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by 고선생

독일에서 유학중인 현재, 내가 공부하는 사진의 길을 벗어난다면 뭘 할까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계획한대로 뚝심있게 나아가 목표를 이루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우회전과 좌회전을 반복해
의외의 인생방향을 개척하는 사람도 꽤 많으니까. 내가 음식을 하거나 음식한걸 보여주면 아는 사람들은
우스개소리로, 너 식당 차려라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진지한 말은 절대 아니라는거 충분히 아는데,
요새는 내가 사진의 길을 버린다면, 정말 제대로 요리공부를 해서 유럽땅 안에서 '제대로 된 한식당'을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도 원래 공부하던 영역이 아닌, 스스로 관심에 의해 어느정도 독학을
했고 그 관심이 원래 공부하던 영역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요리라는 영역 역시도 그러하다.

충분히 좋아하고 관심 많은 영역이다. 물론 사진 전에 공부하던건 디자인이였는데, 디자인과 사진과 요리..
이 세가지 다 다른 분야 같지만 따지고 보면 '창조'하는 일이란데에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요리라는 것도
그렇게 내가 식재료들을 조합하고 지지고 볶아 결과물로 떨어지는 창조물에 대한 즐거움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요리 역시도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요리수업에 매진해보고프다는 욕심도 가끔 든다.

그렇게 해서 요리사의 길을 걷는다면, 앞서 말한대로 유럽 땅 안에서 제대로 된 한식당을 열고 싶다.
유럽의 제대로 된 한식당을 경험해본적이 없어서 존재유무는 모르겠다. 고급화전략, 현지화전략이 두루 맞아떨어진
뉴욕의 한식당 bann같은 고급스타일도 제대로 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운영하고 싶은 '제대로 된' 한식당은
그냥 대중식당이다. 고급스럽진 않고 규모는 그냥 중소형 비스트로급에, 메뉴도 한정적. 하지만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메뉴개발과 부담스럽지 않은 적절한 가격. 유럽의 많은 한식당들이 현지인보다는 현지거주하는
한인들에 최적화되었을 뿐인 적극적이지 않은 메뉴개발과 절대 수긍할 수 없는 높은 가격이 문제라고 본다.
대도시에는 물론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그런 한식당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난 가보지는 못했고, 그냥 난
여기에 흔한 케밥집이나 중국집 비스트로같은 그런 대중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찌개니, 조림이니 조리도 복잡하고
여기사람들 입맛에도 안 맞을 번거로운 메뉴같은건 취급하지 않고 말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그러한 시도들이
모이고 모여 차츰 힘을 발휘한다는 내 생각엔 변화가 없다.
물론 한식의 세계화같은 대의적인 목적은 없다. 내 먹고살자고 하는거지 뭐.

가끔 그런 꿈을 꾼다. 내가 하고싶은 일에 대해. 지금은 사진의 길을 걷고 있지만 미래는 모른다.
내가 제빵에 눈을 떠서 독일 베이킹마스터의 길을 걸을지..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제대로 된 독일빵집을 열어볼지..
유럽안에서 차별화된 한식당 운영을 하게 될지.. 관심은 계속 있다. 사진 외에도.

사진 외의 관심분야가 다 음식만드는 쪽이구만. 베이킹이든 한식이든.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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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oulbomB 2010/01/29 16:36 #

    저는 바를 가지고 싶어요.

    그다지 크진 않지만 단골 손님 많은 재즈바.

    저도 연습 좀 해서 가끔 연주도 하고...
  • 고선생 2010/01/30 17:36 #

    제가 술을 별로 즐기지 않다보니 주점이나 바같은건 관심 외의 분야네요..^^
  • 잠자는코알라 2010/01/30 00:31 #

    고선생님은 왠지 요리쪽도 참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이러다가 정말 식당 차리시는거 아닌가요!!!
    사진과 음식이 관심분야시니.. 푸드스타일리스트같은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 고선생 2010/01/30 17:38 #

    푸드스타일리스트라면 음식계의 코디네이터같은 역할이잖아요? 음식을 잘 꾸며주고 세팅하는 일.
    전 그보다는 음식 자체를 만드는데에 더 관심이 있어요. 꾸며주는 일은 미적 감각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런건 별로 자신은 없고요..
  • googler 2010/01/30 04:21 #

    스웨덴은 한국의 인사동집 같은 분위기로 해놓은 한식당 맘에 드는 곳이 한군데 있는데, 거긴 정말 그들 컨셉에 맞게 잘 했고, 15년정도 되었다는 곳인데 맛도 매너도 분위기도 좋은 곳. 뭐 가격대는 1인당 2만5천원대랄까, 점심이. 디너는 더 비씨겟지요. 딴 한식당과는 비교가 안 되는 딱 한군데 있는 한식당. 그댁 식구들이 다 모여 하는가보던데, 그들 컨셉에 맞게 기획해서 만든 요리책도 적절히 잘 나왓더라구요. 사진이랑 디자인, 요리까지 갖추시다니, 뭔갈 이 박자대로 한다면 잘 하실 거 같습니다.
  • 고선생 2010/01/30 17:40 #

