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간 중화풍 볶음 by 고선생

내가 고기부위중에 가장 좋아하는, 맛있다고 생각하는 부위는

단연코 내장!

위장, 대장, 소장, 간장, 심장, 허파...
소나 돼지의 내장부위는 그 깊은 맛이 살코기에 비할 바 아니다.

지방 많은 부위의 눅진함만이 강한 맛도
살이 많은 부위의 담백함만이 강한 맛도 아닌
형용할 수 없는 속깊은 우러남의 맛.
(물론 심장(염통)은 근육덩어리라 개중의 깊은맛은 덜해도
지방 한점 없는 쫄깃한 식감과 맛은 일품.)
내장이라 하긴 무리지만 '혀' 부위도 맛있다.

또 고기부위보다도 가격도 싼것도 크나큰 장점.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독일에선 그렇다.

한가지 맹점이라면 이런 부위들은 살코기부위보다
조리가 쉽지 않고, 조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어설프게 했다간 맛대가리 없다는것.

이번엔 돼지간 중화풍 볶음요리에 도전해봤다.

돼지간을 처음 요리해봤을 때 별로 맛없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2008년의 아픔)
요걸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 머릿속으로 조합을 해보았다.

냄새가 심한 재료니 일단 우유에 재서 냄새를 빼고 각종 야채와 함께 볶는다.
굴소스로 중화풍의 맛을 내는거야.
라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화풍 요리에 이런 비슷한게 있어서 놀랐다.
제대로 된것엔 부추를 넣는데.. 부추 외에는 내가 상상한 조합과 너무나 비슷.
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다진 생강과 양파, 송이버섯을 넣고 볶아준다. 야채 숨이 죽을 정도로만.
너무 푹 익혀서 풍미까지 날아가지 않도록. 소금으로 약간의 간은 해준다.
우유에 재워서 냄새를 제거한 돼지간.

징그러워하는 사람도 많기에 이미지는 작게 줄였다.
하지만 나에겐 멋진 음식재료일 뿐!
볶음하기 좋게 썰어둔다.

냄새를 빼기 위한게 우유에 재우는 1차 목적이지만
나중에 먹어보니 우유에 재웠기 때문에 육질이 훨씬 부드러웠다.
야채 볶던 팬에 돼지간을 넣고 함께 볶는다. 간의 면면이 골고루 익도록
잘 볶아준다. 센불에서 절정에 이르렀을 즈음 술을 부어
여분의 냄새를 날려준다.(난 럼주 사용)
어느정도 익었을 무렵, 굴소스 등장. 중화볶음요리의 에이스 소스.
굴소스 두 스푼 정도에 간장 약간, 후추가루, 마른 홍고추 조금을 뿌려 걸쭉하게 볶고
마지막으로 파를 썰어 넣고 마무리볶음.
불을 끄고 참기름과 참깨를 버무려주면 요리완성!
언뜻 제육볶음같아보이는 비주얼이지만
엄연한 돼지간 중화풍볶음.
큼직한 덩어리들의 어우러짐. 생각보다 요리가 너무 잘 나와줬다.
이제 나도 내 상상으로 요리를 할 수 있구나.
서양식 중화요리스타일로 밥과 함께 한 그릇에.
나중엔 슬슬 밥과 함께 비벼지게 된다. 그쪽이 더 먹기 편하기도 하고...

잡내 없이 깔끔한 간 볶음요리가 되었다.
굴소스로 맛을 내서 중화풍이라고 이름지었지만..

사실 맞지 뭐..? ㅎ

덧글

  • 삿쨩 2009/07/15 08:52 #

    ㅋㅋㅋ 내장이라.. 매니악해 보일 수 있지만 맛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부위긴 하죠.

    저는 특히 곱창을 좋아라 합니다. 1인분에 15000원 정도 하다보니 자주 먹을 수는 없지만

    가끔 먹다보면 곱창값 보다 술값이 더 나오는 기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하는 매력적인 음식임에는

    틀림없나 봅니다.
  • 고선생 2009/07/16 00:29 #

    곱창은 그래도 나름 대중친화적인 부위잖아요 한국인에게는.
    인기가 좋다보니 내장주제에 완전 비싸기도 하고.. 특히나 양념 아닌 생곱창은...-_- (생곱창이 최고!)
    참 보면, 고기의 참맛을 아는건 육식의 역사가 오래된 서양사람인것 같지만 가장 골고루 다 먹는건 전세계에서 한국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 카이º 2009/07/15 11:46 #

    내장!!!! 동감입니다!!!! ㅋㅋㅋㅋ

    근데 저렇게 조리한 내장은 또 처음이네요 ;ㅅ;
  • 고선생 2009/07/16 00:30 #

    의외로 간요리가 별로 없는가보군요. 하긴 한국에서 간요리는 몇 경우 못봤네요.
  • 꿀우유 2009/07/16 12:00 #

    보통 곱창은 전골, 볶음 등으로 해먹는데 정말 간으로 만든 요리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 고선생 2009/07/16 23:42 #

    그렇군요.. 제가 나름 미개척 창작요리를 한 셈인가요? 오-호호호
  • HOYA 2009/07/16 13:33 # 삭제

    간이 간에 좋다는데 술안주로 제격일거 같아요. 멋져요
  • 고선생 2009/07/16 23:44 #

    간이 간에 좋다.. 저도 어디서 들은거같네요.
    전 일반적으로 한국 술집에서 안주메뉴에 있는것들 보면서 '이거 다 밥반찬 아냐?'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런것도 술보단 밥과 함께..
  • HOYA 2009/07/18 22:56 # 삭제

    저는 밥대신 술을 즐겨요. 쌀을 잘 안먹어요
  • 고선생 2009/07/19 00:48 #

    저는 '마셔야 하는 자리'라면 빼지 않고 마시긴 합니다만 능동적으로 좋아서 즐기지는 않아요. 먹을 줄은 알지만 좋아라고 먹지는 않는거죠. 그래도 맛이 좋은 술은 좋아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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