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안녕? 여기는 모 나라 모 도시! 여행 첫 날이네요. 마침 인터넷이 되어서 소식 잠깐 남기네요.ㅎ
.....................포스팅이 올라온다면 이렇게 시작해야 되는건데...
집입니다. ..집. 다리 절뚝거리며 기어왔어요.
불안불안했는데 결국 또 이렇게 됐어요. 네! 여행 못갔습니다. 지금 집에 왔습니다!
올해 여름 노르웨이 여행 실패에 이어 두번째네요.
그땐 온전히 제 실수였지만 이번엔 좀 재수가 없네요.
엄청난 폭설.. 그 때문에 모든 비행기가 캔슬되었습니다.
..천천히 오늘 일을 풀어볼게요.


공항역에 내린 저는 이런저런 셀카를 남기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여행기 올릴 용도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소스니까요.
저의 주종목 셀카는 카메라 안 보는 셀카. 어차피 셀카인거 티나긴 하지만 최대한 그 컷 안에서 자연스러운 척 해야 하니까..
날 찍어줄 사람이 없는 나홀로 여행의 진수 ㅋ
저의 주종목 셀카는 카메라 안 보는 셀카. 어차피 셀카인거 티나긴 하지만 최대한 그 컷 안에서 자연스러운 척 해야 하니까..
날 찍어줄 사람이 없는 나홀로 여행의 진수 ㅋ

공항 도착.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침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이겠지요.

전 일찌감치 보딩패스를 받고 배낭을 부치고 공항을 돌아다니며 소소하게 폰카로 사진을 찍습니다. 다 이야기 소스니까요.



위에서만 찍기 좀 그러니까 아래로 내려와서 현장감을 더하고..

그래도 분위기는 사람들은 짜증은 나도 대강 이해는 하겠다는 눈치입니다. 건물 창밖으로 보이는 눈발이 장난 아니였거든요. 눈이 오는것도 문제지만 눈이 끊이지 않고 내려 활주로를 덮어버려서 치우기 무섭게 쌓이고 또 쌓이니 이륙도 착륙도 불가능. 모든걸 체념하고.. 11시까지 어쨋든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자리도 다 차서.. 새벽 5시대 비행기부터 차례대로 비행기 타고 떠났어야 할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계속 승객들은 누적되니 공항속은 메어터지죠. 바닥에 그냥 앉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였습니다.
그리고 결정타. 이제는 '캔슬' 표시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네요. 그러다가 결국.. 제 비행기도 캔슬되어버렸습니다. 티켓카운터에서 환불 혹은 날짜변경을 해주겠다는 안내만.....-_-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길게 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줄이 다 그 티켓카운터 줄이였습니다. 이미 전의 노선부터 캔슬되기 시작해서 그 사람들이 차곡차곡 모였는데.. 이게 결국에는 오늘 하루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서 떴어야 할 모든 비행기들이 죄다 캔슬되어버린겁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노선과 승객들이 있었던 항공은 '에어베를린'인데요, 저도 그렇구요. 얼추 봐도 수천명의 승객이 안내직원이 4명뿐인 그 하나의 카운터를 향해 줄지어 섰습니다. 저도 캔슬 공지 받고 나서 부랴부랴 그 행렬에 동참...
줄을 이탈할 순 없었기에 남길 수 있었던 구도는 이것뿐. 정말.. 전 인생 살면서 서본 줄 중에 이렇게 길고 오래 걸리는 줄은 처음이였습니다. 오전 11시정도에 캔슬이 되었음을 알았고, 그때부터 줄을 섰는데.. 이미 꽤 끄트머리고 제 앞에만 해도 몇천명이 서있었죠. 11시에 섰던 줄이.. 제가 카운터에 다다를 때는 오후 4시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5시간 정도를 줄서서 지렁이보다 느리게 움직였단 얘기..... 정말이지.. 5시간을 서있어본적은 정말 처음이네요. 말로 할 수 없이 힘들었습니다. 온 몸이 다 아프고 마비되는 그 느낌.. 동료라도 있었으면 교대로 줄 서주면서 의자에 가서 좀 앉기라도 하지.. 전 혼자라..ㅠㅠ

