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 궁전보다 정원! by 고선생

악명높은 '태양왕' 루이 14세의 사치의 결정체인 베르사유 궁전 (Chateau de Versailles).
자신보다 더 화려하고 호사스런 집을 소유한 대신의 집에 초대되어 갔다가 완전 삐져서
그 누구도 왕의 권위를 넘보지 못할 대궁을 짓자 하여 지어진 희대의 호화로운 바로크양식의 대궁전입니다.
본래 루이 14세의 아버지, 루이 13세의 별궁이였으나 그 궁을 증축하고 정원도 닦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베르사유 궁전은 제대로 엄청난 규모로,
구경하는 것만 해도 한나절은 잡아야 할 정도네요.
이 날은 하늘이 좀 짱이셨습니다.
날씨가 좋은건 아니고 '불안정'했죠. 구름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갑자기 소나기를 뿌렸다가
구름 걷히고 해가 나기를 반복. 그렇게 불안정해서 그런지 오히려 사진으로 찍힌
하늘의 구름은 다이나믹하게 나왔습니다. 아예 쨍하고 맑은 날보단 구름형태가 관건이죠.
궁의 입구. 위풍당당한 말을 탄 왕의 기세.
겉으로 보이는 대단한 규모처럼, 내부 역시도 호화롭습니다. 맨 마지막 방은 '왕의 방'. 루이 14세의 방입니다.
온갖 장식으로 도배해버린 화려함의 극치. 당시 태양왕의 권위가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베르사유 궁 내부 중에선 가장 유명하고 최고 걸작의 공간인 '거울의 방'.
밖을 향한 거대한 창과 그 대칭면에 역시 대형 거울을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밝은 채광의 실내에,
어느 곳보다도 화려하게 꾸민 장식들은 가히 호화찬란합니다. 호화를 넘어 어지러울 지경.
연회장, 무도회 등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아주 제대로 자뻑용이자 자랑질 공간이였던거죠.
아마 궁전에 속한 왕족 전용 예배당인듯.
궁 밖으로 나오면 엄청난 규모의 대정원이 펼쳐집니다. 이 정원의 건설 이후 프랑스식 정원의 정형이 되었다는
베르사유궁의 대정원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도저히 걸어서 돌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총면적 8,000ha에 둘레가 43km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나와도 기진맥진해질 지경.
이 정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크고 아름답습니다'. 엄청난 규모 안에서도
동상과 분수, 화단 등이 장식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정원의 중심을 가르는 대운하가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정해진 시간에 분수쇼가 펼쳐지기도 하는 아폴로분수. 그리고 그 뒤로 장대하게 펼쳐진 대운하.
너무나 넓어 도보로 둘러보기보다는 정원 관광용 꼬마열차나 마차를 타고 돌거나 자전거를 렌트하는 것도 좋습니다.
전꼬마열차를 탔는데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유유히 정원을 코스별로 돌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원하는 지점지점마다 잠깐씩 내렸다가 다시 타고 다음 지점으로 가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자유도 높고 여유있게 보자면 자전거가 제일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그 정도의 여유시간은 없었고..
하염없이 걸을 엄두는 안 나는 거리.
그저 크고 정리된 정원일 뿐 아니라 그 안에는 여러 특정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곳은 그랑 트리아농(Grand Trianon). 루이 14세의 첩인 맹트농 부인의 기거장소였다고 합니다.
호화로운 대궁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소박해 보이는 분위기는 왕비의 촌락(Hameau de La Reine).
마리 앙투아네트가 조성한 촌락의 공간으로, 당시 유행하던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표어의 유행을 쫓아
전원스러운 마을을 조성했습니다. 호화로움과는 또 다른 소박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죠.
대운하 근처의 잔디밭은 관광 뿐 아니라, 산책과 휴식의 공간으로서도 좋네요.
물론, 비싼 입장료를 내가면서까지 산책만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물을 일제히 내뿜는 분수쇼의 시간에는 모든 관광객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다들 흩어져있다가 하나둘 분수 앞으로 모여들어서 쇼를 감상하죠.
입구이자 출구. 저 앞 동상을 넘어서 밖으로 나가면 끝.

사치스러운 왕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프랑스 국민들의 피땀과 애환이 서린 화려한 궁전, 베르사유 궁전.
돌이켜보면 오늘날에 이르러, 세계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화려한 곳들은
권력자의 무소불위의 권력남용과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이고, 명령을 내리는 자와 따르는 자가 구분되어 있던
사회였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태양왕이라 일컫던 교만함이 그대로 실현될만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권력이 그대로 현실성을 띄었던, 소시민들에겐 암흑과 같았던 시기에, 약자들의
눈물이 빚어낸 화려함이라는 아이러니지만.. 가진자의 허영심 덕분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인을
감탄시키는 문화재를 남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찌보면 화려하지만 추악하고 잔인한 역사라고 할 수 밖에요.


