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의 전설. 계획없이 하멜른 산책 by 고선생

쥐잡는 사나이(국내명: 피리부는 사나이)의 전설 초간단 요약본.

하멜른에는 제분소가 많아, 쥐들의 천국이였다. 악플러들 마냥 늘 들끓는 쥐XX들 때문에 하멜른 시민들은 한여름 서울의 열대야를 보내는 사람들 이상으로 짜증 한 바가지였는데... 그러던 어느날, 어느 낯선 사나이가 이 도시에 나타나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그놈의 쥐XX들 내가 싹 다 치워줄테니 대신 상응하는 보수를 줄래? 시민들은 단번에 수락했다. 쥐를 없애준다고? 콜!!
사나이는 부부젤라..가 아니고 피리를 꺼내 불었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쥐들이 죄다 촛불집회하러 광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처럼 우루루 사나이 주위에 몰려들었다. 피리를 불며 사나이가 걸어가자 뭐에라도 홀린듯 쥐들은 피리소리에 반응하며 사나이를 따라갔는데 황천길인줄 모르고 우루루 몰려간 쥐떼는 사나이가 인도한 베저강에 모두 빠져 죽었다. 쥐XX들 다 몰아냈으니 보수를 요구하는 사나이였지만 그에게 줄 보수가 아까워진 치사빤스 말바꾸기 국회의원같은 하멜른 시민들, 보수 주기를 거절하는데..

분노한 사나이는 다음날 희한한 코스츔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타나서 또 피리를 불어댔는데 이번엔 온 도시의 아이들 130명이 그 앞에 모여들었다. 어른들이 모두 교회로 가 있는 틈에 아이들을 모두 모은 사나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유유히 도시를 빠져나갔는데, 그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한다. 단 두 명인, 한 명은 소경에 한 명은 귀머거리인 아이 두 명만이 낙오되어 발견되었다고 한다. 1284년 6월 26일이였다.
7월 중순에 독일의 소도시 하멜른을 다녀왔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실패전에, 막 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교환학생 하던 친구가 귀국을 한다길래 마지막으로 볼겸 해서 둘다 가보지 않은 하멜른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하멜른은 독일 관광루트 중에서 유독 인지도가 떨어지는 메어셴 가도에 있습니다. 메어셴 가도는 독일의 그림형제들의 그림동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의 루트인데, 아무래도 고성이나 알프스지방같은 중부, 남부지방들이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인기가 있지, 동화의 팬은 적을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해도 동화의 배경지답게 정말 동화스러운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신비롭기도 한 관광루트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카쎌과 브레멘에 이어 이 루트에서는 세번째 방문이 된 도시입니다.

이번 방문은 개인의 관광보다도 친구와의 만남이라는 목적도 있었으므로, 강박없이 그냥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정보도, 여행책자도 없이 그냥 맘 가는대로, 길이 난 대로 도시 안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관광의 핵심이 되는 구시가는 규모가 상당히 작았고 골목이 여기저기로 뚫렸지만 별로 길 잃을 일도 없었어요. 다 돌고 돌아와서야 아 이걸 봤구나 저걸 봤구나 깨닫게 되었죠.

