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월마트가 더 좋았다고 by 고선생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에도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들어왔던 적이 있다.
아마도 국내에도 서양형태의 창고형 대형 수퍼마켓이 생기게 된게 맨 처음이 뉴코아 계열의 '킴스클럽'이였던 것 같은데
과거 독일서 살았던 우리 가족은 그 킴스클럽의 등장을 무지 반겼고 자주 애용하는 고객이였다.
초창기의 킴스클럽은 서양스타일 그대로 별다른 내부장식 없이 완연한 창고형 스타일이였다. 독일에서 살 때 이용했었던
Massa라는 유통업체도 그런 스타일이였다. 그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 가족은 그런 서양스타일 대형수퍼와 비슷한 분위기의
킴스클럽의 등장이 반가웠다.

킴스클럽의 성공 후 그런 형태의 유사한 대형 유통브랜드가 많이 생긴 것 같다. 홈플러스, 까르푸, 월마트, 이마트 등등..
그 중에서도 까르푸, 월마트는 외국계인데, 특히 우리가족은 월마트가 좋았다. 일단 미국의 업체고 거기가 미국꺼라 좋은게 아니라
그 업체 역시 미국스타일대로 별다른 장식없는 창고형을 고수했기 때문에. 우리가족은 그런 심플함을 맘에 들어했다. 익숙하고.
점점 킴스클럽은 내부가 '아기자기해지기' 시작했고 그냥 크기만 큰 보통수퍼의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크기가 무지 클 뿐,
하나로마트같은거랑 별차이 없는 분위기. 점점 킴스클럽이나 이마트 등 다른 업체들은 창고형 분위기가 아닌 아기자기함을
고수했고 한국인들의 취향엔 그런 분위기가 잘 맞는지, 이마트의 세력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와중에 생긴 코스트코는 또 다른 이유로 차별노선으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코스트코 역시 완전한 서양스타일 그대로의
장식없는 투박한 창고형에(무려 화장실도 미국분위기다) 한국적인 아기자기함은 없지만, 분위기가 아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건
바로 상품의 차별화였다. 코스트코 아니면 어느 매장에서도 찾을 수 없는 코스트코 독점유통의 미국수입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초반엔 식품쪽이 강세였지만 이젠 의류나 생필품의 영역까지 확장했지만, 역시 가장 큰 인기는 식료품들이였다. 코스트코를
찾는 사람들 역시 주목적은 식료품일 것이다. 거품없는 가격에 제대로 된 품질과 차별성을 앞세운 막강한 식품군들은 매장의
분위기와 무관하게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트코피자와 핫도그, 코스트코치즈케잌 등은 이미 유명을 넘어 거대유행으로
널리 알려지고 퍼지게 된지 오래다.1년마다 회원비를 내야 하는 회원제로 운영됨에도 코스트코를 방문하는 인파는 언제나 북적인다.

월마트는 별다른 차별성을 둔 상품은 취급하지 않았고, 국내 유통품 위주로 다루긴 했지만 매장 분위기만은 미국스타일의
창고였다. 나와 우리 가족은 그러한 군더더기 없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는데.. 역시 이마트는 커져만 가고 급기야 월마트는
망해버린걸 보면 한국인이 더 맘에 들어하는 분위기와 영업전략은 이마트스타일이 주효했던 것 같다. 하긴 각 나라별로 대중이
익숙해하는 분위기라는게 있어서, 이마트도 중국진출 초반에 그냥 한국스타일의 매장 분위기를 고수했다가 실패하고,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춘 매장분위기로 싹 바꾼 결과 중국에도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하니까. 월마트의 실패요인도 한국인의 취향대로
따르지 않아서니까. 그저 난, 그 분위기가 더 좋아서 월마트파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니까 월마트는 망한거겠지만..
울 가족은 오히려 북적이고 자질구레한 분위기의 이마트가 별로였다. 심플한 창고형에 더 익숙했고 그 분위기가 더 좋았기에
월마트가 더 좋았고 애용했었는데.
나중에는 울 가족이 이용했던 월마트는 그 자리 그대로 이마트로 간판을 바꿔달고 말았다.

지금 난 독일에서는 그런 대형유통업체를 가면 언제나 익숙하고 맘에 드는 그런 창고분위기긴 하지만 나중에 한국 가면
대형유통업체는 코스트코 말고는 모두 일률적인 스타일이 되어있겠지. 그립다 월마트.

