로 만든 빠른 록도 매력인데 말이다. 또 그렇게 때문에 전 앨범을 통틀어 봤을 때 일탈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차별화된 구성으로 선보였던 5집이 여전히 유독 회자되는게 아닐까. 물론 대중전반적 인지도는 여전히 약하지만 부활 팬들 사이에선.

발라드의 집중 포진이 보컬의 이유도 있다고 보는데, 보컬에 따라 보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의 음악으로 앨범을 프로듀싱한다는 김태원의 말에 따르면, 유례없이 현재 보컬 정동하의 장기집권(?)이 최근 부활의 음악적 색깔마저 정체시켜버린게 아닐까 한다. 그간 보컬 따라 명확히 앨범별로 색깔이 차별화되었었는데. 사실, 정동하가 과거 부활곡들을 부르면 진짜 안 어울리긴 한다. 그에게 최적화된 곡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변화와 실험을 추구하기엔 부활도 꽤나 나이 먹은 밴드가 된 탓에.. 정동하 체제로 고정화되면서 이대로 음악색깔도 굳어질지, 정동하가 교체된다면 다시 정동하와 비슷한 색깔을 낼 수 있는 신 보컬 영입으로 음악적 색깔도 계속 똑같이 유지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언젠가 또 한번 부활이 이승철과 함께 작품 한번 내지 않을까 내심 기대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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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ermes 2011/06/26 07:40 #

    정말 박완규씨 목소리는 최고였죠. 10여년이 지났어도 이런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듯 합니다.
    중학교 때 처음 듣고 완전 홀딱 빠졌던 노랜데, 지금도 MP3에 넣고 다니면서 듣네요.

    솔직히 지금 정동하는 가면 갈수록 너무 기교를 부리는거 같아서 아쉽네요.
    초창기 목소리가 제일 좋았는데, 어쩌면 힘이 빠져서 기교를 부리는거 같기도 하고요.
    하여튼, lonely night는 참 좋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 고선생 2011/06/27 06:14 #

    그러니까요. 10집으로 합류했을때만 해도 참 괜찮았는데. 직접 10집 음악을 들어보면 지금과 꽤 많이 달라요.
    링크 감사요! :)
  • pink 2011/06/26 09:54 #

    이 곡은 지금 한국의 내노라하는 보컬들 다 모아놓고 해도 원곡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정말 어려운 노래인 듯..
  • 고선생 2011/06/27 06:14 #

    당사자도 변해버린 목소리때문에 소화할 수 없는 노래죠..
  • LeMinette 2011/06/26 13:36 #

    전 정동하가 참 좋긴한데, 뭔가 약간 아쉽네요. 그래도 앞으로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고선생 2011/06/27 06:15 #

    처음의 정동하는 좋았지만 이후 점점 제 취향과는 맞지 않게 변해간다는것이 안타깝습니다..
  • 라쥬망 2011/06/26 15:02 #

    론니나잇 너무 시원시원하고 좋네요..
  • 고선생 2011/06/27 06:15 #

    이런 목소리 앞으로 듣기 힘들것 같아요
  • 아르파라존 2011/06/27 04:09 #

    부활 7집이 재발매된다는군요
  • 고선생 2011/06/27 06:16 #

    명반이죠. 5,6,7집은 다 묻힌 명반들..
  • 우기 2011/06/29 07:46 #

    김재기의 요절은 생각할수록 너무 아쉽습니다.

    얼마전 박완규가 티비에서 천년의 사랑을 부르는데 키를 많이 낮춰서 부르더군요.

    세월보다는 그동안 관리를 잘 하지 못한 듯해서 안쓰럽더군요.
  • 고선생 2011/06/29 09:48 #

    천년의 사랑 뿐 아니라 전성기에 냈었던 고음은 다시는 불가능할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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