서두에 요약한 대로, 이 도시는 브레멘음악대란 동화로 유명한 브레멘과 마찬가지로 쥐잡는 사나이라는 괴기동화의 배경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단순 동화가 아닌, 문헌에도 기록되어있는 실제사건이라고 하는군요. 그림형제의 수집에 의해 편집되어 동화로 꾸며졌지만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희대의 유괴사건이라고 하겠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도시에서는 춤과 노래가 금지되었다고 하네요. 어느 도시에서든 관광지에선 길거리 악사를 한번 이상은 볼 수 있는데 이 곳에는 전혀 없이 조용했습니다.
피리를 분 쥐잡는 사나이, 그리고 쥐. 이 둘이 이 도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데요, 특히 쥐는 거의 마스코트격으로 이 도시의 자랑거리이자 관광상품이기도 합니다. 쥐 모양의 빵도 구워팔고 있지요.
저야 간만의 나들이에 사진이나 실컷 찍다 왔습니다. 올해 새로 생긴 캐논 오두막을 들고 도시관광을 나가게 된 첫 도시네요.
구시가 내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중세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아주 제대로 중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죠. 브레멘의 슈노어지구의 확장판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거리는 더 넓으니까요. 이런 도시는 특별히 내세울 뭔가의 관광요소가 없다 해도 이렇게 잘 보존된 구시가의 그 분위기 자체가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번화가이기도 한 구시가에는 각종 샵들도 구건물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입점해있답니다. 이렇게 클래식한 맥도날드는 처음 보네요. 글씨마저도 튀지 않고 구 건물에 잘 어울리는 갈색으로 칠한 센스.
니콜라이교회. 이 이름도 지금 글 쓰면서 도시정보를 다시 훑어보면서 알게 되네요. 그냥 평범한 교회입니다. 어느 도시에나 하나씩은 있는.
쥐들을 이끌고 가 강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베저(Weser)강입니다. 그렇게 폭이 넓진 않고 평화로이 흐르는 전원의 강 같은 모습입니다.
베저 강 위의 교각이 하나 있는데요, 그 위에 뭔가 노란 덩어리가 하나 붙어있네요.
이 도시의 상징인 쥐의 모형입니다. 노란색이구요. 전 무슨 하리보(Haribo. 곰 모양의 젤리)인줄 알았네요.
빙 돌아 다시 구시가의 시작부쪽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름모를 소녀상. 이 밑에 설명이 적혀있었는데 까먹었네요.
동행한 친구를 모델로 설정샷을 찍었습니다. 이런 사진 왠지 많이 남길것 같은데요.
정말 도시 분위기가 여유있으면서도 클래식함이 참 맘에 드네요. 진정 유럽의 고도같은 느낌이죠.
마우스헌터, 칠드런헌터. 보수를 받지 못한것의 대가로 희대의 유괴사건을 벌인 피리부는 사나이의 상. 역시 쥐와 함께 하멜른 상징물입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무작정의 산책. 무슨 박물관을 들어가고 할 것 없이 담백히 산책만 하고 마무리한 하멜른이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본것만으로도 그 분위기가 물씬 느껴져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역을 나오면서는 몰랐는데 다시 기차역으로 향하면서 보게 된 역의 겉모습. 이런 분위기의 역사도 처음이네요. 분명 역사인데 무슨 도서관같은 느낌이...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 도르트문트에서 하멜른까지는 나름 거리가 좀 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괜찮았습니다. 독일에선 어느 곳을 기차여행하더라도 창 밖으론 전원풍경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도시와 도시 사이엔 늘 널따란 들판이나 숲이 가득하죠. 그런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오랜만의 독일이야기. 하멜른편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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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안녕학점 2010/08/04 07:28 #

    우와 멋있네요 하멜른!!
  • 고선생 2010/08/05 05:42 #

    예쁜 도시에요
  • delicious feelings 2010/08/04 08:13 #

    하늘이 너무나 멋지네요..그림같기도하고~
    사진솜씨가 좋아서겠죠?ㅋㅋ
  • 고선생 2010/08/05 06:00 #

    마지막 두 사진 말씀이시죠? 기차 안이라서 묘하게 어둡게 찍혀 더 그러네요~
  • 펠로우 2010/08/04 08:57 #

    평범해뵈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네요. 저런 근사한 맥도날드까지^^;;
    미녀 친구분도 많이 만나시네요^^
  • 고선생 2010/08/05 06:12 #

    맥도날드 분위기 끝내주죠. 인사동에도 외국업체 들어오는거 한옥에 저렇게 분위기 맞춰 해봤으면..
    친구는.. 이제 없습니다 ㅎㅎ
  • 카리소메 2010/08/04 10:28 #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저 동화인줄만 알았는데 오싹하네요ㄷㄷ 사진은 진짜 동화에 나오는거 처럼 이뻐요 ㅎㅁㅎ*
  • 고선생 2010/08/05 06:51 #

