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을 계획했던 닭날개 by 고선생

지난 12월 31일, 한 해가 지고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시점, 맘 편히 먹고 마시며 보내겠다는 계획을 짜고
TV도 없어 한국프로그램 다운받아놓은 것들 틀어놓고 닭날개 500g짜리 두 팩을 통째로 오븐에 처넣었습니다.
양념은 소금과 후추와 육두구 가루 조금. 푹 익은 오븐구이 닭날개를 만들었죠. 뭔가, 아무 근심 걱정없이
'쌓아놓은 음식'을 천천히 야금야금 음식을 즐기며 과식의 쾌락에 빠지고픈 날이였습니다. 
이 때가 바쁜 일도 없고 평화로웠던 때죠.
보기만해도 든든한 닭날개구이들. 총 12조각이나 됩니다. 그리고 공기밥에 당시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깍두기 한 통과 그 날 막 담근 싱싱한 배추 생김치! 뭐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조합의 양 많은 무식한 식사 대령입니다.
중불에 은은히 오랜 시간 구웠다가 꺼내기 전에 잠시 불을 최고온으로 올려, 바삭함을 낙인으로 남긴, 닭날개구이.
노릇노릇 잘 구워졌고 조금만 당겨도 뼈가 쑥 빠지는, 먹기 좋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깍두기는 치킨무라 최면 걸며 먹었고 이 날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막 무친 생김치의 조화. 더 뭐가 필요할까요.

정말 푸짐하게 차려두고 TV프로 보면서 야금야금 쳐묵쳐묵. 이거 다 먹을 때까지 잠들지 않고 먹다 지쳐 잠들 때까지
입에 계속 쳐넣으리라. 이 맘 편하게 앉아 배불러오는 쾌락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아 근데.. 다 못 먹었어요. 역시 양이 너무 과했던지.. 남겼습니다. 근데 오븐구이한 닭고기는 식어도 맛있죠.
다음날 아침부터 전날 남긴 닭날개 또 쳐묵. ㅎㅎ 오히려 식으니 뜨거울 때보다 더 섬세한 맛이 살아나는게...

덧글

  • 2010/01/23 21:16 #

    오아......................... 여태까지 보았던 고선생님의 음식 사진 중 최고로 맛있어 보이는 조합이에요+_+_+_+_+ 저 저렇게 여유를 두고 산처럼 쌓아올린 음식을 먹는 것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생각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악 너무 취향을 들켰다. 깍두기도 생김치도 넘넘 맛있어보여요. 독일까지가서 김치 담그는 법 좀 배워올까봐요ㅋㅋㅋㅋㅋ 오앙 짱이당..... 밥먹으러갈래요 ㅋㅋ
  • 고선생 2010/01/23 23:39 #

    저도요. 실은 좋아하는 음식 크게 쌓아놓고 여유있게 야금대는게 이것이 바로 천국!! ㅎㅎㅎ 제 취향이세요 ㅋㅋ
    김치담그는 법은 어머니께 배우셔도 저보다 훨씬 맛있게 배우실텐데;; 어인 말씀을.
  • googler 2010/01/23 21:31 #

    지난번엔 통닭구이 오븐으로 구운 게 슈퍼에 만들어져 있길래 때깔도 있어 뵈고 침 좔좔 흐르게 구워져 있길래 사와 먹어봤는데 정말 맛없더군요. 오븐 몇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 소요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고선생 2010/01/23 23:43 #

    센불로 오래 구우면 시꺼멓게 타니까 속이 잘 익도록 중불에서 오래 굽는게 좋죠. 전 150도의 불에 정확하진 않지만 두시간 정도 구웠어요. 물론 중간에 한 두번 뒤집어주시구요. 굽는 것도 굽는건데 고기 냄새를 빼주고 양념에 재웠다가 구우면 더 맛있답니다. 전 그냥 씻기만 해서 양념 겉에만 쳐서 구웠지만.. 더 맛있게 드시려면 우유에 담가서 냄새 빼고 양념에 쟀다가 굽는게 더 좋죠. 그렇게 굽다가, 마지막으로 250도 고온으로 확 올려서 겉을 노릇노릇하고 바삭하도록 그을린 다음 꺼냈답니다.
  • pink 2010/01/23 21:36 #

    밥먹었는데도... 배고파지네요 ㅋㅋㅋ
  • 고선생 2010/01/23 23:43 #

    전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배는 고픈데 뭘 딱히 먹고싶은 생각이 없으니 이를 어쩔까요..
  • 강우 2010/01/23 21:51 #

