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유대 박물관 by 고선생

독일에서 유대인이라는 존재는 가벼이 입에 올리기 힘들죠. 근현대에 이르러 더더욱 가혹한
고난을 겪은 역사가 있기도 했고.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독일의 유대인에 관한 역사와 문화 등을
전시내용으로 하고 있는 베를린의 유대 박물관(Judisches Museum Berlin)입니다.
옛 건물로 보이는 박물관 입구 건물(구관) 옆으로 전혀 다른 현대미술박물관의
느낌이 팍팍 나는 철골건물(신관)이 세워져 있는데 사실 모든 전시내용은
이 건물 안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노란색 구관은 그냥 박물관 입구이자 매표소일 뿐이죠.
신관의 건물 자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박물관의 건물과 전시내용의 디스플레이 등이 전체적으로
각각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예술 작품들입니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듯한 신관의 건물입니다.
전시관 약도. 여기저기 테마를 내포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전시건물의 지하통로. 계속의 축(Axis of Continuity)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요하고도 처참한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공백의 기억(Memory of Void). 신관의 통풍구입니다.
독일에서 학살된 수많은 유대인의 핍박을 상징하듯, 유대인의 얼굴을 표현한 무수히 많은 쇳덩이들이
바닥에 깔려있죠. 저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얼굴들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홀로코스트 타워(Holocaust-Tower). 아무것도 없는 거대하고 높은 밀실입니다.
천정에 밖에서 조금 새어들어오는 빛줄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밀실이죠.
나치의 처참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의 이름처럼, 절망속의 유대인의 고난의
순간을 공허함과 어둠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설치예술작품 외의 일반적인 역사 및 문화 전시물품들.
전시공간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역시 평범하진 않습니다.
전세계인에게 유대인의 참상을 널리 알린 유명한 일기죠. 안네의 일기.
중세 당시의 유대교 사원 모형입니다.
전시관 밖에 있는 또 다른 거대한 설치예술인 추방의 정원(Garden of Exile).
두꺼운 콘크리트 기둥이 빽빽이 세워져있는 사각형의 이 공간은 지축이
수평하지 않고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속에 들어가면 서 있는것도 걷는것도 편하지가 않죠.
수많은 기둥 안에서 위치가 헷갈리기도 하고 속은 어두우며 기울어진 땅 위에서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제목처럼 재독유대인들의 망명과 추방의 고난을 상징한 설치예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덧글

  • 루아 2009/11/05 00:07 #

    미국의 홀로코스트 박물관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섬뜩하네요. 거긴 아우슈비츠나 가스실 안을 완벽하게 복원했는데... 사람 얼굴을 밟아야 하는 통로가 너무 잔인하고 힘들게 다가오네요.
  • 고선생 2009/11/05 02:55 #

    사실적으로 재구성한 박물관의 느낌보단 여기는 그러한 테마를 가지고 철학적 예술로 접근한 공간예술작품이 많죠.
    설명적인 것도 좋지만 이러한 작품이 더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꿀우유 2009/11/05 09:10 #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방식으로 직시한다는게 정말 대단하네요. 표현도 인상적이구요.
  • 고선생 2009/11/05 17:15 #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모습만으로도 그렇지 못한 치졸한 다른 나라들보다도 대단한거죠. 다른 나라도 아닌 독일 안에 그러한 표현들의 박물관들이 규모있게 세워진것도 그렇구요..
  • 미친과학자 2009/11/05 20:46 #

    이러니 독일에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별소리 안하는 것일런지도.....

    알아서 반성하니 뭐라 더 잔소리를 할래야 할수 없을듯.
  • 고선생 2009/11/07 06:06 #

    그것이 또한 용기이기도 하구요. 어느 나라든 지배층은 체면이 최우선인데 유럽한복판의 콧대높은 나라가 내가 잘못했소-라고 그러니 그것도 놀라운 일이죠.
  • 아델 2009/11/06 01:30 #

    사람 얼굴 밟고 지나가는 것... 아이디어 좋네요.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느끼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참여랄까.. 그냥 얼굴만 죽 바닥에 늘어놓는 것보다, 관람객들도 예술을 완성하는데에 참여해서, 그 일부가 되어서 얼굴을 밟고 지나간다는 게.. 그 의미가 커보이네요. 건물 디자인도 독특하네요. 잿빛 색깔이 오묘하면서도 박물관 주제에 어울리는 듯..
  • 고선생 2009/11/07 06:07 #

    건물 전체적으로 그러한 테마를 적용한 공간이 여기저기 있어 관람하면서 자연스레 참여가 가능하죠. 그러면서 더 와닿게 되는거구요..
  • 홈요리튜나 2009/11/06 15:43 #

    내부에서 외부를 볼 수 있는 틈이 매우 작네요..방어적인 느낌
    보통 해석이 필요한 작품들도 꽤 있는데 사진 속 작품들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고선생 2009/11/07 06:08 #

    물론 '전시물'들은 설명을 봐야 하지만 공간연출로서 표현한 작품들은 그 속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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