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식당에서 대폭주 by 고선생

배가 지독하게 고픈 날이였다. 전날에 과중한 과제에 피로가 누적되어 점저(점심겸저녁)도 걸러버리고
쓰러져 잤는데, 보통 때 같으면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경우 중간에 깨든가 뭘 안 먹고 잤으면 배고파서라도 눈이
떠지기 마련인데 이 날은 얼마나 피곤했는지 점저도 안 먹고 쓰러져 잔게 아침에 눈이 떠졌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는 음식 생각 없다. 원래 하루의 첫 식사는 아점이기도 하고. 근데 이 날은..
하루의 두끼인 아점, 점저 중 점저를 과감히 생략한 다음날이다보니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극심하게 배가 고파왔다. 근데 이 날은 나름 급박하게 필름작업을 하러 현상소를 다녀와야 했다.
배가 고팠지만 뭘 먹을 여유는 없었다. 어쨋든 일을 다 보고 나니, 오후 1시. 전날 아점을 먹은게 12시쯤 되니,
꼬박 하루 24시간 이상을 공복으로 버틴거다. 평소의 나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 마침 돌아오는 길에 기숙사 근처
대학 캠퍼스 학생처에도 잠시 볼 일이 있어 들렀다가 일 빨리 보고 좀비눈을 하고 Mensa(학생식당)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멘자의 영업시간은 11시 반부터 2시 반까지. 도착한 시간은 2시쯤. 대다수 학생들은 다 먹고 한산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다. 오늘의 메뉴가 뭐든지간에 무시해버리고 단숨에 부페코너로 가, 쟁반과 그릇을 들었다.
100g당 70센트. 이미 반쯤 미쳐있던 난 눈에 보이는대로 남은 음식들을 긁어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긁어모은 한끼. 가격은 6유로에 육박하는 5유로 이상이 나왔다. 야채는 보이지도 않고 죄다 덩어리류.
24시간 굷었다가 부페 가보시라. 풀같은게 눈에 들어오나. 부페코너를 이용할 때 3,4유로선에서 해결했는데 이번엔
종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전에 멘자를 방문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긴 했다 몇 주만에.
구운 닭다리부터 시계방향으로 소개해보자면, 옆엔 치즈와 참치를 야채에 버무려 만 wrap, 미트볼 두개,
시금치뇨끼그라탕, 소스에 버무린 레버캐제(다진고기햄구이), 닭다리 아래에 숨겨진 돈까스, 가운데엔 구운 감자.
샐러드같은거 하나 없이 울분을 토하듯 긁어모은 덩어리음식들. 한국에서 부페같은데 가면 꽤나 여러번
갖다 먹을 수 있음에도 이 날은 야채 없이 고단백으로만 먹어서 그런지,
그리고 하도 굶어서 위가 쫄아있었는지 이만큼 먹고 뻗어버렸다. 다시 먹으라면 이렇게는
못 먹을것 같지만, 눈 뒤집히면 대폭주하는거다. 사람은 굶기면 사나워진다...ㅡㅡ

덧글

  • 잠자는코알라 2010/01/30 08:52 #

    많다고 하시니 정말 많아보이지만.. 저도 저만큼 먹을 수 있을것 같은 이유는 뭘까요 지금 배고파서 그런가.. ㅋㅋㅋㅋ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너무 배고플 때 먹으면 오히려 많이 못 먹더라고요 ㅠㅠ
    하나하나 다 맛있어보여요. 특히 시금치뇨끼그라탕이랑 닭다리요. 으아아아아ㅏ앜ㅠㅠ
  • 고선생 2010/01/30 20:33 #

    사실 보이는것보다 더 많은 양이랍니다^^ 더군다나 다 덩어리진것들 뿐, 샐러드같은건 하나도 없는데 중량도 대단하죠.
    제가 하도 배고파서 오히려 더 못 먹었는지도 몰라요. 한국에서도 부페같은데 가면 저런거 몇그릇은 먹었는데.
  • H씨 2010/01/30 10:29 #

    사람은 굷기면 사다워진다에 한표!
    전 배고프면 정말 신경질나거든요~~ㅎㅎ
    근데,,,저도 배고프면 저정도 가뿐(?)히 먹을듯 해요. ㅎㅎ
    아..닭다리아래 돈까스가 숨겨져 있었군요...좀 대단~~~
    저도 시금치그라탕이 먹고싶네요.
  • 고선생 2010/01/30 20:34 #

    전 화나기에 앞서 배고파서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괴로웠답니다..ㅋㅋ
    허어..허어.. 하면서 기어들어갔는데 음식 보고 헤까닥 돌았죠.
    그래도 저만큼 먹고 끽 했어요.
  • corwin 2010/01/30 11:29 #

    배가 고프신데 사진을 찍을 여유는 있으셨군요. :).
  • 고선생 2010/01/30 20:35 #

    제가 학생식당 부페코너에서 이만큼을 주워담기는 처음이니까요.
  • 2010/01/30 14: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01/30 17:08 #

    아악.. 비밀님, 그럼 벌써 가신건가요..?;;
    저 그냥 한국 주소로 며칠전 보냈답니다...ㅠㅠ 거의 도착할 때 되었을 텐데 지금 덧글 달아주시는걸보니 이미 떠나고 난 뒤이신 것 같네요.
    아쉬워요.. 한국으로 갔을겁니다. 나중에라도 따로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잘 하고 계신지..
  • 홈요리튜나 2010/01/30 16:04 #

