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카르고. 감질나는 달팽이 뽑아먹기 by 고선생

간간이 프랑스음식을 즐겨먹고 있는 요즘, 이번엔 에스카르고입니다. 유럽음식치고는 상당히 독특한,
식용달팽이 요리죠. 그러고보면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요리가 발달한 나라답게 식재료도 상당히
희한한걸 많이 쓰는 편이네요. 개구리도 먹고 비둘기도 먹으니.. 프랑스식 개구리찜은 먹어봤지만
(닭고기 먹는 느낌입니다) 비둘기고기는 경험없습니다. 에스카르고는 이렇게 껍질채 나오는것 말고
예전에 어느 호텔뷔페에서 살만으로 스튜를 만든건 먹어봤는데 부드러운 질감이 맘에 들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독일에선 수퍼의 냉동코너에 오븐구이할 수 있는 에스카르고가 팔고 있는데 독일에 있는동안
이제야 처음 사서 조리해봅니다. 에스카르고 12개짜리에 3~4유로 정도 하는 가격이죠.
'에스카르고'라는 단어 하니까 재밌는 일화가 떠오르는데, 제가 아직 어학원 다니던 시절입니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였는데 길바닥에서 달팽이가 종종 눈에 띄였지요. 다시 교실로 들어가서 "와 오늘 비와서 그런지
길바닥에 Schnecke(슈네케:독어로 달팽이)가 많네!"라고 운을 띄우니 애들이 슈네케가 뭐냐고 묻습니다.
사실 독일어를 배우는 어학원생들은 다양한 동물이름같은거 잘 모르거든요. 전 어릴때 살았던 경험 덕분에
동물 이름은 좀 많이 알거든요. 꼬맹이들 관심사가 동물이잖아요 ㅎ 근데 이걸 설명하기가 애매한겁니다.
그 왜, 그거 모르냐고, 벌레처럼 작은 동물인데 눈 튀어나오고 등에 껍질을 집처럼 매달고 다니는거! 몰라?
몇몇은 알아들었지만 한 프랑스 친구가 여전히 모르겠다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불어 단어를 앞세워
(에스카르고라는 음식은 알고 있었기에), '에스카르고!'라고 하니까 아아~ 하고 단번에 알아듣더군요 ㅎㅎ
음식이름이라 해도 그냥 달팽이란 뜻으로도 통용되는건지, 그게 달팽이요리니까 대충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건 프랑스 요리단계중에선 오르되브르(hors-d'oeuvre)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전채, 에피타이저인거죠.
많아보이긴 하지만 그건 껍질 때문인거고 사실 속살은 별로 없습니다. 허브를 잔뜩 섞은 버터로 양념되어있죠.
        
함께 먹을 빵을 준비했습니다. 속알맹이를 뽑아먹을 꼬챙이도 필요하구요.
소라먹듯이 빼먹기 불편하진 않습니다. 노출된 살점을 콕 찔러서 쏙 뽑으면 쉽게 나오죠.
말랑말랑 부드럽습니다. 바다의 조개나 소라처럼 쫄깃하진 않고 달팽이만의 질감이 있어요.
거의 뭐 양념맛으로 먹는거지만 허브양념이 하도 강해서 꽤 짭니다. 빵이랑 함께 먹어야 되는겁니다.
전채요리라곤 하지만 전 그냥 요 에스카르고에다 빵 잔뜩해서 한끼로 때웠네요.

덧글

  • 홈요리튜나 2010/09/16 01:26 #

    요즘은 먹을 수 없지만 개구리의 그 부드러운 살은 일품이었어요 어렸을 때 먹은 건 전부 미화된 것 같지만ㅎㅎ
    한 때 거리에서 파는 닭요리는 비둘기로 만든 것이다 라는 루머가 퍼진 적도 있지만 사실무근이었죠 솔직히 잡고 처리하고 하는 게 더 수고스러울 것 같습니다^^;
    역시 서양인들은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군요..이걸 보니 감질나지만 바늘에 일렬로 꽂아 먹던 다슬기가 그리워지네요 달팽이라고도 불렀거든요
    식탐도 많아서 대바늘에 잔뜩 꽂아먹어야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다 빼내서 수저로 퍼먹던지ㅋㅋ
  • 고선생 2010/09/16 17:58 #