2005

핑백

  • 이글루스와 세상이 만났습니다 : 12/16 2009-12-17 10:14:49 #

    ... 장법[네이트] 펄이 남다르게 화사한 핑크 아이섀도[네이트] 불교 신도자를 위한 염주 MP3 플레이어[네이트] '아이폰' 구매 후 달라진 나의 생활 방식[네이트] 사상 최대의 호화로움 ... more

  • 고선생의 놀이방 : 2009년 내 이글루 결산 2009-12-30 20:09:39 #

    ... 사여행 (51회) / 베르사유 궁전, 궁전보다 정원!</a>사진 (39회) / 포토그램가장 많이 읽힌 글은 <a href="http://masksj.egloos.com/2494320" target="_new">베르사유 궁전, 궁전보다 정원! 입니다.가장 대화가 활발했던 글은 베를린 ... more

  • 고선생의 놀이방 : 2009년 12월 2010-05-28 19:10:05 #

    ... 디카의 익숙함을 지워야 할 때 - 괜히 혼자 무게 잡아본 카메라 담론 3. 2009년을 떠나보내며 - 매년 고정시리즈인 '떠나보내며'시리즈 이 달의 여행기 베르사유 궁전, 궁전보다 정원!! - 2005년의 프랑스 베르사유궁 방문기 이 달의 음식 1. 하루종일 풀코스 요리 - 전채, 메인, 후식의 순서대로 하루의 식사를 풀코스로. 2. ... more

덧글

  • 하니픽 2009/12/13 07:46 #

    화려하다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보니까 또 다시 놀라게 되네요.
    가끔 책에서 화려한 궁에 대한 글이 나올 때 상상하는 궁보다 더 화려하다랄까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궁이네요. 아마도 현존하는 궁중에 가장 화려할 듯 싶어요.
  • 고선생 2009/12/13 20:58 #

    적어도 유럽의 궁전 중에선 베르사유 이상의 궁전은 없을겁니다. 다른 나라의 왕들도 여기가 부러워서 벤치마킹해서 지은 경우도 많구요.
  • Fabric 2009/12/13 14:50 #

    워렌 버핏이었나, 역사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어조의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위정자들의 마음가짐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권력이란 역시 무서운 것인가...

    사진이 정말 좋은데 문득, 겨울의 베르사유궁전은 어떨지 묘한 의문이 드네요 ㅎㅎ
  • 고선생 2009/12/13 20:57 #

    여전히 세상 전반엔 자본과 권력을 근거로 한 '신분제'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명목상으론 만인 평등의 시대니까 무조건적으로 핍박하고 핍박당하는 건 아니지만 어쨋든 높고 가진 자들은 그들만의 세상이 따로 있는건 분명하죠.
    겨울 역시도 분위기 있겠죠. 특히 눈이 쌓였다면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역시 정원은 천연색의 꽃과 푸른 잔디가 유지되어 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 홈요리튜나 2009/12/13 15:40 #

    예전이었다면 정원을 우아하게 돌다 응아를 밟는다던지.ㅎㅎ
    쓸데없이 넓은 방에 비해 침대가 아담하니 어쩐지 쓸쓸해 보이기도 하네요..
    화려하고 멋지긴 하지만 역시 소박한 집이 맘에 들어요^^
  • 고선생 2009/12/13 20:54 #

    높으신 분들이니까 도보로 걷는 경우보단 말이나 마차를 타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요 ㅎ
    또 자기 신발 더러워진다고 길바닥에 식빵을 깔았던 양반이 마리 앙투아네튼데..
    저도 휘황찬란한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은 방 사이즈는 좀 여유있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 방 와보시면 뭔소린지 이해 100%실텐데...ㅡㅡ
  • cleo 2009/12/13 15:41 #

    저도 베르사이유에 갔을때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여러장 찍었던 것 같은데...왤케 다르죠?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군요...-.-;;;
    날씨가 좋았나봐요. '베르사이유성'보다 '하늘'이 더 예술입니다...너무 멋져요^^
  • 고선생 2009/12/13 20:51 #

    좋은 날씨는 사진찍는 사람에겐 정말 크나큰 보너스죠. 경우에 따라선 하염없이 좋은 날씨상태를 기다려야 되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제 컨트롤대로 촬영 가능한 사진장비 차이도 있겠고요. 일반 관광용 스냅카메라는 아니니까요 ㅎ 감사합니다!
    저도 2005년 프랑스 갔던 때에 줄곧 날씨가 너무 좋아서 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한다나 2009/12/13 20:54 #

    사진 정말 예뻐요//ㅅ//........
  • 고선생 2009/12/13 20:58 #

    아유 감사합니다^^
  • 문찬희 2009/12/16 19:23 # 삭제

    여기가서 일행잃어버려서 미아 됐었는데...............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구경은 해야겠다 싶어서 혼자 저 넓은 곳을 발로 다 걸었다는
    사진보니까 갔던곳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ㅎ
  • 독일 2009/12/16 20:24 # 삭제

    독일 제2 제국의 건립선언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했죠
  • 박종우 2009/12/16 22:12 # 삭제

    태클은 아니지만 제가 2008년 1월경 베르사이유 궁전에 방문했을 때는 궁전 내부 전구역 촬영 금지였는데... 어째 촬영 잘하셨네요...
  • 고선생 2009/12/17 03:56 #

    글에 맨 끝에 써두었지만 전 2005년이였죠. 이후 금지되었나보죠?
  • 이유진 2009/12/16 23:12 # 삭제

    아 기억나는군요... 사진이 정말 예뻐요, 기억이 생생해지네요...
  • ^^ 2009/12/17 00:30 # 삭제

    저기서 살고싶다...궁전,,,우앙,,,^^
  • 정지현 2009/12/17 10:11 # 삭제

    전 2008년 8월에 갔는데 촬영했었는데 - ㅁ-;;
    근데 제가 알기로, 정원은 무료인걸루 아는데 ^^
    그래서 동네사람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베르사유 정원에서 조깅하구 계시더라구요 - _-;;
    조깅하기엔.. 너므 호화스럽죠;;
  • 지나가다 2009/12/17 11:00 # 삭제

    저도 올 9월에 다녀왔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 새록 나서 ㅋㅋㅋ

    근데 ..저도 막 아무생각없이 사진 막 찍었는데 사진 촬영 금진가요?
  • 지나가다가 2009/12/17 15:40 # 삭제

    우와. 베르사유궁전도 멋지지만 사진도 참 멋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