    채소도 좋지만 무게로 따진자면 저라도 고기부터 듬뿍~
    1차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능적이 되지 않나요ㅎㅎ
    과식했다 체하면 보통 토부터 하던데 전 그걸 못해서 내려가기 전까지 괴로워 죽어요ㅜㅜ;
  • 고선생 2010/01/31 02:16 #

    그렇지요. 배고플 때 영양균형따위 신경쓸 겨를은 없는것입니다.
    무조건 두툼해보이는것들부터 쓸어담습니다. 그것은 본능이지요 욕심쟁이 우후훗!
    전 토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더라구요. 어떻게든 내려보내려 노력하죠
  • 히아빈 2010/01/30 17:10 #

    저도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다덤벼라 상태가 되기 때문에 꼬박꼬박 챙겨먹는 타입이예요!!
    역시 끼니는 거르면 안돼요.
  • 고선생 2010/01/31 02:16 #

    거르는것도 왠만해야지, 하루에 두 번을 먹는 제가 한번을 걸렀다는건 하루 먹을 양의 50%를 섭취 못했다는건데
    제가 폭주할만 하지요..
  • googler 2010/01/30 20:21 #

    저까잇거 양 많지도 않은데 저는 두 접시는 먹겠슴다. -.-
  • 고선생 2010/01/31 02:18 #

    저까잇거처럼 보여도 안에 쌓인 양의 두께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위가 쫄아서 저것밖에 안 먹은 것 같아도
    여자분이 다 드시긴 힘든 양일거에요..
  • 풍금소리 2010/01/30 22:55 #

    오오오오오오 푸짐한 멘자의 메뉴 증말 오랜만입니다.

    배고프면 풀 따위는 뵈질 않죠.ㅋ십분 이해함.

    특히 구운닭다리에 침이 팽~돌아요.
  • 고선생 2010/01/31 02:18 #

    저도 닭고기를 무지 좋아하는데 평소 전기구이 닭고기 맘껏 먹을 수도 없고 해서 학생식당에 갈 때마다
    부페를 먹을 땐 닭다리 하나씩은 꼭 챙기죠 ㅎ
  • 루아 2010/01/30 23:13 #

    저도 굶기면 엄청 사나워져서...옆에서 감당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ㅁ^;;; 이래서 최대 지출은 식비일 수밖에 없는;;
  • 고선생 2010/01/31 02:20 #

    굶주린 루아님의 사나움도 왠지 매력있으실 것 같은..ㅎ
    뭐 그렇겠죠. 타지서 공부하는 사람, 집비, 학비 이런 기본지출내역 말고 최대 지출이 식비죠.
    요즘 조금씩 호전되는 상황이라지만 이미 최고치를 갱신한 환율 때 들인 절약습관이 몸에 배서
    딴데는 돈 쓰기도 무서워요.
  • bluexmas 2010/01/30 23:48 #

    으아 엄청 드셨군요. 속이 괜찮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안 먹으면 사람이 흉폭해져서...
  • 고선생 2010/01/31 02:22 #

    미친듯이 다 먹어치우고 산만해진 배를 내려다보며 비로서 온화한 미소를 지을수 있었죠 ㅋㅋ
  • 한다나 2010/01/31 17:52 #

    전 음식값도 음식값이지만(그러고보니 저도 멘자에서 친구와 둘이 12유로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쿨럭;;;)
    꼬박 하루를 거르고도 음식 사진을 찍으신다니 ㅠㅠㅠㅠㅠㅠ 대단해요 ㅠㅠㅠㅠㅠ
    사진에 대한 열정인가요!!
  • 고선생 2010/02/01 00:59 #

    멘자라도 싸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으면 가격 많이 나오기도 하죠 ㅎ
    학생입장이 아닌, 방문객의 입장에서 멘자를 즐기면 시중의 식당들보다 더 싼 가격대에 흥분하며
    이것저것 더 많이 주문하게 되기도 하구요 ㅋㅋ 저도 유학오기 전 여행때 그랬답니다.
    음식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이 많은 양의 비주얼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듯 하여 기념사진부터!
  • 하니픽 2010/02/01 01:59 #

    헉!! 24시간이나 굶으시다니... 저라면 절대 못 견뎠을 거예요;; 전 전날 밤 6시에 저녁을 먹고 다음날 새벽부터 배가 고파서 잠을 깊이 못자고 빨리 해가 떠야 아침을 먹는데...하고 아침먹는 것만 기다리는 걸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은 소중하잖아요~
    확실히 그렇게 음식을 못먹었을 때는 고칼로리 음식이 땡기는 것 같아요. 배가 정말 고프면 야채나 과일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헛배가 차는 느낌이랄까요!!
  • 고선생 2010/02/01 05:28 #

    저도 대체 어떻게 버틴건지.. 오히려 이 참에 부페나 먹자 하는 생각으로 중간에 안 먹기도 했나봐요.
    저도 배고프면 잘 못 자는 스타일인데, 얼마나 피곤에 쩔었으면 밥도 안 먹고 딥슬립을 했는지!
    몸이 원하죠. 제때 공급이 안 되었으면요. 한번에 고영양을 섭취하려는 본능이 잠에서 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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