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를 아시던 우리 할머니 by 고선생

2006년 월드컵때였나.

2002년 월드컵때의 히딩크호의 기적같은 4강 성적 이후로 그 이상의 기대감에 열광하던 한국의 분위기.
당연히 2002년 이상으로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던 때다.
그 시기에 들렀던 할머니 댁. 여든이 넘은 고령의 우리 할머니.
거동도 불편하고 집밖으로 거의 나가시기도 힘들며, 가정부 겸 간호인을 두고 TV보는 재미, 가정부한테 잔소리 하는 재미로
지내시던 할머니. 할머니댁에 가족이 모여 그 당시 화제인 축구얘기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축구얘기에 끼어드신다.
의외였다. 그런데에 관심도 없을것 같던 할머니가 축구얘기에 동참을. 그리고 히트는..
'오프사이드'가 뭔지 아신다고. ㅎㅎㅎ 대뜸. ㅎ

오프사이드는 상대적으로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많은 남자들이 그렇지 못한 여자들 상대로 공격하는 주요 소재인데..
근데 이제는 오프사이드라는건 축구경기 몇번만 주의깊게 본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다 아는 기본상식일듯.
그러시더니,
"그거 그거 아니냐, 상대편 맨 뒤에 있는 선수들보다 공격하는 애가 앞에 있을때 걔한테 같은팀 애가 공 주면 반칙인거!"

라고 아주 정확히 아시는 지식을 뽐내신다. 우와-
TV만 틀면 축구축구 그러던 시기이기에, 6시 내고향, 일일드라마나 즐겨보시던 할머니도 월드컵 시청자가 되셨는지,
축구를 보신다는것도 충분히 의외였는데 이런 전문지식까지 술술 읊으셨던 그 모습은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였다.
평소 정감없이 말씀 않는 무뚝뚝한 옛날사람이셨던 할머니의 그런 모습이라 더욱.

그런 소소한 추억이 있는 할머니는.. 내가 독일로 오면서 큰 절 올렸던게 생애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작년, 내가 오스트리아로 휴가를 가있는 동안, 크리스마스 이브에.. 떠나셨다.
휴가를 마치고 도르트문트로 돌아와서야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 위에서도 이번 월드컵 재밌게 잘 보셨나요? 이번 대회 참 재밌었어요. 오프사이드도 많이 나왔다구요^-^
이제 할머니, 축구도사 다 되셔서.. 오심에 역정 많이 내셨을것 같네요.


덧글

  • 홈요리튜나 2010/07/13 10:09 #

    "밥 먹어야지" 라면서 끝까지 제 걱정을 하시는 할머니께(항상 그 말씀하셔서 싫었거든요) 귀찮다며 무심하게 먹었어요 하고 살짝 성질을 냈던 생각나잖아요..그게 돌아가시기 2시간 전..마지막이었어요..축구 얘기인데 이런 거 반칙이예요...ㅜㅜ
    어두운 얘기는 발로 차구요..히히
    전에 컬투쇼에 축구광인 할머니 얘기가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제법 재밌던 사연이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건 별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인가봐요^^;
  • 고선생 2010/07/14 03:09 #

    네.. 반칙적인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죠?^-^
    컬투쇼는 참 재밌는 얘기 많죠. 예전만해도 사연이 재밌는 라디오프로가 더러 있었는데 요샌 그냥 얼굴만 안 보이지 라디오도 그냥 TV쇼처럼 자기들끼리 노는 식이 강해졌다는 느낌이에요. 그마저도 보이는 라디오다 뭐다 해서 라디오만의 매력을 자꾸 애써 없애버리는듯한.. 근데 컬투쇼의 웃긴 사연들은 여전히 최고입니다 ㅋㅋ
    방청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미친듯이 웃어제꼈다는..
  • 하니픽 2010/07/13 10:10 #

    월드컵을 계기로 오랜만에 할머님을 떠올리셨군요~ 그런 추억 하나하나가 있어서 남은 사람들이 그땐 그랬지 하고 추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고선생 2010/07/14 03:10 #

    갑자기 떠나셔서.. 가는 길에 곁에 있어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지요..
  • 한다나 2010/07/13 16:41 #

    우와....오프사이드 저도 잘 모르는데. 할머님 대단하세요. ㅎㅎㅎ
    바쁘다고 이런저런 핑계거리 대면서 할머니 못 뵈러 간지 참 오래 됐네요...이번에 한국 가면 할머니 뵈러 꼭 가야겠어요...ㅎㅎ
  • 고선생 2010/07/14 03:11 #

    그러니까요! 참 놀라웠던 할머니의 축구상식! ㅋ
    제가 나이가 들고보니.. 정말 어른들께 잘 하고 효도해야되겠다는게 점점 크게 느껴집니다. 할머니 꼭 뵈세요?^^
  • googler 2010/07/15 13:38 #

    할머님이 저보다 세련되셨네요. ㅋ
  • 고선생 2010/07/15 15:53 #

    관찰력에 저도 감탄했더랬습니다.
  • 2010/07/18 01: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07/18 02:41 #

    와아 멋지시네요^^
    스포츠 보는게 재밌기도 하시니까 박식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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