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주를 즐길 줄 몰라 by 고선생

대부분 한국인들이 소주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난 그다지 공감을 못 한다.
한국인들 특히나 남자들이 소주가 그게 비단 싼 술인 이유 뿐 아니라 술 자체로
좋아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술 같은데.. 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일단 나 자신이 술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20살, 대학
새내기 시절엔 한 땐 많이 마셨었다. 그 땐 그래야되는 줄 알았다. 분위기가 다들
부어라 마셔라고 20살도 되고 했으니 그렇게 술자리에서 많이 마시고 하는게 맞는건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마시고 그랬던거지 한번도 술이 맛있다라고 느낀적은 없다.
과실주나 곡주 등 단맛이 강한 술은 그대로 그 맛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것도 좋아라고 마시는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알콜음료에 별 흥미가 없달까.

물론 내가 술을 못 하는건 아니다. 술자리에서 못 먹는다고 빼진 않는다. 적어도 분위기를 깨는
정도는 아니란거다. 주면 주는대로 다 받아마신다. 술은 즐기지는 않지만 술은 센 편인 것 같다.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한번도 정신없이 취한적도 없고. 술 먹어도 잘 티 안나는 스타일.
난 제대로 말하자면 술의 맛을 모르는 것 같다. 술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일부러 찾지도 않는다.

다시 대중적인 술 소주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술 중에 가장 매력을 못 느끼는 술이 소주이기도 하다.
술을 잘해야 남자구실 하는, 술 못하면 찌질이 취급받는 분위기의 한국의 술자리에선, 물론 내가
술을 못 먹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넙죽넙죽 마시긴 하지만.. 솔직히 지겹다, 술 마시는거.
그것도 좋아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마셔야 하니까 마시는 분위기. 뭐, '먹기 싫어' 라든지 '못 먹겠어' 라고
하면 요새는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한테나 호의적인거지
남자가 되가지고 술도 못하느냐고 핀잔먹거나 대놓곤 안 그래도 속으로 욕먹기 십상이다.

음식과의 조화에도 별 공감을 못하는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대명사가 대중화되었을 정도로
소주와의 음식궁합에 전국민이 공감하는 조합이 몇가지 되는데 솔직히 난 삼겹살에 사이다가 좋다...-_-;
한가지 유독 소주가 조금은 당기는 음식이 있다면 장어구이. 그건 술이 좀 받더라.
소주가 아니더라도 맥주.. 뭐 치킨에 맥주..? 난 치킨엔 콜라가 더 좋은데.
사실 맥주는 개인적으로는 술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냥 구수한 탄산음료로 치부하긴 하지만.
내가 신체적으로 술이 몸에 안 받거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피치 못할 이유의 부재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다하는건 분위기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술자리에서 빼는 것만큼 분위기 깨는건 없다고들
생각하니까. 다들 기분좋은 상태 유지시켜줘야지. 기분좋게 술잔 받고 기분좋게 원샷하고.

한국술만 차별하는거 아니냐고? 난 뭐 일본주도, 중국술도, 샴페인도, 와인도 그리 즐기지도 않는다.
와인은 물론 그 향과 맛이 매우 좋은게 몇 개 있긴 하다. 좋아라고 찾아 마시는건 아니여도 무슨 요리나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되는건 있다. 와인은 반주로는 괜찮은것 같다.

사실 그렇다면 또 술을 마냥 기피하기도 뭐한것이... 사회생활 하려면 술은 또 분명 필요한 매개체다.
한국에선 음주문화가 술로 대동단결이라는 분위기가 워낙 강하긴 하지만.. 서양사회라고 술이 중요하지 않은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서양에서도 술은 사회, 인간관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조미료며 윤활유다.

그냥 내 스스로 적당히만 즐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술맛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기분좋게 취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걸 다 떠나서 술맛이 그냥 별로인 나로서는.. 이 역시 필요에 의해서만 장단맞추기의 마테리얼로만
여기고 머릿수 많은 자리에서나 같이 즐기면 그만. 반주로 가끔 마시는 몇 가지 와인 외에는 혼자서 술이 땡기거나
술 마신적,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 전혀 없다. 독일에 있으면서 어떤 한국사람들은 소주가 그리워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봤으나 나에겐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라 다행스럽다. 오히려 그나마 즐기는
와인은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값이 아주 저렴해서 대만족. 굳이 찾아 즐기는 술은 아니라 해도 맥주도
무지 싸고. 맥주는 술의 범위로 여겨지지 않아서 가끔 음료로 마시긴 한다.

아참, 한국에 있을 때 나 혼자 소주 한 병 사가지고 집에 온적이 있긴 하다.

요리할 때 부으려고.....