덧글

  • bluexmas 2010/01/01 20:40 #

    저도 미국에 있을 때에는 코스트코와 월마트, 그리고 동네 수퍼체인에서 물건들을 각각 따로 샀어요. 예를 들면 잡화류는 월마트가 싸지만 고기 같은 건 질이 안 좋기 때문에 코스트코를 가고, 뭐 그런 식이었지요. 코스트코가 확실히 물건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체 상품들도 좋고...
  • 고선생 2010/01/01 21:04 #

    Kirkland 상표 독점유통인데다가 그게 가격대 품질비도 뛰어나고.. 하여간 코스트코는 현지 운영방식대로 한국화하지 않은게 오히려 주효했던 것 같네요. 물론 취급품목의 인기가 제일 큰 요인이지만. 월마트도 그 노선으로 갔다면 철수하진 않았을것 같은데요..
  • 한다나 2010/01/02 01:26 #

    코스트코!!! 피자 먹으러 한 번 갔었는데 회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데다 다들 매장을 나올 때 커다란 박스들을 그득그득 싣고 나오는 게 약간의 컬쳐 쇼크였습니다. 이마트 같은 매장만 생각하다 이런데도 있구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는 이마트와 하나로 마트만 고집하십니다....ㅠㅡ 아무래도 이마트에 다들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 고선생 2010/01/02 02:18 #

    사실 저나 제 가족은 80년대를 독일에서 보내서 그런지 이미 거기서 다 겪었던 요소들이 한국에선 90년 중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하더라구요. 케이블TV라든지 TV홈쇼핑이라든지 그런 대형 유통업체같은것들.. 이미 서양선진국에선 80년대부터도 당연한것들이였거든요. 그래서 그런것들 한국에서 생길 때마다 아, 한국에도 이런게 슬슬 생기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놀랍진 않았는데 서양스타일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유통업체의 내부 분위기같은건 그쪽 스타일이 더 맘에 들어요. 한국은 한국사람들에게 더 보편적으로 익숙한 분위기가 당연히 있겠지만요 ㅎ
    이마트는 별론데 하나로마트는 또 괜찮아요. 거긴 완전한 '수퍼마켓'이라 그런걸까요? 잡다한것들 다 파는게 아니라요.
  • 잠자는코알라 2010/01/02 01:27 #

    저도 코스트코에서 신기한 상품들 구경하는 거 무지 좋아해요 ^^;; 가끔 하나씩 사다가 가족들과 시식해 보구요 ㅋㅋ 그치만 저는 매장 분위기는.. 말씀하신대로 이마트나 백화점 식품관 분위기를 더 좋아합니다;; 사실 저는 월마트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는줄 몰랐네요 :)
  • 고선생 2010/01/02 02:24 #

    그렇죠 뭐. 그런 분위기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장 큰 요소일테니까요. 전 그저 먼저 겪었던 서양스타일의 아기자기하지 않고 심플하고 물건 쌓아둔 창고형태에 더 익숙해져있어서 그런 분위기가 더 좋을 뿐이죠^^ 근데 월마트의 실패요인이 바로 그것때문이였다고 하니 한국인에겐 보편적으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 분위기인건 분명한것 같네요.
    월마트는 한국에 들어왔긴 했어도 원체 매장수 자체도 별로 많이 않았었어요. 서울에도 단 한 개 매장뿐이였던걸로 압니다. 잘 보이진 않았을거에요 ㅎ
  • 하니픽 2010/01/02 06:51 #

    한국에 있는 마트에 가면 어느 마트나 다 똑같다고 느껴져요. 특히 홈플러스나 이마트는 매장 이름이 붙어있지 않으면 여기가 어디였드라~ 하고 고민될 정도로 똑같은 분위기지요.
    코스트코는 코스트코에서만 파는 독자적인 상품이 아니었다면 역시 한국에서 뿌리내리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연회비를 매년 내면서도 많은 회원들이 이용하는 걸 봐서 전략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서든 그 나라 정서에 맞지 않은 사업은 유지되기 힘든가봐요;;
  • 고선생 2010/01/02 08:10 #

    그렇죠. 그저 저랑 울가족이 특이한 취향 가진거죠 뭐 ㅎㅎ 코스트코는 이미 그 독자적 취급상품들의 위력이 굉장해졌죠. 거기도 초반엔 아는 사람들만 회원가입하고 이용하는, 그렇게 북적이는 곳은 아니였는데,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퍼져 대성황이 되었어요. 울가족이 아마 코스트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뚫었을텐데 그 땐 한산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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