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맘이 들 때 by 고선생

나의 악기연주에의 관심과 열망은 중학교때부터 시작되었다.
중학교 때의 클럽활동부 중엔 기타부가 있었다. 부모님을 졸라 무작정
기타를 샀고 그 클럽에 가입을 했다. 아, 클럽활동이라기보단 '특별활동부'. 학생들이 주축이 된
클럽다운 클럽활동이 아닌(그런건 대학교에서나 그런거고) 지도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방과후 특별활동일 뿐,
그러니까 방과후 취미활동의 일환같은거였다. 만화부도 있었고 당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나는
만화부에 들까도 생각했었지만 만화는 누구랑 얽히며 그리고 싶진 않아 무작정 악기를 다루고 싶다는
맘에 기타부를 지원했고 기타를 샀다.

내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맘이 드는건 개인적으로 연주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건 절대 아니다.
100% 그저 '과시용'이다.-_- 아.. 너무 솔직한거 아냐. 근데 어떡해. 사실인걸.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연주하는 모습. 그 모습이 그저 로망이다. 그런 모습을 갖추고 싶다. 그런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 내 모습을 자랑하고 싶다. 그 생각 뿐이였다. 음악인이 아닌 이상 취미의 일환으로만 악기 잘 다루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막 악기 잘 다루는 모습이 그저 자뻑이며 여자애들에게 잘 보일 수단으로 생각했다.

수많은 악기 중에서도 기타에 관심이 있었던건 나름 볼륨있는 크기가 일단 비주얼적으로 먹어주고 기타를 튕기는 그 모습
자체가 과시용으로 썩 괜찮다고 보여졌다. 피아노도 멋있지만 기타처럼 휴대가 불가능하니까. 기타 메고 거리를
걷는 것도 멋있어보이고. 그런 꿈을 꾸며 기타의 세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중학생의 특별활동이 해봐야 뭐.. 하다 말다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결국 기타는 기본 코드잡기와 뜯기스킬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그렇게 그나마 배운 기타실력도 퇴화되어갔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은 캠퍼스 내의 기타동아리. 중학생 때 이후 놨던 먼지쌓인 기타를 들고 입부하였으나
역시 대학생활의 다른 여러가지 빅재미들에 심취해 슬슬 동아리활동에 무관심해졌고 급기야는 내가 원래 거기 회원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지경까지 갔고 그대로 슬그머니 자체탈퇴해버렸다. 대학생으로서의 자유는 동아리활동조차
속박이였던 것이다. 목적한 바가 있어 가입은 했지만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고 주 활동보다 술이 먼저인 분위기가 싫었다.
암튼 대학교 때 기타부를 노크한 것도 여전히 악기 다루는 모습 과시를 위한 실력키우기의 열정 때문이였다;
이제 대학생도 되었으니 시간배분이 자유로우니 기타를 배워야겠다. 하지만 역시 이 기회도 스스로 걷어찬게 되었다.
이후론 돈 안 들이고 기타를 배울 기회는 없었다. 언제나 악기를 배워야지 배워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그게 그리 절실하거나
중요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꾸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극히 속물적인 이유로 원했던 연주실력이니까.

하지만, 지금 역시도 문득문득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맘이 들 때는 그저 그 비주얼적인 모습에 대한 열망일 뿐이다.
연주하는 그 모습. 그 모습은 참으로 로망이다. 과시용으로 제격이다. 그 이유 하나로 여전히 관심분야다.
어차피 인생 뭐, 본질보다도 외향에 더 신경쓰는게 어른들의 세계이자 사회생활의 핵심일진대,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배우려고 한다. 나의 겉모습을 더 꾸며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말이지.
어차피 일반사람이 악기를 다루는 모습에 주변사람들이 열광하는것도 '멋지다고 열광'인거지
'연주가 뛰어나다고' 열광하는게 아니잖은가. 음악인도 아니고. '어, 연주를 할 줄 알아?'라는 놀라움이 첫번째,
그리고 '멋지다..'라는 감상이 두번째인거지.

이젠 기타 뿐 아니라 다른 악기에도 관심은 간다. 피아노도 좋고 베이스도 좋다. 하지만 난 폐활양이 딸리니 관악기는 무리.
하지만 여전히 아무리 생각해도 비주얼적인 연주자의 매력과 용이한 휴대성, 그러면서도 적당한 악기크기의 3박자가
두루 갖춰진건 기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일렉은 관심없으니 통기타나 클래식기타루다가.

요즘 들어 기타를 치는 모습에 또 한번 반하게 된건 숱한 외국의 기타리스트들도 아니고 통기타 가수들도 아니고,
바로 클래식기타리스트인 이병우씨이다. 그 분의 연주에서는 여유와 더불어 혼마저 느껴질 정도다.

덧글

  • 잠자는코알라 2010/01/02 02:33 #

    아아 정말 저도 '기타치는 사람'의 매력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버리고 만답니다 -_-;;;;; 남자든 여자든 앉아서 치든 서서 치든 뭘 치든 상관없어요 뽀뽀뽀를 치든 나리나리 개나리를 치든 일단 기타만 치면;;
    저도 기타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기타를 치려고 연습해 본 적이 있는데 기타줄을 손가락으로 꽉 누르잖아요? 저는 그 꽉 누르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로망스' 한 곡을 간신히 칠때쯤 포기했답니다. ㅠㅠ
  • 고선생 2010/01/03 00:42 #

    저도 그저 그러한 겉모습을 갖고 싶어 기타에 집착하는거에요 ㅋㅋㅋ
    여유있게 쳐야죠. 헤매지 말고. 이런 노래쯤이야 뭐~ 하는 자세로 말예요 ㅋㅋ
    저도 기초 배울 당시 코드잡는게 힘들었어요. 누르는것도 벌리는 것도.. 다시 배우면 잘 될까 모르겠네요.
  • 하니픽 2010/01/02 07:08 #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정말 멋있어보이죠!! 그게 어떤 악기든지 악보를 보지않고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라고 하면서 연주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쓰러져요.
    저는 대학교때 서예를 열심히 했는데 이건 뭐...어디서 보여줄 수도 없네요;; 잠시만요!! 하고 자리깔고 화선지펴고 먹갈고... 그렇게 좋아보일 것 같지는 않아요^^;;
  • 고선생 2010/01/03 00:45 #

    아.. 서예!! ㅎㅎㅎ 그거 왠지 되게.. 웃.. 아니, 귀여울 것 같은데요!!^^ 갑자기 길바닥에 자리깔고 무릎꿇고 앉아 정갈하게 먹을 갈고 종이에 한 자 한 자.. ㅎㅎ
    오히려 기타치는 사람보다 사람들 더 모여들 것 같아요. 언제 하니픽님의 수준급의 서예실력을 감상할 수 날이 있을까요^^
  • 아나로즈 2010/01/02 14:22 #

    나중에 기타 가르쳐 드릴까요 ㅎㅎㅎ
    저도 중학교 때 클래식기타 배우다 접었고, 다시 대학때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했거든요.
    물론 지금 또 바빠서 좀 접은 상태긴 하지만~
  • 고선생 2010/01/03 00:46 #

    우와, 아나로즈님 잘 치시는군요..! 더군다나 클래식기타를!
    기회된다면 정말 배우고 싶은걸요. 이제 와서 돈 내고 배울만큼 절실한것도 아니니까요.. 학원같은데는 왜 그리 가기 싫은지.
  • 2010/01/04 05: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10/01/04 05:14 #

    정말요. 그 분의 라이브 연주를 보고서 완전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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