    무서운 이야기죠. 대체 실종된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 민네 2010/08/04 11:34 #

    사진이 동화책 같아요! 유럽은 저렇게 중세 도시가 보존된 곳이 많아서 좋아요. 특히 독일, 정말 가 보고 싶은데;ㅁ;! 아시아를 벗어난 적 없는 저는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ㅂ=!
  • 고선생 2010/08/05 06:52 #

    보존된 곳도, 파괴된곳은 잘 복원도 하죠. 한국에선 파괴되었으면 에라 잘 됐다 하고 빌딩이나 짓겠지만...ㅡㅡ
  • 검투사 2010/08/04 15:11 #

    전쟁의 참화를 용케 벗어났구나 싶어요..... -ㅅ-;
    폭격기 해리스도, 강철의 스팀롤러 스탈린 원수도 모두 하멜른은 "적당히 넘어가자" 한 것 아닌지 싶은...
    문득 저 마을 이장님도 해리스 장군과 스탈린 원수 앞에서 와인을 1말씩 자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ㄲㄲㄲ
  • 고선생 2010/08/05 06:53 #

    글쎄요, 전쟁 피해가 아예 없진 않았을거 같고 피해가 있었다면 복원도 잘 해뒀겠죠. 그것이 유럽의 정신입니다.
    옛것을 참 소중히 하는.. 제가 유럽사회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마인드입니다.
  • 바비 2010/08/04 16:37 #

    어, 독일말로 메어셴인가요? 전 여턔 메르헨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 고선생 2010/08/05 06:54 #

    메르헨이라고 글자 그대로 독일사람들한테 말해보면 알아듣는 사람이 신기할겁니다 ㅎㅎㅎ
  • 한다나 2010/08/04 16:41 #

    어머 하멜른 가보고싶어요. 독일에 있는 내내 여기저기 다녀보면 좋을 것 같은데.....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고슨상님과 꼭 좋은 데 구경해보고 싶어요.
  • 고선생 2010/08/05 06:54 #

    그래요, 꼭 함께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즐기도록 해요 한다나님^^ 꼭이에요~
  • 홈요리튜나 2010/08/04 16:54 #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건물들..이라곤 하지만 동화가 현실을 기초로 만든 것이니 현실에나 나올 법한 건물이 되는건가요^^
    기차마저 통일호처럼 덜컹거린다면 정말 운치 가득한 여행이겠어요
    그나저나 고선생님 주변엔 미인이 많네요 웬만한 수준이 아니면 눈에 안 차시겠어요 히히-3-
  • 고선생 2010/08/05 06:57 #

    내용 자체는 환타지적인 동화도 많겠지만 그 배경이라는 곳들은 현실이 많고.. 하지만 현지인이 아닌 외부인이 보기엔 그저 그 동화의 이미지로서
    덧붙여 보이니 더더욱 예뻐보이고.. 동화의 유명세 하나로도 이렇게 도시 자체가 명소가 되고 하는건 넘 부러워요.
    미인이 많긴요.. 전 늘 친하게 지내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더.. 소.. 소중해요... 아이 부끄러 ㅎㅎㅎㅎ
  • cleo 2010/08/04 18:21 #

    독일에는 가는 곳마다 저렇게 죽은 '쥐'들이 많은 것 같아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귀엽다기 보다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드는 그런 쥐.. 말이에요-.-:
    '쥐의 성'도 가는 곳마다 보이는 거 같구요.
    하멜른은 '피리 부는 사나이'에 등장하니깐 당연히 더 많을테고...;;;

    고선생님 사진으로 보면... 'MacDonald's' 조차 아주 그럴싸 합니당~ ㅎㅎ
  • 고선생 2010/08/05 06:59 #

    실제로 쥐때문에 골머리 썩었던 유럽이니까 그런 피해가 고스란히 이런 동화로도 내려오고 하네요.
    쥐성이면 고양이성과 라이벌이라는 그 라인강변의 성들 중 하나 말씀하시는거죠? ㅎㅎ
    하멜른은 쥐가 거의 상징입니다. 사진은 없지만 쥐로 만든 빵도 빵집마다 팔고 있는 기념물이죠.
    전 한국에서 전통 한옥의 맥도날드가 한 채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리겠지요..?
  • 찬별 2010/08/04 21:05 #