    그런 분명한 컨셉과 소신을 가지고 운영하는 한식당이 옳바른 케이스겠죠. 제가 아직까지 독일에선 좋은 한식당을 경험 못해봐서요. 물론 평소에도
    한식당을 가볼 관심도 없긴 했지만.. 베를린에서 살 때 제가 생각하는 그런 작은 식당 하나 있었는데 맛은 정말 좋았죠.
  • 루아 2010/01/30 04:56 #

    고선생님이시라면 이 중 어느걸 골라잡아도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 소질 있으신걸요. 어떻게 생각하면 내 재능과 관심이 내 미래를 엮어나가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나아가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요.
  • 고선생 2010/01/30 17:42 #

    루아님의 응원을 받으니 더욱 힘이 나네요!! 힘낼게요!^^
    ...어라? 이거 왠지 분위기가 점점 당장이라도 요리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그냥 이런것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해본것 뿐인데요 뭐 ㅎㅎ
    그래도.. 항상 내가 잘 할 수 있는것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답니다. 그래도 아직은 번듯한 사진가가 꿈이에요^^
  • 강우 2010/01/30 05:03 #

    그러게요, 어느쪽을 하셔도 잘 하실거라 생각되서 딱히 어딜 하시라고 말씀드리기도 뭐하고-
    그저 응원? 이라 해야할까요. :) '식'은 역시 인간 본질적인 문제이자 가장 간단하면서도
    감정이 오가는 곳이니, 대의적인건 나중문제고
    역시 본인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다면야 어디서 무엇을 하던 어떻겠습니까. :)
  • 고선생 2010/01/30 17:44 #

    응원 감사합니다! 사실 근데 사진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고 어렵게 시작한 만큼, 제가 갑자기 요리의 길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아요. 그냥 생각해본 바일 뿐이구요. 아마도 느즈막히 사회에서 은퇴할 즈음 작은 내 식당을 운영하고픈
    꿈은 그 때 실현시켜봐도 괜찮을 것 같고..
  • 홈요리튜나 2010/01/30 16:09 #

    요리도 일종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잖아요..센스가 좋아야 할 수 있으니 고선생님은 충분히 잘 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
    무엇을 하시든지 지금껏 쌓아온 경험의 스킬들을 적재적소 요긴하게 쓰실 것 같아요
  • 고선생 2010/01/30 17:46 #

    제가 진정 그러한 능력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찌보면 그냥 '관심' 하나가지고 덤비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식당운영의 꿈은 그냥 지금은 꿈일 뿐이고 본격적으로 발 들인것고 아니니까요. 그냥 사진이 아니라면 뭐가
    잘 맞을까 생각해봤을 뿐이죠. 이다음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 한번쯤 이 꿈도 실현시켜보고 싶긴 하네요.
  • 풍금소리 2010/01/30 22:56 #

    제대로 된 한식당 여세요.인기 폭발일 것 같아요.
    특히 메뉴 한켠엔 독일과 한국 정서가 알맞게 버무려진 그런 음식들이 있으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겠어요.브라뷔!
  • 고선생 2010/01/31 02:23 #

    인기 폭발일것 같다니요.. 너무 바람 넣으신다 ㅎㅎ
    그런데 그런 식당이 잘 없는건 분명하니까 제가 식당 한다면
    그런 형태와 컨셉으로 해보고 싶긴 하네요.
  • 한다나 2010/01/30 23:29 #

    저에게 시집오시는 초이스도 있습니다!!!! 우후후후후후후후......우후후.....
  • 고선생 2010/01/31 02:27 #

    한다나님.... 그러시면..
    저... 정말 진지하게 믿어버린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외로운 저를 너무 흔드시면...
    전 그 초이스 선택하고 싶다구요. >.<

    과연 그녀의 진심은..? 두둥!
  • 파란양 2010/01/31 01:12 #

    헉헉헉.. 부럽습니다.. 유학생!!!
  • 고선생 2010/01/31 02:28 #

    별로 부러우실건... 여행과 유학은 너무 달라요..
  • cleo 2010/01/31 10:03 #

    그럼 전...고선생님 한식당 바로 옆에서 "북카페" 차려야지~:D
    우리 서로서로 도와서 손님들 공유하기로 해요...생각만해도 신나는걸요.ㅋㅋ
  • 고선생 2010/02/01 00:56 #

    그거 좋은데요 ㅋㅋ cleo님과 이웃으로 한인가게 세우고 정답게 운영해가는것도
    참 재밌겠습니다^^ 서로 가게에서 옆가게 소개해주기. 정말 상상만으로도 신나네요.
    여기서 밥먹고 cleo님네 가서 디저트 먹고.
  • 하니픽 2010/02/01 02:02 #

    저는 카페요~ 빵과 케익과 쿠키를 직접 만들어서 같이 내 놓는 고즈넉한 카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한때는 외국인을 상대로하는 한국전통문화체험관 같은걸 해보고 싶었는데 전통한옥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음식도 좋아하지만 한복도 참 좋아하거든요^^
  • 고선생 2010/02/01 05:26 #

    하니픽님은 카페가 잘 어울리세요! 왠지 동양풍의 과자점도 어울리실 거 같고.. 너무 포화적인 양과자, 커피 등을 취급하기보단 적당히 동양풍의 퓨전이라든가 서양인에게도 인기있을만한 한과자를 개량해서 전통 음료와 같이 판다든가.. 한복입고 서빙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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