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별볼일 없는 도시, 도르트문트(Dortmund)에서 본 일이다.
서른살 먹었는데 그 나이보단 좀 어려뵈는 유학생 한 명이 전자매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디카 하나를 꺼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메라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매장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주인은 이 어리버리한 아시아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Gut(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Gut’이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카메라를 받아서 가방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Canon 전문샵을 찾아 들어갔다. 가방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카메라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Canon EOS 5D mark-2오니까?” 하고 묻는다.
가게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카메라를 어디서 훔쳤어?”
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카메라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박살이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학생은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Gut’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방에 쑤셔넣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카메라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가방 위로 그 카메라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U-Bahn 정류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카메라를 손바닥에 놓고 액정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런 고가 DSLR을 빌려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카메라를 가방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빌린게 아닙니다. 몰래 훔친것도, 공짜로 받은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캐논 DSLR 중급기 라인업 최상위 모델을 그냥 줍니까? 1000만화소 이상 카메라로 촬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젠 저처럼 EOS 350D같은 구닥다리 쓰는 사람은 일반인 중에서도 드뭅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아낀 돈에서 몇 유로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수백유로를 통장에 짱박아두고 잡지사에 사진 판 돈을 합하고 결정적으로 아버지의 원조도 받아버렸습니다.. 평소 구두쇠생활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캐논 중급기 최상위 모델, Canon EOS 5D mark-2’ 한 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를 얻느라고 3년이 더 걸렸습니다.”
자신을 '고선생'이라고 소개한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카메라를 구입했단 말이오? 그 카메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중급기 정도는 쓰고 싶었습니다. 저 사진과에요.”
2005년에 산, 당시에도 '보급기 라인'으로 나왔던 DSLR인 EOS 350D 이후로 5년...
그래도 사진의 길을 걷는 사진과 학생이, 고급기는 안 되도 중급기 정도는 써야 되는데, 이제 와선 일반인들이나 초짜 디카족들도 쳐다도 안 보는 고물이 된 이 기계를 이제껏 붙들고 있었습니다. 디카는 돈 투자하는대로 성능이 더 좋은건 자명한 사실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으로 저 모델은 해상도의 한계가 너무해서, 당장 학업 과제로 프린트하는 것도 퀄리티가 안습이였죠.
드디어 카메라를 훨씬 나은 단계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수준에 맞는 기계라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주관적 판단이긴 하지만 전문인이 아니여보이는 사람들도 수준에 상관없이 돈만 들이면 구입해 쓰는걸 보고 참 저 자신이 더 초라했었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버텨온 EOS 350D(왼쪽)과 새로 업그레이드된 EOS 5D Mark2(오른쪽). (이미지출처: 디씨인사이드)
서른살 먹었는데 그 나이보단 좀 어려뵈는 유학생 한 명이 전자매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디카 하나를 꺼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메라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매장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주인은 이 어리버리한 아시아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Gut(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Gut’이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카메라를 받아서 가방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Canon 전문샵을 찾아 들어갔다. 가방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카메라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Canon EOS 5D mark-2오니까?” 하고 묻는다.
가게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카메라를 어디서 훔쳤어?”
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카메라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박살이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학생은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Gut’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방에 쑤셔넣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카메라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가방 위로 그 카메라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U-Bahn 정류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카메라를 손바닥에 놓고 액정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런 고가 DSLR을 빌려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카메라를 가방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빌린게 아닙니다. 몰래 훔친것도, 공짜로 받은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캐논 DSLR 중급기 라인업 최상위 모델을 그냥 줍니까? 1000만화소 이상 카메라로 촬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젠 저처럼 EOS 350D같은 구닥다리 쓰는 사람은 일반인 중에서도 드뭅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아낀 돈에서 몇 유로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수백유로를 통장에 짱박아두고 잡지사에 사진 판 돈을 합하고 결정적으로 아버지의 원조도 받아버렸습니다.. 평소 구두쇠생활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캐논 중급기 최상위 모델, Canon EOS 5D mark-2’ 한 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를 얻느라고 3년이 더 걸렸습니다.”
자신을 '고선생'이라고 소개한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카메라를 구입했단 말이오? 그 카메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중급기 정도는 쓰고 싶었습니다. 저 사진과에요.”

그래도 사진의 길을 걷는 사진과 학생이, 고급기는 안 되도 중급기 정도는 써야 되는데, 이제 와선 일반인들이나 초짜 디카족들도 쳐다도 안 보는 고물이 된 이 기계를 이제껏 붙들고 있었습니다. 디카는 돈 투자하는대로 성능이 더 좋은건 자명한 사실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으로 저 모델은 해상도의 한계가 너무해서, 당장 학업 과제로 프린트하는 것도 퀄리티가 안습이였죠.
드디어 카메라를 훨씬 나은 단계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수준에 맞는 기계라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주관적 판단이긴 하지만 전문인이 아니여보이는 사람들도 수준에 상관없이 돈만 들이면 구입해 쓰는걸 보고 참 저 자신이 더 초라했었죠.

덧글
대신 감사하다고 전해달랍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서 그동안 지르고 싶었던 것을 지르는 그 쾌감..! 전 항상 계획성 없이 소비를 하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잊은지 오래 됐네요ㅠ.ㅠ 이미 그런 괴물같은 사진들을 찍고 계셨는데 또 얼마나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사진들을 보여주시려고 하나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_+!!!
물론 식재료 사는것에 한해선 저도 언제나 계획성있게 사는것도 아니지만요 ㅋ
이제 스펙이 갑자기 몇단계나 확 뛰어올랐으니 한편으론 내 실력에 맞는거라는 기분도 들면서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읽으면서 웃었어요 ㅋㅅㅋ
요즘은 디에쎄랄 케머라를 많이들 들고 다니더군요~ㅎㅎ
그런데 정작 사진공부를 한다는 애가 한참 떨어지는 기계로 두 학기째를 버텨내고 있으니 말이에요..
어려운 유학 생활 중에서도 꼼꼼이 돈을 아껴 써서 원하는 기종 마련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이제 제 사진에 날개를 달아보렵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 많이 보여주세요.
저가형에 크롭에 저해상도의 쓰리콤보라니요..
탄력받아 좋은 사진 듬뿍듬뿍 찍으시길 바래요~~^^
득템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5D도 많이 무거웠는데 세로그립까지 붙어 있는 오두막이면 더욱 무거울 것 같아요;ㅂ;
앞으로의 사진촬영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기대되는 앞으로의 작업이에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찍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