대체 어떻게 5시간을 버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오늘 바로 이걸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어찌어찌 제 차례가 되었고 비행기티켓 날짜변경을 받았습니다. 27일 출국으로요. 그리고.. 보딩패스 받으며 부친 제 짐.. 그걸 또 찾으러 아래 수화물 나오는 곳까지 역주행해서.. 거기도 침 찾을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2차 진을 치고 있더군요. 거기서도 또 1시간 남짓.. 겨우 짐을 찾았고.. 지옥같은 시간을 보낸 공항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져나왔습니다. 7시 50분 이륙 비행기에 맞춰 아침 6시 반에 공항에 도착했고.. 11시까지 딜레이되어 3시간 정도의 기다림. 그리고 그때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동안 서서 줄서기.. 그리고 짐 찾으러 내려가서 1시간 반.. 그리고 열차 플랫홈으로 가서 30분 기다림.. 도합 10시간을 멍때린 날이였습니다!!
나와서 열차 타는곳으로 갔을때의 시간이 저녁 6시쯤. 이건 무슨 별보기 운동도 아니고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서 공항에 도착할때까지도 계속 깜깜한 밤이였다가 공항에서 나오니 또 완전한 밤.. 눈은 아침보다도 더 쌓여있고.. 열차는 냉동상태로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공항은 아비규환이였습니다. 사람들이 뒤엉켜 모든 사람들이 티켓창구에 몰리고.. 모든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여행은 완벽하게 망쳐버렸죠. 저도 그렇구요. 경사진 무빙벨트도 눈에 뒤엉켜 작동을 하지 않고 자칫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열차 플랫홈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외출한지 14시간째 되었네요. 새벽 4시에 나와 지금은 저녁 6시.. 공항에서 다리와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끝에 겨우 비행기표 바꿔가지고 나와 플랫홈에서 집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왠지 너무 우울해서 기분전환하고자 어느 분에게 부탁하여 기념사진 한장.. 이런게 여행사진 소스여야 되는건데....ㅡㅡ 저 후덕한 표정은 100% 연출입니다. 속은 새까맣게 탔어요.
사실 쌓인 눈이 바람을 맞아 엄청난 눈보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으론 표가 날까 모르겠지만.. 후드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바람이 너무 거세면 호흡이 좀 곤란하더라구요. 입벌리고 호흡중. 10분 늦게 도착한 열차를 타고 겨우겨우 다시 집으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여행용 짐을 고스란히 다시 챙겨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정말이지 우울하지요.


동네분들이 인도를 그래도 이렇게 눈 치워놨습니다. 확연히 보이는 저 눈 두께. 거의 뭐 눈덮인 산을 걷는것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적설량. 올해 겨울 유럽 한파에 폭설 정말 장난 아니네요. 눈에 발이 묶여 비행기를 못 타고 여행을 망치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공항에서 정말 심각했어요. 막 ZDF 방송에서도 나와서 취재도 하고.. 잘만하면 우울하게 줄서있는 저도 뉴스장면에 잠시 스쳤을지도..-_-



얼어붙은 무빙벨트. 눈썰매 타도 될 듯.

처참합니다. 오르는것도 내리는것도 위험천만. 저도 자빠질뻔 했지요.



동네 도착. 누군가가 이 눈밭에 눈사람을 하나 만들었군요. 참고모델은 MSN 메신저?

더 걸작은 바로 이것. 이글루?? 아니 그냥 눈 굴집.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신기하기까지 한 퀄리티..
동네 쌓인 눈으로 이정도가 가능하다니.
동네 쌓인 눈으로 이정도가 가능하다니.

