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너무 잘하잖아 by 고선생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학업준비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학교도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그간 느낀것..

다들 너무 말을 잘 하잖아. 제길.

나름 난 어학원시절때는 선생님한테서 꽤나 칭찬 좀 들어봤고 특히나 너의 발음은 완벽해 라는
말도 듣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언어는 그냥 생활의 일부로서 '당연히' 쓰고 사는 대학사회에 던져지니..
다들 너무들 말을 잘 하잖아. 난 그저 어학원의 '좀 더 잘하는 학생'일 뿐이였잖아.

한국에서 내 친구들이나 날 잘 아는 인맥들은 내가 독일말 잘 하는 줄 알고 있다.
너 살다왔다매. 5년 반 살았다매. 그럼 잘 하겠네.
뭐 5년 반이란 현지생활의 위력은 이렇게 큰 법이다. 거기서 살던 세월의 갑절 이상을
한국서 더 오래 살아서 거진 다 까먹었을 뿐 더러 그나마 발음만 마더텅에 가까운
하이퀄리티를 자랑하긴 하지만(내세울건 그거뿐)..

물론 발음 중요하다. 어학원 시절에도 선생님들이 누누히 강조했다. 문법이나 회화나 다 중요하지만
발음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아무리 능수능란하게 얘기할 줄 알아도 발음 구리면 소용없다고.
덕분에 나의 발음이 칭찬을 받았지만.. 뭐 그래서 내가 말 할 때 어법이 틀리고 버벅대더라도
확실한 발음 덕분에 과대평가를 받고 현지인에게서도 '독일어 잘한다'라는 평을 그간 받아왔나보다.

이제 진정한 독일 사회에 내던져지니..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어학원에서 본, 별로 못 할 것처럼 생긴
외국인들도 말해보면 쏼라쏼라 스무드하게 잘도 말한다. 발음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것이 대학생들의
위력인가. 대학에서 현지어로 공부하는 무리들의 실력이란 말인가. 이제 겨우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을 얻은 햇병아리인 나에겐 아직 버거운게 사실이다. 심지어 길 가다 붙잡고 물어본 태국인
아줌마도 그럴 분위기가 아닌 외모임에도 엄청 잘 하더라. 이것이 독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언어 실력이구나..

어제는 한 학년 선배 튜터에게 학기랑 수업에 관한 이런저런 내용을 전달받기 위해 만났는데..
역시 기본적인 독일어란 어학원 선생님의 언어속도의 3배는 빠른 듯. 평소 듣기 연습을 게을리
했다면 거의 알아먹지 못할. 어찌어찌 의사는 다 통하긴 했지만 나의 한계를 여실히 느낀
순간이였다.

이거.. 갈 길이 멀다. 다들 너무 잘 하잖아. 제길.

덧글

  • delicious feelings 2009/10/08 08:37 #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저는~
    그 어떤 외국어라도 다 공포의 대상이라는...
    그래도 고선생님.. 화이링~입니다^^
  • 고선생 2009/10/08 23:02 #

    외국어 능수능란하게 하는, 게다가 몇개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제일 존경스러워요..
  • 미고 2009/10/08 10:47 # 삭제

    그 기분 너무나 공감합니다.
    마치 유리벽에서 주르르륵~ 미끄러지는 기분이랄까요..
    어학원에서 외국인을 배려래서 또박 또박 말 해 주는 거랑 그냥 좔좔 말하는 거랑 완전 다르죠.
    저도 괴테 상급반에 있었는데 성당가서 독일 교포들이랑 말해보고 절망하고 말았다는...ㅜ.ㅜ


  • 고선생 2009/10/08 23:04 #

    괴테상급반.. 저도 경험했지만 상급반에 있다고 그 실력이 다 상급은 아닌거같아요. 적어도 전 그랬어요. 솔직히.-_-
    괴테는 전 Stuffe 마칠 때 시험만 안 떨어지면 자동으로 다음단계로 올라가잖아요.
  • 삿쨩 2009/10/08 11:21 #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는데 기억나는 건 구텐탘 밖에 없는 1인 ㅠㅠ
  • 고선생 2009/10/08 23:04 #

    '안녕하세요'
  • 2009/10/10 17:2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선생 2009/10/10 19:02 #

    비밀님도 외국에서 외국어하며 지내신 경험 있으니까 십분 이해하실 것 같아요. 물론 그 모든 어려움과 시련이 자극제가 되어 절 향상시켜야겠지만 너무도 높은 벽을 미리 봐버리니 주눅도 들고 자신감도 위축되고.. 좀 그러네요. 차차 적응해가야겠죠. 이걸 넘어서겠어! 해보이겠어! 이런 열혈근성보다는 그냥 충실히 하루하루 보내다보면 어느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 있는 제가 되어 있겠죠. 아마도? ㅎ 그렇게 살아보렵니다.
    제가 그리 정열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의 확신엔 고집과 소신이 없진 않아요. 그래도 많이 과대평가해주시니 몸둘바를....;;
    비밀님도 블로그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은 가식없는 솔직한 공간이니만큼 비밀님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요. 감정에 솔직하시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힘든 일에 좌절이 동반될지라도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비밀님께는 언제나 관심이 있고 궁금하고.. 그래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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