덧글

  • 펠로우 2009/10/15 22:22 #

    소주는 맛도 뒤끝도 별로긴 하죠.. 제일 안타까운 건 '외부 술을 자유롭게 반입 허용하는' 정육점식 고기집을 구경해봐도 10에 9 일행은 다 소주 사갖고 고기 먹는 현실;;
    가격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국산맥주는 맛없고, 수입와인은 턱없이 비싼 사정에서 속편한 게 소주인 듯 해요~
  • 고선생 2009/10/17 02:46 #

    소주가 가장 별로긴 해도 또 그 맛에들 마시나봅니다. 사실 소주는 도수가 높던 당시엔 그래도 특징적이였던 것 같은데 이젠 많이 밍밍해져서... 더더욱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것 같네요. 아무리 여성소비자에게 맞춘다 해도 본래의 소주도 유지하면서 라이트한 것도 출시해서 다양한 입맛에 맞추는게 낫지, 이게 뭔가요.
    저에겐 별 상관없는거긴 하지만...
  • 먹보 2009/10/15 22:53 #

    ㅋㅋ 소주가 요리할 때에도 쓰이지요~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술이 진통제로도 쓰였다고
    들은 것 같은데 고 선생님은 주사도 없고 깔끔하시겠어요^^
  • 고선생 2009/10/17 02:47 #

    맞아요 진통제로도 쓰였다는군요.
    전 정말 취한다라거나 주사부린다라는 그 기분을 잘 모르겠어요. 그래본적이 없어서인지...
  • 하얀코스모스 2009/10/15 23:19 #

    저도 소주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쓴맛과 싸한 맛 밖에 안나서...

    아 그리고 맥주는 좋아합니다;;
    닭과 맥주는 은근히 잘 어울리더라구요;

    역시 무엇이든 자기와 궁합이 맞아야 하는거 같네요.
  • 고선생 2009/10/17 02:48 #

    소주가 싫을 뿐, 다른 술들은 싫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지 않을 뿐이에요. 일부러 찾게 되지도 않고.
    혼자 살게 되면서 더더욱이나 술 접할 일이 없는데.. 수퍼 가서 우유나 주스같은거나 사는 내 모습....
    글에 썼다시피 와인이나 맥주는 가끔 합니다. 식사용으로..
  • 아델 2009/10/15 23:26 #

    전 맵고 칼칼한 안주 없음 소주 못 먹겠어요. ㅠ,ㅠ 안주빨로 겨우 먹는 소주!! ㅠ,ㅠ
    전 소주하면 초등학교 때 실험할 때 쓰던 알콜램프에 들어있던 알콜을 먹는 기분이라;;
    저도 술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들이랑 술자리 하러 가는 것도 일년에 한손에 꼽힐 정도인데
    그럴 때도 맥주 아님 말씀하신 과실주나 칵테일 소주 같은 것만 골라요.
  • 고선생 2009/10/17 02:51 #

    전 한국에서 말하는 술안주는 죄다 밥반찬으로 여기고 있어요. 서양에선 술안주라는게 정말로 술 마실 때
    그냥 입 심심풀이용인데 한국에서 술안주시키면 뭐 한상 그득하잖아요. 특히 찌개같은걸 보면서
    이게 왜 술 안주...? 싶었는데... 우리나라 술집, 술안주 문화를 슬슬 알아가면서 이런식이구나.. 싶긴 했지만
    다 밥반찬 아닌가요? 뭐 볶음에, 찌개에, 튀김에... 술이 아니라 밥 한공기 시키는게 나을 판.
    저도 국딩때 처음 과학실에 들어가서 알코올램프 뚜껑 열어보고 나는 냄새에, 이거 소주 아냐? 라고..ㅋㅋ
  • 城島勝 2009/10/16 11:09 #

    직장인이 된 다음부턴 어떤 술이든 권하면 마시게 되었지만, 그 양은 한정해 두고 있지. 아무거나 마시다 보면 가끔 입맛에 맞는 술도 있지만...
  • 고선생 2009/10/17 02:54 #

    술을 마시게 되었다니 역시 거대한 사회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나보군. 우리나라는 특히나 술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놔서.
    입맛에 맞는거야 많긴 하지, 먹다보면. 다만 술 자체의 매력을 못 느낄 뿐. 술 많이 마셔야 하는 자리라면 마시는건 마시겠는데
    정말 마시다보면 난 지겨워 죽겠다. 뭐가 좋다고 그리 마셔대는지. 진정 술을 맛있어서 마시는 사람들이 아닌 담에야 그리 퍼마실 수 있을까?
  • 城島勝 2009/10/17 04:19 #

    진정 좋다고 마시는 건 어느 정도까지고 그 다음엔 '관성'이라고 하더군. 술고래 부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면.
  • Hye 2009/10/17 07:09 #

    너무너무 공감해요 , 이 포스팅 :)
    한국에서 제가 다니던 학교나 잠깐 다녔던 직장은
    술을 막 권유하거나 하지 않고 못마시는 사람은 못마시는 사람대로
    배려해줬어는데도 '내가 분위기를 못 맞추는게 아닐까'하는
    비음주인으로서의 캥기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

    그래도 가-끔 진짜 더운 여름날 창문 다 열어놓고
    과일 많이 썰어넣고 마시는 상그리아는 좋아요 :)
  • 고선생 2009/10/17 07:44 #

    남자가 술 못 먹는다고 하면, 그것도 그나마 초반에 러쉬해야지 분위기 무르익고서 빼면
    호오온납니다... ㅋㅋ
  • 환희 2009/10/19 11:41 #

    술없이도 분위기는 즐길줄 안다는것.
    누구든 잔을 채우려 하면 앰브란스 대기 시켜놓으라고 하는데
    이사람들은 이뜻을 잘 못알아듣더군요...
    요즘은 출근안한다고 하지요~
  • 고선생 2009/10/19 17:09 #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걸 고려 안 해주는게 나쁜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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