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존재감 by 고선생

사진은 독일의 명견, 섀퍼훈트.

독일에서 개라는 동물의 존재 의미는 상당히 특별하다. 오죽하면 독일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것들 중엔 자동차도 있지만 개도 거론된다. 개는 친구이자 한 가족이다. 한국에선 개의 존재는 어떠한가. 애완견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토이개념.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 누구 못지 않게 사랑을 듬뿍 주고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그렇게 한가족의 일원으로서 일생을 보내는 개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자면 독일에서와 한국에서의 개에 대한 인식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것 같다. 좋아하고 사랑해서 기르게 되는 동물이지만 그 사랑이 흥미위주로 그치는 경우가 한국엔 더 많다. 가장 귀여운 강아지 시절에 그렇게 좋아하다가 나이들고 노견이 되면 내다 버리기도 일쑤. 전체를 말하는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건 현실이다. 그리고 개는 종종 '데리고 노는' 대상이 된다.

독일에서 개는 데리고 놀기도 데리고 놀지만 그저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같은 존재감이 더 크다. 따로 데리고 놀고 말고가 아니라 늘 함께 있고 함께 돌아다니고 그런 그냥 당연한 존재. 그건 인식차이때문이기도 할거고 환경차이기도 할것이다. 아파트가 득세한 우리나라에서 개는 거의가 다 실내생활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할거고 실내에서 개와 함께 할 수 있는건 귀여워해주고 놀아주는것 외에는 특별할게 없다. 우리나라에서 개는 함께 데리고 돌아다니는 비율보다는 방 안에 가둬두고 녀석이 떠는 아양과 애교를 보며 즐거워하고 그러한 집안 분위기메이커로서 개를 들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개는 집안의 귀염둥이 역할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중형 대형견보다는 자그마한 녀석들을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 그런 개들이 아니면 집 구조상 큰 녀석들을 제대로 키우기도 힘든 한국의 환경적 한계다.

독일에서는 개는 전국민적으로 사랑하는 동물인만큼, 상당히 '사회적 위치'가 있다. 개를 구입할 때나 입양할 때도 개가 편히 지낼 수 있는 그런 집을 보유하고 있는지, 개를 기를만한 경제수준인지, 하루에 한번씩 꼭 데리고 나가 함께 산책을 할 것인지 등등을 꼼꼼이 따진다고 한다. 그리고 개를 기르는 사람은 '개 세금'을 따로 지불해야 하기도 한다. 반대로 전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개 주인인 경우에는 그 개 굶기지 말라고 나라에서 최소한의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길거리 거지나 노숙자들중에 여럿이 개와 함께 붙어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독일땅에서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그렇게 복잡하게 지켜가면서, 따로 세금을 내면서까지 개를 키운다는건 어느정도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거나 여유있는 재력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선 개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개는 사랑스러운 존재기도 하지만 가장 만만하게 비하되는 존재도 개다. 개에 비유하며 상대를 모멸하는 욕도 있고 개라는 동물도 귀찮을때 뻥 차버리기나 하는 존재라는 의식도 여전히 있다. 한켠에선 주인 품에 안겨 애교떨며 간식 받아먹는 개가 있는 반면, 철창에 갇혀서 도축되길 기다리는 개도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자면 올해 오빠 독일 가 있는 사이에 몰래 떠나가버린 사려깊은 내 여동생에게도 한국이라는 환경적 한계 이상의 뭔가를 해주진 못한것 같다. 대부분 집안에서 시간을 보냈으며 가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밖에 운동시킬겸 산책 나간거 빼고는.. 그 아이도 참으로 좁은 세상을 살다 간 것 같다. 글 쓰다보니 괜시리 눈이 또 찡해지는데, 그만 마무리해야겠다. 나중에 언젠가 다시 새 식구를 들이게 되면 난 그 아이에게 먼저 갔던 너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줄 것이고 그 아이를 너의 환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못다해준 대우와 사랑을 더 많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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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英君 2010/10/05 01:06 #

    아.. 왠지 제 눈까지 찡해져요. ㅠ.ㅠ 여동생 님은 고선생님의 마음 벌써 다 알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편안히 쉬고 있길..
  • 고선생 2010/10/06 00:07 #

    함께 성장을 해온 진짜 가족이거든요.. 처음 소식 들었을때 며칠간 많이 울었습니다... ㅎㅎ..
  • 홈요리튜나 2010/10/05 09:43 #

    가게에서 개를 기르는데 산책도 야밤에나 잠시 시켜주고..하루종일 묶여있는 게 참 안쓰러워요 차라리 그럴 거면 키우지 말지 싶구요
    애가 처음엔 괜찮았는데 산책 도중에 외딴 집 개와 조우하더니 이제 밤만 되면 외로움에 울어대거든요
  • 고선생 2010/10/06 00:09 #

    마음대로 잘 돌아다니다가 때되면 다시 귀가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말이죠..ㅎㅎ 근데 늘 염려스러운것도 사실이죠. 방치하면.
    얼마나 친구도 보고싶겠어요..^^ 가끔은 해 있을때도 세상 구경 시켜주세요~
  • 한다나 2010/10/05 16:20 #

    ㅠㅠ 괜히 제 여동생들이 보고 싶어지는 포스팅이었습니다
    일본도 독일만큼 강아지들을 사랑해요...괜히 길 가는 강아지들 볼 때마다 우리 동생들 생각나고 그러더라구요.ㅠ
  • 고선생 2010/10/06 00:17 #

    한다나님 동생들 너무 귀엽다는...ㅠㅠㅠㅠ 만져보고 싶다는......
    독일엔 다양한 개 종류들이 있지만 자그마한 녀석들 볼 땐 특히 동생이 그립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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