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어제와 오늘 by 고선생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즈음..
다신 보지 못할 이 곳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2003년... 필카의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내 사진실력은
남에게 떳떳할 정도가 아니였기에.. 이제 보면 단순한 기록사진일 뿐이다.

그리고 2005년 10월 1일. 새로워진 청계천의 공식적인 오픈날,
다시 이 곳을 찾았다. 그 전까진 발길 한번 들이질 않았다. 공사과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완성이 되는 그 날, 마음껏 걸으며 도시 안의 하천을 즐길 요량으로
기대감을 품으며 기다리다가.. 오픈날 밤, 4년만에 청계천을 찾았다.
이 날 가 보고....
다른 사람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제각각 감상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실망.

잃어버린 하천, 청계천을 복원하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시청앞 잔디광장을 비롯해 삭막한 도심 안에 자연공간을 조성하자는
데에 역시 이견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인공덩어리지대를 만들어 놓다니??
청계천 복원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조경센스를 말하는 것이다.
난 좀더 자연친화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내가 기대한 형태는
'물이 좀 더 풍성한 양재천' 정도?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벽 안에 가두어둔 물길이 무척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런식의 모습을 위해 과거의 모습을
단칼에 없애버렸나 싶기까지..

마지막 사진에 과거의 고가도로의 흔적을 놔둔건 무엇일까?
나름대로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두고 싶었던걸까?
뭔가 저걸 보니 더욱 아쉬움이 밀려오는건 왜일까.

근대의 건축물들을 자꾸만 없애려고만 하는 정부.
동대문운동장, 세운상가, 연예인아파트 등등
그것들 다 없애고 세월의 무게 모두 청소해버리고
남는게 고작 어줍잖은 현대스런 디자인의 어색한
인공덩어리들 뿐일거라 생각하니 무한히 아쉬워진다.

낡은 건물이니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고?
대부분 건물들이 6.25 이후인 20세기의 신축건물들인데
몇십년, 몇백년된 건물도 멀쩡히 있는 유럽에서 웃겠다.
그래도 낡았다고 우길려면 때려부수지 말고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내부수리를 하는건 어때?
이탈리아 볼로냐의 중세건물들을 현대적 내부로 개조한 것처럼?

미관을 해치니 철거하고 디자인적인 새 건물 짓겠다고?
세월과 전통과 역사를 머금고 있는 역사물이나 마찬가지인
그 건물들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며 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룰 조경디자인에 신경을 쓰는게 더 나은거 아닌가?

대화재 후, 도시를 아예 싹 갈아엎었지만 완벽한 계획도시로서
재탄생한 시카고의 경우처럼 전쟁후 폐허를 계획적으로 복구할
능력이 없었다면 그 사이에 우후죽순으로 지어졌든 어떻든 현대에 와서는
그런걸 유지관리하면서 맞추어가며 조경을 할 생각은 못 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건설도 잘 하지만 철거도 세계 1인자인듯.

그리고 요즘들어 뭔가 조경을 할려고는 하는 것 같은데.. 핀트가 너무 어긋나있어...







조금 다른 얘기지만 프랑스에서는 도시 조경을 위해 튀는 색감이나 간판 등을

공해로 지정하고 고유상징 색인 패스트푸드업체 간판의 색이나 디자인 등도
바꿔 걸지 않으면 허가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다.
어디까지나 수준높고 통일된 도시의 미관을 위해서.

나같은 일개시민이 이렇게 안타까워해봐야 결국엔 실무 공무원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 공무원들 수준이 이렇게나
딸려서야 어쩌면 좋을까...

지저분한 간판은 기준없이 다 허가해주고.. 멀쩡한 건물은 이런저런 이유 붙여가며
때려부수고.. 그나마 유지만 잘하면 될 국보급들도 관리부실..
이상한 방향으로 조경한다, 디자인한다... 어휴.

이번 정부가 유럽에 대한 이상향이 좀 있는 것 같다.
운하부터 시작해서.. 뭐 조경디자인에.. 인프라도 별로 없는
자전거족을 위한다고 지하철 자전거칸을 만든다질 않나..

내 생각엔 그런거 이전에 제도화, 대중화가 일단 먼저이며
다 떠나서, 눈에 확확 보이는것 위주로 유럽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유럽의 세련된 조경미의식과 역사의식, 미적센스나 좀 배웠으면 좋겠다!

선진조경을 자랑하는 나라들의 공무원들의 센스와 미의식, 앞선 인식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덧글

  • TokaNG 2009/08/18 22:31 #

    우리나라만큼 건물의 수명이 짧은 나라도 없다고들 하지요.
    10년만 지나도 낡은 건물이라며 갖은 핑계를 대서 허물려고 하니..
  • 고선생 2009/08/19 22:15 #

    건축업계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걸까요?
  • 아델 2009/08/19 00:09 #

    서울을 디자인한다며 어쩌고 하는데.. 왜 꼭 현대적인 것만 디자인의 범주에 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옛것은 뒤쳐지는 것이고, 낡은 것이고, 안 좋은 것으로 치부되는지...
    서울시장 연속적으로 참 맘에 안 들어요..-.-
  • 고선생 2009/08/19 22:17 #

    옛것 소홀히 하는게 이런 것뿐 아니라 문화유산 관리실태에서도 드러나죠.
    아주 옛날 유적지가 아닌 근현대 유산들에 대한 관리는 더 심합니다. 거의
    뭐 폐가처럼 버려져있기 일쑤죠. 예전에 느낌표의 74434라는 프로를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먹었어요. 대외적으로 우리역사 알리는것에 앞서 우리끼리나
    좀 잘 하지...
  • 세이 2009/08/19 04:43 #

    우리나라는 근데 아파트가 20년만 지나도 시 to the 망 이잖아.

    너 1학년 때 왔던 그 해청 아파트 낡은 옥상에 낡은 계단이 30년도 안된거니까...왜 그러지?
  • 고선생 2009/08/19 22:19 #

    아파트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진 몰라도 유독 아파트가 세트별로 있는 한국에서는 아파트에도 신상타령을 하는지, 사실 그게 낡아서라는건 핑계고 자꾸 좋게 아파트들이 진화하다보니 '우리도 더 좋은데서 살고싶다!'라는게 주된 이유가 아닐런지...
  • ranigud 2009/08/19 09:59 #

    저도 한번 갔었지만... 감상은... 돈이 흘러가는 거대어항...
    초반에는 물고기가 다시 나타났네 어쩌네 했었는데 한달전쯤 다시 갔을 때는 그냥 뿌연 물만 흐르더군요;
  • 고선생 2009/08/19 22:20 #

    그게 디자인도 조경도 그렇지만 어쨋든 하천은 자연의 일부잖습니까. 억지로 물 끌어들여 말씀대로 인공어항을 만들었으니 제대로 흘러갈 리가 없죠..
  • 펠로우 2009/08/19 12:03 #

    고가도로를 걷어내는 건 필요했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말씀대로 별로죠.. 관광객은 모여드니 근방 종로,을지로의 허술한 식당들만 신났죠 뭐~
  • 고선생 2009/08/19 22:21 #

    그걸 외국인용 관광상품이라 소개할만한 메리트가 있는건지나 모르겠습니다..
    뭐 국내용일테죠.
  • 삿쨩 2009/08/20 10:16 #

    요새 정말 시각공해 쩌는거 같아요 특히 밤만되면 아주 홍콩의 밤거리 ㅋㅋ
  • 고선생 2009/08/21 14:50 #

    저질간판만 정리되도 한결 좋아질겁니다. 왜 그걸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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