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by 고선생

7월 26일 일요일에 한국의 본가가 이사를 했다, 분당으로.

큰 집으로, 새 집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잘 살고 있던 반포를
뛰쳐나와 당시만 해도 난개발이던 용인 구성으로 이사간지 어언 7년 남짓..
지긋지긋한 그곳을 벗어나 드디어 분당에 입성한 것이다.

이제 와서 다시 반포로 돌아가는 건 좀 그렇다. 집도 좁고.
용인에서의 삶이 그래도 좋았던 건 쾌적한 공기와 조용함이였다.
고지대에 위치했고 뒤에 산도 있어 한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았다.
고지대인데 층은 또 19층이라 완전 쾌적.

그것에 익숙한 지금 다시 반포 한 복판으로 돌아간다면 스트레스가 배가 되겠지.
암만 서울이라 해도 지하주차장 설비 하나 안 돼 있는 노후한 아파트단지에서
다시 살라는 것도 눈높이에 맞지 않고.

용인은 이제는 좀 좋아졌다. 우리가족이 맨 처음 이사갔을 당시만 해도
밭도 군데군데 있었고.. 말 그대로 집만 좋았다.
어차피 가족 모두 서울 생활권에, 잠만 자는 집인데 주변환경이 무슨 상관이야,
집만 제대로면 되지, 라고 위안을 하고 싶어도 더 큰 문제는
정리되지 않은 도로사정과 열악하기 그지없는 대중교통 시스템이였다.

그 정리되지 않은 세월 중에 분당선이 보정역까지 뻗쳐오고
마을버스 루트도 다양해지고 수도권 광역버스도 많아지고..

밭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아파트단지들이 신축되고
그러면서 자연히 상가들이 조성되고 급기야는
이마트에, 신세계백화점에... 어디 못지 않은 곳이 되었다.
옷 쇼핑의 로망 수지로데오는 잘 정리되어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이게 되고, 분당에나 나가야 먹을 수 있던
패스트푸드점, 빕스 등등도 생기고.

다 좋아지니까 빠져나오네?-_-+

그래도 분당과 용인 거리 차이가 얼만데, 암만 발전해도 더 가깝고 이미
충분히 갖춰진 곳이 살긴 편하다. 이젠 우리가족도 분당시민.

..분당이 엄밀히 성남시 분당구이긴 하지만 그냥 하나의 소도시같다는
기분은 예전부터 바뀌질 않는군. 이젠 그냥 수도권 도시도 아니고
서울 최외곽에 있는 제 2의 목동같다는 생각이..(아파트지대)

전 동네 중국집, 치킨집 전화번호 아직도 외우고 있는데 맘편이
머릿속에서 삭제해도 되겠네.

이젠 서울에서 볼일 다 보고도 집에 귀가하는건 버스타고 강남역이나 양재에서 15분-20분 남짓!
지하철 분당선 타고도 지겹게 종점 보정역까지 갈 필요없이 수내역에서 가볍게 하차!
수내역에서는 집까지 걸어서 10분!!
더이상 귀가시간 1시간 이상은 옛날 이야기!!!

...근데 난 지금 독일에 있잖아?

에효;
사진은 2003년인가에 찍어둔, 이젠 다시 못 볼 용인집 내 방.
정리정돈 안 되있는건 컨셉일뿐...(응?)


덧글

  • 삿쨩 2009/07/29 09:00 #

    에...그거군요!! 군대 간 아들 몰래 집을 이사해 버려서 막상 휴가 나왔더니 우리집이 없어져 있더라.

    예전에 11개월 정도 차이나던 제 바로 윗 선임이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 고선생 2009/07/30 00:09 #

    분당의 집은 사실 전세주고 있던 집이라 위치는 빠삭하답니다 ㅋㅋ
  • 펠로우 2009/07/29 10:58 #

    지금은 보정역 덕에 좀 나아졌는데, 보정역에서 마을버스 타야하는 용인,구성 쪽 몇몇 지역은 말 그대로 난개발이죠.. 지인도 과외하러 갔다가 '일단 집부터 짓고 보기'행정에 경악했다 하더군요.
    분당에서도 수내역 근방은 무척 교통이 편하죠^^; 최근엔 9401,9000,8100번 등 광역버스 덕에 강북지역도 별 부담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 고선생 2009/07/30 00:10 #

    2002년 가을.. 첫 발을 디뎠던 구성'읍'은 황폐했답니다..
    지금의 구성'구'는 환골탈태했지요. 7년동안.
  • 24번째 여름 2009/07/29 12:27 # 삭제

    그렇군요 컨셉이군요
  • 고선생 2009/07/30 00:10 #

    암요. 절대로 컨셉입니다!(...)
  • 조신한튜나 2009/07/29 16:00 #

    책상이 왠지 안락한 느낌을 주네요 부러운 환경
    제 방엔 돌침대와 박살나기 직전인 책상ㅜㅜㅜ
  • 고선생 2009/07/30 00:12 #

    대딩시절이라, 또한 실기과제가 많아서 분업용으로 ㄱ자로 책상을 놨었죠.
  • 써니마녀 2009/07/29 23:23 #

    ㅎㅎ 예전에 저도 학생 시절 잠시 어학연수를 간 기간동안 집이 이사를 해버려서 귀국하는데, 때마침 식구들 전부가 바빠서 마중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물어(심지어 저희집은 아파트도아니었답니다.) 찾아간 적이 있었답니다.

    서울에서 산지 15년쯤?(20살때부터 살았으니)되었는데 전 분당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 고속버스를 타고 지나친 적은 있지만..^^
    강북권에서 학교를 다니고 결혼해서 사는 것도 그 지역에서, 직장도 그쪽이어서 강남, 분당쪽은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거나 가끔 쇼핑하러 갈 때 이외엔 별로 간적이 없어요.
  • 고선생 2009/07/30 00:15 #

    포화한 서울보다는 그래도 분당쪽이 거주하기엔 더 좋은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통신, SK 등 대기업들도 들어오면서 그저 '거주전용도시'였던 개발 초기인 90년대의 컨셉은 이제 빛 바래고 엄연히 거기도 몸집 커진 다운타운화되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파트촌 이미지는 여전하지요. 그렇다곤 해도 서울보다는 한적함이 남아있고 살기는 더 나은것 같아요. 어차피 분당에서 서울 왕래하는건 이제는 일도 아니죠. 신분당선까지 만든다 하니 분당도 서울 다 되어가나봅니다.
  • 꿀우유 2009/07/30 09:59 #

    저런게 훨씬 인간적인거죠, 저 안에서 충분히 고선생님의 질서가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 고선생 2009/07/30 22:51 #

    역시 꿀우유님은 제 맘을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ㅎㅎ
    맞아요. 어질러져있어도 저는 머리속에 다 시스템화되어있는 질서랍니다.
  • 보노 2009/08/06 02:53 # 삭제

    나...저방 기억난다...ㅎㅎㅎ
  • 고선생 2009/08/06 04:22 #

    왔었던가..? 한 번 왔나? 기억력 좋네..
  • 보노 2009/08/13 05:51 # 삭제

    거럼..너희 어머님께서 군만두도 해주셨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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