이런저런 볼거리를 보지만 눈덮인 이 길거리는 우울하기만 하네요.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 지나치게 화이트한 크리스마스. 어쨋든.. 꽝, 다음기회에. 그래도 끝은 아니고 27일로 미뤄졌습니다. 제발.. 제발!!! 눈 다 녹기를. 눈 더 안 오기를. 함께 빌어주세요 ㅠㅠㅠㅠ 이번 일을 계기로 안 그래도 나이먹으며 싫어졌던 눈이 이젠 아주 꼴뵈기 싫어졌습니다. 이젠 비주얼로도 싫어요!
덧글
메리 크리스마스... ;ㅅ;
과제랑요....ㅡㅡ;; 작년엔 딱 크리스마스 날 껴서 제대로 여행갔는데 말이죠!
하지만 사진만 보면 넘 멋있어요. 공항도 그렇고 동네 사진들도 그렇고... ㅜㅜ
우왓, 셀카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셀카 신기해요!
날짜를 바꾸긴 했지만 솔직히 걱정되요. 눈이 오지 말아야 하는데.
셀카..ㅋ 각도 조절 잘 하고 내가 카메라를 보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ㅎ
크리스마스 여행을 망쳐서 어떡합니까.-.-보는 제가 마음이......
그래도 1월 말부터는 날씨도 좀 좋아질거니 그때쯤 여행을 다시 계획하시면 아니될런지요.
(지구온난화가 시작된 이후로 유럽의 이상기후는 살인적인 듯,)
1월에는 다시 학교에 복귀하고 학기말이니 여행은 엄두도 못 내요. 크리스마스 단기 방학중이라 가능한거죠. 변경된 날에는 문제없기를..
눈 맞은 기차조차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한 느낌이로군요 산타를 연상케해요 성탄절 파워에 공항은 북적북적
다들 이날만큼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겠죠 남의 생일에 왜 내가 케익을 사야 하는 거지!이지만ㅋㅋㅋ
아 정말이지 눈도 적당적당해야지 심하게 오니까 아주 무섭네요 무서워. 역시 눈 올때는 집에 있어야... 그치만 불쌍한 포토그래퍼는 그 사진 담겠다고 뛰어다녀야 하고..
특별하려다 궁상맞게 지금 보내고 있네요. 집에 먹을것도 없어 굶는 크리스마스.. 오늘 점심은 밥 지어서 빠다랑 간장 비볐을 뿐이고....ㅡㅡ
이다음에 사랑하시는 분과 여행가시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주실거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딜 함께 여행가지 않더라도 늘 웃겠죠 ^^
그나저나 이제 지금상황에 유럽 가려면 수직이착륙기 밖에 방법이 없네요.
그냥 따뜻한 집안에서 보는 눈은 아름답지만, 어딘가로 가야할 때의 눈은 참...
고생하셨습니다. 27일에 다시 떠나시는 여행은 이 모든 고생을 보상할 만큼 좋은 여행이길 바랍니다.
눈이 굉장히... 많이 오네요. 이글루...얼음집?을 만드는 건 진짜 신기ㄷㄷㄷㄷㄷㄷ
그나저나 폰카의 퀄리티가 보통이 아니군요... 역시 사진과이신건가요ㅋㅋㅋ
ㅋ 그러게요 저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아주 자연스럽게 눈 온 땅 위에 저렇게 만들어놨네요. 그 뒤에 또 눈이 왔는데 표면도 자연스러워짐.
폰카는 화소수가 좀 좋은 거긴 해요. 800만. 그 외엔 그냥 구도입니다 ㅎㅎ
한국에서 느낄수 없어서그런가봐요 ㅎ
겨울에 독일을 간다면 하이델베르크와 로텐부르크에 가보고싶어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지대로 난데요 ㅎㅎ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그 두 도시 다 자체로 너무 이쁜 도시인만큼, 눈이 온 풍광도 볼만하겠죠. 독일에서도 구시가 예쁜걸로 유명한 도시니..
전 이젠 눈은 질렸고..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겨울에 가보고 싶네요. 눈은 좀 적당히..
난리입니다 온 유럽이;;; 다음엔 더 좋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길 기대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요 > <
다음에는 정말 좀 제대로 여행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참 올해는 여행운이 없네요.
그나저나 포스팅은... 여행후기도 아니고 공항에서의 긴시간 스케치.. 일뿐인데
재미있어요. 재미있어할만한 일이 아니란건 알지만요.
고슨생님은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을텐데. 암튼 정말 고생하셨어요.
푹 쉬시고 27일엔 잘 갔다오시길 바래요.
ㅋㅋ 재밌게 보셨다니 전 그저 포스팅의 보람을 느낄 뿐^^ 원래 또 살면서 이런 일도 있고 해야
그게 이야깃거리가 되고 추억거리(?)도 되는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지난 노르웨이 감방사건보다는 나은걸요.
다음주에는 부디 문제없이 깔끔하게 떠날 수 있기를.. 저도 무지무지 기도합니다!
ㅡㅡ
런던은 화이트크리스마스니뭐니 떠들어대더니, 말짱했슴.
전 여전히 감기로... 맘을 곱게 쓰지 않아서 안 낫나봐요.. 흠...
앞으론 더 추워질 거예요, 몸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