    사진이 최고입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 고선생 2010/08/05 07:00 #

    감사합니다! 사진은 늘 노력하는걸요.
  • 빛의제일 2010/08/04 21:19 #

    막눈이지만, 사진 색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생각난 것이 사진 공부하시는 분 사진인데...
    아무튼 사진이 참 마음에 듭니다. 몇 장 자체제작 엽서로 만들고 싶어요. :)
  • 고선생 2010/08/05 07:01 #

    색감은 인위적으로 색감보정을 거쳐서 요리해봤어요. 고채도에 푸른기가 도는 분위기로 살려보았답니다.
    옛도시지만 고즈넉한 분위기 말고 조금은 도발적인 분위기가 나게요 ㅎㅎ
  • 자비오즈 2010/08/05 00:29 #

    저기가 바로 하멜른이군요
    좋은 구경했습니다 ㅋ
  • 고선생 2010/08/05 07:01 #

    블로그로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잘 하셨나요? ㅋㅋ
  • 2010/08/05 01:25 #

    헉, 너무 예쁜 동네네요. ㅠㅠ 독일도 언젠간 가봐야 할텐데 말이죠. ㅎㅎㅎ 빵도 맛있거고 <<<
  • 고선생 2010/08/05 07:02 #

    음.. 영국에 계시는동안이 오시기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 2010/08/05 07:19 #

    아하하 아쉽게도 돈이 없어요. ㅋㅋㅋ 나중에 가면 되죠 뭐 ㅋㅋㅋ
  • 人間探究生活 2010/08/05 03:50 #

    실제 사건... MB에게 누가 피리 불어 줄 사람은 없나요?^^
  • 고선생 2010/08/05 07:02 #

    근데 피리가 안 통할걸요... 아쉽지만.
  • Fabric 2010/08/05 06:18 #

    크 고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프라이부륵 마틴스토어 근처에있는 맥도널드 간판의 배색도 근처의 건물들과 잘 묻어나요 ㅎㅎ 하리보공장이 본 근처에 있다고 하던데.. 여행하고 이렇게 도시정보 훑으면서 본격적으로 알게되는거 같은데 이 과정이 귀찮아서 하기가 힘든거 같아요=_=
  • 고선생 2010/08/05 07:04 #

    으흐흐 본에 계신 Fabric님! 블로그 뿐 아니라 로컬이웃이기도 하시네요 요 한달은! ㅎㅎ
    많이 많이 보시고 느끼고 하세요. 기간이 정해져있는동안은 충분히 경험하는게 남는장사랍니다~
  • 풍금소리 2010/08/05 11:08 #

    하멜른 관광,사진으로 잘 했어요.
    역사는 정말 심플하군요.
    메어셴 가도는 저도 정말 샅샅이 다니고 싶어요.
    (특히 클로제씨가 몸담았던 브레멘엔 더더욱)...
    다리위의 구조물도 얼른 보기엔 황금색 하리보 같았는데...ㅋㅋ
  • 고선생 2010/08/05 17:37 #

    어떻게 보면 브레멘, 카쎌 하멜른을 봤으니 중요도시는 다 본 것 같지만서도 메어셴 가도의
    매력은 줄줄이 늘어선 소도시들의 집합이죠. 작은 도시지만 그 도시마다 동화와 민담이 남아있고..
    날씨좋을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숲도 가보고 싶네요.
  • 꽁치 2010/08/06 22:35 #

    사진이 너무 이쁘네요. 브레멘은 공항 이용하느라 두 번 가봤는데, 그 브레멘 구시가의 확장판이라니, 가보고 싶은데요!
  • 고선생 2010/08/07 01:46 #

    같은 여행루트상의 도시이다보니 느낌이 비슷하더라구요. 예쁜 도시입니다.
  • 2010/08/12 08:51 # 삭제

    저도 저런 곳에서 살고 싶어요^^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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