    닭날개가 정말 튼실하군요, 거기에 입 씻어줄 김치까지!! 구이솜씨도 절묘하고

    저 닭날개랑 맥주만 있었어도 행복할 수 있을것 같아요 ㅠ.ㅠ
  • 고선생 2010/01/23 23:44 #

    맥주를 함께 할까 했지만 맥주는 금방 배불러버려서 밥을 못 먹지요 ㅎㅎ
    전 뭐든 밥이랑이 더 좋은것 같아요. 술보다 ㅎ
  • 은사자 2010/01/23 22:17 #

    앗! 이 날이 바로 그날이군요. 닭날개를 드시기 직전에 저랑 덧글로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 고선생님은 저걸 계획하고 있었고, 덧글로 이야기한 지 얼마 안지나서 저걸 드셨겠구나..하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해요~ *_* 그나저나 무지 맛있어 보이네요~ 저도 갑자기 과식을 계획하고 싶어졌어요 :)
  • 고선생 2010/01/23 23:47 #

    맞아요 기억나고말구요^^ 그 때 채팅하듯 덧글대화했죠! 그때 한참 굽기 시작한 때였고 중간중간 뒤적여주다가
    갖고 들어와서 마구마구 먹었죠. 은사자님도 드시고 싶다기에... 그냥 은사자님 몫까지 먹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 ^^; 은사자님 못 드려서 남겼던 걸까요..
    가끔 이러한 여유가 참 행복해요. 등따시고 배부르고 급한 일 없는 것 만큼 맘의 여유도 드문것 같네요.
  • 2010/01/24 03: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01/24 20:10 #

    아.. 아쉽네요. 주소표기위치가 애매할 경우엔 보낸사람 주소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던데..ㅠㅠ
    독일에 오셨었다니, 반갑네요.^^
  • 잠자는코알라 2010/01/24 11:12 #

    보기만 해도 풍요로운 ㅋㅋㅋ 느낌이에요. 밤새도록 뜯어먹어도 계속 남아있을것만같은.. 저렇게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먹는거 저도 항상 꿈꾸는 건데 말이에요 ^^ 전 새우튀김을... -_-;;;;
    닭날개가 정말 노릇노릇하고 맛있게 구워졌네요. 저기 맥주까지 있다면.. +ㅁ+
  • 고선생 2010/01/24 20:12 #

    닭고기가 제일 만만한 가격이라 즐길 수 있지 새우튀김은... 쌓아놓고 먹으려면 부페밖엔 방법이 없네요..ㅎ
    쌓아놓고 근심걱정없이 배불리 원없이 먹는 여유를 부리고 싶은 때가 있죠.
  • 홈요리튜나 2010/01/24 14:21 #

    콜라겐이 많은 부위는 식으면 더 맛있어지는 건가봐요 족발처럼ㅎㅎ
    독일의 맥주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저는 주당이 아니라 탄산음료로도 만족하지만^^
  • 고선생 2010/01/24 20:13 #

    그런가봐요. 쫀득함까지 강화되서 맛이 더 응축된 느낌이에요. 그걸 어설프게 데워먹는것보다
    식은 그 상태로 먹는게 좋아요.
    전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맥주 왕국에 와서도 이러고 있네요..
    저도 차라리 탄산음료가 더 좋답니다^^
  • 먹보 2010/01/24 14:43 #

    와..사진만 보아도 행복하군요ㅋㅋㅋ
  • 고선생 2010/01/24 20:13 #

    좋아하는 음식이 쌓여있는 밥상은 그 자체로 행복이죠 ㅎ
  • 소피 2010/01/25 05:27 # 삭제

    츄릅...//아...2시간동안 구우면서 어떻게 기다리나요...너무해요..
  • 고선생 2010/01/25 17:30 #

    밥 먹는 시간 맞춰서 미리 굽기 시작하면 되지요. 기다림이 길 수록
    먹을 때의 만족감은 더 커진답니다.
  • 한다나 2010/01/27 23:42 #

    닭날개도 닭날개지만.....깍두기 심하게 맛있어 보여요ㅠㅠㅠ 아흥!
  • 고선생 2010/01/28 01:25 #

    마지막 남아있던 한 통을 개봉해서.. 가지런하네요 ㅎ
  • ㅜㅜㅜ 2010/05/08 23:35 # 삭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장난아니네예...........독일서 자취하시는 듯한데 서울집에서 통학하는 저보다도 잘해드시네예,..ㅠㅠ부럽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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