    대중화될 순 없어도 식용개구리가 지방 어딘가에선 판매된다고 얘기들었었는데 그런것도 이젠 없어졌나요? 한때 황소개구리 문제 심각했을때
    개구리 풍년이였다는..ㅎ
    근데 닭과 비둘기는 아예 체형이 달라서 그런건 다 말도 안되는 루머죠. 아마 프랑스에서 먹는 비둘기도 길거리 비둘기는 아닐듯..
    전 다슬기를 먹어본 적은 없는데 늘 제가 싫었던건 다슬기도 그렇고 번데기도 그렇고 그 조리방식과 냄새때문이였어요. 참을 수 없었던 그 냄새...ㅠ
  • 홈요리튜나 2010/09/16 18:08 #

    된장 풀어 끓이면 냄새가 잡힐텐데...이 방식을 싫어하셨군요^^;
  • 우기 2010/09/16 01:49 #

    중학교 때인가? 무슨 소설을 읽다가 '에스까르고'가 나와서 무슨 맛일까 항상 궁금했는데 아직도 못먹어봤네요.

    미국에서도 저렇게 조리만 하면 되게 파는 냉동제품이 있으려나요.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 고선생 2010/09/16 18:01 #

    미국에서도 있을걸요. 깊이는 얕아도 세계 음식 가리지 않고 취급하는 미국이니까요 ㅎㅎ
  • escargot 2010/09/16 01:53 # 삭제


    불어로 그냥 에스카르고면 escargot : (남성명사) 달팽이 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전식(entree 앙트레) 메뉴 달팽이 요리에는, escargot a la creme (에스카르고 알라 크렘므) 처럼 크림소스 달팽이.. 이렇게 설명이 붙지요.

  • ㅇㅂㅇ 2010/09/16 02:06 # 삭제

    왠지 입으로 씹으면 미끄덩미끄덩거릴거 같아요 ㅎㅎ 달팽이요리..신기함..
  • 몽몽이 2010/09/16 03:35 #

    다슬기 요샌 왜 안 파는지 궁금한 1인
    어렸을땐 몰랐지만 알고 보면 해장국으로 따봉이었던...
  • 고선생 2010/09/16 18:01 #

    다슬기가 안 파나요 요샌? 번데기 파는 가판대의 세트메뉴였는데..
  • MontoLion 2010/09/16 13:40 #

    으... 다슬기 생각나네요. 쏙쏙 빼먹는게...

    프랑스 요리하니깐 갑자기 생각나는게 옛날에 흥국쑈였나... 거기서 개고기 주제로 이다도시하고 하일하고 대화하는데
    이다도시가 강아지는 우리 친구잖아요. 어떻게 먹어요! 하니깐 하일이 '달팽이도 우리 친구지예~' 한것이 생각나네요.
    당시 빵터졌었는데... 랄까;;; 갑자기 이상한데로 쏠렸군요;;;
  • 고선생 2010/09/16 18:09 #

    달팽이도 친구..ㅎㅎ 인간의 동물 친구취급은 늘 주관적이죠.
  • migo 2010/09/16 14:09 # 삭제

    맛있겠네요. 가을이 되니깐 독일이 살짝 그립네요. 곧 10월인데 Oktoberfest한 번 다녀오셔서 사진이라도 왕창 올려주심 어떨까요? ^^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말이죠.
  • 고선생 2010/09/16 18:10 #

    금년엔 잠시 짬을 내서 다녀올까 생각중이긴 해요~
  • 꿀우유 2010/09/16 21:13 #

    우왕-
    허브양념 덕분인지 너무너무 맛나보여요,
    고선생님 블로그에서 몰랐던 요리들 구경하는건 좋은데 현실은..... ㅋㅋㅋ
  • 고선생 2010/09/17 00:29 #

    몰랐던 요리라도 늘 만족스러운건 아니에요. 이건 먹을만하긴 했어도 에피타이저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하더라구요 ㅎㅎ
  • mayozepin 2010/09/18 21:39 #

    에스카르고!
    너무너무 좋아해요~
    저 소스가 허브와 버터를 섞은거였군요.
    너무 맛있어서 바게트에 다 찍어먹었었는데....
  • 고선생 2010/09/18 22:20 #

    그게 하도 진해선지 제 입맛엔 좀 짜게 느껴지더라구요. 조금만 약해도 좋을텐데..
    그래서 하나 먹고 빵을 한입 가득 먹어줘야..ㅎ
  • 2010/09/19 20: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09/19 20:59 #

    제가 느끼기에도 한국에선 많은 서양음식중에 프랑스요리집은 비율상 좀 적더라구요. 근데 요새는 또 많이 생겨난 모양이던데..
    그렇다 해도 한국에선 달팽이요리도 내오는 프랑스레스토랑은 그렇게 많진 않을것 같아요..
    초대해서 대접하고 싶습니다..^^
  • 2010/10/11 2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10/11 21:09 #

    ㅎㅎㅎ 같은 서양이라도 못본사람들은 기겁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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