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빠졌다 by 고선생

독일 온 후로 두번째로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처음 넘어진게 어학원 다닐 당시. 그땐 무릎을 삐는 바람에 간만에 약식깁스하고
목발까지 짚는 신세였다. 사건 당시 목격자들 외의 사람들에겐

'어제밤에 지하 빨래방 내려가다 헛디뎌서 넘어졌어'

...라고 알리바이까지 만들어가며 뻥을 쳤지만 실은 지하 파티장에서 신명나게 춤추다 자빠진걸....-_-
주위에서 잘한다잘한다 부추기니까 큰 볼륨과 빠른 BPM의 광란의 분위기에 홀려서.
전치 3주정도는 걸린 것 같다. 지긋지긋했던 목발생활...

근데 어제 또 크게 한번 자빠졌다. 이건 내 실수라기보단 타이밍 문젠데,
버스안에서 버스가 정지하기에 앞서 출구 앞으로 가 있으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듯이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어찌보면 큰웃음 줄 몸개그 한판이였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충격은 꽤 컸다.
붙잡을 기둥도 별로 없는 자리쪽이였고. 그러고보니 독일 버스는 자리배치의 특이함때문에
한국버스보다 잡을만한 봉이 좀 부족한 느낌.

사람들이 괜찮냐고 일으켜세워주고 머리 안 다쳤냐고 난리도 아니였는데 정작 기사는
그게 자기 잘못이 아니다 하더라도 자기 버스 안에서 사람이 크게 넘어졌는데 잠시 세우든지 '괜찮냐'
한마디 없이 한다는 말이 '미리 서있지 말라'고. 뭐 백번 양보해서 내가 잘못했다 치더라도
그게 바닥에 고꾸라진 승객한테 할 소리냐? 여기 사람들은 정거장에 정차하기 전에 안 일어서나?

무지하게 아팠다. 보통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실수를 하면 창피해서라도 황급히 수습하고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편인데 이건 표정관리조차 안 되더라. 절로 일그러지는 표정과 깊은 신음.
머리나 어깨는 괜찮은데 특이하게 허벅지쪽이 굉장히 아팠다.
대체 어떻게 자빠진건지, 편편한 부위가 그렇게 아프더라.

암튼 버스에서 내리고, 뼈가 다친것도 아닌데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를 절 정도로 허벅지가 아팠다. 부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가도 아픔은 잦아들지 않고 한걸음한걸음 내딛을때마다 허벅지가 울렸다.

등교길이라서 하루종일 수업듣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안그래도 튼실한 꿀벅지가 꿀단지만하게 부어있었다.
의외인건 조금만 손대도 아프고 움직일때마다 울리면서 아파서 이건 분명 피멍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지 벗어보니 퍼런 멍은 안 들고 그냥 붓기만 크게 부었다.

어제 아침에 자빠진건데 하루 지난 오늘도 붓기는 남아있고 여전히 아프다.
새해면 액땜했다 치겠는데 연말이 다가오는 마당에 이게 뭔 일이냐...

덤으로 이때껏 어떻게 굴려도 상처하나 없이 잘 쓰던 무식한 무쇠고물 수동카메라의 부분이 파손되었다.
가방 안에 있었는데 나중에 꺼내보니 보호필터가 완전히 깨져있었다.
..그냥 단순보호필터라 그게 없어도 쓰는덴 지장이 없긴 하지만.. 렌즈가 그대로 노출되는 신세가 되었다.

싸가지없는 기사놈한테 한마디 지르고 싶었지만 평소 욕도 안하는 성격이라 것도 실패. 정신이 영 없어서.

덧글

  • 펠로우 2009/11/07 11:30 #

    큰일날 뻔 했군요, 잘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대개 저상버스라면 흔들림은 적은 편인데, 도르트문트의 버스는 저상이 아닌가보죠?
    서울의 보통 버스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넘어지지 않고 내리는 사람들과 저를 보면 살짝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급정거랑 급회전 장난 아니죠~
  • 고선생 2009/11/07 11:56 #

    독일은 아마 다 저상버스일걸요. 아무리 그래도 끼익 급정거엔 못 당하죠...
    이거 뭐 그냥.. 치료할 뭣도 없고 그냥 냅두고 자연치유해야겠어요.
  • 꿀우유 2009/11/07 11:38 #

    앗 저도 작년인가 제작년 겨울에 착석하기도 전에 급출발한 버스 안에서 완전 주저앉았는데. 양손에 짐이 많아서 어디 짚을수도 없었거든요.
    파스같은거 잔뜩 펴바르시고 충분히 쉬시면 한결 나아지실거에요, 이제 훨씬 추워질텐데 치료 잘 하세요!!
  • 고선생 2009/11/07 12:16 #

    아 파스요! 물파스가 있긴 한데.. 꺼내보니 타박상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발라야겠어요.
    추운 날씨에 타박상은 더 아픈데... 그래서 아픈건지.
  • 아델 2009/11/07 11:53 #

    으아 ㅠ,ㅠ 많이 아프셨겠어요.. 병원은 안 가보셔도 괜찮으신지? 매정한 버스기사 아저씨...ㅠㅠ
    저는 얼마전에 집으로 가는 계단 올라가다가 발 헛디뎌서 무릎이 계단 모서리에 찍히고 손에서 피가.. 흑흑. 왜 넘어진 건지 대체 미스테리;;
  • 고선생 2009/11/07 12:18 #

    으악!!! 모서리.. 무릎.. 피... 상상만해도 그냥..
    얼마나 아프셨나요. 계단에서 보폭이 좁으면 그럴 때가 있어요. 저도 그래서 넘어진적도 있어요. 다행히 찍히지는 않았지만..
    전 병원 갈 정도까진 아닌거같아요. 파스 좀 바르고 냅둬보죠 뭐.
  • 루아 2009/11/07 14:35 #

    어이구;; 그 버스기사 참 싸가지 없네요... 부디 빨리 나으시길 빌어요. 추운 겨울에 아프면 정말 서럽죠 ;ㅁ;
  • 고선생 2009/11/08 02:21 #

    날씨가 쌀쌀해서 회복이 좀 더딘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하루하루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집니다. 그래도 외부 상해는 견딜만 한데
    속이 아픈건 정말 서럽죠...
  • 하얀코스모스 2009/11/07 21:10 #

    저런..괜찮으신지요;
    저도 저번에 넘어지다가, 다행스럽게(?) 봉에 머리를 쾅!(이런 소리가 납디다 정말로;)박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네요...
  • 고선생 2009/11/08 02:22 #

    몸이 안 넘어져서 다행인데 머리가 굉장히 아프셨겠습니다...;
  • 홈요리튜나 2009/11/08 15:28 #

    에구...이 정도 다침엔 역시 '시간이 약' 밖에 없죠ㅜ.ㅜ
    얼른 고통과 언짢은 기분이 함께 사라지길
  • 고선생 2009/11/08 20:20 #

    벌써 시간의 약발이 들기 시작하네요. 붓기는 가라앉았고 미약하게 통증만 좀 남았어요 ㅎ
    언짢은 기분은 고기 먹으면서 날려버렸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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